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24시간 현장 행정’으로 민(民) 섬기겠다"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3> 김문수 경기도지사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이번이 세 번째로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서면으로 만나봤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경기도 과천에 유치돼야
‘자유민주주의’ 추구로 대한민국 잘 살게 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더 낮은 곳으로 더 뜨겁게’라는 주문을 머릿속에 자주 떠올리고자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김 지사의 서민밀착 행정은 지난 설 연휴 기간에도 이어졌다. 김 지사는 지난 2일 택시운전에 나섰다. 그의 택시운전은 이번이 24번째로 이제껏 총 2,756km를 운행했다. 지난 2009년 1월27일 첫 택시운전을 시작한 김 지사는 어느새 택시운전 2주년을 맞았다. 그는 “택시 운전대를 잡으면 뒷좌석에서는 결코 알 수 없는 도시의 모습이 펼쳐진다”면서 “택시 운전의 생생한 현장감은 공무원의 보고서보다 낫고, 더 가까이에서 국민의 삶을 공감할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사회주의는 ‘현실’ 아닌 ‘이상’
소련 붕괴 지켜보며 현실 직시

- 과학비즈니스벨트 ‘과천 유치’를 주장했다. 충청권 유치는 지난 총선·대선 한나라당 공약 아니었나.
▲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정치인의 표 논리로 결정해서는 안된다. 어떻게 하는 것이 과학기술을 위해 바람직한지 정치인을 배제시킨 채 과학자분들에게 의견을 물어 결정해야 한다.

- 김 지사는 ‘정통 보수층의 지지가 다소 미흡하지 않나?’ 라는 일각의 지적이 있는데.
▲ 보수층의 지지 없이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만큼 다양하고 폭넓은 경험을 한 사람도 없다. 노동운동과 민주화 운동으로 옥고를 치렀고, 국회의원·도지사 등 상하 계층을 넘나들며 보수와 진보의 생각을 담아낼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를 펼칠 수 있게 됐다.

- 노동운동을 하다 보수 정당에 입당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 오랫동안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했고 민중당을 통해 진보 정치를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소련 붕괴를 보며 사회주의는 ‘이상’일 뿐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 후 우리 대한민국이 선진 강대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결심한 결과 입당하게 됐다.

- 각종 ‘운동’ 과정에서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을 텐데.
▲ 노동운동을 통해 머릿속에만 있던 이상을 현실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밑바닥 삶을 살아왔다. 사람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 익히 잘 알고 있다. 지금도 그 마음 변함없다. 자나깨나 오로지 국민에 대한 헌신과 나라를 위해 애국하는 마음으로 한결같고자 노력한다.

- 지방 행정을 이끌며 어떤 점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경제적 약자분들을 뵐 때 마음이 아프다. 어렵고 소외된 곳에서 따뜻한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분들을 잘 보살피고 불편함을 덜어드리는 것이 공직자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경기 북부 한센촌에 ‘행복학습관’을 지어 드린 적이 있는데, 그 분들이 배우고 익혀 이메일을 통해 ‘고맙다’는 인사를 나에게 전해왔다. 그때 진정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 민주당이 다수인 도의회와의 관계는 어떤가.
▲ 도지사와 도의회는 도정을 이끌어가는 두 축이다. 집행부는 앞바퀴고 도의회는 뒷바퀴다. 앞·뒤 바퀴가 잘 맞물려 돌아가려면 상호 협력이 중요하다. 민주당을 도의회 다수당으로 만들어 준 것도 도민의 뜻이다. 분점 정부 상황에서 도민이 진정 원하는 것은 끝없는 싸움보다 ‘대화와 타협’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경기도는 무상급식 논란을 친환경 급식 확대라는 묘수로 풀어 상생의 길을 열었다. 서울보다 면적이 17배나 넓고 인구도 150만 명이나 더 많은 경기도는 할 일이 참 많다. 의회와 싸우고 갈등할 시간이 없다. 의견 충돌도 있겠지만 상호 존중하는 마음으로 여소야대 정국을 지혜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민 머슴돼 정직하게 봉사하고
도의회와 적극적인 소통하겠다

- ‘유기농 식자재’라는 조건부 무상 급식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해달라.
▲ 경기도는 2011년 예산심의에서 무차별 무상급식이 아닌 친환경 급식 확대를 위해 관련 예산을 58억원에서 400억원으로 증액했다. 일부 언론에서 경기도가 무상급식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잘못됐다. 친환경 급식은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유기농산물이나 G마크 농산물을 학교급식 식자재로 공급할 수 있도록 농가나 생산자 단체에 경기도가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임과 동시에, FTA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내 농가에게 WTO 협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도움 드릴 수 있는 일석이조 이상의 아이디어다.

