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모펀드 불편한 동거 백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4: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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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보다 잿밥' 재계 위협 공공의 적

[일요시사=경제1팀] ING생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MBK파트너스가 선정됐다. 인수는 금융당국의 승인을 거친 뒤 연말에 최종 완료될 예정이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그간 국내기업을 인수한 사모펀드가 끊임없이 빚어온 '먹튀' 논란이다. '론스타-외환은행' '뉴브리지캐피탈-제일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ING생명과 MBK파트너스 역시 '먹튀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한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기로 했다. ING그룹은 이 같은 내용 지난달 26일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 MBK는 ING생명 지분 100%를 1조8000억원에 인수하고, ING그룹은 주식인수대금 중 1200억원을 재투자한다는 내용의 인수본계약(SPA)에 서명했다.

MBK는 최대 5년간 ING 브랜드를 사용하고 ING그룹은 향후 1년간 자문과 기술적인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ING생명은 앞으로 MBK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독립·독자적인 기업체로 경영되며 인위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금감원·금융위
인수 적정성 검토

MBK는 재원 1조8000억원 마련을 위해 인수금융 8000억원을 포함, 자기자본 약 1조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인수 금융에는 우리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KB국민은행 등 3개사가 참여했다. 자기자본 1조원 중 6800억원은 MBK 3호 펀드에서 출자하며 국내연금, 새마을금고 등 국내연기금의 투자를 받을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캐나다 PSP인베스트먼트가 2000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1200억원은 ING생명이 재투자한다.

인수 금액을 두고 업계에서는 MBK가 유리한 거래를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처음 ING생명 한국법인이 매물로 나왔을 때 가격이 3조원에 육박했고, 지난해 KB금융과 매각 협상을 할 때에도 2조원 초반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ING그룹은 2008년 네덜란드 중앙은행으로부터 100억유로의 공적자금을 받는 조건으로 ING생명 한국법인의 지분을 올해까지 50% 초과, 2016년까지 100% 전량을 매각해야 한다.

남은 관문은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 여부다. 금융당국은 MBK의 ING생명 인수 적정성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장 큰 걸림돌로 MBK가 사모펀드라는 점을 들고 있다.


2005년 설립된 MBK는 국내 최대의 사모펀드다. 운용자금은 2012년 기준 약 4조원.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넷째 사위인 김병주씨가 회장을 맡고 있다.

1호 펀드로 한미캐피탈, HK저축은행, C&M, 중국의 베이징보웨이공항지원, 루예제약, 일본의 야요이, 타사키, 대만의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즈, 갈라TV를 인수했으며 이중 한미캐피탈(현 우리캐피탈),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즈, 갈라TV, 루예제약은 투자를 회수했다.

2호 펀드로는 두산테크팩, 영화엔지니어링, 금호렌터카, 중국의 GSEI, 뉴차이나생명, 일본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인보이스를 사들였고 이후 금호렌터카는 KT렌탈로 합병됐으며, MBK는 KT렌탈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했다.

3호 펀드는 2012년 1차 자금조달로 약 1조4000억원을 유치했으며 최근 HK저축은행, 코웨이, 네파 등을 인수했다.

이와 관련 ING생명 노조는 "MBK는 HK저축은행을 인수한 후에 직군 분리를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C&M 인수 후에는 하청을 통한 무분별한 분사를 시도해 노동자들이 MBK의 핍박에 맞서 노조를 만들었지만 55일간의 파업 후에야 노조를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ING생명 우선협상자 1조8000억에 MBK 선정
혹시 또…론스타 먹튀 트라우마 '조마조마'

또한 노조는 "이러한 경영형태를 볼 때 MBK는 보험회사의 기반이 되는 노동자를 동반자로 생각하기보다는 자본의 이익 극대화만을 쫓기 위한 탄압과 구조조정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든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다. 사모펀드의 운용은 투자자들을 비공개로 모집하여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자본참여를 하게 하여 기업 가치를 높인 다음 기업주식을 되파는 전략을 취한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사모투자전문회사를 말하며 우리나라 투자신탁업법에서는 100인 이하의 투자자, 증권투자회사법에서는 50인 이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모집하는 펀드를 말한다. 사모펀드는 금융기관이 관리하는 일반 펀드와 달리 개인 간 계약 형태를 띠고 있어 금융감독기관 감시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재벌들의 계열사 지원이나 내부 자금 이동 수단, 불법 자금 조달 등에 악용되는 경우도 있다.

