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확인> '꼬불친' 허재호 은닉재산 추적

내연녀 털면 100억 나온다

[일요시사=경제1팀] 요즘 한창 말 많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일요시사>는 이미 2007년 그의 두 얼굴을 도려낸 적이 있다. 당시 대주그룹의 기형적인 성장사와 족벌경영 폐해, 허 전 회장이 쥐락펴락한 법조계 인맥과 풀리지 않는 뉴질랜드 미스터리 등을 집중 취재해 연속 시리즈로 고발했다. 특히 압류 대비용 은닉 재산을 추적하는가 하면 여성편력 등 위험한 사생활도 과감히 파헤쳤다. 지금까지 어디에도 나오지 않은 '허재호 파일'을 공개한다.

온 나라가 허재호 얘기로 떠들썩하다. 하루 5억원의 '황제노역'주인공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게 국민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를 감싸거나 방치한 검찰과 법원, 국세청 등도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성난 여론에 떠밀려 허 전 회장은 결국 심판대에 다시 오르게 됐다.

다시 심판대에…
이번에도 버티나

이제 초점은 돈에 맞춰진다. 몸으로 때우는 대신 추징이 가능한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허 전 회장이 5일 동안 탕감 받은 25억원을 제외하고 남은 벌금은 224억원. 여기에 국세 136억원, 지방세 24억원, 금융권 빚 233억원(신한은행 151억원·신용보증기금 82억원)을 내지 않은 상태다.

검찰과 국세청은 끝까지 추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사정당국이 파악한 허 전 회장의 재산은 동양저축은행 땅 128평, 오포 땅 2만평, 미술품과 도자기 141점 등 뿐이다. 물론 이를 다 팔아도 턱 없이 모자란다. 그나마도 채권자들과 밀린 지방세를 받으려는 시·군에서 근저당을 설정해놓은 상태다.

사정이 이렇자 사정당국은 국내 대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바로 뉴질랜드다. 검찰과 국세청은 허 전 회장이 뉴질랜드에서 활동을 하면서 재산을 현지로 빼돌렸을 가능성에 대해 추적 중이다. 당연히 해외인 만큼 추징 과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허 전 회장이 국내에 숨겨둔 재산은 없을까. 검찰은 허 전 회장의 재산이 차명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시 말해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만 그의 주변인들을 털면 어느 정도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허 전 회장이 자신 소유인 동양상호저축은행 빌딩(3층부터 7층까지) 임대료를 매달 1000만원을 받기로 임차인과 계약을 해 놓고 수년째 차명계좌를 통해 임대료를 받아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부회장 명함 들고
대내외 행사 참석

같은 맥락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한 여성이 있다. 대주그룹 부회장을 지낸 A씨다. <일요시사>가 2007년 검찰 수사 당시 허 전 회장의 은닉 재산을 취재하다 알게 된 A씨는 허 전 회장의 이른바 '세컨드'로, 대주 2인자로 군림했었다. 허 전 회장과 내연 관계인 A씨는 평범하게 살다 어느 날 갑자기 수백억원의 엄청난 재력가로 부상했다. 물론 그의 뒤엔 허 전 회장이 있었다.
 

허 전 회장은 4세 연하인 부인 이모씨와 사이에 두 딸을 두고 있다. 30∼40대인 두 딸은 한때 대주그룹 관계사에서 근무한 것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인 인적 사항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씨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그는 지난해 12월 숨졌다.

검찰 숨겨둔 '검은돈' 끝까지 추징 의지
몰래 빼돌려 차명 관리 여부에 수사 초점

허 전 회장과 이씨는 법적으로 이혼을 하지 않은 상태. 이씨 자리는 A씨가 꿰찼다. 그룹 내에선 그를 부회장이라고 불렀다. <일요시사> 취재 당시 그룹 측도 A씨의 실체를 인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충 회사 돌아가는 사정을 아는 사람이면 A씨를 사모님이란 호칭 대신 부회장이라 부르면서 깍듯이 대한다"며 "회장은 본부인 이씨를 두고 항상 A씨와 함께했다. 이들의 관계를 알고 있지만 모두 모른 체했다"고 털어놨다.

대주그룹 전직 고위임원은 "과거 보험설계사, 외판원 등을 하던 A씨는 대주그룹 본사 주변의 백화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다 허 전 회장을 만나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귀띔했다.


A씨는 조용히 내조만 하다가 갑자기 사모님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허 전 회장의 호적상 본처를 대신해 그룹 대내외 행사에 자주 얼굴을 내비쳤다. 그룹 후원으로 열리는 자선바자회에도 자주 참석했다.

문제는 A씨가 하루아침에 갑부가 된 배경이다. A씨의 인생역전은 허 전 회장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허 전 회장과 은밀한 ‘밀월관계’를 유지하던 A씨가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은 2003년. 대주그룹이 인수한 H사 등기이사에 취임하면서다.

본부인 있는데 사모님 행세
수수께끼 여인 의문의 재산

2005년엔 H사 회장직을 맡은 A씨는 이 회사의 지분 20%를 보유했다. H사는 광주시 동구 금남로에 자리 잡은 대주그룹 본사 사옥을 관리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골프장 등 그룹의 레저개발사업 부문도 담당했다.
 

