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진 사건의 교훈> 위험한 장외주식

“이희진은 깃털…몸통은 창투사”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사건은 비상장 장외주식시장서 만연하고 있는 모럴해저드에 경종을 울렸다. 이런 상황에서 <일요시사>는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기업 고위관계자와 복수의 창업투자회사(이하 창투사)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이희진은 ‘깃털’, 몸통은 ‘창투사’”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들은 그 동안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창투사들의 ‘부당거래’도 폭로했다.

이희진은 검찰조사서 장외주식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회원들에게 비싸게 판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하지만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 중에 O사라는 바이오 회사가 있다. 지금까지 O사는 이희진이 악재를 숨긴 채 회원들에게 주식을 비싸게 판 의혹을 사고 있던 회사다. 현재 이 주식은 16만원에서 4만원대로 급락했다. 이희진은 이에 대해 “나도 속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희진은 누구한테 속았단 말인가.

주식시장 쥐락펴락

<일요시사>와 만난 벤처기업 고위관계자는 “이희진도 O사에 투자했던 창투사와 장외주식 업자에게 속을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며 “이희진은 이들 창투사의 ‘땡처리 업자’에 불과하다”고 고백했다.

한마디로 비상장 장외주식시장을 쥐고 흔드는 ‘몸통’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 몸통이 바로 창투사다. 창투사는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 일명 VC)로 불리며, 기술력과 장래성은 있지만 경영기반이 약해 일반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운 벤처기업에 무담보 주식 투자 형태로 투자하는 기업이나 그러한 기업의 자본을 말한다.

이들 창투사는 벤처기업이 주식을 상장할 경우 자본이익을 얻어낸다. 다시 말해 비상장 기업을 상장시키는 게 주 목적이다. 현재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의거해 120여개의 창투사가 등록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창조경제 및 창업에 대한 활성화 정책으로 창투사는 이른바 ‘귀한 몸’이 됐다. 실제로 각 창투사에 유입된 정부 각 부처 자금을 관리하는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반기까지 누적 모태펀드 납입액은 10조9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창투사 업계는 아직 증권가에서 드러나지 않은 ‘부당거래의 블루오션’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는 창투사가 ‘벤처기업계에서 갑’이기 때문이다. 유망한 기술과 사업력을 갖고 창업을 한 벤처기업이 기업공개(IPO)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7∼10년이다.

그런데 벤처기업이 죽음의 계곡(Death Vally, 초기 창업 벤처기업이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사업화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넘어야 할 고비를 의미)을 넘으려면 창투사들의 투자가 절대적이다. 창투사에는 벤처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펀드매니저가 있다. 업계에선 이 사람들을 투자심사역이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이들 심사역은 해당 벤처 기업의 사정에 정통할 수밖에 없다.

복수의 창투업 관계자들 고해성사
특히 벤처기업 차명주식 조심해야

통상적으로 일반인들이 비상장사 주식을 매수하기는 쉽지 않다. 이뿐만 아니라 회사에 대한 정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극소수만 알음알음 장외주식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창투사 심사역에게는 해당 기업에 관한 내부정보가 몰려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급과 물량 그리고 정보가 이들 심사역에게 몰려있기 때문에 이들끼리 주가를 오르고 내릴 수 있다”며 “창투사 업계는 워낙 알려지지 않고 드러나지도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너서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이너서클에서 이른바 '장외주식 작전'이 이루어지게 된다.

여기서 부당거래가 시작된다. 다른 창투사 관계자 B씨는 “심사역들은 투자를 대가로 이들 벤처기업에 뒷돈으로 차명주식을 요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했다.


벤처기업에선 심사역들의 이런 제안을 쉽게 거절할 수 없다. 보통 이런 경우 벤처기업의 대표이사나 경영진이 은밀하게 ‘짱 박아둔(?)’ 주식을 심사역에게 나눠준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이처럼 창투사와 벤처기업은 서로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한다.
 

주가를 끌어올리는 핵심은 바로 정보다. 그런데 정작 이 정보라는 게 구체적인 실체가 없다는 것. 일반인들은 이 정보를 확인하거나 검증할 수 없다. 오직 내부 관계자만 알 뿐이다. 대부분 정보는 언론에서 나왔기 때문에 일반인은 이를 기정사실이라고 믿는다.

이 때문에 장외주식시장에선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무수히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정보가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것. 한 벤처기업 전무이사 C씨는 “호재와 관련된 정보는 대부분 심사역들이 흘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보가 집중된 만큼 악재를 숨기기도 쉽다. 창투사들은 투자한 벤처기업에 악재가 있을 때 이와 관련된 정보를 사실상 함구한다. 반면 허위로 호재는 지속해서 흘리며, 해당 기업이 유망하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려고 노력한다. 악재를 숨기고 가능한 주가를 최대한 끌어오려는 심산이라는 것.

그러다 어느 시점이 되면 심사역들과 이너서클은 이 주식을 매각한다. 그런데 이 주식을 과연 누가 살까. 여기서 이희진과 같은 땡처리 업자가 등장한다. 업계에선 이희진같은 사람을 ‘왕다마’라고 한다. 이 왕다마들이 네트워크를 이용, 자신이 산 주식을 다른 업자 혹은 유사수신투자자문사 회원들에게 판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이런 구조로 봤을 때 복수의 창투사 및 벤처기업 관계자들이 주장한 “이희진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은 틀린 게 아니었다. 검찰 역시도 창투사들의 이런 부당거래를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눈뜨고 코베여

이희진을 수사하며 사기성 부당거래와 관련해 창투사들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서울 남부지검은 이희진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창투사 업계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O사를 비롯해 이희진이 거래 했던 주식들을 중심으로 창투사와의 부당거래 여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희진 슈퍼카 어디로?

‘청담동 주식부자’로 명성을 얻었던 이희진(30) 씨가 결국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및 유사수신 행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 씨를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씨는 2014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 주식 1670억원 상당을 매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방송에서 비상장 주식에 대한 성장 전망을 사실과 다르게 전달한 뒤 해당 주식들을 팔아 150억원 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올해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원금과 투자 수익을 모두 보장해주겠다고 유혹해 피해자들로부터 약 240억원을 끌어모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씨의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한 이희문(28)씨와 친구 박모(28·불구속)씨, 김모(28·불구속)씨도 기소했다. 이씨는 그동안 워낙 많은 주식거래를 해 짧은 시간에 거래 및 피해규모를 파악하기 어렵고, 실제로 피해자들의 추가 고소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들이 범행으로 벌어들인 수익과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대상은 예금과 부동산(건물), 외제 자동차(부가티, 람보르기니, 벤츠)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은 정확한 산정이 어렵고, 부동산 가치도 312억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근저당권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실제 가치와 다를 수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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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