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영구’ 심형래 영화감독

뜨거운 열정 불굴의 의지 로 할리우드 고고씽


대한민국 국민 바보 ‘영구’가 <라스트 갓파더>로 돌아왔다. 이번엔 세계무대다. ‘영구없다’를 연신 외치던 땜통머리 한복 영구는 ‘오케이(Ok)’를 외치는 2대8 가르마 나비넥타이 ‘YoungGu’로 변신했다. 장장 14년 만에 영구로 우리 곁에 돌아온 심형래 감독. 그의 족적을 따라가봤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다음으로 존경하는 게 심형래
월급 줄 돈이 없어 밤무대 뛰면서도 신념 잃지 않아


그는 1982년 제1회 KBS <개그콘테스트>에서 동상을 받으며 데뷔한 이래 <유머1번지> 등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영구, 바보 포졸, 눈치 없는 펭귄, 멍청한 파리, 헝그리 복서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1980년대 최고의 개그맨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심지어 ‘아이들이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다음으로 존경하는 게 심형래’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영구’는 지금까지 온갖 개그의 패러디 소재로 이용되는 등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1980년대 전성기
역대 최고 개그맨

개그맨으로 승승장구한 심 감독이지만 거기에만 머물지 않았다. 1984년 남기남 감독의 <각설이 품바타령> 출연을 시작으로 영화에 도전한 심 감독은 <우뢰매> 시리즈에 연이어 출연했다. 특히, 1989년 영구를 주인공으로 한 <영구와 땡칠이>는 공전의 히트를 쳤고, 이후 영구 시리즈는 흥행 돌풍을 이어갔다.

그러던 1993년, 심 감독은 ‘영구아트무비’를 설립, 본격적으로 영화에 뛰어들었다. 심 감독이 처음으로 꾀한 것은 괴수영화와 SF영화의 접목. 그러나 첫 영화인 <영구와 공룡 쮸쮸>를 기획한 뒤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은 험난했다. 찰흙으로 빚은 공룡은 마른 뒤 갈라지기 일쑤였고, 유토와 라텍스로 만드는 걸 알게 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유토로 만든 공룡의 피부를 실리콘으로 입힌 뒤 색깔이 먹지 않아서 고생했다. 무게가 200㎏이 넘는 공룡에 사람이 들어가 움직이게 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불 뿜는 장치가 오작동해 연기와 불이 입 속으로 되돌아 가는 바람에 질식사가 날 뻔 하기도 했다. 당시 돈으로 공룡 1마리당 1억~2억원을 주고 일본·미국에서 빌려 쓰는 게 나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심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3년 연속 연예인 소득 1위를 차지하면서 번 돈으로 장만한 집·땅·건물 등을 팔아 최첨단 장비를 구입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데 쏟아 부었다. 24억원을 들여 천신만고 끝에 지난 1994년 <티라노의 발톱>을 완성했다. 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공원>과 개봉일이 겹치면서 빛을 보지 못했다. 이번에도 심 감독은 좌절하지 않았다. 스스로가 정한 방향으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직원들 월급 줄 돈이 없어 밤무대를 뛰어야 했지만 ‘하면 된다’는 신념을 잃지 않았다.

우리 영화 세계무대 진출할 수 있는 ‘길’ 닦아
<라스트 갓파더> 드라마·기술적 약점 최소화 주력


이 가운데 심 감독은 지난 1995년 <파워킹> 수출로 번 돈 130만 달러와 우일영상의 주문을 받아 제작한 <영구와 우주괴물 불괴리> <할매캅> <심비홍> 등으로 번 돈으로 영화사를 꾸려 지난 1999년 야심작 <용가리>를 세상에 내놨다. 하지만 결국 처절한 실패를 맞게 되면서 갖은 구설수와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럼에도 심 감독은 7년의 진통 끝에 <용가리>의 몇배 규모인 <디워>를 내놓는 뚝심과 집념을 보여줬다.

수작이냐 졸작이냐로 양 극단의 평가를 받던 <디워>는 한국에서만 8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그 해 최다관객 영화로 등극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1500여 개 극장에서 개봉하기까지 했다. 한국 역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영화 <괴물>이 미국에서 불과 70여 개 관에서 개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였다.


그리고 지난해 12월29일, 심 감독은 야심차게 준비한 블록버스터 코미디 <라스트 갓파더>를 내놨다. <라스트 갓파더>는 개봉 첫날부터 압도적 스코어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라스트 갓파더>는 개봉일 하루 동안만 13만명 관객을 끌어 모으면서 박스오피스 2위를 자치한 <헬로우 고스트>의 7만2000명을 거의 더블 스코어로 압도했다.

