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각 대금 3000억원의 행방 묘연해
당기순이익 대부분도 주주배당으로 빠져나가
지난 1999년 해외 사모펀드인 뉴브리지캐피탈에 인수된 데 이어 2005년 스탠다드차타드에 넘어간 SC제일은행이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전국의 영업점 27곳을 폐쇄하는 걸 두고서다. 자금을 회수한 뒤 본국으로 철수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것. 이에 대해 SC제일은행은 비용절감을 위한 방편이라고 해명했지만 쉽게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과거에도 한차례 먹튀 논란으로 몸살을 앓은 바 있어서다.
SC제일은행이 전국의 영업점 27곳을 폐쇄한다. 폐쇄 작업은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완료되며, 폐쇄대상 영업점에 있던 인원은 다른 영업점으로 재배치된다. 이번 결정은 런던 본사에서 직접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서 지휘
폐쇄되는 영업점은 지점 11곳, 출장소 16곳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14개 ▲부산 4개 ▲충남 4개 ▲경기 3개 ▲강원 1개 ▲제주 1개 등이다. 이에 따라 SC제일은행의 영업점은 본점과 기업금융, PB센터 등을 포함해 총 404개에서 377개로 줄어든다. 7%에 해당하는 영업점이 문을 닫는 것이다. 이밖에도 40대 지점이 대상에 포함됐다는 얘기가 내부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영업점 축소에 나선 이유에 대해 “비용절감 차원에서 성장성이 떨어지는 영업점을 통폐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점을 폐쇄시키는 등 자산매각으로 자금회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의 전력 때문이다.
SC제일은행이 자산매각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경북 포항합숙소를 시작으로 2008년 서울 우이동 연수원, 최근에는 서울 지점 수십 곳 까지 지속적으로 매각을 추진해왔다. 이 기간 중 매각된 부동산은 모두 35건, 매각액수는 3003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서울 잠실 전산센터도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전산센터의 가치가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매각자금의 사용처다. SC제일은행은 부동산 매각자금 중 일부를 리모델링, 채널다각화 등 재투자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머지 자금의 행방은 묘연했다. 자연스레 SC제일은행의 지분 100%를 소유한 스탠다드차티드은행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이에 SC제일은행 노조는 사용처 공개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끝내 이를 외면했다.
그러던 지난해 10월 이 문제가 국감의 도마에 오르자 그제야 SC제일은행은 입을 열었다. 그마저도 “전산시스템 등에 2000억원을 투자했다”는 두루뭉실한 답변이었다. 게다가 SC제일은행은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전산투자가 전혀 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을 2년 연속 받은 바 있어 이들의 해명은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켰다.
실제, SC제일은행의 전산시스템은 지난 2005년 스탠다드차티드은행 서울지점과의 합병 후부터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20년이 지난 전산시스템을 핵심 시스템으로 사용하는 등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주주배당 62%
이 뿐만이 아니다. 당기순이익의 대부분도 배당으로 빠져나갔다. SC제일은행은 2009년 당기순이익 4300억원 가운데 58%에 해당하는 2500억원을 스탠다드차티드은행에 배당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220억원으로 1100억원이나 줄었지만 배당은 오히려 62%로 늘었다. 이는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30%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금융당국은 은행도 재투자를 통해 생산성, 수익성을 확보를 위해 고배당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탠다드차티드은행의 ‘먹튀’ 의혹이 불거졌다. 잇단 부동산 매각과 고배당이 결국 ‘먹튀’를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것. 이 같은 상황임에도 SC제일은행은 외국계 기업이 본국으로 자금을 이체하는데 쓰이는 MR계정도 명확히 공개하지 않아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재 SC제일은행은 투자를 통한 장기적 성장에는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돈을 챙겨가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이 같은 SC제일은행의 행보는 론스타-외환은행과 묘하게 오버랩 된다. ‘론스타 사태’로 우리 국민은 거액의 수업료를 지불해야 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