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레이더> 박용성 의심스런 이유

툭하면 막말…뻑하면 사퇴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두산가 박용성씨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자신의 막말이 ‘제2의 조현아’사태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서둘러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과연 진정성이 있는 것일까. 과거 사례로 가늠해봤다.

 
박씨의 막말이 도마에 오른 것은 지난 21일.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중앙대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이 발단이 됐다.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쳐줄 것이다.”

진정성 있나
 
박씨는 이날 바로 꼬리를 내렸다. 중앙대 이사장뿐만 아니라 두산중공업 회장과 대학체육회 명예회장 등 맡고 있는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중앙대와 관련해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는 게 사퇴의 변. 더 구체적으로 막말 이메일이 결정적 원인이 됐다. ‘제2의 조현아’사태를 우려해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떠났다.
 
사실 박씨의 막말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재계에서 ‘미스터 쓴소리’라 불릴 정도로 그동안 거침없는 발언을 마구 쏟아냈다. 그럴 때마다 항상 논란이 일었다. 문제의 소지가 있었던 말들은 다음과 같다.
 

▲“나에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1998년 그룹 구조조정 당시)
▲“기업들이 문어발이 아니라 지네발 경영을 해도 괜찮다”(2001년 6월 관훈클럽 간담회)
▲“추락한 일본 모델을 답습한 한국을 본받지 말라”(2002년 3월 중국 푸단대 강연)
▲“첨단병을 앓고 있는 한국기업들은 들쥐떼 근성을 갖고 있다”(2002년 3월 포스코 특강)
▲“조용한 아침의 나라? 요즘은 분란이 많은 나라!”(2002년 6월 월드비즈니스)
▲“아들딸을 요직에 앉히고 경영권을 주면 망하기 딱 십상”(2002년 9월 대한상의 기자간담회)
▲“돈이 어디 하늘에서 떨어지나. 그런데 쓰는데 익숙한 정치인과 관료들은 항상 쓸 궁리만 한다”(2002년 12월 언론 인터뷰)

▲“386세대는 경제공부를 안 한 것이 아니라 경제감각이 없는 것”(2004년 7월 최고경영자대학 간담회)
▲“이상한 법(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뒤 나라 경제가 엉망이 됐다. 억지로 막으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2004년 11월 서울대 강연)
▲“대학은 문제 많은 집단으로 강성노조보다 더하다”(2010년 6월 중앙포럼)
 
박씨가 히든카드로 꺼내든 사퇴도 처음이 아니다. 대기업 경영인으로서 위기 때마다 제 발로 떠났다. 그랬다가 사태가 잠잠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다시 발을 들여놓곤 했다. 
 
‘참수 이메일’ 파문…결국 물러나 
사건만 터지면…비슷한 행보 반복
 
박씨 등 두산가 형제들은 1991년 페놀 사태 당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페놀 사태는 두산전자 구미공장에서 페놀 원액이 새어 나와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대구의 수돗물을 오염시킨 사건.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였다. 벼랑 끝에 내몰린 두산그룹은 전면적인 전문경영인(CEO) 체제를 선언했지만, 불과 2년 뒤 두산가 형제들은 다시 그룹을 장악했다.
 
시민단체들은 “사태가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성토했으나, 박씨 등은 당당하게 그룹 정문을 통과했다. 두산 측은 “오너일가의 복귀는 대주주로서 책임을 지기 위한 것”이라며 “각 부문별 전문경영인들이 실질적인 경영을, 오너일가는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만 맡을 것”이라고 항변해 빈축을 샀다.
 
2005년에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물론 박씨가 주연으로 등장한다. 두산그룹은 그해 ‘형제의 난’으로 쑥대밭이 됐다. 이후 흐트러진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오너들의 회장직 사퇴,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의 수습책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당시 두산그룹을 이끌던 박용성·박용만 형제는 동반 사퇴했다. 두산그룹은 오너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새 CEO를 영입했다.
 
