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보람상조 경찰 수사, 왜?

인천발 사정…4년 전 악몽 '또?'

[일요시사=경제1팀]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이 좌불안석이다.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심상찮은 '사정 바람'이 또 다시 회사를 덮쳐서다. '콩밥'을 먹은 적이 있는 최 회장으로선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인 최 회장의 속 끓는 사연을 담아봤다.

300억원대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쇠고랑을 찼던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은 2002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가석방됐다. 이후 경영에 복귀한 최 회장은 자신의 부재로 휘청거리던 회사를 재정비했다.

부당이익 있었나

상조업계 1위였던 보람상조는 프리드라이프(구 현대종합상조)에 밀린 데 이어 순위가 3위까지 떨어졌지만, 최 회장의 고군분투로 다시 2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남은 건 선두 재탈환. 그런데 아직 갈길 먼 최 회장이 돌발 악재를 만났다. 경찰 수사가 그것이다.

보람상조에 또 다시 '사정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한달 전부터다. 경찰은 고객들을 속여 100억원 상당을 편취한 의혹을 받고 있는 보람상조를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인천지검의 수사지휘를 받고 있는 인천 계양경찰서는 앞서 지난달 보람상조 계열사인 보람장의개발 본사 등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보람상조는 보람장의개발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장례용품을 제공하면서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기존 회비에 추가로 비용을 내면 최고급 대마 수의를 제공한다고 회원들을 모집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보람상조가 이런 수법으로 100억원대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최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갈 길 바쁜데…대형 악재 돌발
100억대 고객돈 편취의혹 제기

수의는 구성에 따라 크게 '평 수의'와 '가진 수의'로 나뉜다. 평 수의는 바지(치마)와 저고리 등 일부만 갖춰져 있는 것. 가진 수의는 두루마기, 도포, 저고리, 치마 등 20여 가지 안팎의 모든 구성을 말한다. 수의 가격은 종류에 따라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른다. 보람상조의 장례상품엔 기본적으로 수의가 포함돼 있다. 최고급 대마, 즉 이른바 '명품수의'는 프리미엄 상품을 제외하고 추가로 비용을 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고객들을 속여 편취한 돈을 특정 개인이 수령한 정황이 있다"며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분석이 끝나면 회사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람상조 측은 경찰 수사를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눈치였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정확하게 말하면 보람상조로 수사가 들어온 게 아니고 행사 전문 관련 계열사인 보람장의개발로 수사가 들어왔다"며 설명했다.

그는 "수의로 고객들의 돈을 편취했다는 혐의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수의 원산지와 가격표기 등을 홈페이지와 상담을 통해 명확하게 게재하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모를 리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회장님은 단순히 보람장의개발 대표라 조사를 받고 있다.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알고 있다"며 "조사 중인 상황이고 아직 결정 난 것이 없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수사를 받고 있는 보람장의개발은 장례행사 지원 등 장례서비스 대행업체로, 100% 지분을 소유한 최 회장 일가의 개인회사다. 눈에 띄는 점은 그동안 이 회사를 둘러싸고 잡음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일반 수의를 대마로 속인 혐의
최철홍 회장 피의자 신분 조사


최 회장은 2010년 4월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보람장의개발은 최 회장의 '비자금 창구'로 지목됐다. 검찰이 밝힌 횡령 수법을 보면 문제의 보람장의개발이 등장한다. 최 회장은 개인 사업장 형태의 보람장의개발을 차려놓고 보람상조개발과 보람상조라이프, 보람상조프라임 등 영업을 담당하는 계열사와 독점 계약을 맺은 다음 불공정 계약을 통해 돈을 빼돌리는 방법으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00억원대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최 회장은 돈을 빼돌려 부동산 구입과 자녀유학 비용, 정기예금 등 개인적으로 유용했다. 당시 고객들에게 납입 받은 돈을 '쌈짓돈'처럼 쓴 사실이 드러나 큰 파장이 일었다. 이후 상조업계 전반으로 검찰 수사가 확대됐다.

당초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던 최 회장은 2010년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나 2011년 1월 2심에선 횡령액이 거의 변제됐다는 점이 참작돼 징역 3년으로 감형 받았다. 그해 6월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고, 최 회장은 2012년 12월 가석방됐다.

지난해 10월엔 거액 연봉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현숙 의원(새누리당)은 건강보험공단으로 제출받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보수월액 상위 50위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엔 예상대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이 수두룩했는데, 그중 유독 튀는 인물과 회사가 있었다. 바로 7억8000만원으로 14위에 오른 C씨다.

또 보람장의개발

그의 월급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무려 93억6000만원에 이른다. C씨 월급은 내로라하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오너와 유명 CEO보다 많았다. 김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C씨가 소속된 사업장은 보람장의개발로 나타났다. 따라서 C씨는 최 회장인 것으로 추정됐다.

상조회사의 특성상 고객들이 믿고 맡긴 돈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최 회장의 고액 월급은 충분히 논란이 될 만했다. 그때도 보람상조 측은 "보람장의개발은 법인이 아닌 (오너의) 개인 사업체로 보람상조와 절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지금처럼 말이다.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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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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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