친환경 급식 ‘아이들+도민 농가’ 윈-윈 전략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큰 기회 ‘꼭’ 이뤄내야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에 급식하려면 친환경 농산물이 일반 농산물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공급자는 일반 농산물 가격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에 납품하고, 그에 따른 차액을 경기도에서 농가와 생산자에게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까지 경기도의 친환경 학교급식 예산은 도비 58억원과 시·군비 135억원의 3:7 비율로 편성됐다. 올해는 전액 도비로 책정됐고 금액도 400억원 규모로 증액 편성됐다. 이에 따라 기존 시·군에서 편성한 예산인 135억원이 붕 뜨는데, 그에 대한 용처는 추후 시·군에서 알아서 할 문제다.

- 김 지사는 ‘행정의 달인’ 칭호도 받는다. 외교 분야 검증은 아직인데.
▲ 외교는 도지사 권한 밖의 일이다. 하지만 외자유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국에서 ‘대한민국’을 알리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06년 하반기 이후 FDI 기준으로 외자를 유치해 낸 실적은 총 2773건으로 대략 76억 달러(약 8조4535억원) 규모다. 도에서 주관한 MOU(양해각서) 체결 기준 투자유치 실적은 위와 같은 기간 동안 72건으로 대략 119억 달러(약 13조2364억원) 규모였다.

경기도~수도권 30분 생활권
감세 자체는 포퓰리즘 아니다

- 얼마 전 삼성에서 평택 신도시 투자 유치를 결정했다던데.
▲ 기업이 국가를 선택하는 시대에 세계적 기업인 삼성이 대한민국의 경기도를 선택한 사실은 큰 의의가 있다. 이번 결정이 향후 대한민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국내에 많은 투자를 하게 되는 신호탄이 됐으면 한다. 산업단지 조성으로 100조원이 넘는 투자금액을 통해 약 1만5000개가 넘는 고급 일자리들이 창출된다. 금년에 분양 계획과 함께 부지조성 공사에 들어가 2015년 준공 완료 예정이다. 평택 고덕 신도시에 삼성전자가 들어오면 일자리와 잠자리가 함께하는 자족도시로의 발전이 가능해진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창원, 울산, 안산 등 이후 처음이다. 면적은 대략 529만 평 규모(택지 409만 평+산업단지 120만 평)다. 이 같은 성과는 수도권규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평택지원특별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는 자유주의 국가임에도 중국 공산당보다 기업중시 정책이 취약해 기업 활동이 매우 힘들다. 기업들이 공장 지을 곳이 없어 더 이상 외국으로 나가지 않도록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야 된다.


-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뭔지 설명해달라.
▲ GTX는 지하 40~50m에서 최고 속도 시속 200km로 도심을 통과하는 세계 초고속 최첨단 지하광역철도 사업으로, 의정부에서 청량리까지 12분, 일산에서 강남까지 22분, 동탄에서 강남까지 18분 수준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획기적 교통수단이다. 2012년 착공에 들어가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국가기간교통망 계획에 확정·고시됐다. 민간이 전체 사업비의 60%에 해당하는 7조2천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40%는 개발부담금(20%), 국가(15%), 지자체(5%)가 나눠 부담한다. 지자체 부담(약 6천억원)금의 경우 경기도와 서울시, 인천시가 각각 나눠 분담할 계획이다. 한편 GTX 노선 연장을 요구하는 시·군이 많아 금년 중 ‘GTX 노선 연장 및 철도고속화 방안 타당성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 각종 사업을 추진하려면 돈이 들어간다. 감세는 대선 공약이라며 이 대통령과 비슷한 견해를 보이던데.
▲ 기본적으로 감세 기조는 우리 재정 건전성에 중장기적으로 상당히 긍정적 작용을 한다. 감세 자체가 포퓰리즘이라고 보지 않는다. 감세라고 할 때 핵심은 대통령이 공약을 지킨다는 정치적 신뢰성 문제와 우리의 경제적 형편, 그리고 형평성 문제다. 소위 부자에게 세금을 덜어준다는 얘기는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법인세는 감세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옳고 경쟁국 수준(싱가포르, 홍콩, 대만)이어야 된다. 소득세 또한 형평성이 무너져 너무 높이는 것도 옳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정치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고 종합적인 검토를 해야 된다.