하지만 <디워>와 달리 비판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과거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뜯던 일부 ‘천적’ 비평가들은 ‘조용한 방관자’ 모드로 일관하는 모습이었다. 심 감독이 이번 <라스트 갓파더>에서 크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때문이다.

<디워> 미국 내
1500개 극장서 개봉

우선 드라마나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약점을 최소화했다. <디워>는 흥행작이지만 관객과 평단 사이에서는 취약한 드라마와 다소 거친 CG가 문제로 지적됐다. 일각에서는 개봉 3일만에 300만 관객이라는 신드롬 같은 관람 열기를 지나친 애국심의 발로로 해석하며 영화적 완성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라스트 갓파더>는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족적인 러브 스토리를 버무려 드라마 완성도를 높였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훨씬 업그레이드됐다.

메이저 스튜디오인 파라마운트의 세트장을 이용해 1951년 미국 뉴욕을 재현했다. 또 <덤 앤 더머>의 마크 얼윈이 촬영감독으로 참여, 안정감에 기여했다.스케일도 커졌다. 걸프전에 사용된 탱크 등 80대의 대형 차량을 동원했는가 하면 시가지 촬영을 위해 중심부 도로를 막고 경찰의 통제 하에 포와 총을 쏘아대기도 했다. 또 수많은 엑스트라를 동원해 실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액션신을 연출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디워>에서 메가폰만 잡았던 심 감독이 직접 주인공까지 맡았다는 것이다. 원래 연출보다는 코미디 연기가 ‘전공’인 심 감독은 오랫동안 가다듬은 코미디를 미국식으로 재해석했다. 본격적으로 영화감독의 길로 접어선 이래 심 감독의 시선은 늘 해외로 향해 있었다. <용가리> <디워>는 물론 최근 개봉한 <라스트 갓파더>까지 모두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다. 국내 영화감독 대부분이 국내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 이유에 대해 심 감독은 해외 영화 산업 시장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왕 영화를 만들 바에 큰물에서 놀자는 것. 그러나 해외 시장, 그것도 할리우드 진출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자국 영화에는 개방적이지만 외국영화에는 폐쇄적인 할리우드의 속성 때문이었다. 심 감독에 따르면 할리우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명성’이다.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와 아이템을 갖고 있어도, 실제로 제작사와 감독이 그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이 증명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과거 <용가리>와 <디워>를 제작했던 경력이 많이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3D 애니메이션
차기작 준비 완료

현재 심 감독은 널리 알려진 배우와 함께 작업하고, 안정된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을 만큼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처음만 하더라도 영화를 어떻게 파는지 방법조차 몰랐다. 그야말로 ‘맨 땅의 헤딩’을 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제 심 감독은 기획만 좋다면 해외 시장에 영화를 얼마든지 팔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해외 영화시장은 국내와 비교가 안될 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돈을 벌기 위해 해외 무대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우리 영화가 세계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닦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심 감독은 벌써부터 차기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 SF와 코미디에 이은 그의 도전은 <추억의 붕어빵>이란 가제가 붙은 3D 애니메이션이이다.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추억의 붕어빵>은 부모를 잃은 아이의 해외 입양을 다룬 작품이다. <추억의 붕어빵> 역시 해외시장을 염두에 둔 작품이다. 전쟁 뒤 입양된 아이들이란 소재를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전세계가 공감하는 내용인데다 과거 한국 아이들은 서양 국가로 많이 입양됐기에 미국, 유럽의 성인들에게도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추억의 붕어빵>은 이미 미니어처 등을 통해 제작전 구상을 마쳐놓은 상태다. 60년대 한국을 정교하게 재현해낸 미니어처는 지난해 별도의 전시회를 가질 정도로 퀄리티가 높았다. 해외 바이어들을 상대로 미니어처를 통한 브리핑을 선보였고, 이를 본 중국 측 관계자는 벌써부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3D 애니메이션은 할리우드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만일 심 감독이 3D 애니메이션까지 영역 확장을 성공할 경우 한국 영화계에 또 하나의 지평을 써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시작한 이래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온 심 감독. 아직도 그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그의 열정과 꿈이 빚어낼 차기작에 대한 기대가 벌써부터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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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10번째 해외순방 부푼 보따리 풀어보니…

