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은 권력구조 개편 아닌 국가 구조 대개편”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①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첫 시작으로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를 만나 고견을 들어봤다.  

강소국 연방제 개헌 추진시 “적극 참여” 강조
반박 전선 구축 관련 “별로 듣기 좋지 않다”


한겨울 칼바람이 매서웠던 지난 19일, 과학 비즈니스벨트 관련 당 정책토론회 축사를 마치고 돌아온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를 국회 본청 당 대표실에서 만났다. 이날 토론회장에서 이 대표는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와 바로 옆자리에 앉아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마침 이 날은 한나라당 측에서 최고위원회의 ‘대전 개최’를 계획했다 결국 무산된 날이기도 하다. 다시금 충청권이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충청 기반의 전국 수권 정당’을 꿈꾸는 이 대표를 만나 정국 현안과 관련된 그의 소신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나의 개헌은 ‘국가 구조 대개편’
한나라당 개헌 주장과 차이

- 이재오 특임장관이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개헌’이 실현 가능성 있다고 보시는지.
▲ 정치 상황에 따라 이해관계나 이해타산에 따르는 개헌을 하자는 게 아니다. 우리 국가가 21세기 들어 앞으로 50년 100년 내다보고 국가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국가 구조를 바꿔야 된다. 연방제 수준으로 분권하는 수준으로 가야된다. 중앙 집권적 20세기형은 한계가 있다.

국가 구조를 연방제 수준으로 바꿔 국가를 5~7개 광역으로 나눠 각 광역을 지방정부가 맡아 각각 스위스 덴마크 같은 강소국으로 만들어야 된다. 이런 강소국 5~7개가 합쳐진 대한민국은 강대국이 된다. 이러한 국가 구조 대개조를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 연방정부의 권력구조는 대통령과 총리가 역할 분담하는 권력구조다.

- 혹시라도 개헌이 실제 이뤄진다면 참여 의사는 있으신지.
▲ 지금 여권에서 나오는 개헌 논의는 현재의 국가 구조를 두고 권력 구조만 바꾸자는 것이니 내가 말한 것과 다르다. 우리가 말하는 연방제 수준 분권 국가라면 직접 만들어가는 주체도 되고 실제 참여도 할 것이다.

- 최근 일각에서 주장하는 ‘보수 대연합’ 논의가 있던데 참여 의향이 있으신지.
▲ 지난 지방선거 후 ‘보수 대연합’ 얘기를 꺼낸 뒤 그런 얘기가 나온다. 한나라당에서는 합당 얘기도 나왔는데 그것은 방향이 다르다. 내가 말한 보수 대연합의 의미를 왜곡시켰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 좌파 진영들이 뭉쳐 성공했다. 보수 진영은 당한거나 마찬가지다. 적어도 보수가 정신 차리고 왜 보수여야 되는가 보수의 가치를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이해 구하자는 거다. 마치 어느 당과 합당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 취지가 다르다.

보수의 위기라는 말 ‘공감’
박 전 대표 ‘지지율 잘 관리해야’

- 지금 한나라당은 집권여당으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보시는지.
▲ 헷갈릴 때가 있다. 중도실용이 이념인 것처럼 대통령도 말하고 한나라당도 그런 말을 하는데 중도실용이 뭔가. 이념을 떠난 중간 지대에서 실용 추구를 하겠다는 것인데 그건 죽도 밥도 아니다.
사회는 성장과 분배, 자유와 평등이라는 식으로 보수와 진보 사이 이념 차가 있다. 그런 가운데 합리적이고 유연한 중도보수나 중도진보는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중도 표방은 애매모호할 때의 도피처다. 실용은 정책의 수단적 개념이지 목표가 될 수 없다. 진정한 보수를 추구하는 가치가 아니다.


- 보수정권을 넘어 ‘보수의 위기’라는 말도 조금씩 들리던데 그에 동의하시는지.
▲ 대선이 다가오는 만큼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국민이 보수 정권에 기회를 줬다. 그럼 다음에도 ‘그래 보수의 가치는 참 중요해. 보수를 추구하는 정당을 다시 신임해보자’는 얘기가 나와야 보수 정권이 계속된다. ‘그건 뭐 봤더니 전혀 기대하는 것과 같지 않다. 실체가 뭐냐’는 생각을 하면 국민이 실망하고 좌절을 느끼게 된다. (지금은) 보수의 큰 위기다.

