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여! ‘복지’로 당당하게 정면 승부하라”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②>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 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두 번째 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을 만나봤다.   >

초심 잃은 MB정부“국민 신뢰 없이는 설 자리 없다”
‘평화’와 ‘복지’ 양대축 “전략과 비전 제시할 수 있어”

설 연휴를 앞두고 정치 일정이 빼곡했던 지난 1월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을 만났다.
최근 ‘복지’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그는 인터뷰 전 참석했던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복지문제에 대한당론과 관련, “당에 복지국가특별위를 구성해 재원문제를 비롯해 쟁점 사항을 넓고 길게 토론하고 당의 주인인 당원이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온 터였다.

“민주당 과거 성찰하고
비전 제시할 수 있어야” 
 
그러나 잠시 숨을 돌릴 겸 이날 아침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국회 개헌특위 구성 논쟁으로 정가의 이목을 집중시킨 개헌 논의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난 대선에 대한 반성과 정 최고위원이 담아내고자 하는 시대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시계바늘은 어느새 한 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개헌 논의가 국회로 넘어오는 분위기다.
▲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아는 것이 정치의 출발점이다. 개헌이 지금 국민이 원하는 일인가? 원하지 않는 일이라면 추진하기 힘들 것이다.

- 평소 개헌에 대한 생각을 한 적이 있나?
▲ 있다. 그러나 무엇이든 때와 조건이 맞아야 한다. 여권은 지금 조건이 무르익었나를 살펴야 한다. 

- MB정부 출범 3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을 꼽는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MB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초심을 잃었다는 것이다. 국민을 낮은 자세에서 모시겠다는….
고압적으로 국민을 호령하고, 억압하고, 끌고 가려하는 근본 자세가 문제다.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고 국민에게 신뢰받지 아니하면 설 자리가 없다고 했다. 지금의 국민들은 독재정부 시절의 그들이 아니다. 이미 민주정부 10년을 경험했다. 찍어 누르고 일방적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건 독선적 발상이다. 

- 현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정권을 넘겨 준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 성찰이다. 왜 정권을 빼앗겼는가. 국민, 시대가 원하는 바를 꿰뚫고, 구체적인 그림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 정권교체에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 대권에 도전할 뜻이 있나.
▲ 앞서 말했듯 중요한 건 성찰과 비전이다. 성찰을 해야 할 부분 중에는 민주정부 10년을 만들어준 사람들에 대한 것도 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만들어준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이익을 돌려주지 못했다. 비정규직, 자영업자, 실업자에게 희망을 주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한미FTA는 가서는 안 될 길이었다. 당시 정부의 책임있는 위치에 있으면서 말리지 못했다. 내가 반대했어도 한미FTA는 진행했겠지만, 반대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시대정신을 꿰뚫지 못한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오기 전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 시장만능국가의 모범생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한미FTA는 단순히 시장을 넓히는 것을 넘어 미국식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평화·복지 화두로 승부수
‘평화롭고 역동적인 복지국가’

그러나 10년 정권 동안 자영업이 힘들어지고 400만 백수시대가 됐다. 비정규직이 늘었다. 이에 대한 책임감과 성찰, 비전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평화롭고 역동적인 복지국가다.
다음 정권에서는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복지를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전략과 비전이 있다.
평화·복지 화두는 국민이 원하는 것이다. 이 두가지 화두는 지난 전당대회, 그리고 앞서 대선에서도 말한 부분이다. 지난 대선에서 실패한 것은 당시 국민들께 ‘이쪽으로 갑시다. 가면 삶의 질이 좋아질 것’이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패도 성공의 어머니’라고 친다면 지난 실패가 가르쳐 준 것은 ‘시대의 정신을 꿰뚫어라’라는 것이다.

