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 '화제의 이색보험' 총집합

드론보험부터 홀인원보험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보험시장이 진화하고 있다. 규제가 풀리면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웨딩보험, 드론보험 등 신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검증이 안 된 보험들이 시장에 풀리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가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내놓은 이후 보험회사들이 앞다투어 이색보험을 선보이고 있다.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둔 로드맵이 보험상품 개발 사전신고제를 사후보고제로 바꾸면서 보험업계에 순풍이 불고 있다.

보험업계에 순풍

요즘 뜨는 이색보험 상품으로 드론보험이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11월 단체보험상품인 하이드론보험을 내놓았다. 드론이 미래 신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이 보험에 가입하면 드론이 사고로 파손됐을 때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다른 사람한테 끼친 피해에 대한 법률적 배상책임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보상금액은 납입금(510만원)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10억원까지 가능하다. 드론을 담보로 각종 특약에 가입할 수 있지만 이 상품은 단체보험이기에 개인이 가입할 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미국에서 이미 드론보험이 출시됐고, 우리나라에서도 영상촬영이나 여가활동을 위한 드론 사용이 늘고 있다. 새로운 상품인 만큼 미래 시장 선점 차원에서 상품을 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하루인 결혼식을 위한 보험도 출시됐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1웨딩보험을 선보였다. 웨딩보험은 결혼식장 파손, 결혼 당사자 사망, 전염병 등의 사유로 결혼식이 취소될 경우 최대 500만원을 보장하고, 결혼 의상이나 예물·결혼선물 등이 화재·도난으로 손해를 입었을 때도 최대 200만원까지 보장한다. 이뿐만 아니라 신혼여행 출국 실패나 여행 중단 등으로 인한 피해와 결혼사진·비디오 재촬영으로 인한 손해도 보상받을 수 있다.

홀인원보험, 키퍼슨보험, 손주사랑보험 등은 상당히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키퍼슨보험이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이 본인의 신체에 대해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다. 만약 해당 신체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계약된 금액을 지급한다. ‘걸스데이의 멤버 유라가 최대 보상금 5원 억의 다리보험에 가입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홀인원보험은 골프를 하다가 홀인원을 기록할 경우 약속된 축하금을 주는 상품이다. 월 일정액을 내면 골프시설을 이용하다 상해를 입거나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도 보험금을 받는다. 라운드를 시작하기 전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보험에 가입하면 당일 라운드에 대해서만 손해를 보장하는 상품도 있다. 한 차례 라운드에 대한 보험료로 2500원을 납입하면 홀인원 축하금만 지급된다.

손주사랑보험은 가입한 조부모가 사망할 경우 손자, 손녀에게 계약기간의 생일마다 축하금을 주는 상품이다. 매월 45만원씩 10년 간 납입하면 도합 1000만원의 보험금을 받는데 수혜자가 10년간 한해 100만원씩 받을지, 아니면 20년간 한해 50만원씩 받을지 선택할 수 있다.

사전규제 철폐눈길 끄는 상품 출시
검증 안된 상품들 시장에 풀려 우려

이색보험은 가입자의 보장 범위를 넓혀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경솔하게 가입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새로운 상품인 만큼 가입 조건이나 보상 범위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예를 들면 웨딩보험의 경우 단순 변심으로 인한 파혼은 보장하지 않는다. 드론보험 역시 드론에 관한 법률적 정비가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보상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반려 동물에 대한 보험도 이색보험에 해당한다. 지난달 28일 금융·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펫팸족이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금융업계에서도 각종 혜택을 담은 특화상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화재와 롯데손해보험은 애견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만 6세 이하 애완견을 대상으로 파밀리아리스 애견의료보험2’를 판매 중이며 1년 동안 상해 및 질병치료비, 배상책임손해를 보장해주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롯데마이펫보험상품 출시를 통해 수술입원형 상품은 수술 1회당 최고 150만원, 입원 1일당 최고 10만원까지 담보하며, 종합형 상품은 통원 1일당 최고 10만원까지 추가적으로 보장한다.

다만 소비자들은 생각보다 비싼 보험료와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가입을 꺼리는 상황이다. 애견보험에 가입하려면 애견 이름, 생년월일, 품종, 한국애견협회 등록번호가 필요하다. 협회에 등록하려면 가입비 6만원과 연회비 9만원을 내야한다. 그리고 매월 4만원의 보험료가 산정되는데 반려동물에게 일정금액을 지불해야 되는 것이 아직까지는 부담으로 인식되고 있다.

보험사는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서는 까다롭긴 하지만 애견 등록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A라는 반려동물이 가입됐는데 B라는 반려동물이 A라고 속인 뒤 보험 혜택을 받는 등 악용의 소지가 있다사람의 경우 다쳤을 때 병원이나 경찰서에서 신분을 확인 하듯이, 애견도 확인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반려동물 보험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이 또 하나의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출시된 펫팸족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출시된 금융·보험업계의 다양한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업계마다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동물상품 인기

반려동물 뿐만 아니라 보험료가 수천만원에 달하는 동물도 있다. 전북 장수군의 한 목장에는 한 마리에 약 40억원에 달하는 씨수말이 있는데 1년 보험료만 9000만원에 달한다. 매년 봄이면 암말 100여 마리와 교배를 하기 때문에 애지중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말이 죽을 경우 받는 보험금은 214000만원이다.

보험연구원 정성희 연구위원은 이색보험의 경우 업계에서 대부분 처음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련 데이터가 부족하고 고객 리스크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면서 향후 12년 간 데이터를 축적해 보험료 등을 현실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날뛰는 보험사기

보험사기가 해마다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14년째 사기액 규모가 증가세다.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이런 추세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22일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보험사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적발된 보험사기액 규모가 6549억원에 달했다. 전년보다 552억원(9.2%) 증가하며 또다시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1인당 보험사기 적발금액도 지난 2014710만원에서 지난해 780만원으로 늘어났다.

보험 종목별로는 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생보·장기손보 관련 보험사기 비중은 200521.3%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50.7%로 절반을 넘었다. 보험사기 유형별로는 입원·장해 교통사고 등을 조작하는 허위사고(4963억원·75.8%)가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자살, 살인, 고의 자동차 충돌 등 고의사고(975억원·14.9%), 병원 등에서 실제보다 피해를 부풀리는 피해과장 사고(353억원·5.4%) 순이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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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