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쟁탈전 불붙은 내막

누군 되고 누군 안되는 명품장사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신청 마감을 한 달여 앞두고 대기업 간의 뜨거운 쟁탈전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까지 서울 시내면세점 일반경쟁에 참여의사를 밝힌 대기업은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롯데면세점, 신세계그룹,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등이다. 서울 시내면세점 제한경쟁에는 중소·중견기업인 유진기업과 에스엠이즈듀티프리가 출사표를 던졌다. 면세점 독과점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어떤 기업이 선정될 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지난 2월2일 관세청이 <서울·제주지역 시내면세점 특허신청 공고>를 내고 오는 6월1일까지 시내면세점 사업자 신청 접수를 받는다. 서울 3개점, 제주 1개점의 일반ㆍ제한경쟁에 대기업 및 중소ㆍ중견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힌 가운데, 오는 7월 중 선정 기업을 발표할 예정이다.

마감 한달전
뜨거운 경쟁

신청 접수 마감을 한 달여 앞둔 가운데 서울 시내면세점 일반경쟁 참여 대기업 간의 불꽃 튀는 경쟁이 예상된다. 이미 현대백화점과 현대산업개발, 한화갤러리아가 후보지를 선정해 공개했으며, 신세계그룹과 롯데면세점, SK네트웍스는 강북 및 강남 지역의 후보지 선정에 고심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시내면세점의 후보지로 삼성동 무역센터점을 확정 짓고 모두투어와 함께 합작사를 설립해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 중 유일한 강남권의 후보지를 선정한 현대백화점은 모두투어와 지분을 60대 20으로 배분할 계획을 밝혔으며, 추가 중소 규모 파트너로 동화면세점과 대구그랜드호텔을 검토 중이다.

특히 무역센터점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관광특구로 지정됐으며 인근에 3개의 특급호텔, 카지노, 코엑스몰, 백화점 등이 입점해 있어 입지적 장점이 충분하다는 평이다.


현대산업개발은 호텔신라와 합작 법인 ‘HDC신라면세점’을 출범하기로 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법인 설립을 위한 기업결합 신고를 했다. 용산 아이파크몰을 후보지로 확정하고, 아이파크몰 4개 층을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또한 28만㎡의 부지에 대형버스 10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옥외주차장도 추가 설립할 계획이다.

용산은 호남선KTX의 시발점인데다 공항철도 연결을 추진 중이라 교통 요지라는 이점이 있다. 특히 용산 주한미군기지가 2016년까지 이전을 완료한 후 대규모 사업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현대산업개발이 일찌감치 사업지로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피튀는 경쟁’
‘대박 보장’ 유통 대기업 대부분 참여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 63빌딩을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결정했다. 63빌딩 내 9900㎡ 규모로 쇼핑몰을 재구성할 예정이며, 63스퀘어와 연계해 문화 쇼핑 플레이스로 재도약할 계획이다. 인근에는 노량진수산시장, 선유도공원, 한강공원, 국회의사당, IFC몰 등이 위치해 주변 관광자원과의 연계성도 주목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1일 면세점 전문 법인 ‘신세계디에프’를 설립할 계획을 밝혔으며 후보지 선정에 소공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인근 남대문 상권과 강남 센트럴시티를 두고 고민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참여 의사를 밝힌 타 기업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해외 부유층 요우커를 겨냥한 ‘고품격 프리미엄 면세점’ 사업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 사업계획의 투자 예산은 3조3500억원이다.

현 시내면세점의 상당 부분의 지분율을 보이고 있는 롯데면세점은 독과점 논란에 뒤늦게 참여 의사를 밝혔다. 단독 입찰로 나설 예정인 롯데면세점은 현재 롯데몰 김포공항점과 동대문 롯데피트인, 신촌·이태원·신사동 가로수길 등을 예상 후보지로 두고 검토 중이다.

23년간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해 온 국내 면세점 3위 업체 SK네트웍스도 시내 면세점 유치 전략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후보지로 신촌·홍대 일대와 SK본사 건물이 위치한 광화문 등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 의사를 밝힌 6개 대기업의 예상 후보지를 살펴보면 강북 지역의 높은 경쟁률이 예상된다. 이는 외국인의 관광 명소로 강북 지역이 주목 받는 이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3년 외국인 관광객 1만20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관광명소 10곳 가운데 9곳이 강북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관광객 10명 중 7명이 명동을 찾고 있으며 동대문시장(56.6%)과 남대문시장(32.8%) 등 강북 지역 쇼핑 밀집 지역이 인기 관광 명소로 나타났다.
 