- 개헌에 대한 부정적 입장 표명이 있었는데.
▲ 현행 헌법은 1987년 민주화 운동의 결과물이다. 대통령 임기를 단임제로 하며 선출을 국민 직선으로 하는 헌법 자체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예전 직선제 개헌을 주장하다 2년 6개월 옥살이를 했다. 단임제는 우리와 같이 정치 갈등이 심한 나라에 좋은 제도다. 4년 중임제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중임제가 되면 촛불시위와 같은 정치적 갈등이 더욱 격렬해질 수 있다. 헌법은 태극기와 같이 국가의 상징, 정통성이 지속돼야 할 가치로 봐야 한다. 개헌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없고 정치적 명분도 약하며 국가적 어려움이 산적한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

- ‘박근혜 대세론’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 대세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도 2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언론에서 과도하게 ‘대세론’ ‘대권행보’로 몰아가는 것은 대통령 정책 추진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

- 지난달 초 대구·경북 신년 하례 때 유독 김 지사만 축사 기회가 없어 서운하진 않았는지.
▲ 특별히 섭섭하다는 생각은 없다. 하지만 대구·경북 지역에서 초·중·고를 나왔고 부모님 조상 대대로 그곳에 계셨다. 아직도 친지와 식구들이 있으며, 추억이 많이 스민 곳이다. 나의 뿌리다.

- 중·고등학교 시절 김문수는 어떤 학생이었는가.
▲ 사회 정의에 대한 관심이 누구보다 강해 고교 3학년 때 박 전 대통령의 ‘3선 개헌’을 반대하다 무기정학을 받았다. 헌책방에 들어가 ‘사상계(思想界)’ 같은 잡지를 구해다 보기도 했고, 경북 중·고등학교에서 고취시켜준 ‘엘리트 의식’의 영향을 받아 대한민국이 우리 어깨에 달렸다 생각하는 ‘자부심’ 하나만큼은 대단했다는 기억이다.

대구·경북 지역은 김문수의 뿌리
대북 접경지 전역에 불 밝혔으면

- 지난해 애기봉 점등 당시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다. 당시 심경이 어땠나.
▲ 북한의 포사격 위협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참석했다. 애기봉 점등은 단순히 등불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자유·평화·통일의 거룩한 씨앗을 뿌리는 의미있는 행사다. 북한이 애기봉 점등을 싫어하는 것은 불빛을 밝힐 경우 이를 바라보는 북한 주민들의 동요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군부대가 허락한다면 애기봉 뿐 아니라 통일전망대와 DMZ 모든 철조망에도 불을 밝혔으면 한다.

- 안보 관련 ‘대한민국 국군’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지사의 생각은.
▲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겪으며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국가 안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제와 문화가 발달해도 안보가 흔들리면 나라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한다. 그동안 우리 군이 북의 도발에 단호히 대처하지 못해 북의 도발이 이어졌다. 북의 도발에 10배 이상 강력한 대응을 해야 추후 북의 도발이 없을 것으로 본다. 반복되는 도발을 막고 국토를 지키기 위해 육·해·공 전 군이 합동해 대응해야 한다. 국민 모두 국가에 대한 애국심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최전방 접경지인 경기도 특성상 북의 기습공격에 노출돼 있으므로, 군과 힘을 모아 도민은 물론 나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

-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일은 없어져야 될 텐데.
▲ 대한민국을 통일 강대국으로 만들어내고 싶다. 우리는 실제 경제·과학·기술 부문에서 이미 강대국이지만, 강대국의 꿈을 갖고 있지 않아 보인다. 통일에 회의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하나의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남북 경제 차이가 커서 1세대는 걸려야 남북이 대동소이해질 것이라고들 하는데, 이는 달리 말하면 그만큼 북한은 개발하고 가꿀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반증이다. 통일이 되면 우리 젊은이들이 중국과 러시아 등 대륙으로 뻗어갈 수 있게 된다. 통일은 우리 민족의 염원이다. 중국· 일본과 겨뤄도 당당하고 손색없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국민의 뜻과 힘을 한 곳에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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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