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는 국론분열벨트가 아닌 국가비전벨트”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⑤>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 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 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다섯 번째로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를 만나봤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시대를 여는 벨트 돼야
대한민국 제2의 세종르네상스 열 수 있어

“세종시 주변에는 전국 공공 연구기관의 29%, 대학 연구소의 30%, 기업 연구소의 33%가 집결돼 있다. 세종시는 지난 40년간 30조가 투자된 대덕 특구, 오송 오창 생명과학단지, 천안 아산 디스플레이 산업단지로 연결돼 비즈니스 파급 효과가 크다. 세종시는 입지 최적지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세종시 사수’를 위해 전방위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를 지난달 23일 의원회관에서 만나봤다. 대정부 질문을 하루 앞둔 이날, 인터뷰 직전까지 지역구를 돌며 지역 주민의 고견을 담아온 심 대표는 “언제나 국민 중심의 정치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난주 대정부 질문에서도 역시 과학비즈니스벨트가 화두던데.
▲ 지난해 세종시 원안 수정 논란 당시 국론 분열과 정부 불신 현상이 대단히 컸기에 대정부 질문에서 세종시 해법을 제시했었다. 세종시 수정안의 경우 법으로 바꿔야 되는 것을 총리가 먼저 말 한 마디 던지고 대통령이 뒷받침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과학벨트도 책임 있는 국가 기관의 결정으로 결론난 사항인데 어느새 다시 지역 간 유치 감정이 격화되고 국론도 분열됐다. 참담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번에도 법으로 하면 된다. 대통령이 이미 충청권에 한다고 공약을 한 상황에서 정부는 정책을 만든 그대로 가만히 놔두면 결국 국회가 법대로 처리한다. 말을 해서 문제를 만든다. 박수받으면서 추진할 수 있는 중요한 일들을 온 동네를 시끄럽게 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세종시 ‘과학벨트’ 최적 입지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어

- 과학벨트가 세종시로 가야하는 큰 이유가 있는가.
▲ 이미 과학자와 전문가들, 특히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 가속기를 활용할 과학자들이 최종적으로 세종시로 가야 된다고 선택했다. 정부 기관도 옳다고 거들었다. 결국 세종시로 가야된다고 지난해 1월11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했다. 또한 세종시는 땅이 이미 매입돼 있는 상태다. 과학벨트에 소요되는 땅의 면적은 대략 100만~150만 평이다. 확장 가능성까지도 살펴보면 대략 200만 평 정도 소요되는데 다른 지역으로 가면 땅을 매수하는 데만 2~3년 정도 흐르고 그런 과정에서의 주민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 실질적으로 지역 주민들을 달래고 정상적으로 추진하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간을 떠나 다른 지역은 기존 도시 내 최소 100만 평 가량의 대지 조성이 어렵다. 확장 가능성을 봐도 세종시가 최적이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토지 매입비가 없으니 돈도 절약할 수 있다. 중이온 가속기 100만 평, 기초과학연구원 50만 평 등 당장 사업 시행이 가능한 부지는 한강 이남에 세종시밖에 없다.

- 대전·천안 유치 목소리도 높던데.
▲ 천안 얘기도 나오고 하지만 이미 충청권 3개 시도가 ‘세종시가 최적의 입지’라고 합의하고 결론냈다. 충청권 3개 시도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도 이미 나왔다. 대덕 특구의 응용과학에 오송의 생명공학, 세종시의 기초원천 기술을 연계시켜 국가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은 세종시뿐이다.

- 중이온 가속기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 우리나라 과학 기술은 지금까지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거나 차용해 운영해 왔지만 이제는 선도 기술이 아니면 선진국 진입이 힘들다. 지금껏 나노 기술을 가지고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려 했는데 나노를 뒷받침하는 것이 포항에 있는 방사광 가속기와 경주의 양성자 가속기다. 방사광 가속기 나노 기술은 10억분의 1 크기의 입자를 분석한다. 하지만 중이온 가속기는 이보다 100만분의 1 크기로 더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초 연구 기능을 지녔다(총 1000조분의 1미터 측정 가능).
중이온 가속기 설치와 관련, 프랑스는 이미 착공했고 미국은 입지를 선정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 시대에서 기술이 1년이 늦어지면 2~3년 정도 기술 후진 효과가 발생한다. 결국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하고 의미 없게 될 것이다.

- 과학벨트는 근본적으로 분리돼 유치될 수 없는 것인지.
▲ 과학벨트는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 가속기, 기업의 기술을 매각하고 응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함께 묶으려는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은 3000명의 연구원을 고용해 추진하려는 것인데 실제 고용원은 500명 정도이고 나머지 2500여 명은 대덕 연구단지 연구원을 모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이온 가속기가 포항에 가 있고, 연구원은 대덕에 있는 식으로 전부 흩어져 있으면 안 된다. 연구원 본연의 연구도 하면서 원천 기술 개발 연구도 겸해야 되는데 옆에 있는 게 아니라면 정상적으로 돌아가겠나. 현재 방사성 가속기 이용률이 실질적으로 50%가 안 된다. 대학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방학이 아니면 연구할 시간이 없다. 결국 나머지 10개월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옆에 있으면, 2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으면 가능하다.

