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람들 대기업에 둥지 튼 까닭

국가에 충성하던 비밀요원들 회장님께 충성

국가정보원 출신들이 대기업에 둥지를 틀고 있다. 국정원 전직 고위인사들이 재계에 잇달아 영입되고 있는 것. 기업의 러브콜에 배를 갈아탄 이들의 임무는 대관업무부터 정보전, 루머통제 등 다양하다. 궂은일도 마다 않는다. 각 회사 요직에 배치된 이들의 영입이나 이동은 극비리에 진행된다. 몇몇 핵심 인사만 알고 있을 정도다. 과연 국정원 출신 인사 영입에 열을 올리는 기업의 속내가 뭘까.


퇴직한 국정원 직원 4명 대기업 임원급으로 취업
사정기관 ‘살생부’에 오르내리는 기업정보망 확대

최근 국가정보원에서 물의를 일으켜 퇴직한 직원 4명이 대기업 임원급으로 취업한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에서 근무하다 물의를 일으킨 직원은 A중공업에, 부당한 골프를 치거나 국정원 자체 감사에서 문제가 제기된 지부장 출신 직원 3명은 B양회, C전자, D조선 등에 상임고문으로 각각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지역 지부장(1∼2급)은 간부급으로 상당한 위치다.

국정원 퇴직 직원이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7월 E그룹은 국정원 경제국장을 지낸 박모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같은 달 F그룹도 국정원 경기지부장을 지낸 김모씨를 역시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8년 3월 G그룹도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국정원 대전지부장을 역임한 차모씨를 감사로 선임했다.

이런 움직임은 수년전부터 계속돼 왔다. 지난 2005년, H그룹의 경우 국정원 국내정보 총괄책임자를 역임한 실장급 인사를 회장의 비서실격인 투자관리실 소속 부사장급 고문으로 임명했다. H그룹은 이 인사를 책임자로 하는 ‘대외협력단’을 신설하기도 했다.

앞서 국정원 내부감사를 맡던 과장급 인사는 I그룹에 영입돼 임원으로 대외업무를 맡았다. 같은 해 J그룹도 국정원의 박사출신 기획인력을 스카우트해 임원으로 재직시켰다.

골프, 물의 일으켜 직원 4명 퇴직

이밖에 다른 주요 대기업중 상당수도 국정원 출신 인사들을 이미 채용했거나 현재 영입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경찰·국세청 등의 국가 수사·정보 전문가도 대기업 사이에서 영입 1순위로 꼽히지만, 그중 국정원 출신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덩달아 국정원 ‘정보통’들의 주가도 많이 오른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재계가 국정원 출신 인사 영입에 열을 올리는 속내가 뭘까. 한마디로 말하면 이들이 보유한 ‘정보력’을 활용할 심산이다. ‘정보가 곧 힘’이라는 판단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정보가 모이는 곳에 국정원이 있다’는 말처럼 국정원은 국내의 정치·경제·사회 분야, 나아가 개인정보와 해외 정보까지 쥐고 있다”며 “새 정권에 코드를 맞추기 위해 ‘정보 안테나’를 풀가동하는 대기업 입장에선 국정원 정보부서를 두루 거친 정보통만한 스카우트 타깃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부급으로 영입한 국정원 출신 인사의 주요임무는 대관업무다. 특히 재계는 지금 검찰과 국세청의 사정으로 뒤숭숭하다. 언제 어디로 ‘칼바람’이 몰아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살생부’에 사명이 오르내리는 기업은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자체 정보망을 확대하는 등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느라 분주한 형국이다. 따라서 일부 기업에선 사전 위기관리 차원에서 극비리로 국정원 출신을 껴안은 눈치도 엿보인다.
 
