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돌고 돌아 돌아온 이대호

부산에 짐 푼 '150억 사나이'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이대호(35)가 친정 롯데 자이언츠(이하 롯데)로 돌아왔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의 몸이 된 이대호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렸다. 그의 선택은 친정집으로의 복귀였다. 친청집은 따뜻하게 그를 맞이 했다. 4년 총액 연봉 150억원으로 한국프로야구(KBO) 역사상 최고액을 보장해 주기로 한 것. 2017년 시즌이 벌써부터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롯데는 지난 24일 이대호와 계약기간 4년, 총액 150억원에 FA(자유계약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이대호가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온 것이다. 이대호의 4년 연봉 총액은 KBO리그 역대 FA 최고액이다. 그가 FA 시장에 나왔을 때 국내행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았다.

4년에 150억원
역대 FA 최고액

높은 몸값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의 커리어에 걸맞는 연봉을 제시해줄 국내 구단이 전무해 보였다. 특히 선수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이대호에게 큰 금액을 배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대우를 확실하게 했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연봉을 제시한 것이다. 이 선수도 이에 화답했다.

더 좋은 조건을 마다한 채 한국 무대서 뛰기로 결단을 내렸고, 친정팀인 롯데를 선택했다. 지금까지 4년 연봉 총액은 삼성 라이온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이적한 최형우가 지난해 11월24일 받았던 4년 총액 100억원이었다.

미국과 일본, 국내를 모두 염두에 두고 고민하던 이대호는 일본 프로야구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향팀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게 됐다. 2011시즌을 마치고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해 오릭스 버펄로스,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거친 이대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서 뛰었고, 6년 만에 친정팀에 복귀하게 됐다.


이대호는 “미국서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꿈을 이뤘다. 롯데로 돌아와 팀 동료, 후배들과 함께 우승하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었고 꼭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다시 FA가 된 이대호가 롯데와 계약할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메이저리그 구단 중에 이대호를 1루수 플래툰 자원으로 보고 관심을 보일만한 구단이 있었다. 일본 프로야구서도 이대호의 거취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본인이 “출전 기회를 가장 중시할 것”이라고 해 다시 일본서 뛸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지바 롯데 마린스, 한신 타이거스가 이대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잇따랐다.

올 겨울 전력 누수가 심했던 롯데에 이대호는 놓칠 수 없는 카드였다.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이 개인사를 이유로 이탈한 가운데 FA 황재균까지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루겠다고 제안을 고사한 상황이었다. 롯데는 이대호에게 꾸준한 관심을 보였다. 이번 겨울에도 그에 대한 애정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롯데 이윤원 단장은 “해외에 나가있을 때에도 언제든지 롯데로 돌아올 선수라 생각해 예의주시했다. 이번 비시즌도 마찬가지였다. 말만 하고 지켜본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을 살펴봤다”며 “이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꾸준히 이대호의 움직임을 살피던 롯데는 지난 주부터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이 단장은 사이판서 개인 훈련을 하는 이대호를 만나기 위해 직접 사이판으로 떠났다. 지난 18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등 사이판에 머물면서 그를 설득했다.

이 단장은 “사이판서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직접 사이판으로 간 것에 고마워했다”고 설명했다.


일본·미국 거쳐 6년 만에 친정팀 복귀
망설이다 팬·가족 사랑에 한국행 결심

이제 나이가 적지 않은 이대호도 고향팀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일본 프로야구서 정상급 타자로 활약하고,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룬 그에게 고향팀서의 우승이라는 꿈이 남아있었다.

이 단장은 “이대호 본인도 롯데서 우승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선수와 구단의 뜻이 통했고,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고 말했다.

이대호의 한국행을 결정했던 중요 키워드는 가족이었다. 이 선수는 평소 자녀교육에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1년 시즌을 마치고 해외(일본) 진출했고 우수한 성적도 거뒀다. 일본 진출 첫 해에 오릭스와 계약한 그는 2014년 소프트뱅크로 팀을 옮겼고, 4년간 일본 프로야구서 맹활약했다.

