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 ⑥수상한 국책사업 비결

나랏일로 흥하고 나랏일로 망했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평소 경제보다는 정치 인맥이 많았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정치상인’으로 통했다. 이에 충남ㆍ경남 지역의 중견 건설업체였던 경남기업이 전국 도급 순위 16위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정치계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성 회장을 둘러싼 정치 로비 의혹과 경남기업의 국책사업에 대해 정리해봤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정경복합경영자로 평가 받아왔다. 대아건설 회장으로 지낸 1992년 민자당 재정위원을 지낸 데 이어 경남기업 인수 후 2014년 국회의원으로 지내기까지 성 회장은 정치와 비즈니스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경남기업의 사세 확장을 도모해왔다. 특히 한가람회, 충청포럼 등 정치계 모임의 핵심 인물로 참여하면서 정치권 인맥 쌓기에 힘썼으며, 수많은 로비 의혹도 받아왔다. 이에 성 회장은 기업인과 정치인들 사이에서 ‘정치상인’ ‘정치권 줄대기의 달인’으로 통했다.

정경 복합경영자
국책 낙찰률 98%

성 회장의 기업경영 마인드가 정경일치임이 드러난 건 민자당 재정위원으로 지낼 당시인 1992년 8월31일이다. 그날 오후 한준수 연기군수가 국회 민주당 원내총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권개입 부정 사례를 폭로한 것이다. 한 군수는 충남지사와 민자당 후보로부터 8500만원 상당의 선거자금을 받아왔다고 주장하며 수표 일부를 증거물로 제출했다.

조사 과정에서 수표 90여장의 일련번호를 조회해본 결과 대아건설이 발행한 수표임이 밝혀졌다. 1980년 전국 도급 순위 169위에 그쳤던 대전 지역 중소기업 대아건설이 1992년 전국 61위에 올라선 배경이 드러난 것이다.

당시 국정감사에서도 대아건설이 1988년 이후 수주한 51건의 충남 발주관급공사의 낙찰률이 98.62%로 나타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낙찰 사업의 응찰가가 1만원 차이인 사업도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돼 충남지사 선거 과정에서 비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성 회장의 한 지인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 권력의 향방을 기막히게 읽고 ‘맨주먹 붉은 피’로 들이댄 사람이었다”며 “공직이나 정치권에서 뜨는 사람이 있으면 30∼40명씩 모아 성대한 축하연을 열어주곤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1994년 대아건설은 서울 일부 지역의 재개발 사업에 뛰어들며 서울로 무대를 확장했다. 당시 대아건설은 1996년까지 동작구 사당동의 3개 지역과 노원구 공릉동·월계동, 강서구 등촌동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로 참여했으며 6구역재개발지구 참여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성 회장은 1995년 한가람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김 비서실장은 1995년까지 한양대 법과대학원 겸임교수로 지내다 1996년부터 한나라당 국회의원직을 맡았다. 성 회장이 정치 인맥을 맺기 위해 미리 김비서실장에게 다가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성 회장이 2000년에 설립한 충청권 정치인과 관료 및 언론인의 모임 충청포럼도 정치권 인맥 쌓기를 통해 사세를 확장하고자 하는 성 회장의 의도가 담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당시 성 회장은 개인 비용을 투자해 롯데호텔에서 거물급 정치인들을 초청한 가운데 충청포럼 출범식을 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급순위 169위→14위로 급성장
‘정치상인’인맥 활용해 기업경영

성 회장이 신한국당 재정위원으로 지낼 당시인 1997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에게 대전 민방 협조 명목으로 10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성 회장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졌으며, 김총리의 도움으로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노무현정부 출범 이후인 2003년 8월 성 회장은 대우그룹에서 분리된 경남기업을 인수하고 이듬해인 2004년 대아건설 등과 합병해 통합법인 경남기업을 출범시킨다. 경남기업 인수전에 보성건설, 금광기업 등 5~6개 기업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기도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인 대아건설이 경남기업을 인수한 데에 대해 “다윗이 골리앗을 삼켰다”는 말이 떠돌기도 했다.


2004년 성 회장은 노무현 후보 캠프에 3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이회창 후보 캠프에도 거액이 제공됐을 거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사실 유무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총선 직전 비례대표 당선권 보장을 전제로 자유민주연합에 정치자금 16억원 전달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성 회장은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지만 특별사면으로 1년형의 징역에 그쳤다.

참여정부의 도움
대기업으로 성장

2004년 당시 경남기업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996억1800만원 사업비의 토당-원당 도로(고양시대체우회도로)와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1000억830만원 사업비의 오리-수원복선전철4공구 사업의 시공사로 참여했다. 또한 대전지방국토관리청, 한국철도시설공단, 농업기반공사 등 한 해 동안 3616만2200만원 상당의 토목사업을 진행했다. 전년 대비 72.25%의 사업을 확보했다.  