한 업계관계자는 “기업에 영입된 국정원 출신 인사들은 주로 정보수집을 통한 대외업무를 한다”며 “특히 사정설에 휩싸이거나 중요한 사안을 앞두고 정보동향에 더욱 신경을 쓰기 위해 국정원 출신을 영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대형 인수전(M&A)에 뛰어든 그룹이 국정원 출신 인사에 러브콜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그중에서도 열띤 입찰 경쟁이 벌어지는 M&A는 더욱 그렇다. 실제, 그간 벌어진 인수·합병(M&A) 전쟁에서 국정원 출신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진 각 그룹은 정부와 라이벌 동향 파악에 촉각을 세우는 등 정보전에서 치열한 물밑 경쟁을 펼쳤다. 자금조달 능력과 컨소시엄 구성원 등 비슷한 조건에서 승부가 정보전에서 갈리는 상황이 잇따라 연출되기도 했다. 심지어 경쟁사의 회장 일가 사생활 등 약점만 캐러 다니는 전직 국정원 직원들도 있었다. 반대로 총수 일가의 사고 전담처리반 노릇을 하는 이들도 있다. 경영진의 사생활 관련 뒷말이 나오면 다른 민감한 사안을 은근슬쩍 뿌려 무마하는 식이다.

국정원 출신 인사는 회사를 둘러싼 각종 악성루머를 통제하는 일에도 요긴하게 활용된다. 악성루머는 기업의 실적과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가장 경계하는 요소 중 하나다. 한번 퍼진 루머는 좀처럼 진화되지 않는다. 적극적인 해명과 사정당국의 수사에도 헛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진다. 오히려 기업의 강력 대응이 소문의 확대 및 재생산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는 것이다.

M&A 정보전 악성루머 진압반

한 재계관계자는 “기가 막힐 정도로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짜임새를 가진 확인되지 않은 첩보 수준의 ‘찌라시’ 정보들은 금세 입소문을 타게 된다”며 “문제는 이 과정에서 그럴듯한 출처와 여러 정황까지 연계되는 등 더욱 부풀어지면서 루머가 아닌 사실로 대중들에 인지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시중에 루머가 떠돌기 전 차단하거나 이미 나돌았다면 꼬리를 자르는 것이 급선무라고 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따라서 기업들은 사전 위기관리 차원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 사내 부서에 별도로 정보팀을 두고 있다. 이 정보팀에서 맹활약을 하는 게 바로 국정원 출신들이다.

이들은 적게는 2∼3명에서 많게는 5∼6명으로 이뤄져 있다. 단 1명이 움직이는 기업도 있다. 정보를 수집하는 데는 정해진 방법이나 특별한 영역은 없다. 동종업계는 물론 각계각층의 동향, 나아가 특정인의 개인정보와 해외 정보까지 수집해 상부에 수시로 일일보고 하는 게 임무다.

총수일가 사고처리 전담반 노릇 하는 이들도 있어
대기업 러브콜 받으면 “국정원 연봉의 2배는 기본”


이들은 정·관계, 사정기관 등의 동태를 살피며 이들 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정보모임’을 갖고 ‘소스’를 주고받는다. 또 증권가발 정보들을 취합·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과정에서 문서형식의 찌라시가 생산되기도 한다. 총수가 직접 정보맨들의 보고를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재계관계자는 “각종 설이 난무하는 요즘엔 믿을 만한 건 자체 정보밖에 없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 작은 루머와 정보에 큰 기업이 쓰러질 수도 일어설 수도 있는 만큼 국정원 출신 정보맨들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정원 출신들은 언론사를 텃밭으로 활용하고 있다. 각종 매체의 기자들을 통해 다양한 출입처에서 나오는 정보들을 비교적 쉽게 캐치하려는 의도다. 무엇보다 기자들과의 돈독한 유대관계로 호의적인 기사를 끌어낼 수 있다. 반대로 네거티브성 기사를 솎아 내거나 걸러내는 역할도 한다. 최근엔 시민단체를 담당하는 정보맨도 부쩍 늘어났다. 일단 시민단체의 표적이 되면 반기업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를 지켜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불과 얼마 전까지 국가의 녹을 먹던 국정원 인사들이 기업의 ‘보험용’내지 ‘로비용’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대기업이 ‘힘 있는’ 국정원 인사들을 앞세워 ‘방패막이’로 활용하는 동시에 ‘전관예우’ 효과를 볼 요량이라고 지적한다.

