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24시간 현장 행정’으로 민(民) 섬기겠다"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3> 김문수 경기도지사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이번이 세 번째로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서면으로 만나봤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경기도 과천에 유치돼야
‘자유민주주의’ 추구로 대한민국 잘 살게 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더 낮은 곳으로 더 뜨겁게’라는 주문을 머릿속에 자주 떠올리고자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김 지사의 서민밀착 행정은 지난 설 연휴 기간에도 이어졌다. 김 지사는 지난 2일 택시운전에 나섰다. 그의 택시운전은 이번이 24번째로 이제껏 총 2,756km를 운행했다. 지난 2009년 1월27일 첫 택시운전을 시작한 김 지사는 어느새 택시운전 2주년을 맞았다. 그는 “택시 운전대를 잡으면 뒷좌석에서는 결코 알 수 없는 도시의 모습이 펼쳐진다”면서 “택시 운전의 생생한 현장감은 공무원의 보고서보다 낫고, 더 가까이에서 국민의 삶을 공감할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사회주의는 ‘현실’ 아닌 ‘이상’
소련 붕괴 지켜보며 현실 직시

- 과학비즈니스벨트 ‘과천 유치’를 주장했다. 충청권 유치는 지난 총선·대선 한나라당 공약 아니었나.
▲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정치인의 표 논리로 결정해서는 안된다. 어떻게 하는 것이 과학기술을 위해 바람직한지 정치인을 배제시킨 채 과학자분들에게 의견을 물어 결정해야 한다.

- 김 지사는 ‘정통 보수층의 지지가 다소 미흡하지 않나?’ 라는 일각의 지적이 있는데.
▲ 보수층의 지지 없이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만큼 다양하고 폭넓은 경험을 한 사람도 없다. 노동운동과 민주화 운동으로 옥고를 치렀고, 국회의원·도지사 등 상하 계층을 넘나들며 보수와 진보의 생각을 담아낼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를 펼칠 수 있게 됐다.

- 노동운동을 하다 보수 정당에 입당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 오랫동안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했고 민중당을 통해 진보 정치를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소련 붕괴를 보며 사회주의는 ‘이상’일 뿐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 후 우리 대한민국이 선진 강대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결심한 결과 입당하게 됐다.

- 각종 ‘운동’ 과정에서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을 텐데.
▲ 노동운동을 통해 머릿속에만 있던 이상을 현실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밑바닥 삶을 살아왔다. 사람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 익히 잘 알고 있다. 지금도 그 마음 변함없다. 자나깨나 오로지 국민에 대한 헌신과 나라를 위해 애국하는 마음으로 한결같고자 노력한다.

- 지방 행정을 이끌며 어떤 점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경제적 약자분들을 뵐 때 마음이 아프다. 어렵고 소외된 곳에서 따뜻한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분들을 잘 보살피고 불편함을 덜어드리는 것이 공직자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경기 북부 한센촌에 ‘행복학습관’을 지어 드린 적이 있는데, 그 분들이 배우고 익혀 이메일을 통해 ‘고맙다’는 인사를 나에게 전해왔다. 그때 진정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 민주당이 다수인 도의회와의 관계는 어떤가.
▲ 도지사와 도의회는 도정을 이끌어가는 두 축이다. 집행부는 앞바퀴고 도의회는 뒷바퀴다. 앞·뒤 바퀴가 잘 맞물려 돌아가려면 상호 협력이 중요하다. 민주당을 도의회 다수당으로 만들어 준 것도 도민의 뜻이다. 분점 정부 상황에서 도민이 진정 원하는 것은 끝없는 싸움보다 ‘대화와 타협’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경기도는 무상급식 논란을 친환경 급식 확대라는 묘수로 풀어 상생의 길을 열었다. 서울보다 면적이 17배나 넓고 인구도 150만 명이나 더 많은 경기도는 할 일이 참 많다. 의회와 싸우고 갈등할 시간이 없다. 의견 충돌도 있겠지만 상호 존중하는 마음으로 여소야대 정국을 지혜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민 머슴돼 정직하게 봉사하고
도의회와 적극적인 소통하겠다

- ‘유기농 식자재’라는 조건부 무상 급식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해달라.
▲ 경기도는 2011년 예산심의에서 무차별 무상급식이 아닌 친환경 급식 확대를 위해 관련 예산을 58억원에서 400억원으로 증액했다. 일부 언론에서 경기도가 무상급식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잘못됐다. 친환경 급식은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유기농산물이나 G마크 농산물을 학교급식 식자재로 공급할 수 있도록 농가나 생산자 단체에 경기도가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임과 동시에, FTA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내 농가에게 WTO 협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도움 드릴 수 있는 일석이조 이상의 아이디어다.

