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파란의 4·13> ①위기의 박근혜 초특급 액션플랜 넷

뿔난 '식물 대통령' 대대적 사정 칼 빼 든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충격적인 총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새누리당은 과반 확보는 고사하고 원내 제1당의 지위마저 더불어민주당에게 빼앗겨 버렸다. 박 대통령이 선거 개입 논란까지 감수하며 새누리당을 지원한 것을 감안하면 더욱 충격적인 결과다. 정치권에서는 당장 박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던 박 대통령은 이대로 침몰하게 되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충격적인 총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과반 확보는 고사하고 원내 제1당의 지위마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에게 빼앗겼다. 당초 새누리당은 야권이 분열되자 국회선진화법을 적용하더라도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180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당 일각에서는 심지어 개헌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200석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놨었다. 그런데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결과는 딴판이었다. 박 대통령이 선거 개입 논란까지 감수하며 새누리당을 지원한 것을 감안하면 더욱 충격적인 결과다.

오만한 태도
심판 받아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박 대통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는 야권이 분열되자 승리를 장담하며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수도권 표심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친박 낙하산 공천을 실시했고 유승민 의원의 탈당을 압박했다.

새누리당의 공천과정을 살펴보면 수도권에서 몇 석을 잃더라도 상관없으니 박 대통령에게 찍힌 사람은 반드시 쳐내겠다는 의지가 읽혀졌다. 원내대표까지 지낸 이재오 의원을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황당한 이유로 공천탈락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총선 참패 책임론에서 박 대통령이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총선 이후 남은 임기동안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성급한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한때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리던 박 대통령은 이대로 침몰하게 되는 것일까? 하지만 박 대통령에게는 총선 참패 정국을 돌파할 반격카드가 아직 남아있다.

검찰 앞세워 당선인 집중 수사?
국민의당 손잡고 주도권 회복?

가장 먼저 박 대통령이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를 걸어 국정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총선이 끝나자마자 검찰은 당선인 중 100여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9대 총선 당시 79명이 입건된 것과 비교해 3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검찰 수사로 당선무효사례가 속출할 가능성도 있다. 4년 전 총선에서 검찰은 31명의 당선인을 재판에 넘겼고, 모두 10명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야권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집중 수사를 펼칠 경우 재보선을 통해 새누리당의 의석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이번에 입건된 사람들 외에도 당선인들 중 추가로 입건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20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섬뜩한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대로 끝날까?
섬뜩한 전망

검찰은 총선 다음날 보란 듯이 울산 북구 무소속 윤종오 당선인의 선거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윤 당선인은 노동자 출신의 진보진영 인사다. 윤 당선인 측은 “선거 판세에서 밀리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표적·기획 수사를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당분간 검찰의 수사에 대해 정치적 탄압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지만 최근 신설된 검찰총장 직속의 ‘부패범죄 특별수사단’의 활동도 주목된다. 정치권에선 총선 이후 분위기 쇄신 및 정국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검찰이 복수의 대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박 대통령은 내년에 치러지는 대선을 염두에 두고 후계 구도를 확실히 확립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인물이 여권의 대권주자로 떠오르게 되면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총선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차기 여권 대선후보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안대희 전 대법관 등 다양한 후보군들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여당 텃밭이자 자신의 지역구였던 대구 수성갑을 김문수 전 지사에게 양보하는 등 친박계는 이번 총선에서 이들을 적극 지원했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이번 총선에서 여권의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거물급 인사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 원내에는 마땅한 대권주자가 남지 않게 됐다. 20대 총선발 쓰나미가 대권판까지 싹 갈아엎은 셈이다.

여권 대권주자 중 줄곧 지지율 1위를 유지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이번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이들은 모두 내년 대권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반 총장은 여야 대권주자를 모두 통틀어 여론조사를 해도 줄곧 지지율 1위를 차지했던 경쟁력 있는 인물이다. 유일한 약점이라면 국내에 정치적 기반이 없다는 것인데 친박계가 반 총장을 지원한다면 유일한 약점마저 극복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오래 전부터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밀월설이 나돌았었다. 올해 1월에는 반 총장이 박 대통령과의 새해 인사 통화에서 국내에서 논란이 됐던 위안부 협상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의례적인 인사치레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평소 민감한 질문을 잘 피한다고 해서 ‘기름장어’라는 별명까지 가진 반 총장임을 감안하면 정치적 의미가 적지 않았다.

