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김창식씨의 기약 없는 고행길

법원 1백번 ‘들락날락’“삶 갈기갈기 찢겼다”

매일 오전 6시 기상하는 김창식씨. 그가 향하는 곳은 일터가 아닌 집 근처 구립도서관이다. 김씨는 하루 내내 도서관에서 지낸다.
‘열공’이 목적이다. 그가 끼고 사는 책은 법전이다. “읽고 또 읽죠. 그래도 이해가 안 가면또 읽어요”라고 너스레를 떠는 김씨는 법학도가 아니다.
올해 54세인 그는 법조계와도 전혀 무관하다. 너무나도 평범한 김씨가 팔자에도 없을 법한 법공부 삼매경에 빠진 이유가 뭘까.


김창식씨는 내부고발자다. 학교 운영의 부당함에 맞서고, 윗선 비리를 정면으로 공론화 했다가 하루아침에 ‘철퇴’를 맞았다. 이후 김씨의 삶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차별적인 대우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세상은 속여도 양심은 속일 수 없었지요. 두 사건으로 평범했던 한 가정이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김씨가 설명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불행의 씨앗은 표창장이었다. 1979년 2월 명문인 A대학에 입사한 김씨는 꼼꼼한 성격 탓에 늘 우수한 근무평점을 받았다. 교학실, 행정실, 기획실, 학생처 등을 두루 거치면서 엄격한 일처리로 ‘포청천’이란 별명도 붙었다.

부당혜택·휴학비리 고발 
파면후 복직…다시 파면
 

그러던 중 김씨는 1998년 2월 학교 신축공사 때 공사비 16억원을 절감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사장 표창을 수여받았다. 동료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게 화근이었다. 학교 측은 통상 이사장 표창시 당사자에 대해 1호봉 특별승급 등의 혜택을 줬으나 김씨에겐 예외였다. 달랑 표창장 종이 한 장뿐이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건 차별이에요. 차라리 상을 주지 말던가 말이죠.”
김씨는 2000년 10월 교육부에 청원한 결과 학교 측의 부당함이 밝혀져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었다. 김씨의 ‘팽’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학교 측은 2001년 1월 징계위원회를 열어 일방적으로 김씨를 파면 조치했다. 개인 임의대로 교육부에 항의해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이에불복해 복직 소송을 제기, 2004년 7월까지 이어진 총 27건의 재판에서 모두 승소한 끝에 같은 해 10월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당시 주변에선 “새끼줄로 호랑이 잡았다”는 말이 나왔다.
이도 잠시. 그에게 ‘검은 유혹’이 다가왔다. 교학계장으로 복직한 김씨는 2005년 4월 말 학교 운영진으로부터 아무런 명분 없이 자신의 아들을 휴학 조치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아들이 중간고사에서 받은 성적을 모두 삭제하려는 음모였다. 실제 이 운영진의 아들은 개강후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아 2005년도 1학기 중간고사에서 전과목 ‘올 F’학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정상적인 휴학기간이 넘었고, 더욱이 중간고사가 끝난 상태에서 일반휴학은 허용되지 않아요. 다만 군입대가 아니라면병원 진단서를 첨부해 질병휴학을 신청해야 하는데 아무런 증빙 서류가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재량껏 은밀히 처리해 달라는 검은 청탁이었죠. 일반 학생은 꿈도 못 꿀 일이에요.”

김씨의 완강한 거부에 경영진은 또 다른 직원들을 통해 아들의 일반휴학 허가증을 급했다. 당연히 아들의 전과목 F학점 기록도 삭제됐다. 이를 뒤늦게 확인한 김씨는 참다 해 같은 해 10월 학교 이사장에게 운영진의 휴학비리를 고발했지만 돌아온 건 해고 통지서였다.
“내 회사를 고발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결정이었습니다. 내부 비리를 털어야 회사가 바로 설 수 있다는 신념과 조직에 대한 사랑, 충성심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학교 측은 내부고발 10일 만에 직위해제 하더라고요. 명예퇴직을 종용했으나 응하지 않았습니다. 잘못한 게 없는데 어떻게 제 발로 나갑니까. 그렇게 버티다 결국 해고됐습니다.”