친환경 급식 ‘아이들+도민 농가’ 윈-윈 전략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큰 기회 ‘꼭’ 이뤄내야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에 급식하려면 친환경 농산물이 일반 농산물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공급자는 일반 농산물 가격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에 납품하고, 그에 따른 차액을 경기도에서 농가와 생산자에게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까지 경기도의 친환경 학교급식 예산은 도비 58억원과 시·군비 135억원의 3:7 비율로 편성됐다. 올해는 전액 도비로 책정됐고 금액도 400억원 규모로 증액 편성됐다. 이에 따라 기존 시·군에서 편성한 예산인 135억원이 붕 뜨는데, 그에 대한 용처는 추후 시·군에서 알아서 할 문제다.

- 김 지사는 ‘행정의 달인’ 칭호도 받는다. 외교 분야 검증은 아직인데.
▲ 외교는 도지사 권한 밖의 일이다. 하지만 외자유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국에서 ‘대한민국’을 알리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06년 하반기 이후 FDI 기준으로 외자를 유치해 낸 실적은 총 2773건으로 대략 76억 달러(약 8조4535억원) 규모다. 도에서 주관한 MOU(양해각서) 체결 기준 투자유치 실적은 위와 같은 기간 동안 72건으로 대략 119억 달러(약 13조2364억원) 규모였다.

경기도~수도권 30분 생활권
감세 자체는 포퓰리즘 아니다

- 얼마 전 삼성에서 평택 신도시 투자 유치를 결정했다던데.
▲ 기업이 국가를 선택하는 시대에 세계적 기업인 삼성이 대한민국의 경기도를 선택한 사실은 큰 의의가 있다. 이번 결정이 향후 대한민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국내에 많은 투자를 하게 되는 신호탄이 됐으면 한다. 산업단지 조성으로 100조원이 넘는 투자금액을 통해 약 1만5000개가 넘는 고급 일자리들이 창출된다. 금년에 분양 계획과 함께 부지조성 공사에 들어가 2015년 준공 완료 예정이다. 평택 고덕 신도시에 삼성전자가 들어오면 일자리와 잠자리가 함께하는 자족도시로의 발전이 가능해진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창원, 울산, 안산 등 이후 처음이다. 면적은 대략 529만 평 규모(택지 409만 평+산업단지 120만 평)다. 이 같은 성과는 수도권규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평택지원특별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는 자유주의 국가임에도 중국 공산당보다 기업중시 정책이 취약해 기업 활동이 매우 힘들다. 기업들이 공장 지을 곳이 없어 더 이상 외국으로 나가지 않도록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야 된다.


-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뭔지 설명해달라.
▲ GTX는 지하 40~50m에서 최고 속도 시속 200km로 도심을 통과하는 세계 초고속 최첨단 지하광역철도 사업으로, 의정부에서 청량리까지 12분, 일산에서 강남까지 22분, 동탄에서 강남까지 18분 수준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획기적 교통수단이다. 2012년 착공에 들어가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국가기간교통망 계획에 확정·고시됐다. 민간이 전체 사업비의 60%에 해당하는 7조2천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40%는 개발부담금(20%), 국가(15%), 지자체(5%)가 나눠 부담한다. 지자체 부담(약 6천억원)금의 경우 경기도와 서울시, 인천시가 각각 나눠 분담할 계획이다. 한편 GTX 노선 연장을 요구하는 시·군이 많아 금년 중 ‘GTX 노선 연장 및 철도고속화 방안 타당성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 각종 사업을 추진하려면 돈이 들어간다. 감세는 대선 공약이라며 이 대통령과 비슷한 견해를 보이던데.
▲ 기본적으로 감세 기조는 우리 재정 건전성에 중장기적으로 상당히 긍정적 작용을 한다. 감세 자체가 포퓰리즘이라고 보지 않는다. 감세라고 할 때 핵심은 대통령이 공약을 지킨다는 정치적 신뢰성 문제와 우리의 경제적 형편, 그리고 형평성 문제다. 소위 부자에게 세금을 덜어준다는 얘기는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법인세는 감세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옳고 경쟁국 수준(싱가포르, 홍콩, 대만)이어야 된다. 소득세 또한 형평성이 무너져 너무 높이는 것도 옳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정치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고 종합적인 검토를 해야 된다.

