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은 권력구조 개편 아닌 국가 구조 대개편”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①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첫 시작으로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를 만나 고견을 들어봤다.  

강소국 연방제 개헌 추진시 “적극 참여” 강조
반박 전선 구축 관련 “별로 듣기 좋지 않다”


한겨울 칼바람이 매서웠던 지난 19일, 과학 비즈니스벨트 관련 당 정책토론회 축사를 마치고 돌아온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를 국회 본청 당 대표실에서 만났다. 이날 토론회장에서 이 대표는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와 바로 옆자리에 앉아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마침 이 날은 한나라당 측에서 최고위원회의 ‘대전 개최’를 계획했다 결국 무산된 날이기도 하다. 다시금 충청권이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충청 기반의 전국 수권 정당’을 꿈꾸는 이 대표를 만나 정국 현안과 관련된 그의 소신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나의 개헌은 ‘국가 구조 대개편’
한나라당 개헌 주장과 차이

- 이재오 특임장관이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개헌’이 실현 가능성 있다고 보시는지.
▲ 정치 상황에 따라 이해관계나 이해타산에 따르는 개헌을 하자는 게 아니다. 우리 국가가 21세기 들어 앞으로 50년 100년 내다보고 국가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국가 구조를 바꿔야 된다. 연방제 수준으로 분권하는 수준으로 가야된다. 중앙 집권적 20세기형은 한계가 있다.

국가 구조를 연방제 수준으로 바꿔 국가를 5~7개 광역으로 나눠 각 광역을 지방정부가 맡아 각각 스위스 덴마크 같은 강소국으로 만들어야 된다. 이런 강소국 5~7개가 합쳐진 대한민국은 강대국이 된다. 이러한 국가 구조 대개조를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 연방정부의 권력구조는 대통령과 총리가 역할 분담하는 권력구조다.

- 혹시라도 개헌이 실제 이뤄진다면 참여 의사는 있으신지.
▲ 지금 여권에서 나오는 개헌 논의는 현재의 국가 구조를 두고 권력 구조만 바꾸자는 것이니 내가 말한 것과 다르다. 우리가 말하는 연방제 수준 분권 국가라면 직접 만들어가는 주체도 되고 실제 참여도 할 것이다.

- 최근 일각에서 주장하는 ‘보수 대연합’ 논의가 있던데 참여 의향이 있으신지.
▲ 지난 지방선거 후 ‘보수 대연합’ 얘기를 꺼낸 뒤 그런 얘기가 나온다. 한나라당에서는 합당 얘기도 나왔는데 그것은 방향이 다르다. 내가 말한 보수 대연합의 의미를 왜곡시켰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 좌파 진영들이 뭉쳐 성공했다. 보수 진영은 당한거나 마찬가지다. 적어도 보수가 정신 차리고 왜 보수여야 되는가 보수의 가치를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이해 구하자는 거다. 마치 어느 당과 합당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 취지가 다르다.

보수의 위기라는 말 ‘공감’
박 전 대표 ‘지지율 잘 관리해야’

- 지금 한나라당은 집권여당으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보시는지.
▲ 헷갈릴 때가 있다. 중도실용이 이념인 것처럼 대통령도 말하고 한나라당도 그런 말을 하는데 중도실용이 뭔가. 이념을 떠난 중간 지대에서 실용 추구를 하겠다는 것인데 그건 죽도 밥도 아니다.
사회는 성장과 분배, 자유와 평등이라는 식으로 보수와 진보 사이 이념 차가 있다. 그런 가운데 합리적이고 유연한 중도보수나 중도진보는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중도 표방은 애매모호할 때의 도피처다. 실용은 정책의 수단적 개념이지 목표가 될 수 없다. 진정한 보수를 추구하는 가치가 아니다.

- 보수정권을 넘어 ‘보수의 위기’라는 말도 조금씩 들리던데 그에 동의하시는지.
▲ 대선이 다가오는 만큼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국민이 보수 정권에 기회를 줬다. 그럼 다음에도 ‘그래 보수의 가치는 참 중요해. 보수를 추구하는 정당을 다시 신임해보자’는 얘기가 나와야 보수 정권이 계속된다. ‘그건 뭐 봤더니 전혀 기대하는 것과 같지 않다. 실체가 뭐냐’는 생각을 하면 국민이 실망하고 좌절을 느끼게 된다. (지금은) 보수의 큰 위기다.

