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람들 대기업에 둥지 튼 까닭

국가에 충성하던 비밀요원들 회장님께 충성

국가정보원 출신들이 대기업에 둥지를 틀고 있다. 국정원 전직 고위인사들이 재계에 잇달아 영입되고 있는 것. 기업의 러브콜에 배를 갈아탄 이들의 임무는 대관업무부터 정보전, 루머통제 등 다양하다. 궂은일도 마다 않는다. 각 회사 요직에 배치된 이들의 영입이나 이동은 극비리에 진행된다. 몇몇 핵심 인사만 알고 있을 정도다. 과연 국정원 출신 인사 영입에 열을 올리는 기업의 속내가 뭘까.


퇴직한 국정원 직원 4명 대기업 임원급으로 취업
사정기관 ‘살생부’에 오르내리는 기업정보망 확대

최근 국가정보원에서 물의를 일으켜 퇴직한 직원 4명이 대기업 임원급으로 취업한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에서 근무하다 물의를 일으킨 직원은 A중공업에, 부당한 골프를 치거나 국정원 자체 감사에서 문제가 제기된 지부장 출신 직원 3명은 B양회, C전자, D조선 등에 상임고문으로 각각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지역 지부장(1∼2급)은 간부급으로 상당한 위치다.

국정원 퇴직 직원이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7월 E그룹은 국정원 경제국장을 지낸 박모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같은 달 F그룹도 국정원 경기지부장을 지낸 김모씨를 역시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8년 3월 G그룹도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국정원 대전지부장을 역임한 차모씨를 감사로 선임했다.

이런 움직임은 수년전부터 계속돼 왔다. 지난 2005년, H그룹의 경우 국정원 국내정보 총괄책임자를 역임한 실장급 인사를 회장의 비서실격인 투자관리실 소속 부사장급 고문으로 임명했다. H그룹은 이 인사를 책임자로 하는 ‘대외협력단’을 신설하기도 했다.

앞서 국정원 내부감사를 맡던 과장급 인사는 I그룹에 영입돼 임원으로 대외업무를 맡았다. 같은 해 J그룹도 국정원의 박사출신 기획인력을 스카우트해 임원으로 재직시켰다.

골프, 물의 일으켜 직원 4명 퇴직

이밖에 다른 주요 대기업중 상당수도 국정원 출신 인사들을 이미 채용했거나 현재 영입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경찰·국세청 등의 국가 수사·정보 전문가도 대기업 사이에서 영입 1순위로 꼽히지만, 그중 국정원 출신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덩달아 국정원 ‘정보통’들의 주가도 많이 오른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재계가 국정원 출신 인사 영입에 열을 올리는 속내가 뭘까. 한마디로 말하면 이들이 보유한 ‘정보력’을 활용할 심산이다. ‘정보가 곧 힘’이라는 판단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정보가 모이는 곳에 국정원이 있다’는 말처럼 국정원은 국내의 정치·경제·사회 분야, 나아가 개인정보와 해외 정보까지 쥐고 있다”며 “새 정권에 코드를 맞추기 위해 ‘정보 안테나’를 풀가동하는 대기업 입장에선 국정원 정보부서를 두루 거친 정보통만한 스카우트 타깃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부급으로 영입한 국정원 출신 인사의 주요임무는 대관업무다. 특히 재계는 지금 검찰과 국세청의 사정으로 뒤숭숭하다. 언제 어디로 ‘칼바람’이 몰아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살생부’에 사명이 오르내리는 기업은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자체 정보망을 확대하는 등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느라 분주한 형국이다. 따라서 일부 기업에선 사전 위기관리 차원에서 극비리로 국정원 출신을 껴안은 눈치도 엿보인다.
 
한 업계관계자는 “기업에 영입된 국정원 출신 인사들은 주로 정보수집을 통한 대외업무를 한다”며 “특히 사정설에 휩싸이거나 중요한 사안을 앞두고 정보동향에 더욱 신경을 쓰기 위해 국정원 출신을 영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대형 인수전(M&A)에 뛰어든 그룹이 국정원 출신 인사에 러브콜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그중에서도 열띤 입찰 경쟁이 벌어지는 M&A는 더욱 그렇다. 실제, 그간 벌어진 인수·합병(M&A) 전쟁에서 국정원 출신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진 각 그룹은 정부와 라이벌 동향 파악에 촉각을 세우는 등 정보전에서 치열한 물밑 경쟁을 펼쳤다. 자금조달 능력과 컨소시엄 구성원 등 비슷한 조건에서 승부가 정보전에서 갈리는 상황이 잇따라 연출되기도 했다. 심지어 경쟁사의 회장 일가 사생활 등 약점만 캐러 다니는 전직 국정원 직원들도 있었다. 반대로 총수 일가의 사고 전담처리반 노릇을 하는 이들도 있다. 경영진의 사생활 관련 뒷말이 나오면 다른 민감한 사안을 은근슬쩍 뿌려 무마하는 식이다.