- 개헌에 대한 부정적 입장 표명이 있었는데.
▲ 현행 헌법은 1987년 민주화 운동의 결과물이다. 대통령 임기를 단임제로 하며 선출을 국민 직선으로 하는 헌법 자체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예전 직선제 개헌을 주장하다 2년 6개월 옥살이를 했다. 단임제는 우리와 같이 정치 갈등이 심한 나라에 좋은 제도다. 4년 중임제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중임제가 되면 촛불시위와 같은 정치적 갈등이 더욱 격렬해질 수 있다. 헌법은 태극기와 같이 국가의 상징, 정통성이 지속돼야 할 가치로 봐야 한다. 개헌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없고 정치적 명분도 약하며 국가적 어려움이 산적한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

- ‘박근혜 대세론’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 대세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도 2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언론에서 과도하게 ‘대세론’ ‘대권행보’로 몰아가는 것은 대통령 정책 추진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

- 지난달 초 대구·경북 신년 하례 때 유독 김 지사만 축사 기회가 없어 서운하진 않았는지.
▲ 특별히 섭섭하다는 생각은 없다. 하지만 대구·경북 지역에서 초·중·고를 나왔고 부모님 조상 대대로 그곳에 계셨다. 아직도 친지와 식구들이 있으며, 추억이 많이 스민 곳이다. 나의 뿌리다.

- 중·고등학교 시절 김문수는 어떤 학생이었는가.
▲ 사회 정의에 대한 관심이 누구보다 강해 고교 3학년 때 박 전 대통령의 ‘3선 개헌’을 반대하다 무기정학을 받았다. 헌책방에 들어가 ‘사상계(思想界)’ 같은 잡지를 구해다 보기도 했고, 경북 중·고등학교에서 고취시켜준 ‘엘리트 의식’의 영향을 받아 대한민국이 우리 어깨에 달렸다 생각하는 ‘자부심’ 하나만큼은 대단했다는 기억이다.

대구·경북 지역은 김문수의 뿌리
대북 접경지 전역에 불 밝혔으면

- 지난해 애기봉 점등 당시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다. 당시 심경이 어땠나.
▲ 북한의 포사격 위협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참석했다. 애기봉 점등은 단순히 등불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자유·평화·통일의 거룩한 씨앗을 뿌리는 의미있는 행사다. 북한이 애기봉 점등을 싫어하는 것은 불빛을 밝힐 경우 이를 바라보는 북한 주민들의 동요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군부대가 허락한다면 애기봉 뿐 아니라 통일전망대와 DMZ 모든 철조망에도 불을 밝혔으면 한다.

- 안보 관련 ‘대한민국 국군’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지사의 생각은.
▲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겪으며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국가 안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제와 문화가 발달해도 안보가 흔들리면 나라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한다. 그동안 우리 군이 북의 도발에 단호히 대처하지 못해 북의 도발이 이어졌다. 북의 도발에 10배 이상 강력한 대응을 해야 추후 북의 도발이 없을 것으로 본다. 반복되는 도발을 막고 국토를 지키기 위해 육·해·공 전 군이 합동해 대응해야 한다. 국민 모두 국가에 대한 애국심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최전방 접경지인 경기도 특성상 북의 기습공격에 노출돼 있으므로, 군과 힘을 모아 도민은 물론 나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

-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일은 없어져야 될 텐데.
▲ 대한민국을 통일 강대국으로 만들어내고 싶다. 우리는 실제 경제·과학·기술 부문에서 이미 강대국이지만, 강대국의 꿈을 갖고 있지 않아 보인다. 통일에 회의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하나의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남북 경제 차이가 커서 1세대는 걸려야 남북이 대동소이해질 것이라고들 하는데, 이는 달리 말하면 그만큼 북한은 개발하고 가꿀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반증이다. 통일이 되면 우리 젊은이들이 중국과 러시아 등 대륙으로 뻗어갈 수 있게 된다. 통일은 우리 민족의 염원이다. 중국· 일본과 겨뤄도 당당하고 손색없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국민의 뜻과 힘을 한 곳에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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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