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큰 웃음(?) 선사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보온병(兵)’ 출신에서 ‘동네북’으로…‘상수스럽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만신창이다. ‘보온병’ 발언과 관련, 모진 뭇매를 맞아서다. 국민과 언론, 정치권을 가리지 않고 매서운 주먹이 날아 왔다. 동네북이 따로 없다. 어찌나 두들겨 맞는지 측은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번 일로 안 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에 안 대표를 모를 이가 없을 정도다. 이에 따라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홀어머니 슬하에서 보낸 가난한 어린시절과 학창시절
야간고등학교 설립과 직장생활 그리고 사법고시 합격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다. 그가 일곱 살 되던 해 부친이 돌림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설상가상으로 부모가 운영하던 기와공장은 사기꾼들에게 넘어갔다. 그때부터 그의 모친은 막노동을 하며 2남3녀를 키우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5남매가 모두 장티푸스에 걸려 앓아눕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데다, 치료약도 변변치 못해 그저 죽음만을 기다려야 하는 절망적 상황이었다.

하지만 모친의 지극한 간호로 그의 남매들은 모두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안 대표에게 지난날의 어려웠던 기억은 강렬하게 남았다. 안 대표가 ‘생활형편이 나아져도 늘 검소하고 청렴하게 살아야 한다’는 각오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라고 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공부한 안 대표는 서울대 법과대학에 진학했다. 여느 대학생과 마찬가지로 술, 친구들과 함께 대학 1학년을 보냈다. 하지만 2학년이 되면서 정치현실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안 대표는 후일 6·3학생운동으로 불리는 한·일 회담반대 단식농성을 시작으로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3학년 때는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사건 성토대회 사회를 보다 주모자로 유기정학을 받았다. 또 박정희 정권이 저지른 6·8 부정선거 규탄시위에 참여했다 ‘집시법’위반으로 전과자가 되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안 대표는 고향인 마산으로 내려갔다. 야간 중학교를 세워 진학을 못한 청소년들을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의 소박한 꿈은 냉혹한 현실 앞에 무너져 내렸다. 자금난으로 1년도 안 돼 문을 닫은 것.

야간학교를 청산한 안 대표는 풍한방직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고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그는 2년 만에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고시준비에 돌입했다. 그리고 몇년 후, 안 대표는 각고의 노력 끝에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쾌거를 누리게 됐다.

서울법대 진학 후
학생운동 뛰어들어

안 대표는 전주 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 첫 출발했고 1985년 3월부터는 서울지방검찰청에서 근무했다. 그러던 1987년 1월 운명적인 사건을 접하게 됐다.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이 바로 그것. 이는 23세의 서울대학교 학생 박종철이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조사 받던 중 고문으로 숨진 사건이다.

당시 정권의 안보와 관련된 시국사건은 외부 압력으로 소신껏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안 대표는 ‘정의에 반하여 비굴하게 사느니 명예롭게 사직하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박군 사건을 처리해 나갔다. 결국 그는 진실을 밝혀냈고 6월 민주항쟁과 6·29 항복선언을 받아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후 검사직에서 물러난 안 대표는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고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박군사건의 영향이 컸다. 다시는 그와 같은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끝에 안 대표는 언론과 국민들로부터 ‘인권의 파수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1994년 9월에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던 1996년, 4·11총선에서 경기도 과천·의왕시에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한 안 대표는 승리를 거머쥠으로써 중앙 정치무대에 본격 진출하게 됐다.
이후 검사출신 의원으로서 옷로비 의혹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등 국회 국정조사에 위원으로 참여해 두각을 나타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특보와 당대변인, 최병렬 전 대표 특보단장,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17대 국회 시절 박근혜 당대표 체제 하에선 김문수 경기지사와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주도했던 국가발전연구회와 수도분할반대투쟁위에서 활동하는 등 비주류 반박 진영에서 박 전 대표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어 17대 대선 당시 당내 공작정치저지 범국민투쟁위원장,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아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다. 이후 원내대표로서 18대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고 정부조직 개편 협상을 진두지휘하면서 리더십을 인정받기도 했다.

안 대표는 18대 국회 출범 이후 국회의장 경선에서 5선의 김형오 의원에게 패배했지만, 2009년 5월 원내대표직에 재도전, 친이계의 지지로 두 번째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2009년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당내 무기력증을 극복하고 강한 여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안상수 원내대표 체제’를 재탄생시킨 것. 이를 반영하듯 그는 원내대표 취임 이후 ‘여권의 해결사’로 자리매김했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민주당은 6월 국회 개회의 선결조건으로 대통령의 사과 등을 요구했으나 안 대표는 단독국회 소집으로 응수해 야당의 등원을 이끌어냈다. 또 야당의 ‘MB악법 저지’ 공세를 뚫고 미디어법, 4대강 사업 예산안 등 굵직한 현안을 처리하는 돌파력을 보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는 ‘친이 강경파’라는 이미지를 남겼고, 원내대표 임기말 터진 불교계 외압설은 본인에게 악재가 됐다. 이 때문에 전대 과정에서 안 대표는 ‘강경 친이의 구체제로 회귀해선 안된다’는 경쟁후보의 공격에 시달렸다. 그러나 안 대표는 탄탄한 조직력을 기반으로 당의 변화와 개혁, 화합과 상생을 내걸고 당대표가 되는 데 성공했다.