이도 잠시. 형제의 난을 일으킨 고 박용오 전 회장이 영구 퇴출되는 등 사태가 잠잠해지자 박씨 형제들은 경영복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횡령과 분식회계 관여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원을 선고받은 박씨는 2007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경영 보복을 넓혔다. 두산중공업 회장과 두산그룹이 인수한 중앙대 이사장에 선임됐다. 또 대한체육회 회장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박씨의 막말은 사퇴로 수습하기 어려울 만큼 비난 여론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번엔 복귀가 예전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의 이번 사퇴를 두고 검찰 수사 피하기가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박씨는 MB정부의 중앙대 특혜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검찰은 중앙대 총장 출신인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교육부에 외압을 행사해 특혜를 주고받은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박씨가 모든 실무를 위임받았던 사실을 확인, 직접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소환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박씨도 위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과거를 보니…
 
이 와중에 중앙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박씨를 고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참수 이메일’관련 협박과 모욕 혐의로다. 박씨는 이래저래 ‘검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모양새다.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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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게이트’ 김건희·대기업<br> 연결고리 추적

‘집사 게이트’ 김건희·대기업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검팀이 고삐를 당기기 시작한 수사는 ‘집사 게이트’다.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김예성씨가 연관된 부실기업에 다수의 대기업이 투자한 게 핵심이다. 일부 증권사는 기업가치까지 과대 해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은 해당 기업에 투자한 대기업 오너들을 전부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집사 게이트’ 의혹의 중심에 선 업체는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이하 IMS)다. 이 기업은 렌터카 업체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었다. 수백억원대 빚더미에 앉았지만 복수의 대기업으로부터 ‘수상한 투자’를 받았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IMS 설립에 관여한 김예성씨가 김건희씨의 최측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보고 있다. 투자 강행 로비용으로? 특검팀은 지금까지 신한은행과 경남스틸, JB우리캐피탈, 유니크, 중동파이낸스 등 투자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7일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과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조사했고, 21일에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불러 조사한 바 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만이 조사를 받지 않은 상태다. 오정희 특검보는 지난 22일 “조현상 부회장이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며 “신속히 귀국해 출석 일자를 밝히고 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번 2차 조사 기업은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을 보유한 IMS에 2023년 6월 무렵 5000만~10억원을 투자한 곳들이다. 1차 조사 대상이었던 한국증권금융, HS효성, 카카오모빌리티, 키움증권으로부터도 10억~50억원씩 총 184억원 투자가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이 투자는 사모펀드 운용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가 조성한 오아시스제3호제이디신기술투자(오아시스3호펀드)를 통해 투자됐다. 오아시스3호펀드는 선순위 130억원과 후순위 70억원 투자 구조로 결성됐다. 184억원 중 약 46억원은 기존 주식을 매입하는 ‘구주 매입’ 방식으로 집행됐다. 이 자금이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의 차명 재산으로 의심되는 이노베스트코리아로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베스트코리아의 유일한 이사는 김예성씨의 아내인 정모씨다. 누적적자가 수백억원대인 기업에 투자를 진행한 점과 김예성씨가 차명 회사를 통해 46억원 상당의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올리던 시기의 자금 흐름이 수상하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형사사건 및 오너 리스크 등이 존재했던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IMS모빌리티에 이해하기 어려운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배경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 기업들 배임 가능성 실제 IMS는 2023년 1월 기준 자산 556억원에 부채가 1414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런 기업에 ▲한국증권금융 50억원 ▲HS효성그룹 계열사 35억원 ▲카카오모빌리티 30억원 ▲신한은행 30억원 ▲키움증권 1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 중 한국증권금융의 투자가 의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증권금융은 금융위원회 관리 아래 증권시장 유동성 보강과 투자자 예탁금 보호 기능을 수행한다. 최대주주는 한국거래소로 우리은행, 하나은행, NH투자증권 등이 지분을 보유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때는 증권시장 안정화 기능을 담당했을 정도로 중요한 포지션을 맡고 있다. 