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막말’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

‘보장된 삶’ 버리고 택한‘투쟁하는 삶’?


“이명박정부를 소탕해야 하지 않겠나.” “국민을 실망시키는 정권을 확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나.” 다름아닌 민주당 천정배 의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제1야당의 최고위원이 입에 올린 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도를 넘은 ‘막말’에 여당은 가시 돋친 말들을 쏟아내며 천 의원과의 공방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세인들의 시선은 온통 사건의 주역인 천 의원에 쏠렸다.

군사독재정권의 판·검사 임명장 거부…변호사 선택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정치권 러브콜 쇄도

전남 신안의 자은도란 작은 섬에서 태어난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열과 성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참고서 하나 구하기 어렵던 외지, 전라도 목포에서 혼자 힘으로 열심히 공부한 끝에 서울법대에 수석으로 입학한 데 이어 졸업과 동시에 사법시험도 합격 했다. 대학시절에는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뭔가를 바꾸어 보겠다는 생각을 품기도 했지만 남들 앞에 나서기엔 숫기가 부족했고 수줍음도 많은 청년이었다.

5·18 광주항쟁
인권에 관심

그런 천 의원을 바꿔놓은 사건이 바로 5·18 광주항쟁이었다. 당시 군복무 중이던 천정배가 받은 충격과 분노는 상상을 초월했다. 또 다시 무고한 시민을 향해 자행된 그 같은 악행이 벌어진다면 그 땐 스스로 시민군이 되어 총을 들겠다는 마음을 먹을 정도였다.

이 마음속 분노는 평범하게 살아가던 천 의원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놨다. 반독재 민주화와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것.
천 의원은 판·검사라는 보장된 미래가 아닌 변호사를 선택했다. 군사쿠데타와 양민학살을 통해 부당하게 권좌에 오른 군사독재정권의 임명장을 받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천 의원은 이른바 ‘잘 나가는’ 국제비즈니스 변호사였다. 국내 최대 로펌에서 4년 간 외환·무역·조세 등의 분야를 두루 거치며 국제변호사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의 폭압정치 아래 감옥으로 끌려가는 학생, 노동자, 재야운동가들을 보며 그의 마음은 바뀌게 된다.

결국, 힘들게 쌓아온 국제변호사로서의 보장된 미래를 과감히 떨쳐버린 그는 1985년 10월, <남대문합동법률사무소>를 열었고 본격적인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천 의원은 1988년 5월28일 창립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창립멤버로 상임간사, 국제인권위원장 등의 요직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폈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턴가 천 의원의 이름 앞엔 인권변호사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정치권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천 의원의 진가를 일찍이 알아봤다. 천 의원에게는 러브콜이 쏟아졌다. 실제로 1988년에는 출마와 동시에 당선이 보장되는 고향 신안의 지역구까지 제안 받는 등 천 의원을 향한 정치권의 구애는 뜨거웠다. 하지만 천 의원은 이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자신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보다 6월항쟁 이후 미진한 한국사회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 천 의원이 정치권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3년, 김근태 의장이 이끌던 재야단체 <통일시대 민주주의 국민회의>에 법조계 일원으로 참가하면서다.

본격적인 변화의 징후가 나타난 건 지난 1995년이었다. 당시 정계에 복귀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민회의 창당을 추진하던 시기, 그의 측근으로부터 정식 정치권 영입 제안을 받게 된 것. 그리고 그의 고민이 시작됐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천 의원은 ‘반세기가 넘도록 우리 사회에 갖가지 병폐를 심어놓은 보수세력의 집권을 막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일념 하에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6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천 의원은 199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민회의 정책위원회 부의장이란 중책을 맡아 대선공약 개발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 그야말로 입과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녔다. 그 결과,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며 건국 이래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천 의원은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발굴,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천 의원은 2001년 7월 현역의원 최초로 노무현 후보의 지지선언을 했다. 언론은 시기상조론과 더불어 찻잔 속의 태풍으로 폄하했다. 당시 민주당 주류인 이인제 대세론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상황이었던 게 그 이유였다. 때문에 노무현이 이인제를 누르고 후보가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인제 대세론의 기저에는 대선에 패배하더라도 호남과 충청표를 묶으면 국회의원은 할 수 있으리라는 정치공학적 계산이 깔려있었다. 또한 대세를 벗어난 행동으로 정치적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두려움도 상당부분 차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천 의원의 결단에 지인들의 만류가 이어졌다. 천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도 안산시는 호남과 충청 출신 유권자를 합하면 60%를 넘었고, 천 의원의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대선공약 개발

하지만 천 의원은 단 한 장의 필승카드가 노무현이라고 단언했다. 노무현 후보가 한국 사회의 개혁을 이끌 적임자라는 명분론과, 호남과 영남의 일부 그리고 젊은 개혁층의 표를 확실하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현실론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천 의원의 예측은 적중했다. 광주 경선의 승리를 발판으로 이인제 대세론을 뒤집으며 노무현이 민주당의 공식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것. 그러나, 노무현 앞에는 월드컵 바람을 타고 정몽준이란 새로운 태풍이 등장했다. 철옹성 같은 기득권세력을 대변하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노무현과 정몽준의 단일화가 실패한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정몽준과의 후보단일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노무현 후보 선대위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부는 눈물까지 흘리며 후보 단일화를 반대하고 나섰다. 시선은 또 다시 천 의원에게로 쏠렸다.