- ‘깨끗한 보수’ ‘유능한 진보’를 함께 취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
▲ 진보와 보수 사이에 차이가 뭐냐? 정치적으로 자유와 평등, 경제적으로 성장과 분배의 차이다. 자유의 극단이 자유방임이고 평등의 극단이 막시즘이다.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적정하게 균형을 잡아간다는 개념을 머리에 두고 사회 발전을 위한 균형점을 잡아간다면 필요할 땐 서로 공조와 협력도 말할 수 있다.

대선 패배는 전적으로 내 책임
각계각층 지도자인 JP 존경

- 일각에서는 대표님께서 ‘반 박근혜 전선’을 구축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던데.
▲ 개헌 얘기를 꺼낸 걸 가지고 주로 친이계 쪽 개헌 주장과 연계해 그런 말을 하는 것 같다. 별로 듣기 좋지 않다. 저와 자유선진당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개인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를 위해 창당한 정당도 아니고, 개헌은 국가 미래를 위해 국가가 향해 나갈 비전 얘길 한 것이다. 정치적 이해타산 당리당락을 위해 말한 게 아니다.

- 현재 박 전 대표 지지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한때 비슷한 지지율을 얻으셨던 대표님께서 이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 박 대표 지지율을 분석해보진 않았다. 40%는 참 대단한 거다. 지지율이 근거 없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으로선 그러한 지지율을 잘 관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 차기대권에 도전하신다면 3전4기이신데, 도전하실 의향이 있으신지.
▲ 자유선진당이 ‘불임정당’이나 곁 불 쬐는 정당이 되려고 창당한 것은 아니다. 수권정당으로 국가의 미래를 주도할 정치적 역할을 하려 창당했다. 당원 모두가 권력 의지를 가져야 된다고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대선 참여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이고 그(대권 도전)에 관한 문제는 아직은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

- 지난 3차례의 대선에서 패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
▲ 전적으로 내가 부족해서다. 어쨌든 본인이 부족해서 그런 결과가 온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반성을 해봤다.

- 충청권의 맹주로 일컬어지는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근자에 교류가 있으셨는지.
▲ 기회가 없었다. 그 분은 충청권뿐 아니라 산업화 시대부터 지도자의 한 분이셨고 그 만큼 각계각층에서 존경 받고 있다. 충청권에서도 중요한 지도자다. 저는 (그 분을) 존경한다.


- 요즘 이미지 정치가 대세인데, 세간에서 ‘이회창’ 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생각해보신 적 있나.
▲ 나 자신을 이야기하는 건 어렵다(웃음).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타인이 가진 이미지다.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추측해 (그것을) 행동에 대한 자료로 삼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청소년기 젊은이들은 이 부분에 조심해야 된다. 자칫 열등감에 사로잡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나도 직접 겪었고 그 후 공직에 들어와서도 ‘혹시 나의 행적, 나의 판결, 나의 소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부분을 지나치게 걱정하다 매우 혼란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 얼마 전 민주당 손학규 대표 측과 복지와 관련해 공방도 있으셨는데, 그쪽 진영에서 밝힌 복지를 ‘시대정신’으로 보시는지.
▲ 국가 발전 과정에서 복지 확대는 하나의 추세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성장이 높아지면 자연히 소득이 늘고 복지 수요가 는다. 자연스럽게 수반된다. 복지 확대 자체를 시대정신으로 볼 수 없다. 복지 확대가 국가 재정 구조를 악화시키지 않고 국가 부채를 늘리지 않고 지속 가능한 복지로 가야지, 무분별 무책임한 복지 확대로 가면 국가 재정 심지어 국가 복지를 깨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시대정신은 자연스런 추세를 가지고 말할 게 아니다. 양극화나 빈부격차처럼 사회 공동체의 일체성을 깨는 현상이 해소돼야 된다. 이게 사회통합이고 시대정신이다. 사회 통합이 우선 실현돼야 한다.