역대 사장은 주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출신들이었고 윤 전 사장은 금융위 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역임했다. 현 김정각 사장도 FIU 원장 출신이다. 한국증권금융은 투자 당시 정상적인 내부 심사를 거쳤고,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투자 경위와 투자 근거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IMS, 자본잠식에 부채만 1000억대 한국증권·신한·효성 수 십억 투자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상 공기업에 해당하고 준정부기관이라고 봐도 무방한 게 한국증권금융이다. 공기업이 1000억원이 넘는 부채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HS효성의 투자 시기는 지난 2024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 제출로 최고 경영진이 경고 처분을 받기 직전이었다. 당시 공정위는 조 부회장의 16년간 차명 주식 보유기업 계열사 신고 누락을 지적했다. HS효성은 또 2024년 상반기 그룹 인적 분할을 앞두고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었다. 특검팀은 HS효성이 김건희씨에게 간접적으로 로비하기 위해 투자했다고 의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3년 3월 ‘택시콜 몰아주기’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257억원의 과징금을 잠정 부과받았다. 같은 해 하반기부터는 가맹사 이중계약을 통한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까지 받는 상황이었다. 키움증권은 2023년 5월 김 전 회장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직전에 지분을 대량 매도해 시세차익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시기다. IMS에 투자한 기업들은 대부분 손실 가능성을 검토했다. 특히 일부 기업은 펀드 손실 시 투자자의 투자원금 손실을 우선적으로 책임지겠다고 계약하기도 했다. ▲한국증권금융 ▲카카오모빌리티 ▲신한은행 ▲키움증권 ▲JB우리캐피탈 등은 선순위 유한책임조합원으로 참여했고, HS효성은 조영탁 IMS 대표, 유니크, 경남스틸 등과 함께 후순위 유한책임조합원이었다. HS효성은 4개 계열사(더클래스효성, 더프리미엄효성, 신성자동차, 효성도요타)를 통해 총 35억원을 투자했다. 통상 후순위 조합원은 조합이나 회사가 청산될 때 가장 마지막에 투자금을 돌려받는다. 먼저 투자한 기업이 투자금을 회수한 후 남은 금액이 있을 때만 돌려받을 수 있어 투자금 회수가 불발될 여지가 있어 리스크가 크다. 기업가치 과대 포장?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실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받은 투자 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 등은 최대 4년 이내에 IMS ONE의 IPO(기업공개) 혹은 M&A 실패 시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함께 검토했다. 투자 현황 보고서상 투자 원금 회수는 투자 구조와 투자 조건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투자 구조를 보면 오아시스3호펀드 투자 구조상 선순위 조합원에게는 후순위의 우선손실충당권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손실충당제도란 투자조합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후순위 조합원이 손실을 먼저 떠안는 것이다. HS효성이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했다는 의미다. 투자 구조 외에 신용보강 조건으로 한국증권금융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상환 청구권(풋옵션) ▲동반 매각권 등 3가지 권한을 확보해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보장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위험한 투자는 곧 투자업체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현행법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의 시선이다. 특검팀도 앞서 청구했던 압수수색영장에 이들 기업에 대한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해당 압수수색영장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는 IMS에 대해 수천 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IMS 기업가치를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PSR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출, IMS 시가총액을 2177억~2488억원으로 봤다. 하지만 IMS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액 472억원, 당기순손실 2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처리하지 못한 결손금만 1276억원에 달한다. 김예성씨는 정씨의 출국금지가 풀리면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특검에 전달했다. 정씨가 베트남으로 들어와 자녀 돌봄 문제를 해결하면 귀국해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특검팀은 정씨의 출국금지를 풀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김씨도 아직 구체적인 귀국 일정을 잡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전날 정씨를 상대로 김예성씨 부부가 제주도에 마련한 자택의 보증금 출처를 요구하는 등 김예성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의심되는 ‘46억원’의 행방과 용처를 확인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금융정보 제공 동의 등에 대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김예성씨 측은 거래 내역 등의 입증 자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흐름 수사 고삐 특검팀은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김예성씨가 특검 수사에 대비해 도피했다고 판단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여권 무효화 조처에 나섰다. 이에 압박을 느낀 김예성씨가 태국으로 다시 도주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김예성씨 측은 비자 문제로 잠시 태국을 방문했을 뿐 베트남 거주지를 옮긴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씨는 특검 조사에서 김예성씨 연락처를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