윤, 10번째 해외순방 부푼 보따리 풀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해외순방을 떠났다. 그에 맞는 성과를 낸다면 우주라도 갈 수 있다지만, 여태까지 성적표는 처참해,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가 기대했던 ‘1호 영업사원’의 의미가 대통령 부부와는 달랐던 걸까? 오히려 나갔다 하면 터지는 사고로 불안할 지경이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전 성남 서울 공항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첫 순방지인 투르크메니스탄으로 향했다. 시작은 화려하게 서울 공항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홍철호 정무수석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등이 나와 윤 대통령을 환송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연한 회색 넥타이를 맸고, 김 여사는 밝은 베이지색 정장 차림에 에코백을 들었다. 윤 대통령 부부는 공군 1호기에 올라 각각 손 인사와 목례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첫 순방국인 투르크메니스탄서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며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에게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과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개최 계획’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으며, 이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의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의 일환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대한민국 간 관계의 확대를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본 구상을 구현하는 데 양국 정부 간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양국 간 공동성명에는 가스 및 화학, 조선, 섬유, 운송, 정보통신, 환경보호 등 분야서 협력 강화도 담겨있다. 해외순방이 잘 끝나면 좋지만, 이번 해외순방은 시기가 좋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여태까지의 실적보다는 리스크가 더 컸다는 말도 나오는 실정이다. 스스로를 ‘1호 영업사원’이라고 지칭한 윤 대통령의 위신은 무너진 지 오래다.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김 여사가 동행하는 데 대해 ‘검찰 수사 회피용 외유’라고 규정했다. 한 번 나갔다 하면 터지는 논란 총선 이후 숨었다가 해외서 등장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디올백 수수 영상이 공개된 뒤 4·10 총선 ‘도둑 투표’서 보듯이 국민과 언론의 눈을 피해 꼭꼭 숨어다니더니, 이제 대놓고 활보한다. 검찰을 향해 ‘어디서 감히? 소환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은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과 양주, 고급 화장품을 대가성 뇌물로 제공한 최재영 목사를 소환해 다수의 증거와 증언을 이미 확보했다. 따라서 김 여사는 대가성 뇌물을 받은 의혹이 있는 피의자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피의자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이어 “공범들은 이미 처벌받았다. 재판에 제출된 검찰 의견서에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의 수익이 23억원이라고 적혀 있다. 검찰은 언제까지 김 여사 소환조사를 미룰 건가? 청탁성 선물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하는 억지 주장을 듣고만 있을 것이냐”고 성토했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 검찰은 압수수색도, 소환조사도 피해 가는 ‘특권계급’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언론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해도 믿는 국민은 없다. 아무리 달달한 말을 해도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 앞에서 힘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부부가 무사히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길 기원한다. 귀국 즉시, 요새 국민의힘 의원들이 관심이 많은 기내 식비와 음료, 술값 내역을 꼭 공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김 여사는 검찰이 귀국 뒤에도 소환하지 않거든 서울중앙지검에 제 발로 찾아가길 바란다. 그래야 검찰 소환을 피하려고 외유를 택했다는 오해를 피할 수 있을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으로 시작됐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여태까지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서 사고가 끊임없이 터졌던 것에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논란은 독일·덴마크 해외순방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2월18일 윤 대통령은 일주일 일정으로 독일과 덴마크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돌연 연기했다. 지난 2월1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올해 첫 해외순방 일정인 독일과 덴마크 방문 계획이 여러 요인을 검토한 끝에 연기됐다. 과거에도 순방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순방을 연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민간인은 왜 태워? 독일 주요 종합지와 방송사는 윤 대통령의 방문 연기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고, 일부 온라인 언론이 <로이터 통신>의 단신을 번역해 소개했다. 덴마크서 발행되는 주요 언론들도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실과 덴마크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실도 별다른 언급이나 공식적인 설명하지 않았다. 독일과 덴마크 국민은 한국의 대통령이 방문할 예정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무관심한 분위기였다. 외신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 순방 연기 소식을 전했던 <로이터 통신>은 “한국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다양한 문제 때문에 연기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결정은 4‧10 총선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대통령 내외가 성과도 없이 너무 잦은 해외순방을 하고 있다고 야당이 비판하고 있고, 특히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하는 과정이 담긴 몰래카메라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이 곤란을 겪고 있다”며 디올백 사건이 연기 결정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함께 전했다. 반면 현지 한인 교민과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전례가 없는 일에 황당해했다. 현지 한국 공관들은 해외순방이 있기 한 달 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동포 행사 보조요원을 모집했고, 교민 간담회를 열 계획이라고 비공식 공지까지 한 상황이었다. 독일 일정의 경우 수도인 베를린에 있는 독일대사관이 아닌 독일 중북부에 있는 함부르크 총영사관이 행사 요원을 모집한 사실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곳에서 있을 만찬은 독일과 유럽의 귀빈들이 주로 참석하는 사교 파티 형식이어서 대통령 부부가 함께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모든 게 돌연 취소된 것이다. 