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쟁탈전 불붙은 내막

누군 되고 누군 안되는 명품장사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신청 마감을 한 달여 앞두고 대기업 간의 뜨거운 쟁탈전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까지 서울 시내면세점 일반경쟁에 참여의사를 밝힌 대기업은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롯데면세점, 신세계그룹,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등이다. 서울 시내면세점 제한경쟁에는 중소·중견기업인 유진기업과 에스엠이즈듀티프리가 출사표를 던졌다. 면세점 독과점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어떤 기업이 선정될 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지난 2월2일 관세청이 <서울·제주지역 시내면세점 특허신청 공고>를 내고 오는 6월1일까지 시내면세점 사업자 신청 접수를 받는다. 서울 3개점, 제주 1개점의 일반ㆍ제한경쟁에 대기업 및 중소ㆍ중견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힌 가운데, 오는 7월 중 선정 기업을 발표할 예정이다.

마감 한달전
뜨거운 경쟁

신청 접수 마감을 한 달여 앞둔 가운데 서울 시내면세점 일반경쟁 참여 대기업 간의 불꽃 튀는 경쟁이 예상된다. 이미 현대백화점과 현대산업개발, 한화갤러리아가 후보지를 선정해 공개했으며, 신세계그룹과 롯데면세점, SK네트웍스는 강북 및 강남 지역의 후보지 선정에 고심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시내면세점의 후보지로 삼성동 무역센터점을 확정 짓고 모두투어와 함께 합작사를 설립해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 중 유일한 강남권의 후보지를 선정한 현대백화점은 모두투어와 지분을 60대 20으로 배분할 계획을 밝혔으며, 추가 중소 규모 파트너로 동화면세점과 대구그랜드호텔을 검토 중이다.

특히 무역센터점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관광특구로 지정됐으며 인근에 3개의 특급호텔, 카지노, 코엑스몰, 백화점 등이 입점해 있어 입지적 장점이 충분하다는 평이다.


현대산업개발은 호텔신라와 합작 법인 ‘HDC신라면세점’을 출범하기로 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법인 설립을 위한 기업결합 신고를 했다. 용산 아이파크몰을 후보지로 확정하고, 아이파크몰 4개 층을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또한 28만㎡의 부지에 대형버스 10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옥외주차장도 추가 설립할 계획이다.

용산은 호남선KTX의 시발점인데다 공항철도 연결을 추진 중이라 교통 요지라는 이점이 있다. 특히 용산 주한미군기지가 2016년까지 이전을 완료한 후 대규모 사업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현대산업개발이 일찌감치 사업지로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피튀는 경쟁’
‘대박 보장’ 유통 대기업 대부분 참여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 63빌딩을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결정했다. 63빌딩 내 9900㎡ 규모로 쇼핑몰을 재구성할 예정이며, 63스퀘어와 연계해 문화 쇼핑 플레이스로 재도약할 계획이다. 인근에는 노량진수산시장, 선유도공원, 한강공원, 국회의사당, IFC몰 등이 위치해 주변 관광자원과의 연계성도 주목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1일 면세점 전문 법인 ‘신세계디에프’를 설립할 계획을 밝혔으며 후보지 선정에 소공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인근 남대문 상권과 강남 센트럴시티를 두고 고민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참여 의사를 밝힌 타 기업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해외 부유층 요우커를 겨냥한 ‘고품격 프리미엄 면세점’ 사업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 사업계획의 투자 예산은 3조3500억원이다.

현 시내면세점의 상당 부분의 지분율을 보이고 있는 롯데면세점은 독과점 논란에 뒤늦게 참여 의사를 밝혔다. 단독 입찰로 나설 예정인 롯데면세점은 현재 롯데몰 김포공항점과 동대문 롯데피트인, 신촌·이태원·신사동 가로수길 등을 예상 후보지로 두고 검토 중이다.

23년간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해 온 국내 면세점 3위 업체 SK네트웍스도 시내 면세점 유치 전략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후보지로 신촌·홍대 일대와 SK본사 건물이 위치한 광화문 등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 의사를 밝힌 6개 대기업의 예상 후보지를 살펴보면 강북 지역의 높은 경쟁률이 예상된다. 이는 외국인의 관광 명소로 강북 지역이 주목 받는 이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3년 외국인 관광객 1만20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관광명소 10곳 가운데 9곳이 강북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관광객 10명 중 7명이 명동을 찾고 있으며 동대문시장(56.6%)과 남대문시장(32.8%) 등 강북 지역 쇼핑 밀집 지역이 인기 관광 명소로 나타났다.
 