- 차기 대선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선행되어야 할 노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복지 논쟁이 뜨겁다. 선두에 민주당이 있다. 복지국가 논쟁이 시작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복지국가 노선으로 변경했는데, 이를 주도한 것이 바로 정동영이다.
민주당의 강령·당헌은 ‘보편적 복지’를 민주당의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민들의 최저한의 생활을 보장하는 ‘기초생활보장제’는 DJ정부의 업적이다. 이것을 ‘선택적 복지’ ‘선별 복지’라고 한다면 건강보험 등 4대 보험은 ‘보편적 복지’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 국민들에게 ‘복지’에 대해 물어봤으면 ‘내가 벌어먹고 살아야지’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변화가 있었다. 이전보다 먹고 살기는 고단해졌고, 격차 사회가 돼 윗계단으로 올라가기 힘들어졌다. 위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없어진 것이다.
수출·수입 1조 달러. 경제성장 5%, 국민소득 2만불을 넘어 3만불 시대로 향하는 등 국가는 부유해지는데 장사는 안되고, 대학까지 가르쳐 놓은 아들, 딸은 집에서 놀고 있다. 국민들은 ‘국가가 나에게 해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됐다. 이에 대한 정동영의 대답을 민주당의 대답으로 주장해 관철하겠다.

- 지난 전당대회에서 주장한 ‘담대한 진보’와 ‘연합정치’도 현재 진행형인가.
▲ 민주당은 복지를 통해 성장하고 성장을 통해 보편적 복지를 하는 ‘담대한 진보’를 선택했다. ‘담대한 복지’를 선택하면서 복지노선으로 진보정당과의 거리감을 한강에서 실개천 수준으로 좁히기도 했다. 그 사이에 다리를 만들어 연대와 통합의 길로 갈 것이다. 
(야권의 연대와 통합이 이뤄지면) 대선과 총선은 1:1 구도가 될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가 가능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

현 정부 대북정책
철학·전략·능력 없어

- 그렇지만 차기 대선구도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기세를 누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부에서는 ‘박근혜 대세론’이라고까지 말하는데 이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 (여론조사를 보면) 박 전 대표를 지지한 이들 중 절반이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답하고 있다. 이는 여야가 1:1 상황이 되면 야권 후보를 찍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뒤집을 수 있다.
최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이 계속 집권해야 한다’는 의견이 38%, ‘다른 정당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62%로 나와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


 - 참여정부에서는 통일부 장관을, 현재 당에서는 남북평화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한다면?
▲ 3대 부재다. ‘5년 동안 남북문제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철학이 부재하고, 큰 그림이 없으니 전략도 세울 수 없다. 남북관계에 대한 경험도 없으니 능력의 부재까지 더해진다.
남북관계의 3대 해답은 6·15 합의, 9·19 성명, 10·4 선언을 복원하는 것이다. 6·15 합의는 그동안 증오, 적대관계였던 남북이 악수하고 화해함으로써 협력관계로 전환한 것이다. 해방 후 역사는 6·15 이전과 이후로 시대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금자탑이다.
9·19 성명에서 북한은 공개적으로 핵포기를 선언했다.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수립하겠다는 데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남한정부의 주도적인 노력이 있었고 당시 통일부 장관으로서 이에 기여했다는 게 자랑스럽다. 
10·4 선언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6개 남북협력사업을 전면적으로 실행, 실천하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남북경제공동체를 이루자는 것이다. 경제공동체가 이뤄진 후에는 남북국가연합으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통일에 성큼 다가선 것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이러한 3대 금자탑을 깡그리 무시했다. 

보편적 복지 실현 “재원대책 없는 복지는 허구”
‘복지’ 민주당 사활 분기점…정체성 회복 급선무

- 북한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바 있다. 만약 ‘대북 특사’ 요청이 들어온다면 받아들일 의향이 있나.
▲ 남북문제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  야당이지만 협조할 용의가 있다. 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대화·소통해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


- 정치권에 ‘복지 논쟁’이 한창이다. 여기에 “재원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부유세 도입 주장을 했는데.
▲ 복지는 자본주의가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제도가 필요하다는 데서 출발했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보다 풍요롭고 조화로운, 온 국민이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 이러한 나라를 만드는데 있어서 자산을 많이 보유한 이들이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최상위 소득계층의 세 부담이 가장 낮다. OECD 국가에는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도 있고, 못 사는 나라들도 있는데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를 위해 최상위 계층이 사회 복지세를 내면 ‘부자가 존경받는 나라’ ‘투명한 나라’가 될 것이다.
부유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하경제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며 얻는 세수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는 20~27%로 추산되는데 국민총생산 1000조 중 200조에 세무서의 손이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도, 기업도 부유세를 내겠지만 지하경제가 드러나며 얻는 세수효과가 이보다 더 클 것이다. 
 