- 구제역으로 온 나라가 야단법석인데, 재발 방지가 가능한 것인지.
▲ 구제역 재발 방지라는 말 자체가 허구다. 우리나라 축산 방식으로 재발하지 않게 만들기는 어렵다. 덴마크나 스웨덴 등 북유럽 축산 국가들이 기르는 돼지는 한데 모아 사료를 먹여 키우는 것이 아닌, 충분히 기초 체력을 늘릴 수 있는 운동장을 주고 사료도 자연 사료를 주면서 키우는 방식이다.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는 경쟁이 안 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많은 생산을 하려 하니 사료를 먹일 수밖에 없다. 공장에서 나오는 사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재발 방지는 어렵다. 근본적으로 축산업 방식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 침출수 후유증이 아니라 우리나라 축산 농가가 붕괴되지 않게 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

- 축산 농가의 붕괴는 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데.
▲ 그렇다. 보상금 몇 푼 던져주고 알아서 하라는 것은 안 된다. 돼지 농가를 보면 모돈(母豚)을 만드는 데 1년, 모돈 생산에 1년 반이 걸린다. 종돈을 구할 곳이 없다. 과거엔 종돈이 5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20만원 줘도 못 구한다. 구제역 끝나고 축산 농가가 다시 조업을 하려고 할 때 기반이 없어서 못한다. 기반 자체가 무너졌다. 정부에서 외국 것을 사오라고 할까 걱정이다. 우리가 공급하기 힘든 축산국이 되면 이번에 보듯이 캐나다에서 돼지고기를 수입하는데 관세를 25% 감면해 주니 그 쪽에서 오히려 관세를 올렸다. 그래도 어떻게 할 수 없다. 미국산 소도 3년 이상 된 것은 우리가 안 먹는다 했는데 그런 조건도 없어졌다. 이번 구제역은 농가 붕괴일 뿐 아니라 국민 건강과도 직결됐다. 정부가 이 점도 생각해야 된다. 국익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 1차 산업의 붕괴는 3차 산업으로 붕괴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은가.
▲ 축산은 유일하게 농가에서 단기간 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농업 생산품이다. 채소도 있긴 하지만 금액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농촌 경제를 완전 붕괴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이미 관련 산업도 붕괴됐다. 농가에 농약을 공급했던 농약 소매상은 이미 몇 달째 조업을 못하고 있다. 사료 중간 도매상도 완전히 붕괴됐다. 족발·순대국 파는 사람들도 영향 받았다. 결국 1차 산업의 붕괴는 3차 산업까지 붕괴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중요한 포인트다.

합당 문제 ‘간단하지만 어려워’
정책 중심 정당 되면 언제든 가능

- 원 소속이었던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와는 교류가 있으신지.
▲ 행사장에서 가끔 마주치면 인사나 나눌 뿐 따로 만나 식사나 교류를 한 적은 없다. 이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개인적인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당시 나는 선진당 대표였지만 총재와 대표 사이에서 함께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 선진당과의 합당설이 심심찮게 제기되던데.
▲ 나는 직접적으로 그 얘기를 거의 못 들었다. 내가 선진당을 탈당한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선진당이 변하지 않으면 충청권 지지 기반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정당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당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1인 중심의 정당 운영을 바꿔야 된다고 봤다. 정책은 어디 가고 때마다 임기응변 식으로 당이 운영됐다. 원칙과 정책이 당을 뒷받침 하는 구조로 가야 된다. 그게 바뀌면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 그때 탈당 선언한 내용을 봐도 그렇다. 하지만 지금 선진당이 그런 변화를 시도하고 있나? 나는 간단하다. 국회의원 1명이기 때문에 간단하다. 선진당의 변화가 없는데 합당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 인구 500만 충청인의 단결이 타 지역에 비해 잘 안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 내가 일관되게 하는 얘기가 있는데, 나는 큰 욕심 있는 정치인이 아니다. 대전 충남에서 JP 이후 충청 정치 세력을 하나로 가져가야 된다는 생각에 정치를 시작했다. 그 뒤 훌륭한 후배들을 잘 이끌어 결집된 충청 정치 세력에 대한 희망을 품었다. 다음을 어떻게 잘 키워갈 것이냐는 쪽에서 내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본다. 그것이 바로 아직 내가 정치에서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후배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되는데 선진당에서는 그게 힘든 분위기라 탈당했다. 다양한 후배들에 의한 충청권 정치 세력화를 위해 내가 더 노력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1인 중심 정치가 지속되기는 쉽지 않다. 3김 이후 종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 JP(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자주 뵙는지.
▲ 충청도는 신의와 예절을 중요시 여긴다. 쉽게 얘기하면 효(孝)가 모든 것의 근본이라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인간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의정 활동을 하는 가운데 시간을 따로 내 찾아 뵙기도 하고 간혹 연락도 드린다. 아직도 나는 JP만 한 정치력과 식견을 가진 정치 지도자를 본 적이 없다. (JP에게) 좋은 말씀 많이 듣는다.