가장 큰 부작용은 구조조정으로 기업 체질개선을 하기보다 비용 절감 등 단기 처방으로 기업 가치를 올려 되파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먹튀'다.

국내에서 사모펀드의 먹튀 논란이 일어나기 시작한 때는 1998년 외환위기(IMF) 이후 국내 기업을 인수한 상당수 사모펀드가 고배당과 유상감자 등을 실시해 회사 미래가치를 훼손하고, 당장의 경쟁력만 강화시켜 차입금과 고수익을 일으키면서부터다. 

대표적인 게 '론스타 사태'다.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사모펀드 론스타는 IMF 직후 한국시장을 노크하기 시작했다. 당시 론스타는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에서 부실채권을 사들인 후 이를 되팔아 이익을 거두는 형태의 영업을 했다.


2000년부터는 부동산 사업에 손을 뻗쳐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를 6330억원에 인수해 3년 뒤 매각, 3120억원의 차익을 남기는 등 뛰어난 사업수완을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론스타와 한국 간 큰 갈등은 없었으나 2003년 8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탈세 혐의 등 각종 고발에 시달렸고 이후 막대한 배당금을 챙겨가면서 '먹튀'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을 통해 약 4조6600억원의 차익을 챙겨 9년 만에 한국을 떠났다.

끝나지 않은
론스타 사태

'론스타 사태'는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IB업계에서는 한국은 투자하기에 적절치 못한 곳이라는 인식이 퍼졌고 해외 투기자본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론스타라는 실체는 한국 땅에서 사라졌지만 한국 사회에 남긴 여운은 아직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 사회가 론스타 사태로 몸살을 앓는 동안, 다른 사모펀드들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남겼다.

에어컨 생산 업체로 유명한 만도는 회사가 둘로 쪼개진 채 각각의 사모펀드에 인수되면서 만신창이가 됐다. 1998년 미국 사모펀드 로스차일드에 매각된 만도기계는 만도공조(위니아만도)와 ㈜만도로 분리돼 각각 UBS캐피탈 컨소시엄과 JP모건 자회사인 선세이지에 팔렸다.

선세이지는 회사에 대한 투자는 외면하고 2002년 유상감자를 통해 ㈜만도로부터 950억원을 회수했다.

UBS캐피털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위니아만도의 소유주가 된 유럽계 사모펀드 CVC캐피털은 페이퍼컴퍼니인 만도홀딩스를 만들어 인수·합병하면서 만도홀딩스 주식 절반을 유상 소각해 520억원이 넘는 자본금을 회수했다.


오리온전기 인수
반년 만에 청산

오리온전기는 사모펀드에 경영권이 넘어간 뒤 반년 만에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6개월간 매틀린패터슨의 행보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2005년 4월27일 오리온전기를 인수한 매틀린패터슨은 일주일 뒤인 5월2일 오리온전기의 주식 100%를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엘렉트라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에 넘겼다. 이틀 뒤 엘렉트라인베스트먼트는 OLED 사업부문을 분사해 오리온 OLED를 설립했다. 이후 5월13일 엘렉트라인베스트먼트는 오리온전기 주식을 50%씩 나눠 트랜스캐피털그룹과 파트너얼아이어드그룹에 넘겼다. 이 두 회사는 모두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홍콩에 본사를 둔 오션링크라는 회사가 100% 주주다. 결국 오리온전기 지분 모두가 오션링크에 넘어간 것. 그리고 10월31일 오션링크는 오리온 전기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유수의 재벌그룹들도 사모펀드의 힘을 피할 수 없었다. 2004년 SK는 미국계 사모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SK(주) 지분 8.6%를 확보하며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경영참여를 선언,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SK(주)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은 고작 0.72% 수준.