- ‘깨끗한 보수’ ‘유능한 진보’를 함께 취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
▲ 진보와 보수 사이에 차이가 뭐냐? 정치적으로 자유와 평등, 경제적으로 성장과 분배의 차이다. 자유의 극단이 자유방임이고 평등의 극단이 막시즘이다.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적정하게 균형을 잡아간다는 개념을 머리에 두고 사회 발전을 위한 균형점을 잡아간다면 필요할 땐 서로 공조와 협력도 말할 수 있다.

대선 패배는 전적으로 내 책임
각계각층 지도자인 JP 존경

- 일각에서는 대표님께서 ‘반 박근혜 전선’을 구축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던데.
▲ 개헌 얘기를 꺼낸 걸 가지고 주로 친이계 쪽 개헌 주장과 연계해 그런 말을 하는 것 같다. 별로 듣기 좋지 않다. 저와 자유선진당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개인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를 위해 창당한 정당도 아니고, 개헌은 국가 미래를 위해 국가가 향해 나갈 비전 얘길 한 것이다. 정치적 이해타산 당리당락을 위해 말한 게 아니다.

- 현재 박 전 대표 지지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한때 비슷한 지지율을 얻으셨던 대표님께서 이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 박 대표 지지율을 분석해보진 않았다. 40%는 참 대단한 거다. 지지율이 근거 없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으로선 그러한 지지율을 잘 관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 차기대권에 도전하신다면 3전4기이신데, 도전하실 의향이 있으신지.
▲ 자유선진당이 ‘불임정당’이나 곁 불 쬐는 정당이 되려고 창당한 것은 아니다. 수권정당으로 국가의 미래를 주도할 정치적 역할을 하려 창당했다. 당원 모두가 권력 의지를 가져야 된다고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대선 참여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이고 그(대권 도전)에 관한 문제는 아직은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

- 지난 3차례의 대선에서 패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
▲ 전적으로 내가 부족해서다. 어쨌든 본인이 부족해서 그런 결과가 온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반성을 해봤다.

- 충청권의 맹주로 일컬어지는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근자에 교류가 있으셨는지.
▲ 기회가 없었다. 그 분은 충청권뿐 아니라 산업화 시대부터 지도자의 한 분이셨고 그 만큼 각계각층에서 존경 받고 있다. 충청권에서도 중요한 지도자다. 저는 (그 분을) 존경한다.

- 요즘 이미지 정치가 대세인데, 세간에서 ‘이회창’ 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생각해보신 적 있나.
▲ 나 자신을 이야기하는 건 어렵다(웃음).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타인이 가진 이미지다.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추측해 (그것을) 행동에 대한 자료로 삼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청소년기 젊은이들은 이 부분에 조심해야 된다. 자칫 열등감에 사로잡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나도 직접 겪었고 그 후 공직에 들어와서도 ‘혹시 나의 행적, 나의 판결, 나의 소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부분을 지나치게 걱정하다 매우 혼란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 얼마 전 민주당 손학규 대표 측과 복지와 관련해 공방도 있으셨는데, 그쪽 진영에서 밝힌 복지를 ‘시대정신’으로 보시는지.
▲ 국가 발전 과정에서 복지 확대는 하나의 추세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성장이 높아지면 자연히 소득이 늘고 복지 수요가 는다. 자연스럽게 수반된다. 복지 확대 자체를 시대정신으로 볼 수 없다. 복지 확대가 국가 재정 구조를 악화시키지 않고 국가 부채를 늘리지 않고 지속 가능한 복지로 가야지, 무분별 무책임한 복지 확대로 가면 국가 재정 심지어 국가 복지를 깨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시대정신은 자연스런 추세를 가지고 말할 게 아니다. 양극화나 빈부격차처럼 사회 공동체의 일체성을 깨는 현상이 해소돼야 된다. 이게 사회통합이고 시대정신이다. 사회 통합이 우선 실현돼야 한다.