2006년 1월 강제해임 당한 김씨는 보름후 검찰에 휴학비리 고소와 복직 소송을 냈다.
법정공방은 쳇바퀴 돌듯 반복됐다. 김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법원을 들락날락했다. 지금까지 적어도 1백번 이상 법원 문턱을 넘었다는 게 그의 전언.
하지만 김씨는 그 높은 문턱을나올 땐 무지의 한계를 몸소 느껴 한숨을 길게 내쉬지 않은 적이 없다. 김씨가 다시 펜을 들고, 법전을 끼고 사는 이유다. ‘나홀로 소송’을 벌이는 그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빵빵한 스타 법조인들로 이뤄진 반대편 변호사 진영을 상대하려면 기초적인 법 지식 없이는 대결 자체가 불가능했다. 국선변호사가 있었지만 형식적인 도우미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변호사 수임료를 어떻게 감당합니까.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요. 10년 가까이 법전과 씨름한 결과 이제는 어느 정도 숙지해 ‘반 변호사’란말까지 들어요. 소장도 후딱 만들 정도죠. 이참에 아예 이 길로 나설 요량에 법무사 시험에도 응시할 생각입니다.”
그의 외로운 사투는 제빛을 내지 못했다. 무혐의, 항고, 재수사명령, 무혐의, 재항고, 각하 등으로 진행된 휴학비리 사건은 결국 마지막 보루인 헌법재판소에서 무혐의로 최종 마무리됐다.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준 법원은 “휴학은 학교 자유재량”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의 판결은 학점 보완책으로 부정휴학을 제시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쓰레기 학점을 받아도 학교 재량만 얻으면 깔끔하게 청소되는 셈이죠.”
문제는 해임무효 소송. 2007년 10월 이후 4차례에 걸친 변론준비기일만 잡힌 채 감감 무소식이다.
지난 1월 4차 변론준비 종결 후 현재까지 10개월이 넘도록 답보 상태다. 김씨의 재판 기일탄원도 소용없었다. 김씨는 급기야 최근 대법원장과 담당 부장판사를 상대로 직무유기로인한 손해배상 소송까지 냈다.

“무더위에 수박 한덩이도…”
정신·경제적 고통 호소

“법원은 복직 소송에 대해 1년 넘게 ‘꿀 먹은 벙어리’마냥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그저 팔짱만 끼고 있어요. 이기든 지든 재판이 열려야 끝이 날 게 아닙니까. 설마 사건을그대로 덮으려는 속셈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시간이 지나니까 공방 상대방이 학교가 아니라 법원으로 바뀌더라고요.”
재판이 ‘홀딩’되면서 김씨뿐만 아니라 가족이 겪고 있는고통의 나날도 하루하루 연장되고 있다. 김씨는 가족 모두의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호소했다.
김씨는 극도의 정신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 게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하소연했다. 최근엔 안면마비 증세까지 생겼다.
김씨의 부인도 사정은 같다. 남편이 해고된 뒤 두통, 위염, 불면증, 이명현상 등의 증세로 바깥출입조차 힘겹다고 한다.

대학생인 딸은 은행에서 대출 받아 등록금을 간신히 몇 번 냈지만, 재판이 장기화되자 등록금을 감당 못해 결국 3학년 재학 중 휴학계를 냈다.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은 다니던 학원을모두 끊었다. 김씨 부부에게 매일 같이 학원에 보내 달라고 조른다고 한다. 가족의 몸과마음이 갈수록 황폐화되자 김씨의 부인은 “재판을 열어 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고 재판장님의 처분만 목 빠지게 기다리며 연명하고있습니다…10여년의 고통으로 심신이 병들고 황폐해져 이제 한 끼의 식사도 힘겨운 폐인이됐습니다…부모 눈치만 보고 말을 잃어가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미어집니다…고기는커녕 무더위에 수박 한 덩이도 마음 놓고 먹일 수 없는 어미의 심정을 헤아려 주세요….’