현재 서울 시내면세점은 총 6곳으로 동화면세점, 워커힐, 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이 강북 지역에 위치해 있다. 강남 지역에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코엑스점 2곳뿐이다. 이에 따라 이번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 선정에 있어 강북 지역의 쏠림 현장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반면 강남 지역을 후보지로 택한 현대백화점과 센트럴시티를 고려 중인 신세계그룹이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관세청의 한 관계자는 “지역 안배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봐 강남 지역 내 시내면세점이 설립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강북쪽 우세
강남도 기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사업자 선정에 신라그룹과 롯데면세점이 불리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관세청이 발표한 면세점 독과점 비율에서 두 기업의 국내 면세점 점유율이 81.3%를 보인 까닭이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세계 면세 업계 순위에서 10위권 내에 들고 있어 경쟁력에서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는 전망이다. 지난 2013년 세계 면세 업계 순위를 살펴보면 롯데면세점이 4위, 신라면세점이 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은 4조2170억원, 신라면세점은 2조5376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한편에서는 명동을 후보지로 선정하는 기업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외국인 관광객 쇼핑 장소 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명동이 41.4%, 시내면세점이 32.9%로 나타나 명동에 시내면세점이 입점하면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관세청 김낙회 청장은 이번 사업자 선정을 두고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며 “면세점 사업을 키우기로 한 만큼 제대로 된 기업이 선정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심사 평가 기준은 특허보세 구역 관리역량 250점, 사업 지속 가능성 및 재무 건정성 등 운영인의 경영능력 3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 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 150점,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150점 등이다. 여기서 주변 환경요소 및 상생협력의 합산 점수가 300점인 점을 감안하면 사업 후보지와 연계 기업을 통한 법인설립 기업이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면세점 제한경쟁에는 중소·중견기업의 제한 참여가 가능하다. 이에 시멘트·레미콘 산업이 주력이었던 유진기업이 MBC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여의도 MBC 사옥에 시내면세점을 운영할 계획이다.

MBC 사옥 내의 방송 스튜디오와 공연장 등을 활용한 한류면세점을 설립함으로써 관광사업 활성화 및 문화콘텐츠 사업의 성장과 발전을 가져올 계획이다. 제한경쟁에 하나투어, 영림목재, 로만손, 토니모리 등 11개 사업자가 설립한 합작법인 에스엠이즈듀티프리도 출사표를 던졌다. 이 법인은 사업 후보지로 인사동과 충무로, 명동 일대를 검토 중이다.

시내 9개점 올 10조원 달성 가능성
롯데·신라 독과점? 신규기업 진입?

이처럼 시내면제점 선정에 유통업체 대기업 및 중소·중견기업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면세점의 성장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지난해 8조3000억원으로 이중 5조4000억원이 시내면세점의 매출이다.


국내 면세점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2010년 4조5000억원, 2011년 5조3000억원, 2012년 6조3000억원, 2013년 6조8000억원으로 5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시내면세점의 매출이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련 업계의 전망이다. 현재 시내면세점은 서울 6개점, 부산 2개점, 제주 2개점이며, 사업자 선정에 따라 서울이 7개점, 제주가 3개점으로 늘어난다. 국내 기업의 해외면세점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등지의 12개점이다.

유통업계가 아울렛 사업에 잇따라 뛰어든 가운데 이번 시내면세점 선정에 눈길을 돌린 데는 불황의 유일한 돌파구로 시내면세점이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연간 성장률이 2∼3%에 불과한 점과 비교해 봤을 때도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에서 유일하게 면세점만이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어 불황의 유일한 돌파구로 평가된다”며 “시내면세점 선정에 면세점과는 동떨어진 신규 기업이 뛰어드는 것은 그만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반면 김 관세청장은 지난 3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1990년대 올림픽 직후 면세사업의 붐이 꺼진 적이 있다”며 “시장을 한꺼번에 키운다고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볼 것”이라고 밝혀 시내면세점의 추가 허용의 어려움을 내비쳤다. 이번 시내면세점 선정에 기업들이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덧붙여 김 관세청장은 “국내 면세점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과 품질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며 “신규 사업자들이 면세점 사업에 참여해 가격과 품질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현대가 
집안싸움 예상


한편 이번 시내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기업 임원들의 혈연 관계가 주목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과 호텔신라의 이부진 사장이 사촌남매관계이며,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과 현대백화점의 정지선 회장이 오촌숙질관계이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이 별도법인을 내세운 반면 호텔신라는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합작법인을 설립해 삼성가의 대결 구도가 그려졌다.

또한 면세점 경영 경험이 없는 현대산업개발과 현대백화점이 신규 사업자로 참여해 현대가의 경쟁도 관전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가의 사촌지간, 현대가의 삼촌과 조카의 대결에 주목할 만하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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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