파격적 연봉·대우 음지에서 양지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직 고위급 관료들이 대기업 고문, 이사 등 간부직으로 재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들은 사실상 대정부 창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정원 출신 인사를 영입한 기업들은 이런 의혹의 눈초리를 부인하고 있다. 모 그룹 관계자는 “특별한 사안이 있어서가 아니라 회사 업무와 관련한 대외적인 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국정원 인사를 영입한 것”이라며 “기존에도 그룹 내 정보업무팀이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특정 사안과 인사를 연관 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국정원 출신들이 이 같은 시선을 뒤로 하고 대기업을 고집하는 까닭은 뭘까. 우선은 돈이다. 국정원 직원의 연봉은 국가기밀로 취급돼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기본봉급에 각종 수당이 붙는데다 일반 공무원에 비해 활동비 등 혜택을 많아 대기업 연봉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경우 그 조건은 파격적이다. 국정원 연봉의 2배는 기본이라는 게 재계관계자의 전언이다.

음지에서 양지로 나올 수 있다는 것도 메리트다. 국정원 직원은 보안과 기밀을 위해 정체를 숨기고 살아야 한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한다.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퇴직 후에도 국정원으로부터의 관리를 받는다고는 해도 대기업 임원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양지를 당당히 활보할 수 있다는 건 국정원 직원들에게 거절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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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재개발 가등기 명단에···대통령실 간부 투기 의혹

