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영구’ 심형래 영화감독

뜨거운 열정 불굴의 의지 로 할리우드 고고씽


대한민국 국민 바보 ‘영구’가 <라스트 갓파더>로 돌아왔다. 이번엔 세계무대다. ‘영구없다’를 연신 외치던 땜통머리 한복 영구는 ‘오케이(Ok)’를 외치는 2대8 가르마 나비넥타이 ‘YoungGu’로 변신했다. 장장 14년 만에 영구로 우리 곁에 돌아온 심형래 감독. 그의 족적을 따라가봤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다음으로 존경하는 게 심형래
월급 줄 돈이 없어 밤무대 뛰면서도 신념 잃지 않아


그는 1982년 제1회 KBS <개그콘테스트>에서 동상을 받으며 데뷔한 이래 <유머1번지> 등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영구, 바보 포졸, 눈치 없는 펭귄, 멍청한 파리, 헝그리 복서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1980년대 최고의 개그맨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심지어 ‘아이들이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다음으로 존경하는 게 심형래’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영구’는 지금까지 온갖 개그의 패러디 소재로 이용되는 등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1980년대 전성기
역대 최고 개그맨

개그맨으로 승승장구한 심 감독이지만 거기에만 머물지 않았다. 1984년 남기남 감독의 <각설이 품바타령> 출연을 시작으로 영화에 도전한 심 감독은 <우뢰매> 시리즈에 연이어 출연했다. 특히, 1989년 영구를 주인공으로 한 <영구와 땡칠이>는 공전의 히트를 쳤고, 이후 영구 시리즈는 흥행 돌풍을 이어갔다.

그러던 1993년, 심 감독은 ‘영구아트무비’를 설립, 본격적으로 영화에 뛰어들었다. 심 감독이 처음으로 꾀한 것은 괴수영화와 SF영화의 접목. 그러나 첫 영화인 <영구와 공룡 쮸쮸>를 기획한 뒤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은 험난했다. 찰흙으로 빚은 공룡은 마른 뒤 갈라지기 일쑤였고, 유토와 라텍스로 만드는 걸 알게 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유토로 만든 공룡의 피부를 실리콘으로 입힌 뒤 색깔이 먹지 않아서 고생했다. 무게가 200㎏이 넘는 공룡에 사람이 들어가 움직이게 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불 뿜는 장치가 오작동해 연기와 불이 입 속으로 되돌아 가는 바람에 질식사가 날 뻔 하기도 했다. 당시 돈으로 공룡 1마리당 1억~2억원을 주고 일본·미국에서 빌려 쓰는 게 나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심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3년 연속 연예인 소득 1위를 차지하면서 번 돈으로 장만한 집·땅·건물 등을 팔아 최첨단 장비를 구입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데 쏟아 부었다. 24억원을 들여 천신만고 끝에 지난 1994년 <티라노의 발톱>을 완성했다. 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공원>과 개봉일이 겹치면서 빛을 보지 못했다. 이번에도 심 감독은 좌절하지 않았다. 스스로가 정한 방향으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직원들 월급 줄 돈이 없어 밤무대를 뛰어야 했지만 ‘하면 된다’는 신념을 잃지 않았다.

우리 영화 세계무대 진출할 수 있는 ‘길’ 닦아
<라스트 갓파더> 드라마·기술적 약점 최소화 주력


이 가운데 심 감독은 지난 1995년 <파워킹> 수출로 번 돈 130만 달러와 우일영상의 주문을 받아 제작한 <영구와 우주괴물 불괴리> <할매캅> <심비홍> 등으로 번 돈으로 영화사를 꾸려 지난 1999년 야심작 <용가리>를 세상에 내놨다. 하지만 결국 처절한 실패를 맞게 되면서 갖은 구설수와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럼에도 심 감독은 7년의 진통 끝에 <용가리>의 몇배 규모인 <디워>를 내놓는 뚝심과 집념을 보여줬다.

수작이냐 졸작이냐로 양 극단의 평가를 받던 <디워>는 한국에서만 8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그 해 최다관객 영화로 등극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1500여 개 극장에서 개봉하기까지 했다. 한국 역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영화 <괴물>이 미국에서 불과 70여 개 관에서 개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였다.


