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뒤 숨은 고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승자의 ‘영광’은 내가, ‘저주는 계열사에 나눠드려요~

“살림만 하던 여자가 할 수 있겠냐” 부정적 인식
숙부의 난, 대북사업 제동 등 가시밭길 펼쳐져


지난 2003년 10월 남성일색이던 재계에 한 여인이 등장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바로 그녀.

27년 살림꾼에서 재계 총수 자리에 오른 현 회장은 남편으로부터 지휘봉을 넘겨받아 현대그룹을 진두지휘해 나갔다.

이 가운데 최근 M&A시장에 현대건설이 매물로 올라왔다. 현 회장으로선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남편과 시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회사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경영권을 위해 반드시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절박함이 묻어난 ‘풀베팅’으로 현 회장은 결국 현대건설을 손에 넣었다.

현대그룹은 축배를 들었지만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2003년 8월4일, 현대그룹 비서실로부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연락이 왔다.

남편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자살했다는 것. 이 전화 한통으로 현 회장은 21세에 현대가로 시집온 지 27년 만에 국내를 대표하는 그룹의 총수로 오르게 됐다.

27년 살림하다
그룹 총수 올라

남편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남편 사후 100일도 채 지나지 않은 같은 해 10월21일 현대그룹 3대 회장에 취임한 것. ‘현대가의 며느리’들이 대외활동을 삼가는 게 보통인데 비해 매우 파격적인 행보였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세 자녀를 거느린 어머니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수만명의 그룹 임직원과 그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의 위치에 올랐기 때문이다.

현 회장이 처음 총수의 자리에 오를 당시, 주변의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평생을 살림만 해오던 여자가 그룹의 총수로서 제몫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고 정 회장의 타계와 동시에 이른바 ‘숙부의 난’이 불거져 나왔다. 2003년 8월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매입하면서 현대그룹 경영에 간섭하기 시작한 것.
 
KCC와 현대그룹간의 경영권 분쟁은 이듬해 3월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현 회장이 승리할 때까지 8개월간 지속되면서 현 회장을 끈질기게 괴롭혔다.비록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KCC는 아직 현대그룹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비록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의 지분은 아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이후에도 현 회장의 앞에는 가시밭길이 펼쳐졌다. 그룹의 가장 큰 사업 중의 하나인 대북사업에 제동이 걸린 것.

현대그룹의 대북 관광사업은 1998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방북과 ‘금강호’ 출항과 함께 시작됐다. 그러나 2008년 7월 금강산해수욕장에서 남측 관광객이 북한 군인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중단됐다.

하지만 현 회장이 항상 강조한 것처럼 대북사업을 접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단 한명이 북측 관광지를 찾더라도 대북 사업을 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

또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남편 고 정몽헌 회장의 숙원사업일 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에서도 대북사업은 중요 통일 정책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정체상태다. 문제는 대북사업이 언제 재개될지 기약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시동생과 벌였던 경영권 분쟁, 아산직원 억류 등 굵직굵직한 사건·사고들이 터져 나오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현 회장의 지휘아래 점차 성장해 나갔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이 M&A시장에 매물로 등장했다. 현 회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인수의지를 불태웠다.

현 회장은 현대건설이 외환위기와 ‘왕자의 난’을 겪으면서 2001년 그룹 계열에서 떨어져 나간 뒤 줄곧 눈독을 들여왔다. 남편과 시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회사이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현 회장은 그룹의 모태이자 상징인 현대건설을 반드시 되찾겠다고 다짐해왔다.

무엇보다 경영권을 위해 현 회장에게 현대건설은 절실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전 결과에 따라 경영권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그룹 주력사인 현대상선의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라도 기필코 ‘먹어야’하는 처지다.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이 17.6%를, 현대중공업의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7.9%를, KCC가 4.9%를 소유하고 있다. 만약 범현대가가 현대건설을 삼킬 경우 현대그룹으로선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엠→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한때 재계에서는 현대차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과 현대상선 지분을 맞교환하는 ‘빅딜’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현대그룹은 경영권을 지키고 현대차는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 윈·윈 전략이다.

