국정원 사람들 대기업에 둥지 튼 까닭

국가에 충성하던 비밀요원들 회장님께 충성

국가정보원 출신들이 대기업에 둥지를 틀고 있다. 국정원 전직 고위인사들이 재계에 잇달아 영입되고 있는 것. 기업의 러브콜에 배를 갈아탄 이들의 임무는 대관업무부터 정보전, 루머통제 등 다양하다. 궂은일도 마다 않는다. 각 회사 요직에 배치된 이들의 영입이나 이동은 극비리에 진행된다. 몇몇 핵심 인사만 알고 있을 정도다. 과연 국정원 출신 인사 영입에 열을 올리는 기업의 속내가 뭘까.


퇴직한 국정원 직원 4명 대기업 임원급으로 취업
사정기관 ‘살생부’에 오르내리는 기업정보망 확대

최근 국가정보원에서 물의를 일으켜 퇴직한 직원 4명이 대기업 임원급으로 취업한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에서 근무하다 물의를 일으킨 직원은 A중공업에, 부당한 골프를 치거나 국정원 자체 감사에서 문제가 제기된 지부장 출신 직원 3명은 B양회, C전자, D조선 등에 상임고문으로 각각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지역 지부장(1∼2급)은 간부급으로 상당한 위치다.

국정원 퇴직 직원이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7월 E그룹은 국정원 경제국장을 지낸 박모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같은 달 F그룹도 국정원 경기지부장을 지낸 김모씨를 역시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8년 3월 G그룹도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국정원 대전지부장을 역임한 차모씨를 감사로 선임했다.

이런 움직임은 수년전부터 계속돼 왔다. 지난 2005년, H그룹의 경우 국정원 국내정보 총괄책임자를 역임한 실장급 인사를 회장의 비서실격인 투자관리실 소속 부사장급 고문으로 임명했다. H그룹은 이 인사를 책임자로 하는 ‘대외협력단’을 신설하기도 했다.

앞서 국정원 내부감사를 맡던 과장급 인사는 I그룹에 영입돼 임원으로 대외업무를 맡았다. 같은 해 J그룹도 국정원의 박사출신 기획인력을 스카우트해 임원으로 재직시켰다.

골프, 물의 일으켜 직원 4명 퇴직

이밖에 다른 주요 대기업중 상당수도 국정원 출신 인사들을 이미 채용했거나 현재 영입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경찰·국세청 등의 국가 수사·정보 전문가도 대기업 사이에서 영입 1순위로 꼽히지만, 그중 국정원 출신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덩달아 국정원 ‘정보통’들의 주가도 많이 오른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재계가 국정원 출신 인사 영입에 열을 올리는 속내가 뭘까. 한마디로 말하면 이들이 보유한 ‘정보력’을 활용할 심산이다. ‘정보가 곧 힘’이라는 판단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정보가 모이는 곳에 국정원이 있다’는 말처럼 국정원은 국내의 정치·경제·사회 분야, 나아가 개인정보와 해외 정보까지 쥐고 있다”며 “새 정권에 코드를 맞추기 위해 ‘정보 안테나’를 풀가동하는 대기업 입장에선 국정원 정보부서를 두루 거친 정보통만한 스카우트 타깃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부급으로 영입한 국정원 출신 인사의 주요임무는 대관업무다. 특히 재계는 지금 검찰과 국세청의 사정으로 뒤숭숭하다. 언제 어디로 ‘칼바람’이 몰아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살생부’에 사명이 오르내리는 기업은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자체 정보망을 확대하는 등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느라 분주한 형국이다. 따라서 일부 기업에선 사전 위기관리 차원에서 극비리로 국정원 출신을 껴안은 눈치도 엿보인다.
 
한 업계관계자는 “기업에 영입된 국정원 출신 인사들은 주로 정보수집을 통한 대외업무를 한다”며 “특히 사정설에 휩싸이거나 중요한 사안을 앞두고 정보동향에 더욱 신경을 쓰기 위해 국정원 출신을 영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대형 인수전(M&A)에 뛰어든 그룹이 국정원 출신 인사에 러브콜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그중에서도 열띤 입찰 경쟁이 벌어지는 M&A는 더욱 그렇다. 실제, 그간 벌어진 인수·합병(M&A) 전쟁에서 국정원 출신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진 각 그룹은 정부와 라이벌 동향 파악에 촉각을 세우는 등 정보전에서 치열한 물밑 경쟁을 펼쳤다. 자금조달 능력과 컨소시엄 구성원 등 비슷한 조건에서 승부가 정보전에서 갈리는 상황이 잇따라 연출되기도 했다. 심지어 경쟁사의 회장 일가 사생활 등 약점만 캐러 다니는 전직 국정원 직원들도 있었다. 반대로 총수 일가의 사고 전담처리반 노릇을 하는 이들도 있다. 경영진의 사생활 관련 뒷말이 나오면 다른 민감한 사안을 은근슬쩍 뿌려 무마하는 식이다.

