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리우올림픽> 망가진 체육회 백태

부실한 지원 ‘메달 비상’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올림픽이 코앞이다. 선수들은 올림픽 준비에 몸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을 뒤에서 지원해야 할 각 경기단체는 힘이 빠졌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몇몇 경기단체들이 내홍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올림픽 출전 종목 관리단체는 대한야구협회와 대한수영연맹 등이 있다. ‘관리단체’는 대한체육회 산하 가맹경기단체 규정 제6조(관리단체지정)에 ‘정상적인 조직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대한체육회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당해 경기단체를 관리단체로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부분 돈 문제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당장 정부의 예산 지원금도 받을 수 없게 된다. 아울러 이사 이상의 임원은 전원 자동 해임된다. 이들은 앞으로 평생 해당 단체서 이사직을 수행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대한체육회 산하 다른 체육단체에서도 이사 이상의 임원이 될 수 없다. 관리단체로 전락한 데 따른 공동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미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3월25일이사회를 열고 대한수영연맹과 함께 대한야구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하기로 의결했다. 비리와 내부갈등, 기금고갈 등으로 정상적 조직운영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두 단체는 모든 권리와 자격, 의무를 상실하게 됐다.
 

대부분 관리단체로 지정된 경기단체들은 온갖 내부비리로 인해 더 이상 자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로 봐도 무방하다. 한마디로 이들 단체는 ‘관심 사병’으로 전락했다. 대한야구협회와 대한수영연맹은 어떤 내부비리 때문에 관리단체로 들어갔을까.


대한야구협회는 지난해 3월, 이병석 전 회장이 사퇴한 뒤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회장 자리를 놓고 선거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아마야구계는 그야말로 복마전을 방불케 했다. 지난해 5월22일 박상희 회장이 취임했지만, 계파 간 갈등을 넘어 상호 고소와 고발로 내분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비리의 악순환으로 협회의 재정은 악화되고, 급기야 금고는 바닥을 드러냈다. 박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협회기금 전용과 업무추진비 과다사용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뒤 최근 불명예 퇴진을 하기에 이르렀다. 상임집행부 역시 현 사태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기로 했다.

대한야구협회의는 관리단체로 지정된 이후 특별감사를 통해 결국 비리의 온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5월4일 대한체육회는 “공금을 무단 사용한 전임회장 및 상임임원에 각각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권고하고, 관련자인 전 사무국장과 총무팀장 등도 중징계 등의 매우 엄격한 징계처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큰 대회 앞두고…사건·사고 펑펑
성적 위태…하나 같이 효자종목들

현재 대한야구협회는 총알(돈)이 없다. 협회 기금 58억원이 있지만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지원 등으로 적립된 기금이어서 손을 댈 수 없다. 사용을 하더라도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 외 전체 기금은 7억8000만원가량 남아 있지만, 이 역시 야구인들이 모은 돈이어서 함부로 쓸 수 없다. 또한 문체부는 지난달 25일부터 야구협회에 대한 보조금(2015년 기준 19억원) 지원을 중단한 상태다.

대한수영협회 비리는 그동안 알려졌던 어느 스포츠 비리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했다. 각종 비리로 얼룩진 대한수영연맹 임원과 관련자 총 14명이 기소됐다. 학연‧지연 관계, 사제‧선후배 관계 등으로 끈끈하게 맺어진 폐쇄적인 구조의 수영연맹의 영향력이 만천하에 드러나 충격을 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지난 3월22일 대한수영연맹과 지역수영연맹 일부 임원 등의 각종 비리 관련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수부는 대한수영연맹 관계자 11명을 구속 및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 수사를 통해 대한수영연맹과 산하 지역연맹이 수영장 시설 공사 관련 상납 비리, 선수 계약금 급여 훈련비 횡령, 국가대표 및 후보 선발 관련 비리, 대한수영연맹 임원 선임비리 등 지역과 분야를 망라해 수영계 전반에 걸친 구조적 비리가 드러났다.

파벌을 형성한 특정 인맥인 대한수영연맹 전무이사와 대한수영연맹 시설이사, 대한수영연맹 총무이사, 대한수영연맹 홍보이사 등이 약 15년 이상의 임원직을 유지하며 장기간 대한수영연맹 및 지역수영연맹을 장악해 수영계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가대표선수 선발에 관한 청탁 명목으로 수년간 수영계 관계자들에게서 수억원대 뒷돈을 받은 대한수영연맹 전무이사에 대해 검찰은 징역 7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의 심리로 지난 1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정모씨에게 징역 7년 및 추징금 4억4000만원을 구형했다. 선수 훈련 지원비 등 공금 수십억원을 빼돌려 도박자금으로 사용한 대한수영연맹 시설이사 이모씨에게는 징역 7년 및 추징금 4억2000만원이 구형됐다.

대한수영연맹은 최근까지도 박태환의 올림픽행을 두고도 여러 공방을 하면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박태환은 체육회와 대한수영연맹을 상대로 CAS에 잠정 처분을 신청, 국가대표 자격을 인정받았다.
이외에도 관리단체로 들어가지 않았지만, 각종 비리로 내홍을 앓고 있는 올림픽 경기 단체들이 있다. 대한레슬링협회와 대한사격연맹 역시도 비리 복마전이다.
 

경찰은 대한레슬링협회에서 30억원대 업무상 횡령이 벌어진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지난 6월3일 대한레슬링협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협회 회장과 회계담당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횡령이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할 계획이다.

썩어빠진 단체들

대한사격연맹은 비리로 현재 보조금 지원이 중단된 상태다. 사격연맹은 국가대표 총감독이 2007년부터 장기간 국가대표 촌외훈련비와 전지훈련비를 업자와 짜고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물의를 빚었고, 승마협회는 국가대표 순회코치가 훈련을 하지 않고 거짓 훈련보고서를 작성, 수당을 챙겨 비난을 받았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이면…’
효자종목 단체들

현재 내홍을 앓고 있는 올림픽 경기단체들이 하나같이 ‘효자’종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 사격, 수영, 레슬링 등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메달을 획득했다.
사격은 한국 선수들이 매달을 싹쓸이 하다시피 했다. 이 종목에서만 총 5개의 메달(금메달 3개, 은메달 2개)을 획득했다. 특히 진종오 선수는 남자 10m 공기총, 남자 50m 권총에서 등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하며 진기록을 세웠다.


수영에서는 총 2개 메달(은메달2개)을 획득했다. 이 메달들은 박태환 선수가 남자 400m 자유형, 남자 200m 자유형에서 획득했다. 레슬링 경우 남자 그레코로만형 66kg급에서 김현우 선수가 금메달 1개를 획득했다. 한편 야구는 지난 런던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탈락해 메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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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