외교가에선 이를 두고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는 반응이 불거졌다. 가장 격이 높은 국빈 방문을 불과 며칠 앞두고 취소한 건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외교적 결례 논란으로도 번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도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12월1일 네덜란드 측이 한국의 과도한 경호 및 의전 요구에 우려를 표하기 위해 최형찬 주네덜란드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최 대사를 불러 국빈 방문 경호와 의전을 둘러싼 한국의 다양한 요구에 ‘우려와 당부사항’을 전달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경호상의 필요를 이유로 방문지 엘리베이터 면적까지 요구한 것 등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해 불만을 표했다. 특히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기밀 시설 ‘클린룸’ 방문 일정과 관련해 한국 측이 정해진 제한 인원 이상의 방문을 요구한 데 대한 우려도 컸다. 한 소식통은 “네덜란드가 상대국 정상의 방문을 앞두고 주재 대사를 불러 항의한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외교부는 “최 대사와 네덜란드 측 간 협의는 국빈 방문이 임박한 시점서 일정 및 의전 관련 세부적인 사항들을 신속하게 조율하기 위한 목적서 이뤄진 소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국빈 방문이 ‘대통령의 외교’가 아닌 화려한 의전만 챙기는 ‘왕의 외교’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에는 북대서양 조약 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대통령 부부가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는데, 김 여사가 경호원과 수행원 16명을 대동한 채 수도 빌뉴스의 명품 편집매장에 들린 것이 문제가 됐다. 리투아니아 매체 <15min>은 ‘한국의 퍼스트레이디(김 여사)는 50세의 스타일 아이콘 : 빌뉴스(리투아니아의 수도)서 일정 중 유명한 상점에 방문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는 김 여사가 대통령실 직원들과 함께 ‘두 브롤리아이(Du Broliai)’라는 매장(명품 브랜드 편집숍)에 방문한 사진이 담겼다. 이 기사에 따르면 김 여사는 총 16명을 대동한 채 매장에 왔고, 김 여사가 쇼핑하는 동안 6명의 경호원이 매장 앞에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배치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 브롤리아이 관계자는 김 여사 일행이 매장 방문 이후에도 이곳을 다시 찾아서 추가로 물건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여사가 무엇을 샀고 얼마어치를 샀는지는 기밀”이라고 말했다. 해당 일에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상점을 방문한 건 맞고 안내를 받았지만, 물건은 사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물 폭탄과 문자폭탄에 출근을 서두르고 있는 서민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기사”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여름 한반도 폭우 사태로 인해 국가적 재난 상황에 처했는데 국내 사정을 우선시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지난해 1월에 있었던 아랍에미리트 해외순방에선 윤 대통령의 말이 문제가 됐다.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UAE 군사훈련 협력단(아크부대)을 방문해 “UAE의 적이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다. UAE는 우리의 형제 국가다. 형제국의 적은 우리의 적”이라고 말했다. 명품, 노룩 악수, 경례… “김 여사 귀국 후 검찰로?” 이란이 윤 대통령의 주장에 반발해 성명을 발표하면서 국제적인 논란이 됐다. 주한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관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란이슬람공화국은 대한민국 공식 채널 특히 외교부를 통해 이란이슬람공화국과 아랍에미리트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달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현지서 UAE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서 하신 말씀이다. 따라서 한-이란 관계와 무관한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란 나자피 외무부 차관은 윤강형 주이란 한국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해 항의했다. 2022년 11월 순방에서는 ▲MBC 취재진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 ▲윤석열정부 정상회담 취재 제한 논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 여사가 팔짱을 낀 사진 논란 ▲해외순방 중 윤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채널A, CBS 기자 2명만 따로 부른 것 ▲김 여사가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신 비공개로 캄보디아 병원과 가정에 방문하면서 발생한 논란 등이 있었다. 2022년 9월에 있었던 영국-미국-캐나다 해외순방에서는 나라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 부부는 당시 사망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러 영국으로 출국했지만, 조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교통 상황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미 교통 혼잡이 충분히 예상됐고, 영국 정부는 이미 방문하는 국가 원수들의 전용기 탑승 자제 및 의전차량 제공 불가를 7일 전에 알렸다. 미국에서는 ▲한일 약식회담 ▲48초 한미정상회담 ▲욕설 발언으로 논란이 됐고, 캐나다에서는 동포 간담회를 열었지만, 내용이 실속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 오타와 전쟁 기념비 앞 참배 과정서 캐나다 국가가 울려 퍼지는 와중에 캐나다 국기에 경례하는 의전 실수를 저질렀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의 첫 번째 해외순방이었던 나토 정상회의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에게 인사하려던 도중 윤 대통령이 악수를 건네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그저 윤 대통령이 건넨 악수만 받은 채 루멘 라데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불가리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돼 ‘노룩 악수’ 논란이 일어났다. 국제적 망신도 이 밖에도 연출된 업무 사진,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에 대통령실 직원이나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씨가 동행한 것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3월 한일정상회담에서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한일 양국의 주장이 엇갈렸으며, 지난해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출국 전 윤 대통령이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서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조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alswn@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