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 ⑥수상한 국책사업 비결

나랏일로 흥하고 나랏일로 망했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평소 경제보다는 정치 인맥이 많았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정치상인’으로 통했다. 이에 충남ㆍ경남 지역의 중견 건설업체였던 경남기업이 전국 도급 순위 16위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정치계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성 회장을 둘러싼 정치 로비 의혹과 경남기업의 국책사업에 대해 정리해봤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정경복합경영자로 평가 받아왔다. 대아건설 회장으로 지낸 1992년 민자당 재정위원을 지낸 데 이어 경남기업 인수 후 2014년 국회의원으로 지내기까지 성 회장은 정치와 비즈니스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경남기업의 사세 확장을 도모해왔다. 특히 한가람회, 충청포럼 등 정치계 모임의 핵심 인물로 참여하면서 정치권 인맥 쌓기에 힘썼으며, 수많은 로비 의혹도 받아왔다. 이에 성 회장은 기업인과 정치인들 사이에서 ‘정치상인’ ‘정치권 줄대기의 달인’으로 통했다.

정경 복합경영자
국책 낙찰률 98%

성 회장의 기업경영 마인드가 정경일치임이 드러난 건 민자당 재정위원으로 지낼 당시인 1992년 8월31일이다. 그날 오후 한준수 연기군수가 국회 민주당 원내총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권개입 부정 사례를 폭로한 것이다. 한 군수는 충남지사와 민자당 후보로부터 8500만원 상당의 선거자금을 받아왔다고 주장하며 수표 일부를 증거물로 제출했다.

조사 과정에서 수표 90여장의 일련번호를 조회해본 결과 대아건설이 발행한 수표임이 밝혀졌다. 1980년 전국 도급 순위 169위에 그쳤던 대전 지역 중소기업 대아건설이 1992년 전국 61위에 올라선 배경이 드러난 것이다.

당시 국정감사에서도 대아건설이 1988년 이후 수주한 51건의 충남 발주관급공사의 낙찰률이 98.62%로 나타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낙찰 사업의 응찰가가 1만원 차이인 사업도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돼 충남지사 선거 과정에서 비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성 회장의 한 지인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 권력의 향방을 기막히게 읽고 ‘맨주먹 붉은 피’로 들이댄 사람이었다”며 “공직이나 정치권에서 뜨는 사람이 있으면 30∼40명씩 모아 성대한 축하연을 열어주곤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1994년 대아건설은 서울 일부 지역의 재개발 사업에 뛰어들며 서울로 무대를 확장했다. 당시 대아건설은 1996년까지 동작구 사당동의 3개 지역과 노원구 공릉동·월계동, 강서구 등촌동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로 참여했으며 6구역재개발지구 참여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성 회장은 1995년 한가람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김 비서실장은 1995년까지 한양대 법과대학원 겸임교수로 지내다 1996년부터 한나라당 국회의원직을 맡았다. 성 회장이 정치 인맥을 맺기 위해 미리 김비서실장에게 다가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성 회장이 2000년에 설립한 충청권 정치인과 관료 및 언론인의 모임 충청포럼도 정치권 인맥 쌓기를 통해 사세를 확장하고자 하는 성 회장의 의도가 담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당시 성 회장은 개인 비용을 투자해 롯데호텔에서 거물급 정치인들을 초청한 가운데 충청포럼 출범식을 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급순위 169위→14위로 급성장
‘정치상인’인맥 활용해 기업경영

성 회장이 신한국당 재정위원으로 지낼 당시인 1997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에게 대전 민방 협조 명목으로 10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성 회장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졌으며, 김총리의 도움으로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노무현정부 출범 이후인 2003년 8월 성 회장은 대우그룹에서 분리된 경남기업을 인수하고 이듬해인 2004년 대아건설 등과 합병해 통합법인 경남기업을 출범시킨다. 경남기업 인수전에 보성건설, 금광기업 등 5~6개 기업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기도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인 대아건설이 경남기업을 인수한 데에 대해 “다윗이 골리앗을 삼켰다”는 말이 떠돌기도 했다.


2004년 성 회장은 노무현 후보 캠프에 3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이회창 후보 캠프에도 거액이 제공됐을 거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사실 유무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총선 직전 비례대표 당선권 보장을 전제로 자유민주연합에 정치자금 16억원 전달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성 회장은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지만 특별사면으로 1년형의 징역에 그쳤다.

참여정부의 도움
대기업으로 성장

2004년 당시 경남기업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996억1800만원 사업비의 토당-원당 도로(고양시대체우회도로)와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1000억830만원 사업비의 오리-수원복선전철4공구 사업의 시공사로 참여했다. 또한 대전지방국토관리청, 한국철도시설공단, 농업기반공사 등 한 해 동안 3616만2200만원 상당의 토목사업을 진행했다. 전년 대비 72.25%의 사업을 확보했다.  