그리고 지난해 12월29일, 심 감독은 야심차게 준비한 블록버스터 코미디 <라스트 갓파더>를 내놨다. <라스트 갓파더>는 개봉 첫날부터 압도적 스코어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라스트 갓파더>는 개봉일 하루 동안만 13만명 관객을 끌어 모으면서 박스오피스 2위를 자치한 <헬로우 고스트>의 7만2000명을 거의 더블 스코어로 압도했다.

하지만 <디워>와 달리 비판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과거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뜯던 일부 ‘천적’ 비평가들은 ‘조용한 방관자’ 모드로 일관하는 모습이었다. 심 감독이 이번 <라스트 갓파더>에서 크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때문이다.

<디워> 미국 내
1500개 극장서 개봉

우선 드라마나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약점을 최소화했다. <디워>는 흥행작이지만 관객과 평단 사이에서는 취약한 드라마와 다소 거친 CG가 문제로 지적됐다. 일각에서는 개봉 3일만에 300만 관객이라는 신드롬 같은 관람 열기를 지나친 애국심의 발로로 해석하며 영화적 완성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라스트 갓파더>는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족적인 러브 스토리를 버무려 드라마 완성도를 높였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훨씬 업그레이드됐다.

메이저 스튜디오인 파라마운트의 세트장을 이용해 1951년 미국 뉴욕을 재현했다. 또 <덤 앤 더머>의 마크 얼윈이 촬영감독으로 참여, 안정감에 기여했다.스케일도 커졌다. 걸프전에 사용된 탱크 등 80대의 대형 차량을 동원했는가 하면 시가지 촬영을 위해 중심부 도로를 막고 경찰의 통제 하에 포와 총을 쏘아대기도 했다. 또 수많은 엑스트라를 동원해 실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액션신을 연출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디워>에서 메가폰만 잡았던 심 감독이 직접 주인공까지 맡았다는 것이다. 원래 연출보다는 코미디 연기가 ‘전공’인 심 감독은 오랫동안 가다듬은 코미디를 미국식으로 재해석했다. 본격적으로 영화감독의 길로 접어선 이래 심 감독의 시선은 늘 해외로 향해 있었다. <용가리> <디워>는 물론 최근 개봉한 <라스트 갓파더>까지 모두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다. 국내 영화감독 대부분이 국내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 이유에 대해 심 감독은 해외 영화 산업 시장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왕 영화를 만들 바에 큰물에서 놀자는 것. 그러나 해외 시장, 그것도 할리우드 진출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자국 영화에는 개방적이지만 외국영화에는 폐쇄적인 할리우드의 속성 때문이었다. 심 감독에 따르면 할리우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명성’이다.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와 아이템을 갖고 있어도, 실제로 제작사와 감독이 그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이 증명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과거 <용가리>와 <디워>를 제작했던 경력이 많이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3D 애니메이션
차기작 준비 완료

현재 심 감독은 널리 알려진 배우와 함께 작업하고, 안정된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을 만큼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처음만 하더라도 영화를 어떻게 파는지 방법조차 몰랐다. 그야말로 ‘맨 땅의 헤딩’을 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제 심 감독은 기획만 좋다면 해외 시장에 영화를 얼마든지 팔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해외 영화시장은 국내와 비교가 안될 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돈을 벌기 위해 해외 무대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우리 영화가 세계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닦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심 감독은 벌써부터 차기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 SF와 코미디에 이은 그의 도전은 <추억의 붕어빵>이란 가제가 붙은 3D 애니메이션이이다.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추억의 붕어빵>은 부모를 잃은 아이의 해외 입양을 다룬 작품이다. <추억의 붕어빵> 역시 해외시장을 염두에 둔 작품이다. 전쟁 뒤 입양된 아이들이란 소재를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전세계가 공감하는 내용인데다 과거 한국 아이들은 서양 국가로 많이 입양됐기에 미국, 유럽의 성인들에게도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추억의 붕어빵>은 이미 미니어처 등을 통해 제작전 구상을 마쳐놓은 상태다. 60년대 한국을 정교하게 재현해낸 미니어처는 지난해 별도의 전시회를 가질 정도로 퀄리티가 높았다. 해외 바이어들을 상대로 미니어처를 통한 브리핑을 선보였고, 이를 본 중국 측 관계자는 벌써부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3D 애니메이션은 할리우드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만일 심 감독이 3D 애니메이션까지 영역 확장을 성공할 경우 한국 영화계에 또 하나의 지평을 써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시작한 이래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온 심 감독. 아직도 그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그의 열정과 꿈이 빚어낼 차기작에 대한 기대가 벌써부터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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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