- 천안함·연평도 사태 등 남북 관계의 대립이 날로 커져가고 있는데 남북문제의 해법은 뭐라고 보시는지.
▲ 남북문제는 둘로 나눠 생각한다. 우선 현실적 문제인 ‘무력 도발’과 ‘안보 문제’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인 ‘대북 정책 기조’ 문제다. 우선 북의 무력 도발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 다시 무력 도발 등의 모험을 하지 않게 만들어야 된다. 이 정권이 비판을 받은 것은 무력 도발에 대한 강력 대응이 해법이라는 확실한 신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천안함사건 때도 말로만 하고 큰 대응 안했다. 사실 연평도가 기회였다. 반격을 확실히 했어야 했는데 그것도 그냥 지나쳤다.
 
‘확전을 경계하라’는 터무니없는 소리도 나왔다. 기본적인 대북정책도 이 정부가 정권 수립 후 명확히 국민 앞에 제시 못했다. 이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권 동안 추구한 햇볕 정책을 은연중에 답습하려는 태도를 보여온 게 사실이다. 남북문제는 대결이 아닌 평화공존을 지향하는 것은 틀림없다. 이를 제대로 이루기 위해서 북한을 평화 공존의 상대방으로 만들어야 된다. 북 체제의 개혁 개방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선 지원·협력도 무조건 퍼주는 게 아닌 체제의 개혁 개방과 연계된 기본 모토로 조건부 지원을 해야 된다.

대북 지원 ‘조건부’ 북 변해야
군 ‘상무정신’ ‘통합 훈련’ 강조

- 근래 발생한 북한의 대남도발로 국방 개혁 필요성이 절실한데 어떻게 바꿔야 된다고 보시는지.
▲ 우선 한미 연합 전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그것을 떼 놓고 자주 국방이니 뭐니 하는 이름으로, 우리 독자적 군사력으로 앞으로 사태를 대비하자 말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노무현 정부 때 서둘렀던 것은 잘못된 것이다. 자주 국방이라는 이름에 취했다. 군은 첫째로 정신을 바꿔야 된다. 상무 정신이 확고해야 한다. 고대 삼국시대만 해도 한반도에 있던 정권들은 상무 정신이 있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서 군의 대응 자세를 보면 굉장히 강력하고 완벽하게 반드시 지킨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전략적 측면에서는 작전의 ‘효율성’ ‘통합성’ 같은 것이 부족하다. 실제 상황이 벌어졌을 때를 대비하는 통합적 작전 훈련이 필요하다.

- 연일 교실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해결 방안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
▲ 그게 참 걱정이다. 여러 가지 교육개혁 얘기가 나오는데 기본은 교사가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교사가 개혁 대상이 아니다. 교사 스스로 나서고 학생 지도도 열정을 갖고 해야 된다. 다른 나라에서도 교사가 나서서 프로그램 만들고 주도적으로 한다. 교사들이 개혁의 대상이 되니 방관자가 된다. 교사 스스로 경쟁하고 질을 높여야 된다. 교원 평가제 같은 것들을 그래서 해야 된다. 학교는 자기규율(self discipline)을 가르쳐야 된다. 선진국에서는 법치의 근본이 공정과 규율이다. 우리는 그런 게 없다. 어렸을 때부터 자기규율을 가르쳐야 공동체의 바탕을 이룰 수 있다. 꼭 체벌해야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이들을 매로 때리는 것은 원칙적으로 반대다. 그러나 ‘자기 규율’을 가르치는 일종의 사랑의 매는 있어야 된다고 본다.

- 끝으로 지금 이명박 정부 잘 하고 있다고 보시는지. 고언을 한 말씀 하신다면.
▲최근 감사원장 인선 파문을 놓고 보면 인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객관적으로 보기에 ‘그래 쓸 만한 사람 썼으니 잘했다’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게 아니라, 대통령이 하는 인사를 보면 지금 (이 정부가) 어디쯤 있는지 국민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탈세하고 투기성 부동산 매매를 한 사람들이 경제부처의 장이 된다면 그게 과연 되겠나? 품격도 그렇지만 어떻게 장관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겠는가. 이런 사람을 쓰는 정부는 어떤 정부인지 국민이 알아본다. 국민이 대통령과 정부를 믿고 신뢰해야 일을 할 수 있지 냉소적이고 돌아서서 조소하면 어떻게 일을 하겠는가. 인사가 중요하다는 것은 그런 면에서 두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많은 실수를 했다. 나머지 임기 동안에 그 점만이라도 고치면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다.
 
대담=최민이 편집국장
정리=백대우 기자
사진=나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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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