2015시즌을 마치고 돈 대신 꿈(메이저리거)을 택한 이대호는 시애틀과 스플릿 계약을 맺고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로 합류했다. 이대호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메이저리그 로스터 한 자리를 꿰찼고,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서 10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3(292타수 74안타) 14홈런 49타점 33득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해외 진출에 평가는 긍정적이었지만 이대호 본인은 자녀교육에 대한 고민으로 한국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초 해외파의 WBC 출전 의사 확인 차 미국을 다녀온 이순철 WBC 타격코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이대호가 한국에 오고 싶어 하더라. 출전시간 보장도 큰 걸림돌이지만 무엇보다 아이들 교육을 많이 걱정하더라”라고 언급했다.

1루수 4번 찜
주장으로 활약

특히 장녀 효린양의 정체성을 놓고 고민이 깊다고 했다. 효린양은 이대호가 일본에 진출할 무렵에 태어나 그곳에서 유아기를 보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미국생활을 하면서 환경과 문화적 차이에 꽤 힘들어했다는 후문이다.
 

가정적인 이대호도 오랜 해외생활에 지친 딸을 매우 안쓰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고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의 한국행이 가능했던 것은 상호 신뢰감이 돈독한 팬 때문이었다. 그는 한국행이 결정되면서 “해외리그서 뛸 동안에도 항상 저를 끊임없이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너무 그리웠고, 우리 팬들을 다시 만난다는 것이 너무나도 설렌다”며 “마음으로 대하고 가치를 인정해주신 구단에도 감사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국제신문>에 따르면 사이판서 정훈 등과 함께 개인 훈련 중인 이대호와 전화 통화를 바탕으로 보도자료를 작성한 구단 홍보관계자는 이대호가 끊임없이 강조한 것은 팬들이었다.


이 관계자는 “보도자료에는 팬들이 두 차례 언급됐지만 이대호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우리 팬들’이라는 말을 거의 빼놓지 않았다”며 “후배들과 함께 팬들이 보는 앞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 전했다.

롯데 입장서도 이번 이대호의 영입으로 한숨 돌리게 됐다.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선수들을 이끌어줄 베테랑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단장은 “이대호가 이전에 롯데에 있을 때도 리더십을 보여줬고,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며 “팀 분위기를 활기차게,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복귀로 롯데는 막강 타선도 구축하게 됐다. 손아섭, 최준석, 강민호, 이대호 등으로 이어지는 ‘강타 라인업’은 향후 포스트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최형우와의
라이벌 예고

이대호는 막강한 티켓파워를 가진 프렌차이즈 스타이기도 하다. 2001년 2차 1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이대호는 2008∼2011년 롯데의 4번타자로 활약하며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고, 한국 프로야구 최초 타격 7관왕, 9경기 연속 홈런을 달성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로 활약했다.


사실상 최근 11시즌 동안 롯데의 전성기는 그의 전성기와 맞닿아 있었던 셈. 그가 복귀 후 선전한다면 최근 4년간의 부진으로 돌아선 ‘부산갈매기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100만 관중을 달성하고 관중 동원 1위를 달린 롯데는 2013년 77만731명으로 관중수가 뚝 떨어졌고, 2014년(83만820명)과 2015년(80만962명) 90만 관중도 채 넘기지 못했다. 지난해도 롯데는 85만2639명 관중에 머물렀다.

이대호가 롯데로 돌아오면 1루수 4번타자와 더불어 팀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 측은 이대호와 롯데 팀원들이 처음 만나는 롯데의 미국 애리조나 캠프 상견례 자리서 그를 주장으로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시즌엔 포수를 맡고 있던 강민호가 주장직을 수행했다. 롯데는 강민호가 포수라는 중책을 맡고 있어 부담을 덜어주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의미에서 이대호에 주장을 맡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이대호의 친정 복귀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이대호의 한국행으로 지금까지 그가 선수로서 얼마나 연봉을 챙겼는지도 관심이 쏠린 것. 연봉 추이를 보면 그의 성과를 대략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국내 간판타자가 얼마나 벌었느냐는 호기심도 포함됐다.