- 천안함·연평도 사태 등 남북 관계의 대립이 날로 커져가고 있는데 남북문제의 해법은 뭐라고 보시는지.
▲ 남북문제는 둘로 나눠 생각한다. 우선 현실적 문제인 ‘무력 도발’과 ‘안보 문제’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인 ‘대북 정책 기조’ 문제다. 우선 북의 무력 도발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 다시 무력 도발 등의 모험을 하지 않게 만들어야 된다. 이 정권이 비판을 받은 것은 무력 도발에 대한 강력 대응이 해법이라는 확실한 신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천안함사건 때도 말로만 하고 큰 대응 안했다. 사실 연평도가 기회였다. 반격을 확실히 했어야 했는데 그것도 그냥 지나쳤다.
 
‘확전을 경계하라’는 터무니없는 소리도 나왔다. 기본적인 대북정책도 이 정부가 정권 수립 후 명확히 국민 앞에 제시 못했다. 이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권 동안 추구한 햇볕 정책을 은연중에 답습하려는 태도를 보여온 게 사실이다. 남북문제는 대결이 아닌 평화공존을 지향하는 것은 틀림없다. 이를 제대로 이루기 위해서 북한을 평화 공존의 상대방으로 만들어야 된다. 북 체제의 개혁 개방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선 지원·협력도 무조건 퍼주는 게 아닌 체제의 개혁 개방과 연계된 기본 모토로 조건부 지원을 해야 된다.

대북 지원 ‘조건부’ 북 변해야
군 ‘상무정신’ ‘통합 훈련’ 강조

- 근래 발생한 북한의 대남도발로 국방 개혁 필요성이 절실한데 어떻게 바꿔야 된다고 보시는지.
▲ 우선 한미 연합 전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그것을 떼 놓고 자주 국방이니 뭐니 하는 이름으로, 우리 독자적 군사력으로 앞으로 사태를 대비하자 말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노무현 정부 때 서둘렀던 것은 잘못된 것이다. 자주 국방이라는 이름에 취했다. 군은 첫째로 정신을 바꿔야 된다. 상무 정신이 확고해야 한다. 고대 삼국시대만 해도 한반도에 있던 정권들은 상무 정신이 있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서 군의 대응 자세를 보면 굉장히 강력하고 완벽하게 반드시 지킨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전략적 측면에서는 작전의 ‘효율성’ ‘통합성’ 같은 것이 부족하다. 실제 상황이 벌어졌을 때를 대비하는 통합적 작전 훈련이 필요하다.

- 연일 교실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해결 방안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
▲ 그게 참 걱정이다. 여러 가지 교육개혁 얘기가 나오는데 기본은 교사가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교사가 개혁 대상이 아니다. 교사 스스로 나서고 학생 지도도 열정을 갖고 해야 된다. 다른 나라에서도 교사가 나서서 프로그램 만들고 주도적으로 한다. 교사들이 개혁의 대상이 되니 방관자가 된다. 교사 스스로 경쟁하고 질을 높여야 된다. 교원 평가제 같은 것들을 그래서 해야 된다. 학교는 자기규율(self discipline)을 가르쳐야 된다. 선진국에서는 법치의 근본이 공정과 규율이다. 우리는 그런 게 없다. 어렸을 때부터 자기규율을 가르쳐야 공동체의 바탕을 이룰 수 있다. 꼭 체벌해야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이들을 매로 때리는 것은 원칙적으로 반대다. 그러나 ‘자기 규율’을 가르치는 일종의 사랑의 매는 있어야 된다고 본다.

- 끝으로 지금 이명박 정부 잘 하고 있다고 보시는지. 고언을 한 말씀 하신다면.
▲최근 감사원장 인선 파문을 놓고 보면 인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객관적으로 보기에 ‘그래 쓸 만한 사람 썼으니 잘했다’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게 아니라, 대통령이 하는 인사를 보면 지금 (이 정부가) 어디쯤 있는지 국민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탈세하고 투기성 부동산 매매를 한 사람들이 경제부처의 장이 된다면 그게 과연 되겠나? 품격도 그렇지만 어떻게 장관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겠는가. 이런 사람을 쓰는 정부는 어떤 정부인지 국민이 알아본다. 국민이 대통령과 정부를 믿고 신뢰해야 일을 할 수 있지 냉소적이고 돌아서서 조소하면 어떻게 일을 하겠는가. 인사가 중요하다는 것은 그런 면에서 두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많은 실수를 했다. 나머지 임기 동안에 그 점만이라도 고치면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다.
 
대담=최민이 편집국장
정리=백대우 기자
사진=나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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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