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맨도 아니고… 의사 성과급제 논란

환자가 봉?…병원서 바가지 쓰게 생겼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서울대병원이 파업에 들어갔다. 서울대병원 전 직원 성과급제 도입에 대해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성과급제가 도입되면 의사들의 과잉진료에 따른 환자의 의료비 부담 증가, 의료의 질 저하 등이 초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사의 과잉진료 실태를 돌아보고 서울대병원의 파업에 대해 짚어보자.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의 과잉진료 건수를 조사한 결과 2억3000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님(?) 많을수록
의사 월급 많아져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0년 4503만건, 2011년 4836만건, 2012년 4976만건, 2013년 4526만건, 2014년 4488만건이다. 과잉 진료 조정 금액은 2010년 2912억원, 2011년 3222억원, 2012년 3546억원, 2013년 3563억원, 2014년 3822억원으로 총 1조7065억원에 달해 과잉 진료에 대한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나타냈다.

김의원은 “과잉 진료의 피해가 국민에게 쉽게 전가됐다는 뜻”이라며 “적정 진료를 시행해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할 수 있는 관리·감독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보건복지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 ‘국민 의료비 효율적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원회 이동훈 보험과장은 “병원의 과잉진료 제공도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진료비 심사를 심평원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심평원은 지난 4월, 진료비에 대한 객관적 심사와 의학적 전문성에 기초한 적정성 여부 평가로 과잉 진료 및 부당 청구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과잉 진료는 어제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병원이 환자들의 진료비를 통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너도나도 과잉 진료를 보고 있어 의료계의 골칫거리라는 지적이다. 특히 환자들은 의학 관련 전문 지식이 없는 탓에 의사의 진료 소견을 전적으로 믿고 있어 심평원에 조정안을 제출한 수치보다 과잉진료를 받은 환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사회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의료계의 과잉 진료에 따른 문제점으로는 실손보험사의 손실률에 따른 국민의 보험료 부담, 의료인과 환자 간의 신뢰감 훼손, 국민의 의료선택권 침해 등이 대표적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의 4개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청구 비급여 진료비를 살펴보면 급여진료비 보다 2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의료계의 과잉 진료로 손해보험사의 손실률이 커짐으로써 오는 9월부터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에 따라 비급여 의료비 자기부담금이 20%로 늘어날 예정이다. 국민의 의료비 절감을 위해 심평원의 민영 손보사 심사 위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012년 8월 서울시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를 찾은 유난희(21)양은 “눈이 작아서 쌍꺼풀 수술만 하려고 갔다가 코 성형까지 함께해야 자연스러운 얼굴이 된다는 의사의 권유에 코 수술까지 하게 됐다”며 “의도치 않은 추가 수술에 따른 비용 부담이 따랐다”고 토로했다.

수익창출 위해
수술강행 우려

성형외과의 무분별한 과잉 진료로 인해 지난 4월 대한성형외과이사회는 대국민사과를 한 바 있으며, 과잉 진료를 예방하기 위한 성형외과 윤리위원회가 신설됐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도 지난달 과잉 진료와 검사를 억제하기 위한 윤리위원회 신설 방안을 내세웠다. 정형외과 윤리위원회에서는 관리 규정으로 과잉 진료 병원을 관리·감독할 예정이다.


실제로 일부 정형외과에서는 나일롱 환자들을 장기 입원시키거나 제대혈주사, 프롤로테라피, PRP주사, 줄기세포주사 등 근거 없는 치료를 하면서 과다한 진료비를 청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4월 국립암센터 서홍관 교수를 주축으로 한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8인 의사연대’는 “의학적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건강검진 갑상선 초음파 검사와 갑상선암 과잉 진료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갑상선암 수술의 과잉 진료를 문제 삼았다.

당시 갑상선암 수술의 과잉 진료에 대한 뜨거운 논쟁에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의 암 환자 5년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갑상선암 환자의 90% 이상은 높은 생존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갑상선암의 95% 이상은 갑상선유두암으로 나타난 반면 악성인 갑상선역형성암의 발생빈도는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갑상선암 진료 추이를 살펴보면 논란 이후 갑상선암에 대한 과잉 진료가 현저하게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연평균 15.8%의 증가추세를 보인 갑상선암 수술이 2012년 4만4783명에서 2013년 4만3157명으로 3.6% 감소했다. 이후 2014년에는 24.2% 감소한 3만2711명으로 나타났다.