초라한 성적표…후반기 국정운영 안개 속
이대로 침몰? 부상하는 4대 매뉴얼 주목

반 총장이 위안부 협상 결과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을 뻔히 알고도 박 대통령 힘 실어주기에 나선 셈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반 총장의 발언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위안부 협상 결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는 데 적극 이용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밀월행보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랐다.

친박계와 반 총장의 밀월설은 이미 오래된 얘기다. 지난 2014년 10월에는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직후 친박 주류 의원들이 세미나를 열고 난데없이 반 총장 띄우기에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세미나의 주제는 ‘2017년 차기 대선 지지도 판세’였고 부제는 ‘반기문 사무총장 출마 가능성 등 여러 가지 변수를 중심으로’였다. 반 총장이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친박 주류 의원들이 반 총장의 출마 가능성을 놓고 공개 세미나까지 연 것이다.
 

내용은 노골적인 반기문 띄우기였다. 지난 해 9월 유엔총회 기간엔 반 총장과 박 대통령이 모두 7차례나 직간접적으로 자리를 함께 하기도 했다. 당시 반 총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행했던 새마을운동을 극찬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반 총장의 발언을 두고 박 대통령을 향한 낯 뜨거운 구애라는 평가까지 나왔었다. 반 총장은 지역과 연령을 넘나들며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는 인물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반 총장은 양극인 호남과 영남에서 모두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20대와 60대 지지율에서도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여야의 차기 대선 후보들이 특정 지역과 특정 세대 쏠림 현상을 보이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게다가 반 총장이 대선 캐스팅보트로 불리는 충청권 출신이라는 점도 큰 강점으로 꼽힌다.

이처럼 강력한 대권주자인 반 총장이 박 대통령의 후임으로 공개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하면 내부결속으로 총선 참패 후유증이 조금씩 수습될 것이라는 기대다. 반 총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박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교류하며 대선을 준비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내부 결속용
반기문 띄우기

비록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데 실패했지만 지난 19대 국회와 비교해 20대 국회의 상황이 크게 나빠진 것은 아니라는 낙관론도 있다. 새누리당은 탈당한 인사들의 복당을 받아주기로 한만큼 조만간 원내 제1당의 지위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승민, 윤상현, 주호영, 안상수, 강길부, 장제원, 이철규 당선자 등 7명은 새누리당에 복당할 가능성이 높다.
 

몇 석 차이라도 원내 제1당을 차지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선출 등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어차피 180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법안 통과는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사사건건 대립하며 법안통과를 방해했던 더민주는 19대 국회 때와 비교하면 오히려 의석이 줄었다. 결국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텐데 더민주보다는 말이 잘 통하지 않겠냐는 기대다.

후계체제 확립 반기문 밀어주기?
깜짝 탈당 카드로 분위기 반전?


박근혜정부가 여소야대 국회에 발목이 잡혀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너무 성급하다는 것이다. 최소한 국민의당에는 강경파라고 불릴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다. 국민의당에는 여권 출신 인사들과 더민주의 장외투쟁을 반대했던 인물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또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중도보수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런 중도보수층의 표심을 잡아두기 위해서는 여권 정책에 무조건 반대만 할 수는 없다.

또 더민주와의 차별화를 위해서도 새누리당과 일정부분 정책 연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여당이 국민의당과 국정파트너로서 잘 협력한다면 최소한 과거처럼 몇 년씩이나 특정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다. 국민의당과 연대한다고 해도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더민주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더민주로서도 국민의당도 찬성하는 법안을 무작정 반대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강화하며 정국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180석을 얻어 경제 활성화 관련 입법을 강압적으로 통과시키는 것보다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통해 통과시키는 것이 모양새가 더 좋을 수도 있다.

청와대 개편
대통령 탈당

여권 일각에서는 정국 수습을 위해 청와대 개편과 내각 교체가 조만간 시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당장 개각을 단행하기는 부담스럽다.

개각을 하기 위해서는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오히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잡음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총선 참패에 이어 인사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들이 발목을 잡힌다면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대대적인 청와대 내부 개편이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라는 지적이다.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을 위한 입법이 급한 박 대통령이 탈당이라는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분간 새누리당 내에서는 총선 패배 책임론에 대한 계파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입법을 계속 압박하면 야권은 물론이고 비박계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중립내각을 구성해서 국회의 대승적인 협조를 요청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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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