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동네북’ 관세청 굴욕시대

여기서 깨지고 저기서 터지고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관세청이 망신을 당했다. 큰소리 뻥뻥 치던 소송에서 패소해서다. 한두 번도 아니고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당장 막무가내식 부과처분이 도마에 올랐다. 관세범 처벌 의지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다. 동네북이 돼버린 관세청 사정을 담아봤다.

관세청이 풀무원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관세청은 풀무원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해 430억원을 돌려주게 됐다. 최근 대법원 제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풀무원이 서울세관장을 상대로 낸 관세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서울세관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런 망신이…

대법원은 풀무원이 낸 380억원의 관세를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풀무원을 관세 납세 의무자인 이 사건의 화주(화물 주인)로 볼 수 없는 만큼 납세 의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관세 부과 처분은 위법하다"고 원심을 확정했다.

서울세관은 2010년 풀무원이 중국산 유기농 콩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원래 가격보다 수입가격을 낮게 신고하는 방법으로 관세를 포탈했다며 380억원의 관세를 부과했다. 현행 관세법은 물품을 수입한 화주를 납세 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세관은 "실제 화주인 풀무원이 중국 농산물 수입 전문 무역업체인 J사를 내세워 관세를 낮게 신고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풀무원은 발끈했다. 곧바로 "중국에서 농산물을 수입·판매하는 전문업체를 통해 유기농 콩을 구매했을 뿐 저가 신고를 한 적이 없다"며 관세부과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회사 관계자는 "J사로부터 수입 유기농 콩을 구매하면서 원료의 품질관리를 위해 유기농인증절차나 생산물이력추적시스템에 의해 확인을 했지만, 수입관세의 저가 신고행위를 지시하거나 공모한 적이 없다"며 "정당한 사업목적에서 수입업체들과 거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공방은 법정으로 이어졌고, 풀무원의 완승으로 끝났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풀무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서울세관에 관세부과를 전액 취소하라고 판결했고, 2심인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도 풀무원의 손을 들어줬다.

풀무원과 430억 관세소송 '패'
디아지오 5000억 소송도 불안

관세청으로선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큰소리 떵떵 치던 소송에서 패소했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사실 풀무원에 굴욕을 당한 관세청에겐 더 큰 걱정이 있다. 바로 위스키 '윈저' 판매사인 디아지오코리아와의 소송이다.

 

관세청은 2009년 디아지오코리아에 5000억원 상당의 관세 및 부가가치세 등을 부과했다. 위스키 수입가격을 낮춰 신고했다는 게 관세청의 판단. 전체 제조비용이 아닌 제조원가만 신고했다는 것이다. "본사가 있는 영국에서 이미 제조비용에 대한 세금을 낸 상태라 국내에서 추가로 부과하면 2중 과세"라고 반발한 디아지오코리아는 이듬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재판부는 여러 차례 양측의 합의를 유도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최근 과세금액의 40∼50% 감면 내용이 담긴 조정권고안까지 제시했지만, 디아지오코리아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소송에 자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관세청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앞으로도 디아지오코리아가 합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년 넘게 이어진 재판은 조만간 결론이 날 전망이다. 양측의 변론은 이미 끝났다. 사실상 재판부의 최종 결정만 남은 상황이다. 관세청은 판결이 다가오면서 자존심을 구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막무가내식 부과처분 도마
부과취소 환급금 매년 늘어


관세청은 지난 국감에서 관세 소송과 관련해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관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공개한 최근 5년간(2010년∼2014년 7월) 관세청의 검찰고발 및 항고(재고발) 통계에 따르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는 '0건'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은 "관세법 위반자가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벌을 받으면 사건을 그대로 종결시키고 있다"며 "관세청이 관세범 처벌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관세청의 막무가내식 부과처분도 도마에 올랐다. 관세청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납세자에게 돌려준 과오납 환급금은 4116억원(1만302건)으로, 2012년 1313억원(1만4853건)과 비교해 세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부과처분 취소에 따른 환급금이 968억원(481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신고납부 오류 3071억원(9377건), 직권경정 77억원(491건) 등이다.
 