국정원 출신 인사는 회사를 둘러싼 각종 악성루머를 통제하는 일에도 요긴하게 활용된다. 악성루머는 기업의 실적과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가장 경계하는 요소 중 하나다. 한번 퍼진 루머는 좀처럼 진화되지 않는다. 적극적인 해명과 사정당국의 수사에도 헛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진다. 오히려 기업의 강력 대응이 소문의 확대 및 재생산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는 것이다.

M&A 정보전 악성루머 진압반

한 재계관계자는 “기가 막힐 정도로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짜임새를 가진 확인되지 않은 첩보 수준의 ‘찌라시’ 정보들은 금세 입소문을 타게 된다”며 “문제는 이 과정에서 그럴듯한 출처와 여러 정황까지 연계되는 등 더욱 부풀어지면서 루머가 아닌 사실로 대중들에 인지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시중에 루머가 떠돌기 전 차단하거나 이미 나돌았다면 꼬리를 자르는 것이 급선무라고 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따라서 기업들은 사전 위기관리 차원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 사내 부서에 별도로 정보팀을 두고 있다. 이 정보팀에서 맹활약을 하는 게 바로 국정원 출신들이다.

이들은 적게는 2∼3명에서 많게는 5∼6명으로 이뤄져 있다. 단 1명이 움직이는 기업도 있다. 정보를 수집하는 데는 정해진 방법이나 특별한 영역은 없다. 동종업계는 물론 각계각층의 동향, 나아가 특정인의 개인정보와 해외 정보까지 수집해 상부에 수시로 일일보고 하는 게 임무다.

총수일가 사고처리 전담반 노릇 하는 이들도 있어
대기업 러브콜 받으면 “국정원 연봉의 2배는 기본”


이들은 정·관계, 사정기관 등의 동태를 살피며 이들 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정보모임’을 갖고 ‘소스’를 주고받는다. 또 증권가발 정보들을 취합·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과정에서 문서형식의 찌라시가 생산되기도 한다. 총수가 직접 정보맨들의 보고를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재계관계자는 “각종 설이 난무하는 요즘엔 믿을 만한 건 자체 정보밖에 없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 작은 루머와 정보에 큰 기업이 쓰러질 수도 일어설 수도 있는 만큼 국정원 출신 정보맨들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정원 출신들은 언론사를 텃밭으로 활용하고 있다. 각종 매체의 기자들을 통해 다양한 출입처에서 나오는 정보들을 비교적 쉽게 캐치하려는 의도다. 무엇보다 기자들과의 돈독한 유대관계로 호의적인 기사를 끌어낼 수 있다. 반대로 네거티브성 기사를 솎아 내거나 걸러내는 역할도 한다. 최근엔 시민단체를 담당하는 정보맨도 부쩍 늘어났다. 일단 시민단체의 표적이 되면 반기업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를 지켜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불과 얼마 전까지 국가의 녹을 먹던 국정원 인사들이 기업의 ‘보험용’내지 ‘로비용’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대기업이 ‘힘 있는’ 국정원 인사들을 앞세워 ‘방패막이’로 활용하는 동시에 ‘전관예우’ 효과를 볼 요량이라고 지적한다.

파격적 연봉·대우 음지에서 양지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직 고위급 관료들이 대기업 고문, 이사 등 간부직으로 재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들은 사실상 대정부 창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정원 출신 인사를 영입한 기업들은 이런 의혹의 눈초리를 부인하고 있다. 모 그룹 관계자는 “특별한 사안이 있어서가 아니라 회사 업무와 관련한 대외적인 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국정원 인사를 영입한 것”이라며 “기존에도 그룹 내 정보업무팀이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특정 사안과 인사를 연관 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국정원 출신들이 이 같은 시선을 뒤로 하고 대기업을 고집하는 까닭은 뭘까. 우선은 돈이다. 국정원 직원의 연봉은 국가기밀로 취급돼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기본봉급에 각종 수당이 붙는데다 일반 공무원에 비해 활동비 등 혜택을 많아 대기업 연봉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경우 그 조건은 파격적이다. 국정원 연봉의 2배는 기본이라는 게 재계관계자의 전언이다.

음지에서 양지로 나올 수 있다는 것도 메리트다. 국정원 직원은 보안과 기밀을 위해 정체를 숨기고 살아야 한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한다.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퇴직 후에도 국정원으로부터의 관리를 받는다고는 해도 대기업 임원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양지를 당당히 활보할 수 있다는 건 국정원 직원들에게 거절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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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