‘과잉 진료를 거부하고 고가의 수술·시술을 하지 않는 정직한 의료’를 모토로 내건 척추·관절 전문병원이 생기기도 했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정답병원의 건물에는 ‘꼭 필요한 수술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세요’라는 문구를 내세우고 있으며, 홈페이지에 과잉 진료 사례를 공개해 과잉 진료 없는 정직한 병원으로 앞장서고 있다.

5년간 과잉진료 2억3000만건
조정금액만 1조7065억원 육박

정답병원 조기현 원장은 “의사의 실력이 같다면 진단 역시 동일해야 한다”며 “환자에게 수술이나 시술의 단점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고가의 수술 등을 권유하는 행위는 의사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과잉 진료가 외환위기 이후 재정이 어려워진 병원이 수익 증대 목적으로 시작돼 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측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병원이 의사의 성과급제를 도입, 이로써 과잉 진료의 양상이 두드러졌다는 지적이다. 이는 의사 개개인이 봉급을 높게 받기 위해 환자에게 병원료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말이다.

손보사 손실 걱정
자기부담금 확대

지난 2011년 보건의료산업학회지에 게재된 <병원의 성과급제 운영실태 및 활성화 전략> 논문 자료에 따르면 의사의 성과급제도를 운영하는 병원은 전국 120개 병원 가운데 89개 병원(74.2%)으로 나타났다. 설립형태별 성과급제 실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 공공병원의 94.4%, 민간병원의 70.6%가 성과급제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 중 절반은 수입 실적의 일정률을 정해놓고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었으며, 21개 병원은 지정 진료 수입에 대한 일정률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었다. 병상규모별로는 500병상 미만의 병원은 수입 실적 기준으로, 500병상 이상의 대형 병원은 지정 진료 수입 기준에 의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급제 시행 병원을 대상으로 성과를 묻는 질문에 전체 89개 병원 중 52개(49.5%) 병원이 수익증대라고 응답했고, 33개(31.4%) 병원이 직원에 대한 우대라고 답했다.
 

지난 4월 한길리서치센터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5명 중 4명이 과잉 진료의 근본 원인으로 의사의 성과급제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립대병원 이용 응답자의 83.1%도 성과급제가 과잉 진료를 유발한다고 답했다.


성과급제 도입에 반대하는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23일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가 분석한 성과급제의 부작용을 살펴보면 ▲환자의 건강과 무관한 처방 및 처치로 환자의 의료비 부담 증가 ▲병원노동자의 노동 강도가 강화됨에 따른 의료의 질 저하 ▲미성과급여자의 능력 저하 ▲성과급제의 의료부문 성과의 지표평가의 기준 모호 등이다.

의료비 부담 증가·서비스 저하 지적
표준진료지침 개발 10년째 진도 없어

실제로 서울대병원분회가 근거로 제시한 분당서울대병원의 지난해 임금협정서를 살펴보면 해당 병원의 경상이익에 따라 인센티브 수당이 차등 지급되고 있었다. 경상이익 70억∼11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10%, 110억∼15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60%, 150억∼20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110%, 200억∼25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160%, 250억∼31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210%, 310억∼370억원은 기본급 월총액의 260%, 370억원 이상이면 기본급 월총액의 310%를 지급하는 임금 협정을 했다.
 

저소득층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서울시 운영 보라매병원은 로봇수술의 활성화를 위한 로봇수술 수당 지급을 운영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로봇수술의 종류에 따라 건당 30만∼50만원의 수당을 수술 집행 의사에게 지급하고 있었다. 지난 2010년 연세세브란스병원 양승철 교수(현 강남차병원)가 “병원들이 기존 복강경수술과 안전성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로봇수술을 수익 창출을 위해 환자에게 권유하고 있다”고 양심고백하기도 했다.

과잉 진료가 의료계의 암 덩어리로 떠오른 가운데 보건복지부의 표준진료지침 개발이 10여년간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어 문제다. 감사원은 지난 14일 ‘의료서비스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2005년 발표한 표준진료지침 개발을 지난해 6월까지 담당부서 및 전문기관 배정조차 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알아서 해결해”
보건당국 팔짱
 
감사원 측은 “지침에 기초한 지표를 개발하여 의료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고, 최적의 의료자원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과잉 진료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관리 부서를 지정하고 표준진료지침 개발의 우선순위 및 매뉴얼 등을 정비하는 한편 그 지침을 단계적으로 개발·보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준진료지침은 표준적인 진료 방법과 절차를 적어 놓은 의료 안내서로서 과소·과잉 진료를 예방할 수 있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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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