관세청 잘못에 따른 부과처분 취소 환급금의 경우 2012년 대비 500% 이상 급증했다. 관세청의 부과처분 취소는 ▲2012년 189억원(180건) ▲2013년 336억원(801건) ▲2014년 8월 968억원(431건)으로 늘어났다. 김 의원은 "과오납 환급은 납세자의 신고납부 오류를 제외하면 사실상 관세청의 행정 착오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관세청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과오납 환급을 줄이기 위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어야 할 것"고 말했다.

관세청은 세수유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행정소송 패소율을 낮추는 등 원활한 법무 소송을 위해 쟁송전단팀을 운영 중이다. 본청의 소송전담 팀원을 늘려 기존 소송전담팀(1계·5명)에서 송무센터(2계·9명)로 개편했다. 전문변호사도 채용했으며, 소송대상도 50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확대했다.

행정착오 지적

관세청은 "우선 법에 따라 정당하게 과세하고, 정당한 처분에 대해선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하경제 양성화 조치에 반발하는 기업과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의 관세부과 불복 소송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나라 재정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쟁송 수행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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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게이트’ 김건희·대기업<br> 연결고리 추적

‘집사 게이트’ 김건희·대기업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검팀이 고삐를 당기기 시작한 수사는 ‘집사 게이트’다.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김예성씨가 연관된 부실기업에 다수의 대기업이 투자한 게 핵심이다. 일부 증권사는 기업가치까지 과대 해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은 해당 기업에 투자한 대기업 오너들을 전부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집사 게이트’ 의혹의 중심에 선 업체는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이하 IMS)다. 이 기업은 렌터카 업체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었다. 수백억원대 빚더미에 앉았지만 복수의 대기업으로부터 ‘수상한 투자’를 받았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IMS 설립에 관여한 김예성씨가 김건희씨의 최측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보고 있다. 투자 강행 로비용으로? 특검팀은 지금까지 신한은행과 경남스틸, JB우리캐피탈, 유니크, 중동파이낸스 등 투자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7일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과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조사했고, 21일에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불러 조사한 바 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만이 조사를 받지 않은 상태다. 오정희 특검보는 지난 22일 “조현상 부회장이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며 “신속히 귀국해 출석 일자를 밝히고 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번 2차 조사 기업은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을 보유한 IMS에 2023년 6월 무렵 5000만~10억원을 투자한 곳들이다. 1차 조사 대상이었던 한국증권금융, HS효성, 카카오모빌리티, 키움증권으로부터도 10억~50억원씩 총 184억원 투자가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이 투자는 사모펀드 운용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가 조성한 오아시스제3호제이디신기술투자(오아시스3호펀드)를 통해 투자됐다. 오아시스3호펀드는 선순위 130억원과 후순위 70억원 투자 구조로 결성됐다. 184억원 중 약 46억원은 기존 주식을 매입하는 ‘구주 매입’ 방식으로 집행됐다. 이 자금이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의 차명 재산으로 의심되는 이노베스트코리아로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베스트코리아의 유일한 이사는 김예성씨의 아내인 정모씨다. 누적적자가 수백억원대인 기업에 투자를 진행한 점과 김예성씨가 차명 회사를 통해 46억원 상당의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올리던 시기의 자금 흐름이 수상하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형사사건 및 오너 리스크 등이 존재했던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IMS모빌리티에 이해하기 어려운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배경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 기업들 배임 가능성 실제 IMS는 2023년 1월 기준 자산 556억원에 부채가 1414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런 기업에 ▲한국증권금융 50억원 ▲HS효성그룹 계열사 35억원 ▲카카오모빌리티 30억원 ▲신한은행 30억원 ▲키움증권 1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 중 한국증권금융의 투자가 의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증권금융은 금융위원회 관리 아래 증권시장 유동성 보강과 투자자 예탁금 보호 기능을 수행한다. 최대주주는 한국거래소로 우리은행, 하나은행, NH투자증권 등이 지분을 보유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때는 증권시장 안정화 기능을 담당했을 정도로 중요한 포지션을 맡고 있다. 역대 사장은 주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출신들이었고 윤 전 사장은 금융위 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역임했다. 현 김정각 사장도 FIU 원장 출신이다. 