반면 소버린은 경영 참여 선언 1년 전부터 SK그룹이 SK글로벌 분식회계 등으로 흔들릴 때마다 값이 내려간 SK(주) 주식을 싸게 사들여왔다. 이후 소버린은 1768억원을 들여 SK(주) 지분의 14.99%를 추가로 확보하며 최 회장 사퇴를 공식적으로 요구했고 최 회장과 소버린은 치열한 지분경쟁에 돌입했다.

최 회장은 2005년까지 SK(주) 주식 25만3648주를 사들이면서 경영권 방어에 나섰고 2년여에 걸친 이들의 분쟁은 소버린이 공시를 통해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에서 '단순 투자'로 변경하면서 마무리됐다. 이후 소버린은 보유하고 있는 SK(주)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고 선언했다. 결국 1768억원을 투자해 SK(주) 지분을 사들인 소버린은 2년 뒤 8000여억원의 이익을 챙겨 떠난 셈이 됐다.

KT&G는 '기업사냥꾼' 칼아이칸에 호되게 당했다. 2006년 칼아이칸은 KT&G의 지분을 6.59% 확보하고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KT&G 측에 사외이사 1명 이상 선임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사실상 경영권을 압박한 것. 이후 칼아이칸은 KT&G의 주식 한주에 6만원으로 매수하겠다고 공개매수 의사를 나타내면서 집요하게 KT&G를 압박했고 당시 최대주주인 프랭클린뮤추얼이 칼아이칸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자 KT&G는 국민연금 등의 힘을 빌려 간신히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그러나 칼아이칸은 보유하고 있던 KT&G 주식 700만주를 팔아치워 1500억원이라는 시세차익을 남기고 떠났다.


장류 생산 전문업체 샘표와 자동차 와이퍼 생산업체인 캐프는 최근까지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사외 이사 정도로 경영권에 간접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버린·칼아이칸 공격에 SK·KT&G 흔들
샘표·캐프 적대적 M&A로 최근까지 골머리

그러나 지난해 12월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는 캐프 경영진에 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IMM은 같은 계열인 IMM인베스트먼트와 함께 2010년 5월 캐프에 600억원을 투자, 캐프 보통주 5만주(10.22%)와 우선주 28만8892를 보유한 주요주주다. IMM의 우선주는 보통주 10주 이상으로 전환하도록 돼 있다.

캐프의 경영진과 노조는 대자본의 '기업 강탈'이라고 비난하며 강력히 맞섰다. 고병헌 전 대표는 보통주 전환을 승인하지 않았고 결국 IMM은 지난 2월 법원에 주주지위확인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해 지난 5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IMM이 본격적으로 경영 참여를 시작하자 캐프 노조는 지난 7월 초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새로운 경영진인 IMM 측이 총 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회사의 자본을 확충하고 재무구조 안정에 나서면서 노조 측도 이를 경영정상화의 단계로 보고 보름 만에 조업을 완전 정상화했다.

샘표식품은 우리투자증권이 운영하는 사모펀드 마르스1호와 6년간의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마르스1호는 2006년 9월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의 이복동생인 박승재 전 사장이 넘긴 샘표식품 지분 24.1%를 매수한 이후 적대적 인수·합병을 선언하며 샘표식품 측과 대립각을 세웠다. 마르스1호는 2007년 3월 샘표식품 주식을 추가 매입, 지분율을 29.97%까지 끌어올렸고 샘표식품을 상대로 낸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면서 샘표식품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이후 2008년 4월 마르스1호는 샘표식품 주식에 대해 공개매수 계획을 전격 발표했으며 샘표식품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백기사로 풀무원과 전략적 파트너로 손을 잡으면서 맞섰다.

캐프 공장 중단
보름 만에 재개

마르스1호는 지난 6년간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및 감사선임을 놓고 표 대결을 벌였다. 지속적인 공개매수에도 불구 주총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표 대결에서 밀리며 주주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도 못하고 이 지분을 매각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지난해 2월 샘표식품이 자기주식 120만주를 공개매수를 통해 300억원에 취득한다고 밝히면서 6년간의 지지부진한 경영분쟁은 '마침표'를 찍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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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