- 최근 박근혜 전 대표가 복지 논쟁과 관련, “왜 모든 것을 돈으로만 보고 생각하는지 안타깝다”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사회적 관심”이라고 강조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이제까지 국가가 관심이 없어 복지국가를 만들지 못했나. 안아만 주겠다는 것은 순진한 얘기다. 왜 돈으로만 보느냐? 돈을 얘기하지 않는 복지는 허구이고 공허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 질서 세우고)’같은 공약을 낸 감세론자다. 그러나 세금을 낮추고 복지를 늘릴 수는 없다. 감세한 나라들이 (복지를 늘리기는커녕) 어려워졌다는 걸 생각하면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며, 말이 안 되는 얘기다.  
 
- 복지 논쟁과 관련, 민주당의 승부수는 무엇인가.
▲ “민주당이여 정면승부하라”고 외치고 싶다. 국민은 변했다. ‘국가가 나에게 무엇을 해줬느냐’고 물어온다. 민주당은 ‘이렇게 해 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답해야 한다.
1단계로 부자증세가 이뤄지고, 2단계로 복지를 체감해야 한다. 내가 내는 돈이 복지로 돌아오면 ‘나도 세금을 내겠다’는 보편적 증세가 이뤄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100원을 벌면 25원을 세금으로 낸다. OECD 평균은 35%다. 10년에서 20년 기간을 두고 국민 부담률을 올려야 한다. 여기에 진보신당이 주장하는 ‘사회복지 목적세’가 결합할 수 있다.
국민에게 물어보자. 세금을 올리고 무상급식·의료·연금 등을 받는 것이 좋으냐, 제2, 제3의 MB정부가 되는 것이 좋으냐고.  

- 국가 운영의 원리, 원칙을 바꾸는 것인데, 롤모델로 삼은 곳이 있나.
▲ 작은 미국이 아니라 큰 스웨덴이 돼야 한다. 미국은 홈리스가 15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나 된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250만 명이다. 그런 나라가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없다. 반면 스웨덴은 인구 940만 명의 작은 나라지만 복지와 성장을 다 잡았다. 복지도 잘 돼있고 기술 강국이기도 하다. 

사활 분기점 선 민주당
복지에 살고, 복지에 죽고

- 정당 지지율을 보면 한나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있다. 한나라당이 잘해서 높은 지지율을 받고, 민주당이 못해서 낮은 지지율은 받는 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
▲ 민주당은 사활 분기점에 서 있다. 복지를 하면 살고, 아니면 죽는다. 복지에 사활을 걸고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정체성이 확실하다. 신자유주의다. 한미FTA를 비준하는 것이 그들의 정체성이다. 한미FTA는 참여정부에서 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한 반성문을 쓰고,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 회색지대에 있어서는 성공하지 못한다.

- 2월부터 국회 상임위를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로 옮긴다. 상임위를 바꾸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공부하러 간다. 보편적 복지를 말하면서 비정규직이나 노동을 말하지 않는 것도 허구다. 최상의 복지는 좋은 일자리다. 공기업 등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곳에 취직했다면 이미 최상의 복지를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양질의 좋은 일자리가 많이 없어졌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들이 210만 명이었는데 IMF 이후 130만명으로 줄었다. 그동안 대기업은 부채는 낮아지고 이윤은 커졌다. 환율효과까지 봤다. 고용있는 성장으로 갈 것이냐, 고용없는 성장으로 갈 것이냐. 이게 주제다. 
 
- 새해 들어서만 두차례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를 트위터를 통해 생중계 하는 등 트위터와 토론회를 활용하고 있다. 트위터와 토론회의 장점은 무엇인가.
▲ 국내 정치인 중 페이스북은 첫 번째로 트위터는 원내 인사로는 처음으로 시작했다. 이들의 장점은 ‘호흡’이다.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언론인 출신으로 정치하는 장점이 있다면.
▲ 잘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는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다. 국민의 가슴속에 있는 말, 얘기를 잘 들을 수 있는 이가 좋은 지도자인데 언론인으로서 이 부분이 훈련된 거 같다. 국민의 생각, 아픈 곳 잘 듣는 한해가 되도록 하겠다.

정리=장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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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