한국증권금융은 투자 당시 정상적인 내부 심사를 거쳤고,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투자 경위와 투자 근거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IMS, 자본잠식에 부채만 1000억대 한국증권·신한·효성 수 십억 투자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상 공기업에 해당하고 준정부기관이라고 봐도 무방한 게 한국증권금융이다. 공기업이 1000억원이 넘는 부채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HS효성의 투자 시기는 지난 2024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 제출로 최고 경영진이 경고 처분을 받기 직전이었다. 당시 공정위는 조 부회장의 16년간 차명 주식 보유기업 계열사 신고 누락을 지적했다. HS효성은 또 2024년 상반기 그룹 인적 분할을 앞두고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었다. 특검팀은 HS효성이 김건희씨에게 간접적으로 로비하기 위해 투자했다고 의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3년 3월 ‘택시콜 몰아주기’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257억원의 과징금을 잠정 부과받았다. 같은 해 하반기부터는 가맹사 이중계약을 통한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까지 받는 상황이었다. 키움증권은 2023년 5월 김 전 회장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직전에 지분을 대량 매도해 시세차익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시기다. IMS에 투자한 기업들은 대부분 손실 가능성을 검토했다. 특히 일부 기업은 펀드 손실 시 투자자의 투자원금 손실을 우선적으로 책임지겠다고 계약하기도 했다. ▲한국증권금융 ▲카카오모빌리티 ▲신한은행 ▲키움증권 ▲JB우리캐피탈 등은 선순위 유한책임조합원으로 참여했고, HS효성은 조영탁 IMS 대표, 유니크, 경남스틸 등과 함께 후순위 유한책임조합원이었다. HS효성은 4개 계열사(더클래스효성, 더프리미엄효성, 신성자동차, 효성도요타)를 통해 총 35억원을 투자했다. 통상 후순위 조합원은 조합이나 회사가 청산될 때 가장 마지막에 투자금을 돌려받는다. 먼저 투자한 기업이 투자금을 회수한 후 남은 금액이 있을 때만 돌려받을 수 있어 투자금 회수가 불발될 여지가 있어 리스크가 크다. 기업가치 과대 포장?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실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받은 투자 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 등은 최대 4년 이내에 IMS ONE의 IPO(기업공개) 혹은 M&A 실패 시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함께 검토했다. 투자 현황 보고서상 투자 원금 회수는 투자 구조와 투자 조건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투자 구조를 보면 오아시스3호펀드 투자 구조상 선순위 조합원에게는 후순위의 우선손실충당권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손실충당제도란 투자조합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후순위 조합원이 손실을 먼저 떠안는 것이다. HS효성이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했다는 의미다. 투자 구조 외에 신용보강 조건으로 한국증권금융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상환 청구권(풋옵션) ▲동반 매각권 등 3가지 권한을 확보해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보장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위험한 투자는 곧 투자업체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현행법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의 시선이다. 특검팀도 앞서 청구했던 압수수색영장에 이들 기업에 대한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해당 압수수색영장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는 IMS에 대해 수천 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IMS 기업가치를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PSR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출, IMS 시가총액을 2177억~2488억원으로 봤다. 하지만 IMS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액 472억원, 당기순손실 2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처리하지 못한 결손금만 1276억원에 달한다. 김예성씨는 정씨의 출국금지가 풀리면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특검에 전달했다. 정씨가 베트남으로 들어와 자녀 돌봄 문제를 해결하면 귀국해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특검팀은 정씨의 출국금지를 풀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김씨도 아직 구체적인 귀국 일정을 잡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전날 정씨를 상대로 김예성씨 부부가 제주도에 마련한 자택의 보증금 출처를 요구하는 등 김예성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의심되는 ‘46억원’의 행방과 용처를 확인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금융정보 제공 동의 등에 대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김예성씨 측은 거래 내역 등의 입증 자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흐름 수사 고삐 특검팀은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김예성씨가 특검 수사에 대비해 도피했다고 판단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여권 무효화 조처에 나섰다. 이에 압박을 느낀 김예성씨가 태국으로 다시 도주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김예성씨 측은 비자 문제로 잠시 태국을 방문했을 뿐 베트남 거주지를 옮긴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씨는 특검 조사에서 김예성씨 연락처를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