[단독] 재개발 가등기 명단에···대통령실 간부 투기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폐허로 방치된 노량진본동 지역주택조합에서 대통령실 관계자 A씨가 언급됐다. A씨가 사업구역 내 빌라 한 채에 매매예약 가등기를 설정하면서다. 2007년 시작된 노량진본동 주택개발 사업은 현재 약 70명의 가등기권자로 인해 삽도 못 뜬 형국이다. 이들이 가등기 말소 조건으로 시행사 측에 요구한 합의금은 1000억원 이상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 소속 간부 A씨는 노량진본동 주택개발 사업구역에 속한 영본빌라 202호에 가등기를 설정한 상태다. 통상 가등기는 미래에 이 집을 소유할 예정이라며 매매예약을 걸어두는 등기를 의미한다. 그러나 공유자만 33명, 가등기권자가 11명이나 되는 이들이 17평도 안되는 빌라 한 채에 주거 목적으로 가등기를 설정할 리는 없을 터. 실제로 A씨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가등기는 시행사와 협상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직접 말했다. 17평 빌라에 수십명 등기 2010년 노량진 지주택 사업이 한창일 때 A씨는 총 2억7600만원의 분담금을 입금하고 조합원 자격을 취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노량진본동에 아파트를 5억 정도에 분양받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A씨가 주거용 오피스텔을 소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주택자만 해당되는 지주택 조합원의 자격을 잃었다고 한다.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 또는 전용면적 60㎡ 이하의 유주택자들을 모집해 부지를 매입한 뒤 집을 지어 분양하는 사업을 한다. 영본빌라 가등기권자는 A씨를 포함해 총 11명이고 공유자만 약 30명으로 대부분 ‘재산보호연대’(이하 재보연) 소속이다. 재보연의 탄생 배경은 노량진본동 지역주택조합(지주택)에서 출발한다. 2007년 대우건설과 협약을 맺고 시작된 지주택은 40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이 몰린 ‘노른자’ 사업을 이끌었다. 그러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2012년 3월 조합은 2700억원 규모의 PF 대출금 만기일 이내 돈을 갚지 못해 파산했다. 결국, 대우건설도 2012년 3월24일 PF 연장을 포기했다. 조합 부도 이후 대우건설은 그해 4월10일까지 2700억원을 대위변제하고 처분권을 취득한 사업부지는 공매하겠다고 조합에 통지했다. 그러면서 시행사 로쿠스로 소유권이전등기 되는 동시에 하나자산신탁으로 신탁등기(공매대금 2100억, 신탁등기비 100억)가 이뤄져 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공매로 나온 부지에 사업 주체가 바뀐 것이다. 부지 공매와 내분 사태를 겪은 해당 조합은 대외적으로 로쿠스와 대우건설 및 청와대 등에 민원을 제기(2017년 동작구청 중재로 시행사와 합의까지 약 670여회)했다. 내적으로는 공매 직전 공증서류를 통해 채권자 지위를 확보한 일부 조합원 및 투자자(약 156명) 등에게 “서로 힘을 합해 시행사와 시공사에 맞서 싸우자”고 3차례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들 중 36명을 제외한 122명은 끝내 조합에 대한 채권자 지위를 고수해 조합원 자격서 제명당하고 말았다. 현재는 최종 388명이 유효한 조합원이고, 조합 이사 김모씨를 포함한 122명은 이미 파탄 난 조합에 대한 채권자 지위에 있을 뿐 시행, 시공사에 대한 어떠한 권리 주장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살지도 않는 집 매매 예약 가등기 시행사업 방해 목적? “전략일 뿐” 조합 이사 김씨는 공증서류로 공매 직전 채권자 지위를 확보한 사람들을 위주로 재보연이라는 미명하에 지주택조합과는 별도로 122명의 외부 조직을 결성했다. 향후 주도권 확보를 위한 집단적 위세와 단합된 행동을 위해 운영규정(행동강령) 및 개별서약서(운영규정위반시 제재 등)까지 만들어 2012년 4월 재보연을 꾸렸고, A씨는 여기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최종 388명이 현재 유효한 노량진본동 지주택 조합원이고, 조합 이사 김씨를 포함한 122명은 2012년 말 제명되면서 재보연으로 독립한 셈이다. A씨는 “오피스텔 소유로 인해 조합서 제명됐기에 시행사 합의 대상서 제외됐고, 분담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투자했는데, 이자까지는 돌려받아야 하지 않겠나. 변호사 정모씨가 조언하길 (영본빌라 202호)에 가등기를 설정하고 버티면 시행사에서 협상하자고 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는 가등기를 설정하기 위해 재보연 측에 4000만원을 입금했다. 취재진이 ‘4000만원을 입금하면서까지 지분을 확보한 이유가 뭐냐’고 묻자 A씨는 “(영본빌라 202호 공유지분)매매 금액이 대략 1700만원인데 그냥 2000만원으로 하는 것보다는 4000만원으로 올려놓는 게 좋지 않겠나”라며 “우리 입장에서 어차피 2000만원 받으려고 제한 행위를 한 건 아니지 않겠나”라고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이처럼 A씨는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개발사업의 주체를 방해하고 합의금을 더 받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실제 영본빌라 202호의 감정평가액은 약 5억7000만원이며, 공유자 30여명을 기준으로 나누면 공유지분 금액은 1인당 1700~2000만원으로 계산된다. 