국민은 대통령과 정부 말 믿지 못하는 실정
‘대통령 공약’ ‘정부 발표 정책’ 약속 지켜야

- 충청인의 이념적 성향이 보수인지 진보인지 아리송한데.
▲ 지금은 보수 대 진보라는 2분법적 구분을 지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보수가 진보도 되고, 진보가 보수도 된다. 정책의 선택 측면에서 보수적인가 진보적인가로 평가한다. 우리 당이 직접적으로 추구하는 ‘국민 중심’의 정치는 보수냐 진보냐와 상관없다고 본다.

- 최근 개헌도 정치권의 큰 화두 중 하나인데.
▲ 개헌 논의엔 주로 권력 구조 개편 얘기가 나온다. 권력 구조 개편도 중요하지만 사실 헌법 내용 중 먼 미래를 내다보고 바꿔야 될 부분이 조금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보면 헌법 내에 국회의원 수를 한정해 놓은 나라도 많지 않다. 과거 정치적 이해 관계로 늘렸다 줄였다 해서 그런 것 같다. 고쳐야 될 부분이 있다는 면에서, 국가 경영이 달라져야 된다는 면에서는 많은 국민들과 전문가들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 개헌 타이밍은 아니라고 본다. 한가하게 개헌 논의 할 때가 아니다. 서민 경제도 많이 어려워지고 구제역 등 국가적 난제를 해결해야 될 시점에서 개헌 논의는 힘들다. 심지어 개헌에 대한 의구심도 많지 않은가.

- 임시국회에서 대통령께서 개헌을 발의할 것이라는 일각의 소문도 있던데.
▲ 대통령 임기가 2년 남았기 때문에 2년이라는 기간으로 보면 임기 내 개헌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도 그렇게 판단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개헌을 들고 나온다고 해서 국가적으로 어려운 난국이 수습될 것인지에 대해 우려하는 국민들이 많다.

- 현 정부의 국정 운영을 평가하신다면.
▲ 정부가 잘하고 있는 부분도 있고 못하는 부분도 있다. 외교와 경제를 잘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지만, 서민 생활과 직결된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고 들었다. 현 정부의 본질적 문제는 국민의 신뢰·통합·안정을 먼저 생각하는 국정 운영을 못한다는 점이다. 또한 말과 행동이 달라지는 부분에서 국민들은 많은 우려를 한다. 국정 운영의 원칙과 철학이 없다. 국민들이 ‘당신이 하는 일을 믿습니다’ ‘적극적으로 지지합니라’라고 얘기하는 신뢰가 있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대통령직 수행이 어렵다.

MB정부, 지금 개헌 타이밍 아냐
국정 운영의 원칙과 철학 없어

- 도지사 시절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는.
▲ 내가 도지사 하면서 대전시를 분리시켰다. 대전시가 전국 체전에서 15개 시도 중 14등을 했다. 하지만 대전시는 2000년에 전국 16개 시도 중 1등으로 올라섰다. 1970년 이후 지난 40여 년 동안 서울 경기를 제외하고 다른 지역에서 1등을 한 곳이 없다. 또한 충남 도민 1인 소득은 전국 2위다. 울산 다음이다. 다들 서울이나 경기도나 경상도가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충청도가 낙후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옛날 사람들 얘기다. 통계를 보고 얘기해야 한다. 충청도에 삼성전자 및 각 산업 단지 벨트를 만들어 추진했기 때문에 그 기반이 어느 곳보다 더 확고하다. 1995년도에 수출 실적이 30~40억 달러 규모였다. 그때  내가 선거 공약으로 앞으로 10년 이내 500억 달러의 실적을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나 때에는 못 했지만 결국 작년에 충남 수출 실적이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행정 책임자가 의지를 갖고 하면 결국 지역 발전을 실천할 수 있다. 대한민국도 대통령이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국민과 함께 가면 된다.

- 심 대표께서 생각하시는 공정사회란 어떤 모습인지.
▲ 공정사회는 서민들이 생각하기에 ‘내가 정부로부터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법과 경제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정부가 나를 차별하지 않고 무시하지 않고, 내가 받을 수 있는 충분한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을 국민들은 원한다. 입으로만 떠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 국민이 생각하는 바를 하나씩 실천하다 보면 자연히 공정사회가 이뤄진다.

정리=백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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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