현재 서울 시내면세점은 총 6곳으로 동화면세점, 워커힐, 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이 강북 지역에 위치해 있다. 강남 지역에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코엑스점 2곳뿐이다. 이에 따라 이번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 선정에 있어 강북 지역의 쏠림 현장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반면 강남 지역을 후보지로 택한 현대백화점과 센트럴시티를 고려 중인 신세계그룹이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관세청의 한 관계자는 “지역 안배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봐 강남 지역 내 시내면세점이 설립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강북쪽 우세
강남도 기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사업자 선정에 신라그룹과 롯데면세점이 불리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관세청이 발표한 면세점 독과점 비율에서 두 기업의 국내 면세점 점유율이 81.3%를 보인 까닭이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세계 면세 업계 순위에서 10위권 내에 들고 있어 경쟁력에서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는 전망이다. 지난 2013년 세계 면세 업계 순위를 살펴보면 롯데면세점이 4위, 신라면세점이 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은 4조2170억원, 신라면세점은 2조5376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한편에서는 명동을 후보지로 선정하는 기업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외국인 관광객 쇼핑 장소 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명동이 41.4%, 시내면세점이 32.9%로 나타나 명동에 시내면세점이 입점하면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관세청 김낙회 청장은 이번 사업자 선정을 두고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며 “면세점 사업을 키우기로 한 만큼 제대로 된 기업이 선정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심사 평가 기준은 특허보세 구역 관리역량 250점, 사업 지속 가능성 및 재무 건정성 등 운영인의 경영능력 3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 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 150점,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150점 등이다. 여기서 주변 환경요소 및 상생협력의 합산 점수가 300점인 점을 감안하면 사업 후보지와 연계 기업을 통한 법인설립 기업이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면세점 제한경쟁에는 중소·중견기업의 제한 참여가 가능하다. 이에 시멘트·레미콘 산업이 주력이었던 유진기업이 MBC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여의도 MBC 사옥에 시내면세점을 운영할 계획이다.

MBC 사옥 내의 방송 스튜디오와 공연장 등을 활용한 한류면세점을 설립함으로써 관광사업 활성화 및 문화콘텐츠 사업의 성장과 발전을 가져올 계획이다. 제한경쟁에 하나투어, 영림목재, 로만손, 토니모리 등 11개 사업자가 설립한 합작법인 에스엠이즈듀티프리도 출사표를 던졌다. 이 법인은 사업 후보지로 인사동과 충무로, 명동 일대를 검토 중이다.

시내 9개점 올 10조원 달성 가능성
롯데·신라 독과점? 신규기업 진입?

이처럼 시내면제점 선정에 유통업체 대기업 및 중소·중견기업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면세점의 성장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지난해 8조3000억원으로 이중 5조4000억원이 시내면세점의 매출이다.


국내 면세점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2010년 4조5000억원, 2011년 5조3000억원, 2012년 6조3000억원, 2013년 6조8000억원으로 5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시내면세점의 매출이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련 업계의 전망이다. 현재 시내면세점은 서울 6개점, 부산 2개점, 제주 2개점이며, 사업자 선정에 따라 서울이 7개점, 제주가 3개점으로 늘어난다. 국내 기업의 해외면세점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등지의 12개점이다.

유통업계가 아울렛 사업에 잇따라 뛰어든 가운데 이번 시내면세점 선정에 눈길을 돌린 데는 불황의 유일한 돌파구로 시내면세점이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연간 성장률이 2∼3%에 불과한 점과 비교해 봤을 때도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에서 유일하게 면세점만이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어 불황의 유일한 돌파구로 평가된다”며 “시내면세점 선정에 면세점과는 동떨어진 신규 기업이 뛰어드는 것은 그만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반면 김 관세청장은 지난 3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1990년대 올림픽 직후 면세사업의 붐이 꺼진 적이 있다”며 “시장을 한꺼번에 키운다고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볼 것”이라고 밝혀 시내면세점의 추가 허용의 어려움을 내비쳤다. 이번 시내면세점 선정에 기업들이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덧붙여 김 관세청장은 “국내 면세점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과 품질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며 “신규 사업자들이 면세점 사업에 참여해 가격과 품질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현대가 
집안싸움 예상


한편 이번 시내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기업 임원들의 혈연 관계가 주목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과 호텔신라의 이부진 사장이 사촌남매관계이며,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과 현대백화점의 정지선 회장이 오촌숙질관계이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이 별도법인을 내세운 반면 호텔신라는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합작법인을 설립해 삼성가의 대결 구도가 그려졌다.

또한 면세점 경영 경험이 없는 현대산업개발과 현대백화점이 신규 사업자로 참여해 현대가의 경쟁도 관전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가의 사촌지간, 현대가의 삼촌과 조카의 대결에 주목할 만하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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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