김씨의 수입이 끊기면서 가정경제도 엉망진창이 됐다. 여기저기 ‘빚잔치’다. 지인들에게 ‘구걸’하다시피 꿔온 돈만 1억원이 넘는다. 한달에 고정적으로 45∼50만원이 이자 비용으로 나간다.
북한산 자락 산동네에 자리 잡은 집은 압류된 지 오래다. 각종 세금은 물론 5백여만원의 의료보험료 미납으로 매일 독촉전화가 온다. 신용카드, 예금통장 등도 채권압류로 묶여 있다. 김씨는 학교에서 근무한 27년치 퇴직금 4억원 정도가 있지만, 학교 측은“최종판결 전까지 줄 수 없다”며 지급을 미루고 있다.
“삶이 고달파요. 육신과 영혼이 황폐해질 정도로 괴롭습니다. 양심의 목소리를 냈을 뿐인데 하늘이 원망스러울 따름이에요. 가족들에게 미안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죠. ‘여기서 나까지 흔들리면 이 가정이 깨지겠구나’하는 생각에 중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역부족입니다.”
그는 소송이 ‘투병 생활’과 같다고 정의했다. 그래서 김씨에게 “혹시 내부고발을 후회하지 않는가”란 질문을 던졌다. 그는 뜻밖에도 “후회막급”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직장 비리는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 능사인 것 같다”는 회한도 마구 쏟아냈다.
“솔직히 후회합니다. 이지경까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처참한 생활을 알았으면 내부고발은 물론 소송 시작도 안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수렁에 빠지는 느낌입니다. 세상이 더럽더라도 그냥 놔둘걸 그랬어요. 최소한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말이죠. 시간을 되돌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실추된 명예를 반드시 회복하겠다는 김씨의 의지는 그대로다. 자신의 말이 옳다는 것을 복직을 통해 증명하겠다는 각오다.
“시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죠. 내년엔 끝나겠죠. 하여튼 하루 빨리 법원과의 악연을 끊고 싶을 뿐입니다.”

27년 퇴직금 4억원 묶여
“최종 판결 전까지는…”


김씨는 지금도 어디선가 내부 고발의 병폐를 알리고자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고통을 호소하는 그의 눈물은 거대한 장막 뒤에 가려져 점점 메마르고 있다.
“법원이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면 한 가족의 인생이 이렇게 휴지통에 버려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한 맺힌 외침이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공허한메아리로 그치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그리고 그는 단언했다. “참된 목소리가 보복을 당해도 구제를 요청할 곳은 대한민국엔 없다”고.

사진=송원제 기자


<보호책은?>

“보복, 대책 없다!”

내부고발자 보호책은 갖춰져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공익제보자를 보호할 만한 제도적장치는 미흡한 형편이다.
현행 부패방지법에 따르면 보호 가능한 내부고발자를 공직자와 공공기관이 관계된 부패행위 제보자로 제한하고 있다. 민간부문인 경우 원상회복 등을 강제할 수 없고 권고 외에는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결국 공익제보자가 보복 징계를 당해도 구제를 요청할 곳이 없는 셈이다. 예외적으로 국가청렴위원회에 신고된 경우에만 민간영역의 내부고발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있지만, 위원회가 독자적인 조사권이 없어이 역시 미흡하긴 마찬가지다.



법조계 전관예우 <실태>

1~20위 변호사 90% 최종 근무지 개업
법원장 출신 1년내 최종 근무지  사건 수임

법조계의 ‘전관예우’문제가 또다시 도마에올랐다.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우윤근(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하반기 형사사건 수임 건수에서 1∼20위를 차지한 변호사 중 17명이 자신의 최종 근무지에서 개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1위를 기록한 조모 변호사는 대전지검에서 퇴임한 뒤 대전에서 개업해 하반기에만 64건을 수임했다. 2·3위인 김모·이모 변호사는 인천지법에서 옷을 벗고 인천에서 개업, 각각 62건과 57건의 사건을 수임했다. 7~20위에 오른 변호사 역시 모두 최종 근무지에서 개업해 35~48건의 사건을 맡았다.
이날 참여연대도 비슷한 결과를 발표했다.

참여연대가 2004∼2007년 퇴임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들의 사건수임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퇴임해 개업한 고등법원장 7명과 지방법원장 13명 모두 퇴임일로부터 1년 이내에 최종 근무했던 법원의 사건을 수임했다. 이들 법관이 맡은 사건은 판결문 등을 통해 확인된 것만 모두 2백10건으로 이중 형사사건이 1백55건(73.8%)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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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