한 푼이라도 더 받자고… 지주택은 원수에게도 권하지 않을 만큼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사업이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이 가장 많이 추진되고 있는 곳은 서울 동작구다. 총 118곳 중 23곳(19%)이 몰려 있다. 준공된 지주택 아파트만 보면 24곳 중 8곳(33%)이 동작구에 있다. 문제는 사업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고, 피해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주택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주택에 접근하는 경우 지주택 투자에 나서기도 한다. 지주택은 조합이 사업 주체가 되는 만큼 비교적 개발 절차가 단순하고 중간마진을 없앨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종의 ‘공동구매’이기 때문에 순탄하게 진행한다면 조합원들은 일반분양가의 반값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지주택은 남의 땅에 집을 짓는 사업 구조인 만큼 얼마나 땅을 확보했느냐가 사업 성패의 키다. 지주택이 사업계획승인을 따내려면 구역 내 토지를 95% 이상 확보해야 하는데,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알박기는 빈번하게 이뤄진다. 토지 매입에 시간이 소요되면 소요될수록 예상했던 토지 매입비가 대폭 상승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사업 주체인 조합원이 떠안게 된다. 지주택 추진위와 업무대행사가 결탁, 유령회사를 만들어 토지 매입비 등을 가로채는 사기도 비일비재하다. 자금난 등으로 조합이 부도를 맞을 경우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하고 조합원 자격을 상실할 수도 있다. 우여곡절 끝에 조합이 토지 매입을 완료했다고 해도 추가분담금을 무시할 수 없다. 사업이 지연됐을 경우 시공사가 일반분양 지연 등에 따른 추가분담금을 통보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되면 조합원이 일반분양가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수도 있다. ‘떼거리 등기’ 1인당 9억원 요구 2억7600만원 넣고···3배 뻥튀기 이에 따라 A씨 등 재보연이 투자금을 그대로 돌려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합의한 조합원들도 투자금의 50%만 돌려받은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A씨를 비롯한 재보연 관계자 122명은 1000억원의 보상을 시행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재보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지주택 조합원은 평균 2~3억원을 투자했다”며 “부동산 시세에 따라 1인당 기준 최소 9억원은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사업 주체가 가등기권자에게 9억원을 보상한다면, 2억7600만원을 낸 A씨의 경우 3배 이상의 차익을 가져간다. 이를 두고 시행사 측은 “조합원 자격도 없는 가등기권자에게 보상할 의무는 없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현재 시행사 측은 가등기권자를 상대로 가등기말소 소송을 걸었다. 시행사 관계자는 지난 5월 “수십명에게 각각 가등기말소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소장 송달부터 1심판결까지 가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과도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고 가등기권자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이유를 밝혔다. 조합원 피해 조직 운운 현재 주택법 제22조에 따라 주택건설 대지면적의 95% 이상의 사용권원을 확보한 경우,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의 모든 소유자에게 매도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가등기말소 또는 근저당권 말소 등을 강제로 청구할 수 있는 법률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등기 또는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는 이상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A씨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가등기 설정은 사업 주체에 대한 강력한 대항력이 있다”며 “가등기말소 소송에서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지만, 사업 주체는 가등기가 말소돼야만, 착공과 분양이 되기에 우리의 재산권을 보존 받으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행사가 원하는 합의금을 주기 전까진 가등기를 말소하지 않고 버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양측의 합의가 오래될수록 비용부담은 분양가 상승에 원인이 되지 않나’라고 묻자, A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영본빌라는 202호를 제외하곤 창문마저 없는 사실상 폐가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가등기권자의 알박기로 인해 철거할 수 없는 상태다. 