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금기어로 본 재벌가 비사 -홈플러스 ‘회장님 그림자’

눈치 없는 회장님 눈치 보는 사장님

[일요시사=경제1팀] 김성수 기자 = 재벌가 혼맥, 대박 브랜드 비밀,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 기업 내부거래 등을 시사지 최초로 연속 기획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새 연재를 시작한다. 직원들이 입 밖에 내면 안 되는 '금기어'를 통해 기업 성장의 이면에 숨겨진 '비사'를 파헤쳐 보기로 했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기업으로선 숨기고픈 비밀, 이번엔 홈플러스의 '회장님 그림자' 편이다.

지난달 취임 1주년을 맞은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그에겐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출점? 아니면 실적? 아니다. 바로 '회장님 그림자'를 지우는 일이다.

여론의 반감도

1970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한 이승한 회장은 회장비서실 신경영추진팀장, 삼성물산 유통부문 대표이사 등을 지낸 '삼성맨' 출신이다. 1999년 테스코와 삼성의 합작회사인 홈플러스를 창립해 지난해까지 14년간 홈플러스를 이끌었다.

이 회장하면 '혁신'이다. 이를 통해 홈플러스를 국내 최고의 유통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 회장은 재임 기간 연매출 12조원을 달성, 업계 12위였던 홈플러스를 2위에 올려놨다. 유통산업의 문화와 시스템 혁신을 선도하는 경영철학으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초청 강연을 하는 등 세계 각국에 성공비결과 한국의 유통발전상을 널리 알렸다.

이 과정에서 점포당 매출 1위, 면적당 매출 1위, 최단기 매출 1조원 돌파 등 다양한 기록을 양산하는가 하면 한국유통대상, 지속가능경영대상 등 약 180개의 각종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바통은 도 사장이 이어받았다. 도 사장 역시 '삼성맨'출신이다. 1981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후 1995년 유통사업부를 거쳐 물류, 마케팅, 재무 담당 임원을 역임했다. 홈플러스 1호 점포인 대구점 점장, 홈플러스테스코(옛 홈에버) 초대 대표, 테스코 말레이시아 대표를 맡다 홈플러스 CEO가 됐다.


그로부터 1년 뒤 '도성환호'는 어떻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리 녹록치 않다. 우선 실적이 그렇다.
매출은 2012 회계연도(2012년 3월1일∼2013년 2월28일) 7조863억원에서 2013 회계연도(2013년 3월1일∼2014년 2월28일) 7조3255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292억원에서 2510억원으로, 순이익도 4897억원에서 4634억원으로 줄었다.

출점도 정체돼 있다. 도 사장은 지난해 10월 보스턴 대학교에서 경영사례를 발표하면서 "향후 10년 내 매장을 5000개 열겠다"고 자신했다. 도 사장의 큰소리와 달리 전국 홈플러스 대형마트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39개 제자리다. 올해 추가 출점은 오는 12월 세종시 1개뿐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각각 6개 출점 계획과 비교된다.

편의점도 날개를 못 펴고 있다. 3년 전 시작한 '홈플러스 365' 편의점은 지난 5월 말 현재 114개에 머물러 있다. 지난 3월 신세계가 시작한 편의점 '위드미 에프에스'는 최근 100호점을 돌파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경우 올해 4개를 출점할 계획. 이에 비해 GS슈퍼는 7개나 출점한다.

이승한 '어정쩡 행보'
"확실히 손 떼야" 지적

이런 상황에서 여론의 반감마저 사고 있다. 외국에 퍼주는 로열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있을 때만 해도 로열티는 30억∼40억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도 사장 체제로 바뀐 뒤 갑자기 700억원대로 늘어났다. 도 사장에게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홈플러스는 2013 회계년도 영국 테스크 본사에 'TESCO'의 상표·로고 및 라이센스에 대한 사용료로 총 616억1700만원을 지급했다. 계열사 홈플러스테스코(옛 홈에버)가 120억3800만원의 로열티를 지급한 것까지 합하면 총 736억5500만원에 달한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매출액의 0.03% 정도의 로열티를 지급해왔다. 2009년 29억원, 2010년 32억원, 2011년 34억원, 2012년 30억원이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8월 테스코와 새로운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로열티 비율을 매출액의 0.8%로 올렸다. 그렇게 1년 만에 20배 넘게 로열티가 인상됐다.


홈플러스 측은 "다른 해외 계열사와 형평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퍼줘도 너무 퍼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키를 잡았던 홈플러스와 도 사장이 키를 잡은 홈플러스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며 "도 사장은 여러모로 이 회장과 비교된다. 리더십 문제와 연결 짓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어정쩡한 행보를 두고도 말들이 많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으면 확실하게 손을 떼야한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이 나설수록 도 사장으로선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도성환 체제 1년…실적·출점 주춤
30억 주던 로열티 700억 퍼줘 빈축

이 회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홈플러스 회장직과 e파란재단 이사장직을 계속 수행 중이다. 테스코 홈플러스 아카데미 회장 겸 석좌교수와 테스코그룹의 전략경영을 위한 경영자문 역할도 맡고 있다. 유엔 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장, 가족친화포럼 공동대표 등 대외활동까지 왕성하게 펼치고 있다.

이 회장은 일종의 '명예 회장'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홈플러스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상왕'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를 잘 보여주는 상황이 얼마 전 벌어졌다. 전직 이 회장이 현직 도 사장보다 영향력이 크다는 시선을 거둘 수 없는 사례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15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창립 15주년 행사를 열었다. 도 사장의 취임 1주년 의미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이 회장이었다. 행사는 이 회장 중심으로 진행됐다. 현장을 취재한 한 기자에 따르면 1시간가량 진행된 행사에서 도 사장은 3분여의 짧은 인사만 했고, 이 회장은 40분가량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았다고 한다.

이 회장이 오너라면 몰라도 회사 지분이 단 한 주도 없다는 점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광경이다. 앞서 이 회장은 아내의 에세이 출간 소식을 회사 홍보팀을 통해 보도자료를 내고 언론에 알리는가 하면 창조경영이론에 대한 자신의 연구성과를 외부에 알리기 위해 기자들을 미국으로 불러 빈축을 사기도 했다. 물론 비용은 모두 홈플러스에서 댔다.

그늘서 벗어나야

이 회장의 행보는 업계 라이벌 구학서 신세계 회장과 대비된다. 구 회장은 2009년 말 CEO 퇴임 후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경영자문 역할만 한다. 그래서 현 CEO가 날개를 펼 수 있었다. 도 사장이 부러워할 만하다. 도 사장도 '이승한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까. 좀 더 지켜볼 일이다.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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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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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