A씨의 재산은 또 있다. 광주시 서구에 있는 D골프연습장이다. 2004년부터 이 골프연습장 대표이사를 맡은 A씨는 골프연습장 부지와 시설의 실제 소유주로 확인됐다. 2001년 개장한 D골프연습장은 총 6000여평 부지에 비거리 150미터, 60타석 규모의 광주·전남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골프연습장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 연건평 500여평의 클럽하우스도 갖추고 있다.

A씨는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서 명품가구 전문점 M사도 운영하고 있다. 2005년 오픈한 이 가구점은 유럽에서 수입한 '초호화 럭셔리'가구들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지하 2층 지상 5층의 M사 건물 소유주는 따로 있다. 공교롭게도 M사의 임대계약자는 A씨가 회장직을 맡고 있는 H사의 대표이사다. 이 대표이사는 A씨 언니의 남편, 즉 형부다. 이 건물 1∼3층을 임대한 M사의 보증금은 수억원. 매달 월세로 수천만원씩 내고 있다. M사 관계자는 "회장님은 주로 지방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가구점에 어쩌다 한번 들른다"고 했다.

그룹 측은 "M사와 전혀 무관하다"고 잘라 말했지만, 여러 가구점이 모여 있는 M사 주변엔 대주그룹이 가구사업을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한 가구점 직원은 "M사가 대주그룹 안주인이 운영하는 것 아니냐"며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그렇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서울에서 지낼 경우 한남동 H빌라에서 머물렀다. H빌라는 강북의 대표적 고급 주거단지인 '유엔빌리지'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대한민국 1%'가 모여 사는 부촌 중 부촌으로 유명하다. 70여평에 달하는 이 빌라는 대주그룹의 계열사로 알려진 대한건설(옛 두림건설)이 시공했다. 허 전 회장도 서울에 머물 땐 H빌라에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H빌라 시세는 수십억원에 달한다.

한푼 없던 그녀가 옛 대주 관계사·골프연습장·빌딩
고급빌라·명품가구점·호화주택·외제승용차 소유

A씨는 현재 광주 남구 월산동에 100여평의 호화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평소 외제 승용차로 드나든다는 게 인근 주민의 전언이다. A씨는 그룹 본사가 있었던 광주에 빌딩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한 측근은 "A씨는 안 그래도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싫어하는 데다, 요즘 말이 너무 많아 언론에 자신이 부각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또 "A씨의 재산은 허 전 회장과 무관하다"고 일축하면서도 "A씨가 개인사업체를 차릴 때 허 전 회장이 개인적으로 도와줬을 수는 있다"고 말끝을 흐렸다.
 


허 전 회장은 이씨와 두 딸 외에 A씨와 사이에서 숨겨둔 아들 B군도 두고 있다. B군은 현재 뉴질랜드에서 지내고 있다. B군은 대주그룹의 뉴질랜드 대주하우징이 분양한 오클랜드 빅토피아 주상복합아파트에 거주했다. 이는 허 전 회장이 벌이고 있는 뉴질랜드 현지 사업과 무관치 않다.

대주그룹 전직 임원은 "B군은 뉴질랜드로 유학간 지 꽤 오래됐다"며 "현지에 가족이 없기 때문에 파견돼 있는 대주그룹 해외사업팀 직원들이 음으로 양으로 뒷바라지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대주그룹이 뉴질랜드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3년부터다. 뉴질랜드 주택시장에 진출한 것은 국내 건설사로는 최초였다. 허 전 회장이 직접 선봉에 섰다. 허 전 회장은 B군의 유학 문제로 먼저 뉴질랜드를 방문했고, 이후 대주그룹이 현지 투자를 시작했다.

늦둥이 외아들이라 B군을 남다른 애정으로 '금이야 옥이야' 키운 허 전 회장은 뉴질랜드를 제집 드나들 듯 왔다 갔다 했다. 1년 중 3∼6개월가량을 뉴질랜드에서 보냈다. 허 전 회장은 뉴질랜드 주택건설 사업에 뛰어든 이후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현지에서 생활해왔다.

"허재호 비자금
열쇠 쥐고 있다"

현지에서 사업을 챙기는 틈틈이 골프를 치거나 바다낚시를 즐겼다. 허 전 회장은 골프광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도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꼭 필드에 나갔다.


허 전 회장은 뉴질랜드 내에선 이미 유명 인사다. 현지인들의 평가도 매년 '교민 10대 뉴스'에 뽑힐 정도로 호의적이었다. '뉴질랜드에선 삼성보다 대주를 더 알아준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대주그룹도 뉴질랜드 한인 사회에 많은 공을 들였다.

허 전 회장과 A씨의 친인척도 '검은돈' 키맨으로 의심할 만하다. 허 전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동생과 사촌동생은 대주그룹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A씨의 동생과 언니, 형부 등도 대주그룹 임원 명함을 들고 다녔다.

검찰은 국민들의 눈치를 보면서 '전두환 털기' 때처럼 강력한 수사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A씨가 관리하고 있는 허 전 회장의 차명 재산이 얼마인지는 모른다. 다만 A씨가 '허재호 비자금' 행방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건 분명하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