박종철군 사건으로
전국에 이름 떨쳐

하지만 안 대표는 최근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모든 것은 한편의 영상물 때문이었다. 문제의 영상물에는 지난 11월30일 연평도 피격현장을 방문한 안 대표의 황당한 실수가 담겨 있다. 안 대표가 잔해 속에서 시커멓게 그을린 보온병을 집어 들고 “이게 포탄입니다”라고 말한 것.

이에 네티즌들은 “안상수 매뉴얼-전쟁이 나면 군에 입대해 보온병을 들고 적진에 단신으로 뛰어 들어가서 적들로부터 밥을 훔쳐 행방불명된다” “윤봉길 의사는 도시락 폭탄을 던져 나라를 구하려 했고, 안상수 대표는 보온병 포탄을 제조해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안상수 함부로 까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웃음을 준 적이 있었느냐? (안도현의 시 <연탄재> 패러디)” 등의 패러디를 쏟아내며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하는 사람을 뜻하는 ‘상수스럽다’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와 함께 네티즌들은 지난 흠결까지 들춰내며 조소했다.
지난 달 29일 북한의 연평도 도발 사태와 관련해 열린 토론회에서 안 대표가 “지금이라도 전면전이 벌어지면 어떻게 해서라도 입대해서 같이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데 대해 “가야 할 때 가야지, 늙어서 군대를 왜 가냐”는 비판을 하고 있는 것.

보온병 들고 “이게 포탄입니다”…네티즌 패러디 봇물
해프닝으로 끝날 문제 확산된 건 병역 면제 받은 때문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해병대 연평부대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영결식장에 참석한 안 대표의 사진도 구설에 올랐다. 모든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거나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가운데 안 대표 홀로 가슴에 손을 얹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장면이 포착된 것. 이에 네티즌들은 문제의 사진을 퍼 나르며 그를 비난하고 있다.

이어 야당 의원들까지 가세하며 사태가 확산됐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분이니 착각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체하다 구긴 체면이라 한심스럽다”며 “더욱이 연평도에 가서 안보쇼를 벌이려다 생긴 해프닝이니 더욱 무안한 일”이라고 논평했다.

그의 실수는 자유선진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회자됐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이진삼 의원은 “탄두가 날아오지 어떻게 탄피가 날아오는가. 고무풍선으로 보냈다는 이야기인가”라고 일침했다. 105mm 포병부대 출신인 변웅전 의원 역시 “포를 쏘면 탄피는 포의 뒤로 빠지게 되어 있는데 어떻게 북에서 쏜 탄피가 연평도까지 날아올 수 있는가”라며 “보온병을 들고 이것이 포탄이라고 하면 보온밥통은 핵무기에 속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조롱했다.

심지어 보온병 포탄 발언은 현재 외신에까지 보도되며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독일의 시사평론지 <포커스(Focus)> 인터넷판은 지난 2일 “여당 대표가 카메라 앞에서 포탄과 보온병을 헷갈렸다”며 안 대표가 포탄을 앞에 두고 앉아 있는 사진을 싣고 이번 해프닝을 자세히 다뤘다. 이 매체는 “한국 여당은 북한 미사일을 보온병과 헷갈리는 바람에 웃음거리로 전락했다”며 “네티즌들은 안 대표의 인터뷰를 보며 그의 미숙한 군사지식을 놀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던 문제였다. 하지만 사태가 종잡을 수 없게 확산된 데는 안 대표가 병역을 면제 받았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안 대표는 지난 1966~1967년 사이 징병검사를 기피한 뒤 1969년에는 질병으로 입영 시기를 연기했다. 또한 1970년에는 2급 입대판정을 받아 현역 복무 대상에 포함됐으나 입영을 기피했다. 그리고 다시 안 대표는 1973~1974년에도 입영기일을 연기했는데, 당시 사유가 눈에 띈다. ‘행방불명’된 때문인 것.

군 면제 사유가 통상 질병인 점을 감안하면 안 대표의 사유는 상당히 특이하다. 이후 안 대표는 1975년 질병으로 입영시기를 다시 연기했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후인 1977년 무관후보생으로 편입됐으나 신체검사 및 퇴교 조치자로 입영의무가 면제된 이후 1978년 끝내 ‘고령’으로 소집 대상에서 제외돼 최종 면제 판정을 받았다.

입영 기일 연기
사유=‘행방불명’

작은 실수에서 비롯된 후폭풍은 그야말로 메가톤급이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뭇매에 안 대표는 만신창이가 됐다. 어찌 됐든 간에 이제 대한민국엔 그를 모를 이는 없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세인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안 대표는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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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