경남기업이 노무현정부 때인 지난 2005년 러시아 캄차카반도 석유탐사 사업으로 석유공사에서 260억원의 성공불융자금을 지원받았다. 정부로부터 받은 성공불융자 전체 330억원 중 상당 금액이 노무현정부 때 집중돼 있어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과 멕시코만 가스탐사 사업에 나서면서 70여억원의 추가 성공불융자를 받았다. 경남기업이 공물자원공사로부터 받은 일반융자금은 130억원이다.

성공불융자는 정부가 위험도가 높은 사업을 하려는 기업에 필요자금을 빌려주고 사업이 실패하면 융자금 전액을 감면해주고, 성공할 때는 원리금 외에 특별부담금을 추가 징수하는 제도다. 경남기업의 캄차카반도 석유탐사 사업은 사실상 실패로 끝난 것으로 알려져 정부예산 260억원은 사라진 셈이다.

경남기업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노무현정부 시절 사세가 확장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매출액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경남기업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매출액은 2003년 4888억8305만원, 2004년 6153억8639만원, 2005년에는 9061억8670만원, 2006년 9617억1227만원, 2007년 1조2890억7194만원으로 2004년보다 2배 이상 급성장했다.

반면 이명박정부 출범 당시인 2008년에는 매출액이 1조7624억1400만원으로 출발이 좋았으나 2009년 1조7103억5648만원, 2010년 1조5962억5237만원, 2011년 1조4156억9587만원, 2012년 1조1345억2846만원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2013년에는 7492억568만원으로 급락하고 만다.

MB정부 이후
매출 급락

2007년 11월 성 회장은 행담도 개발 사업의 시공권을 받는 조건으로 김재복 사장에게 120억원을 빌려준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징역 1개월 만인 2008년 1월 노무현정부로부터 특별사면 대상으로 선정돼 석방됐다. 이로써 성 회장은 노무현정부로부터 두 번째 특별사면 대상자로 지정됐다.

2007년 경남기업은 베트남 하노이에 주상복합타운 랜드마크72(사업비 1조370억700만원)을 건립한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8년 국제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남기업은 2009년 5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채권단에 신청하기에 이른다. 경남기업은 당초 예상한 워크아웃 극복시기인 2012년 6월에 워크아웃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굵직한 국책사업의 시공사 및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1년 앞당긴다.

최근 랜드마크72에 정관계 인사 수백명이 다녀갔다는 현지 직원의 증언이 나오면서 성 회장의 로비 장소로 활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남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성 회장이 생전 명절 기간에만 랜드마크72에 머물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지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수백명의 정관계 인사가 성 회장과 식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남기업은 2008년 대규모 국책사업을 맡는다.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수주 받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관련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참여정부와의 긴밀한 관계가 형성됐을 개연성이 엿보인다. 사업비 1325억2900만원 규모의 행정중심복합도시1-2공구 사업과 사업비 400억5200만원 규모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우회도로 공사를 수주 받았다. 또한 서울도시기반시설본부로부터 서울지하철915ㆍ916공구 사업으로 1354억4800만원도 수주 받았으며 용인지방공사의 광교택지개발지구A23블록주택건설공사, 대전지방국토관리청 청양-홍성고속도로, 한국철도시설공단 경부고철10-1공구 노반공사, 환경관리공단의 광양시 광양읍 하수관거정비공사 사업도 진행했다.


정권 도움으로 성장
정권에 찍혀 급추락

반면 이명박정부 당시인 2009년 경남기업의 국책사업 규모도 현저하게 줄어든 양상이다. 2008년 1조5930억8800만원에서 2009년 5705억200만원으로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이 당시 경남기업은 민간도급건축 사업도 없었다. 2010년 1조331억7800만원 규모의 13개 국책사업을 맡았지만 경남기업은 2011년 두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지난 8일 성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백한 “나는 MB맨이 아니다. MB 정부의 피해자가 MB맨이 될 수 있느냐”는 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중앙일보>와 JTBC가 공개한 성 회장의 다이어리를 살펴보면 2013년 9월3일 김전수 전 금융감독원 기업금융개선국장과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만났으며, 9월13일에는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을 만났다고 기록돼 있다. 경남기업이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한 날짜가 10월29일인 점을 미루어 볼 때 차입금 상환 연장을 요청하기 위해 정관계 인사를 만난 것으로 보인다. 이 당시 성 회장은 2012년 11월 선진통일당 원내대표를 지낸 후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있었다. 

30년 로비인생
성공 VS 실패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경남기업의 도급 순위를 살펴보면 1981년 169위에서 1991년 72위으로 급성장한 데 이어 2006년 16위의 자리에 앉는다. 2013년까지 꾸준히 20위권 내에 머물다가 지난해 26위로 하락했다.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200만원으로 건설 사업을 시작한 성 회장이 대아건설을 2조원대의 대기업 경남기업으로 성장시킨 데는 정치권의 인맥 쌓기와 로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수많은 정치 자금 로비 의혹을 남긴 성 회장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정치상인으로 자수성가한 성 회장의 30년 로비인생의 결말을 두고 과연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아니면 지방 중소기업 건설사를 대기업으로 사세 확장한 그의 비즈니스는 실패했다고 평가해야 할까?

 


<evernur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