경남기업이 노무현정부 때인 지난 2005년 러시아 캄차카반도 석유탐사 사업으로 석유공사에서 260억원의 성공불융자금을 지원받았다. 정부로부터 받은 성공불융자 전체 330억원 중 상당 금액이 노무현정부 때 집중돼 있어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과 멕시코만 가스탐사 사업에 나서면서 70여억원의 추가 성공불융자를 받았다. 경남기업이 공물자원공사로부터 받은 일반융자금은 130억원이다.

성공불융자는 정부가 위험도가 높은 사업을 하려는 기업에 필요자금을 빌려주고 사업이 실패하면 융자금 전액을 감면해주고, 성공할 때는 원리금 외에 특별부담금을 추가 징수하는 제도다. 경남기업의 캄차카반도 석유탐사 사업은 사실상 실패로 끝난 것으로 알려져 정부예산 260억원은 사라진 셈이다.

경남기업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노무현정부 시절 사세가 확장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매출액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경남기업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매출액은 2003년 4888억8305만원, 2004년 6153억8639만원, 2005년에는 9061억8670만원, 2006년 9617억1227만원, 2007년 1조2890억7194만원으로 2004년보다 2배 이상 급성장했다.

반면 이명박정부 출범 당시인 2008년에는 매출액이 1조7624억1400만원으로 출발이 좋았으나 2009년 1조7103억5648만원, 2010년 1조5962억5237만원, 2011년 1조4156억9587만원, 2012년 1조1345억2846만원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2013년에는 7492억568만원으로 급락하고 만다.

MB정부 이후
매출 급락

2007년 11월 성 회장은 행담도 개발 사업의 시공권을 받는 조건으로 김재복 사장에게 120억원을 빌려준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징역 1개월 만인 2008년 1월 노무현정부로부터 특별사면 대상으로 선정돼 석방됐다. 이로써 성 회장은 노무현정부로부터 두 번째 특별사면 대상자로 지정됐다.

2007년 경남기업은 베트남 하노이에 주상복합타운 랜드마크72(사업비 1조370억700만원)을 건립한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8년 국제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남기업은 2009년 5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채권단에 신청하기에 이른다. 경남기업은 당초 예상한 워크아웃 극복시기인 2012년 6월에 워크아웃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굵직한 국책사업의 시공사 및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1년 앞당긴다.

최근 랜드마크72에 정관계 인사 수백명이 다녀갔다는 현지 직원의 증언이 나오면서 성 회장의 로비 장소로 활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남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성 회장이 생전 명절 기간에만 랜드마크72에 머물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지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수백명의 정관계 인사가 성 회장과 식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남기업은 2008년 대규모 국책사업을 맡는다.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수주 받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관련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참여정부와의 긴밀한 관계가 형성됐을 개연성이 엿보인다. 사업비 1325억2900만원 규모의 행정중심복합도시1-2공구 사업과 사업비 400억5200만원 규모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우회도로 공사를 수주 받았다. 또한 서울도시기반시설본부로부터 서울지하철915ㆍ916공구 사업으로 1354억4800만원도 수주 받았으며 용인지방공사의 광교택지개발지구A23블록주택건설공사, 대전지방국토관리청 청양-홍성고속도로, 한국철도시설공단 경부고철10-1공구 노반공사, 환경관리공단의 광양시 광양읍 하수관거정비공사 사업도 진행했다.


정권 도움으로 성장
정권에 찍혀 급추락

반면 이명박정부 당시인 2009년 경남기업의 국책사업 규모도 현저하게 줄어든 양상이다. 2008년 1조5930억8800만원에서 2009년 5705억200만원으로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이 당시 경남기업은 민간도급건축 사업도 없었다. 2010년 1조331억7800만원 규모의 13개 국책사업을 맡았지만 경남기업은 2011년 두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지난 8일 성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백한 “나는 MB맨이 아니다. MB 정부의 피해자가 MB맨이 될 수 있느냐”는 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중앙일보>와 JTBC가 공개한 성 회장의 다이어리를 살펴보면 2013년 9월3일 김전수 전 금융감독원 기업금융개선국장과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만났으며, 9월13일에는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을 만났다고 기록돼 있다. 경남기업이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한 날짜가 10월29일인 점을 미루어 볼 때 차입금 상환 연장을 요청하기 위해 정관계 인사를 만난 것으로 보인다. 이 당시 성 회장은 2012년 11월 선진통일당 원내대표를 지낸 후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있었다. 

30년 로비인생
성공 VS 실패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경남기업의 도급 순위를 살펴보면 1981년 169위에서 1991년 72위으로 급성장한 데 이어 2006년 16위의 자리에 앉는다. 2013년까지 꾸준히 20위권 내에 머물다가 지난해 26위로 하락했다.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200만원으로 건설 사업을 시작한 성 회장이 대아건설을 2조원대의 대기업 경남기업으로 성장시킨 데는 정치권의 인맥 쌓기와 로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수많은 정치 자금 로비 의혹을 남긴 성 회장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정치상인으로 자수성가한 성 회장의 30년 로비인생의 결말을 두고 과연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아니면 지방 중소기업 건설사를 대기업으로 사세 확장한 그의 비즈니스는 실패했다고 평가해야 할까?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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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