이대호는 지난 2001년 2차 1순위에 지명돼 롯데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는데 당시 연봉은 프로선수 최저인 2000만원이었다. 이대호의 이번 연봉이 평균 37억50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6년 만에 187배 치솟은 셈이다.

이대호는 2006년 첫 억대 연봉(1억3000만원)에 진입한 뒤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2007년 곧바로 3억원(3억2000만원)대로 들어섰고, 2011년에는 6억3000만원을 끝으로 일본으로 진출하며 큰폭으로 뛰었다. 오릭스와 2년간 7억6000만엔(약 78억원)에 계약한 이대호는 소프트뱅크로 자리를 옮겨 2년간 12억5000만엔(약 129억원)의 연봉을 기록하는 등 천정부지로 몸값이 솟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시애틀과 스플릿 계약서 400만달러(약 46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게 됐다. 이번 롯데와 4년간 150억원의 역대 최고액을 받게 된 이대호는 입단 계약금 포함 연봉 누적 429억 2900만원을 적립하게 된다. 연평균으로 계산하면 21억4645만원 수준.

롯데 애정공세로 계약성사
국내서 선수생활 마무리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간판타자’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승엽(41·삼성)과의 격차가 현격하게 좁혀졌다는 점이다. 이승엽은 올 시즌 종료 후 은퇴할 예정인데, 그가 활약한 23시즌 동안 벌어들인 총 연봉은 462억9200만원으로 이대호의 연봉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이번 이대호의 복귀로 KIA 거포 최형우와의 연봉 경쟁에도 관심이 쏠린다. 둘 간의 4년 연봉 총액만 250억원으로 자연스런 라이벌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커리어는 이대호가 앞선다. 2001년 롯데서 데뷔한 이대호는 11시즌을 뛰면서 통산 1150경기서 타율 0.309 225홈런 809타점을 기록했다. 그는 2006년 타격 3관왕(타율·홈런·타점)에 오르면서 전성기에 진입했다.

2010년에는 KBO리그 최초로 타격 7관왕 시대를 열었다. 그는 KBO리그 통산 세 번의 타격왕 (2006·2010·2011년)과 두 번의 홈런왕(2006·2010년), 두 번의 타점왕(2006·2010년)에 오르는 발군의 활약을 꾸준히 이어갔다.

이 꾸준함은 해외로 진출해서도 이어졌다. 2012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뒤에도 소프트뱅크서 뛰던 2015년에는 31홈런 98타점으로 활약하며 일본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다. 그해 이대호는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이름을 올리면서 선수생활 최고의 순간을 맛봤다.

지난해 시애틀 매리너스와 스플릿 계약한 그는 14개의 홈런으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물론 이대호의 한국행 이전 가장 높은 연봉을 기록한 최형우의 이력도 화려하다. 전통의 강호 삼성 라이온즈서 활약한 최형우는 2008년 중고 신인으로 신인왕에 오른 뒤 최근 4시즌 동안 평균 30홈런 이상을 때려냈다.

지난해에는 타율과 안타, 타점 부문서 1위로 생애 첫 타격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1년에는 이대호(27개)를 제치고 30홈런으로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풍성한 볼거리
달아오른 부산

최형우는 우승 경험서 이대호를 앞선다. 이대호는 일본 프로야구서 두 번의 일본시리즈 우승반지를 꼈지만 한국시리즈 정상 경험은 물론 한국시리즈 출전 경험도 없다. 반면 최형우는 2011년부터 4년 연속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기록했다.

이대호의 롯데행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주장(2001∼2011년)을 맡았던 조성환 KBS 해설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이대호의 복귀는 나도 고대하던 소식이었다”며 “롯데구단을 깨우고 팬들을 다시 불러모을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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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