모든 의원들은 천 의원이 후보 단일화를 반대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후보 단일화를 찬성했고 적극 나서서 추진했다. 그 때 계속 상승했던 정몽준 후보의 지지율이 하향국면에 접어들고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은 다시 오르는 추세라서 노 후보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결국 천 의원의 선택은 주효했고 집권에 성공했다. 그의 승부사적 기질이 민주개혁세력이 재집권하는 데 큰 몫을 한 것이다.

그런 천 의원에게 2003년 11월11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날 중 하나다. 모진 산고 끝에 열린우리당이 태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정치개혁과 정당개혁을 위해 최초로 지구당위원장을 내던졌던 천 의원은 신당 창당 선언과 당의장 직선제 도입, 국민참여정치 실천 등 새로운 정치를 위한 수많은 어려움과 맞닥뜨려야 했다. 2002년 12월, 대선 직후부터 시작된 정치개혁 논의가 가시적 성과를 맺기까지 그야말로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천 의원은 민주당 안팎의 모든 개혁세력을 끌어안는 정치개혁을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은 기존 정당의 틀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른바, 두터운 기득권의 벽이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천 의원은 기존의 낡은 정치행태로는 새 정치를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비로소 신당창당의 불가피함을 깨닫게 된다.

그는 신당의 밑그림으로 제도개혁과 인물의 교체를 상정했다. 당헌, 당규에 국민참여를 통한 상향식 의사 결정, 대선 후보와 당의장의 직접 선거 등의 콘텐츠들을 채워 나갔다. 또한 원내대표제를 도입하고 의원총회를 최종 의사결정기구로 만드는 등 원내 정책정당화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열린우리당은 우리 정치의 오랜 폐단이었던 돈정치, 보스정치, 지역주의 정치의 타파를 위해 탄생한 최초의 정당이었고, 천 의원 개인으로선 정치생명을 건 또 한 번의 모험이었다.

그리고 지난 2004년 4·15 총선, 열린우리당이 국회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며 역사상 최초로 개혁세력이 의회권력을 장악했다. 민생입법과 개혁입법을 처리할 최적의 기회를 맞게 된 것이다. 천 의원 역시 선거에 출마해 지역구를 누비며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을 약속했고, 결국 승리를 거머쥐게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발굴, 참여정부 탄생시킨 장본인
모진 산고 끝에 열린우리당 창당 우여곡절 많아

이후 3선을 한 천 의원은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이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에 도전했다. 경쟁자는 5선의 전략가이자 현재 대선주자로 뛰고 있는 이해찬 의원이었다. 막강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치밀한 전략까지 마련한 이 의원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당내 중진들은 물론 재야파까지도 상대편에 줄을 섰다. 천 의원을 지지할 것이라 예상됐던 몇몇 측근까지 등을 돌렸다. 여기에 ‘청와대가 관리형 원내대표로 이 의원을 민다’는 소문까지 퍼지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 쇄신운동, 노무현 최초 지지, 열린우리당 창당 등 정치적 고비마다 한발 앞서 결단을 내리고 실천해 온 천 의원의 진정성은 마침내 초선들의 지지를 얻기 시작했고, 결국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첫 집권여당의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원내대표에 오른 천 의원의 첫 마디는 “정기국회 100일 동안 국회 반경 1km를 벗어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초기엔 아예 국회 안에서 주거를 해결했지만, 그로 인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직원들의 애교 섞인 원성(?)에 밀려 국회 근처 오피스텔로 거처를 옮겼다. 매일 아침 7시면 원내대표단 회의를 열었고, 수십 차례의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그 결과, 물리력을 동원한 한나라당의 끈질긴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 개혁입법 중, 과거사법과 언론개혁법을 통과시키는 성과를 일궈냈다. 또한 기금관리기본법, 민간투자법,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등 경제활성화를 위한 3대입법을 포함해 100여개의 민생법안을 처리했다.

막말 파문 난관
돌파할 해법 주목

이후 법무부장관 등을 지낸 천 의원은 국회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 반발해 의원직을 사퇴했다가 올해 초 국회에 다시 복귀했다. 이 가운데 최근 막말 파문이 불거져나오면서 세인들의 싸늘한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과연 천 의원은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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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