그러나 현대차 내부에서 “현대건설을 인수하더라도 현대상선 지분을 현대그룹에 넘겨줄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현 회장이 인수 강행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대건설 인수과정은 험난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대북사업이 전면 중단된 데다 올 초부터 현대상선이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으로 선정돼 유동성 압박을 받았다.

다윗 돌팔매
골리앗에 적중

설상가상으로 재계 순위 2위인 현대차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왔다.
우선 현금성 유동성만 10조원이 넘는 현대차의 자금력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될 정도였다. 막판엔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하려던 독일 회사와의 컨소시엄이 무산되면서 벼랑 끝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동양종금증권과 프랑스 2위 은행인 나티시스은행을 재무적 투자자(FI)로 끌어들이면서 ‘반전’을 꾀했다.
당초 관련 시장에서 예상한 현대건설의 인수가는 최대 4조원을 웃도는 액수였다. 하지만 지난 16일 현대그룹이 제시한 액수는 5조5000억원이었다. 5조1000억원을 써낸 현대차그룹에 비해 무려 4000억원이나 높은 가격이었다.

이는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된 결정타가 됐다. 다윗의 돌팔매가 골리앗의 미간에 적중한 것. 이로써 현대그룹은 일단 현대상선을 둘러싼 범 현대가와의 지분 경쟁에서 한시름 놓게 됐다.
기존 현정은 회장 등 우호 지분(43.4%)에 현대건설이 갖고 있는 지분(8.3%)이 더해지면, 현대중공업(25.5%), 케이씨씨(5.1%) 등 범 현대가를 충분히 압도할 수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현대그룹에서는 잔치 분위기가 연출됐다. 임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얼싸안았다. 현 회장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인수전을 주도한 임직원들에게 일일이 수고했다는 말을 건넸다.

들뜬 분위기는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그룹 측은 사옥 로비에서 출근하는 임직원들에게 백설기를 나눠줬다. 현대건설 인수를 자축하는 ‘축하떡’이었다. 떡을 주고받은 직원들은 서로 “고생 많았다”고 격려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그동안의 노고를 자축하는 작은 행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축배가 독배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풀베팅’을 위해 외부에서 끌어들인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벌써부터 시장에선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 18일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묘소를 찾은 자리에서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일축했다.
현 회장은 5조5100억원에 대한 인수자금 조달에 대해 “그동안 국내외 투자자들을 충분히 접촉했다”며 “그 부분은 염려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 회장의 설명에 업계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1조5000억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몽땅 털어 넣는다고 해도 4조원이 모자란다. 나머지는 계열사들과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지원받는다고는 했지만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현대그룹이 제시한 자금조달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아 5조5000억원을 마련하기 어려울 뿐더러 가까스로 모두 준비한다 해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그룹이 쥐고 있는 현금을 제외하면 대부분 차입 형식이라 막대한 이자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만약 3조원을 차입했을 경우 금리를 연 5%만 적용해도 매년 이자를 1500억원씩 내야 한다.
또 현대건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초기 자금도 마련해야 한다. 현대건설이 그룹 덩치와 맞먹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재무적 투자자에게 보장한 수익도 부담이다. 현대그룹은 투자자들과 맺은 계약 조건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이 자리에서 현 회장은 채권단과 진행 중인 재무약정 체결 문제와 관련해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며 “현대상선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현 회장 인수결정
자금은 계열사서

하지만 만에 하나 현대그룹과 채권단 간 재무약정이 체결된다면, 부채비율을 대폭 낮춰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기 때문에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마련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현재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은 기업의 경영을 지도하고 재무구조개선을 유도하되, 만일 기업이 은행의 방침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감독원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기업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일각에선 현대그룹이 과도한 차입금에 따른 ‘승자의 저주’에 걸리지 않으려면 오히려 재무약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결정한 것은 현 회장의 결심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그런 까닭에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지금, 승자의 영광은 모두 현 회장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인수에 동원되는 자금은 현 회장 개인 자금이 아니라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등 계열사의 돈이다.
행여 ‘승자의 저주’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이는 현 회장의 결심 과정에서 아무런 의사표시도 못한 계열사와 주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는 얘기다.
현 회장이 ‘승자의 저주’에 대한 경계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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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