국정원 출신 인사는 회사를 둘러싼 각종 악성루머를 통제하는 일에도 요긴하게 활용된다. 악성루머는 기업의 실적과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가장 경계하는 요소 중 하나다. 한번 퍼진 루머는 좀처럼 진화되지 않는다. 적극적인 해명과 사정당국의 수사에도 헛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진다. 오히려 기업의 강력 대응이 소문의 확대 및 재생산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는 것이다.

M&A 정보전 악성루머 진압반

한 재계관계자는 “기가 막힐 정도로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짜임새를 가진 확인되지 않은 첩보 수준의 ‘찌라시’ 정보들은 금세 입소문을 타게 된다”며 “문제는 이 과정에서 그럴듯한 출처와 여러 정황까지 연계되는 등 더욱 부풀어지면서 루머가 아닌 사실로 대중들에 인지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시중에 루머가 떠돌기 전 차단하거나 이미 나돌았다면 꼬리를 자르는 것이 급선무라고 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따라서 기업들은 사전 위기관리 차원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 사내 부서에 별도로 정보팀을 두고 있다. 이 정보팀에서 맹활약을 하는 게 바로 국정원 출신들이다.

이들은 적게는 2∼3명에서 많게는 5∼6명으로 이뤄져 있다. 단 1명이 움직이는 기업도 있다. 정보를 수집하는 데는 정해진 방법이나 특별한 영역은 없다. 동종업계는 물론 각계각층의 동향, 나아가 특정인의 개인정보와 해외 정보까지 수집해 상부에 수시로 일일보고 하는 게 임무다.

총수일가 사고처리 전담반 노릇 하는 이들도 있어
대기업 러브콜 받으면 “국정원 연봉의 2배는 기본”


이들은 정·관계, 사정기관 등의 동태를 살피며 이들 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정보모임’을 갖고 ‘소스’를 주고받는다. 또 증권가발 정보들을 취합·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과정에서 문서형식의 찌라시가 생산되기도 한다. 총수가 직접 정보맨들의 보고를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재계관계자는 “각종 설이 난무하는 요즘엔 믿을 만한 건 자체 정보밖에 없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 작은 루머와 정보에 큰 기업이 쓰러질 수도 일어설 수도 있는 만큼 국정원 출신 정보맨들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정원 출신들은 언론사를 텃밭으로 활용하고 있다. 각종 매체의 기자들을 통해 다양한 출입처에서 나오는 정보들을 비교적 쉽게 캐치하려는 의도다. 무엇보다 기자들과의 돈독한 유대관계로 호의적인 기사를 끌어낼 수 있다. 반대로 네거티브성 기사를 솎아 내거나 걸러내는 역할도 한다. 최근엔 시민단체를 담당하는 정보맨도 부쩍 늘어났다. 일단 시민단체의 표적이 되면 반기업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를 지켜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불과 얼마 전까지 국가의 녹을 먹던 국정원 인사들이 기업의 ‘보험용’내지 ‘로비용’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대기업이 ‘힘 있는’ 국정원 인사들을 앞세워 ‘방패막이’로 활용하는 동시에 ‘전관예우’ 효과를 볼 요량이라고 지적한다.

파격적 연봉·대우 음지에서 양지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직 고위급 관료들이 대기업 고문, 이사 등 간부직으로 재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들은 사실상 대정부 창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정원 출신 인사를 영입한 기업들은 이런 의혹의 눈초리를 부인하고 있다. 모 그룹 관계자는 “특별한 사안이 있어서가 아니라 회사 업무와 관련한 대외적인 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국정원 인사를 영입한 것”이라며 “기존에도 그룹 내 정보업무팀이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특정 사안과 인사를 연관 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국정원 출신들이 이 같은 시선을 뒤로 하고 대기업을 고집하는 까닭은 뭘까. 우선은 돈이다. 국정원 직원의 연봉은 국가기밀로 취급돼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기본봉급에 각종 수당이 붙는데다 일반 공무원에 비해 활동비 등 혜택을 많아 대기업 연봉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경우 그 조건은 파격적이다. 국정원 연봉의 2배는 기본이라는 게 재계관계자의 전언이다.

음지에서 양지로 나올 수 있다는 것도 메리트다. 국정원 직원은 보안과 기밀을 위해 정체를 숨기고 살아야 한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한다.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퇴직 후에도 국정원으로부터의 관리를 받는다고는 해도 대기업 임원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양지를 당당히 활보할 수 있다는 건 국정원 직원들에게 거절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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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