실제로 가등기 말소가 이뤄지지 않은 부동산들은 시행사가 철거할 수 없어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재보연 측은 방치된 공사 현장에 대해 “시공사 대우건설이 사업 승인과 착공서 늑장을 부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수천억원의 보상금과 사업권도 요구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지급보증으로 빚을 대신 갚았기에 피해자 입장이라는 주장이다. 대우건설 측은 언론과 인터뷰서 “PF 대출을 갚지 못해 대위변제로 2700억원의 빚을 지불했다”며 “토지 소유권을 얻는다고 해도 6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재보연은 법적 토지 소유권을 놓고 반발하면서 시행사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재보연 측은 2013년 7월부터 사업구역 내에 위치한 영본빌라, 에이스빌라, B건물에 가등기 및 공유지분 관계를 설정해 사업 주체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 현재 시행사가 확보한 주택건설 대지면적은 95% 이상이다. 이 중 가등기가 설정된 부동산 3곳은 1% 미만에 해당한다. 현재 영본빌라 202호는 33명의 공유자에 11명의 가등기권자, 에이스빌라 502호는 55명의 ‘떼거리 가등기’가 설정돼 있다. B 건물의 경우 1명의 가등기가 설정된 상태로 현재 가등기말소 소장이 접수된 상태다. 시행사와 합의한 다수의 조합원은 재보연의 ‘알박기’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면서 아직 합의금 잔금도 못 받고 있다. 한 합의 조합원은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감정가 7억도 안 되는 영본빌라는 11명이 가등기를 치고, 10억도 안되는 에이스빌라에는 55여명이 가등기를 설정해 지분을 쪼개 알박기하며 개발 사업을 방해 중”이라며 “영본빌라 가등기권자 중에 대통령실 간부가 연루됐다는 사실은 조합원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묵묵부답 한편, A씨는 지난 2일 <일요시사>와 첫 통화에서 “공직자인 내 신상정보를 누구에게 전달받았는지 왜 대답하지 않나. 많이 불쾌하다”며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갈 경우, 개인정보 노출과 공직자 명예훼손이 될 수 있고, 손해를 끼칠 경우 손해를 배상해야 할 수 있음을 고지한다.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후 A씨는 재차 연락을 취해 “공무원이라는 게 요즘은 최고의 약자다. 보도가 한 번 나가면 어떻게든 스크래치가 나지 않나”라며 “조직(대통령실) 대 조직(<일요시사>)의 싸움이 돼 버릴 수 있지 않나”고 말했다. 취재진은 대통령 대변인실에 “대통령실 간부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입장을 달라”고 질의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힘 장진영 후보 지주택 투기 재조명 22대 총선 서울 동작갑서 낙마한 장진영 국민의힘 후보가 지역주택조합 투기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그는 자신을 상대로 제기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지역주택조합 끼고 투기하는 바보도 있느냐”며 전면 반박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3월12일 장 후보 부친이 ‘2020년 동작구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지의 한 필지를 매입했다가 1년 6개월 후 매도해 약 2배 시세 차익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토지는 맹지에 가까운 ‘ㄷ’자 모양의 비정형 필지로 가등기가 설정된 토지인데, 장 후보 부친이 이를 샀다가 지역주택조합에 되팔면서 시세보다 2배 넘는 가격에 팔아 7억여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장 후보와 지역주택조합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이를 반박했다. 장 후보와 지역주택조합 관계자 두 사람의 말을 종합하면, 2020년 지역주택조합인 한강주택조합은 서울 동작구 본동 지역을 매입해 재건축·재개발을 진행 중이었다. 주택법상 조합인가를 받으려면 사업 대상 지역 토지의 80%를 확보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 당시 한강주택조합도 사업부지를 매입했는데, 대상 토지 중 한 곳에 문제가 있었다. 동작구 본동(노량진동) 190-19 토지에 가등기가 설정된 것이다. 게다가 가등기 설정시기가 1970년대로 필지 등기부등본에 사실상 등기권리자 이름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주소가 명시돼 있었지만 그사이 행정구역 등 개편으로 주소지명이 달라져 권리자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장 후보 부친 도움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당시 매매가는 7억 9000만원이었다. 매매는 장 후보 부친과 조합 측이 직접 진행했다. 가등기 말소 소송도 장 후보 부친이 원고로서 수행했다. 1년 6개월 뒤인 2022년 6월 장 후보 부친은 조합 측에 해당토지를 매각했다. 평당 2800만원으로 같은 시기 조합이 매수한 다른 토지 가격의 2분의 1 수준이었다. 장 후보 부친은 7억9000만원에 해당 토지를 샀다가 15억원에 되팔았지만 시세차익의 절반을 양도소득세로 납부했다고 한다.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