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모펀드 불편한 동거 백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4: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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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보다 잿밥' 재계 위협 공공의 적

[일요시사=경제1팀] ING생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MBK파트너스가 선정됐다. 인수는 금융당국의 승인을 거친 뒤 연말에 최종 완료될 예정이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그간 국내기업을 인수한 사모펀드가 끊임없이 빚어온 '먹튀' 논란이다. '론스타-외환은행' '뉴브리지캐피탈-제일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ING생명과 MBK파트너스 역시 '먹튀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한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기로 했다. ING그룹은 이 같은 내용 지난달 26일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 MBK는 ING생명 지분 100%를 1조8000억원에 인수하고, ING그룹은 주식인수대금 중 1200억원을 재투자한다는 내용의 인수본계약(SPA)에 서명했다.

MBK는 최대 5년간 ING 브랜드를 사용하고 ING그룹은 향후 1년간 자문과 기술적인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ING생명은 앞으로 MBK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독립·독자적인 기업체로 경영되며 인위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금감원·금융위
인수 적정성 검토

MBK는 재원 1조8000억원 마련을 위해 인수금융 8000억원을 포함, 자기자본 약 1조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인수 금융에는 우리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KB국민은행 등 3개사가 참여했다. 자기자본 1조원 중 6800억원은 MBK 3호 펀드에서 출자하며 국내연금, 새마을금고 등 국내연기금의 투자를 받을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캐나다 PSP인베스트먼트가 2000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1200억원은 ING생명이 재투자한다.

인수 금액을 두고 업계에서는 MBK가 유리한 거래를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처음 ING생명 한국법인이 매물로 나왔을 때 가격이 3조원에 육박했고, 지난해 KB금융과 매각 협상을 할 때에도 2조원 초반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ING그룹은 2008년 네덜란드 중앙은행으로부터 100억유로의 공적자금을 받는 조건으로 ING생명 한국법인의 지분을 올해까지 50% 초과, 2016년까지 100% 전량을 매각해야 한다.

남은 관문은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 여부다. 금융당국은 MBK의 ING생명 인수 적정성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장 큰 걸림돌로 MBK가 사모펀드라는 점을 들고 있다.


2005년 설립된 MBK는 국내 최대의 사모펀드다. 운용자금은 2012년 기준 약 4조원.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넷째 사위인 김병주씨가 회장을 맡고 있다.

1호 펀드로 한미캐피탈, HK저축은행, C&M, 중국의 베이징보웨이공항지원, 루예제약, 일본의 야요이, 타사키, 대만의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즈, 갈라TV를 인수했으며 이중 한미캐피탈(현 우리캐피탈),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즈, 갈라TV, 루예제약은 투자를 회수했다.

2호 펀드로는 두산테크팩, 영화엔지니어링, 금호렌터카, 중국의 GSEI, 뉴차이나생명, 일본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인보이스를 사들였고 이후 금호렌터카는 KT렌탈로 합병됐으며, MBK는 KT렌탈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했다.

3호 펀드는 2012년 1차 자금조달로 약 1조4000억원을 유치했으며 최근 HK저축은행, 코웨이, 네파 등을 인수했다.

이와 관련 ING생명 노조는 "MBK는 HK저축은행을 인수한 후에 직군 분리를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C&M 인수 후에는 하청을 통한 무분별한 분사를 시도해 노동자들이 MBK의 핍박에 맞서 노조를 만들었지만 55일간의 파업 후에야 노조를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ING생명 우선협상자 1조8000억에 MBK 선정
혹시 또…론스타 먹튀 트라우마 '조마조마'

또한 노조는 "이러한 경영형태를 볼 때 MBK는 보험회사의 기반이 되는 노동자를 동반자로 생각하기보다는 자본의 이익 극대화만을 쫓기 위한 탄압과 구조조정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든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다. 사모펀드의 운용은 투자자들을 비공개로 모집하여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자본참여를 하게 하여 기업 가치를 높인 다음 기업주식을 되파는 전략을 취한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사모투자전문회사를 말하며 우리나라 투자신탁업법에서는 100인 이하의 투자자, 증권투자회사법에서는 50인 이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모집하는 펀드를 말한다. 사모펀드는 금융기관이 관리하는 일반 펀드와 달리 개인 간 계약 형태를 띠고 있어 금융감독기관 감시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재벌들의 계열사 지원이나 내부 자금 이동 수단, 불법 자금 조달 등에 악용되는 경우도 있다.

가장 큰 부작용은 구조조정으로 기업 체질개선을 하기보다 비용 절감 등 단기 처방으로 기업 가치를 올려 되파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먹튀'다.

국내에서 사모펀드의 먹튀 논란이 일어나기 시작한 때는 1998년 외환위기(IMF) 이후 국내 기업을 인수한 상당수 사모펀드가 고배당과 유상감자 등을 실시해 회사 미래가치를 훼손하고, 당장의 경쟁력만 강화시켜 차입금과 고수익을 일으키면서부터다. 

대표적인 게 '론스타 사태'다.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사모펀드 론스타는 IMF 직후 한국시장을 노크하기 시작했다. 당시 론스타는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에서 부실채권을 사들인 후 이를 되팔아 이익을 거두는 형태의 영업을 했다.


2000년부터는 부동산 사업에 손을 뻗쳐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를 6330억원에 인수해 3년 뒤 매각, 3120억원의 차익을 남기는 등 뛰어난 사업수완을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론스타와 한국 간 큰 갈등은 없었으나 2003년 8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탈세 혐의 등 각종 고발에 시달렸고 이후 막대한 배당금을 챙겨가면서 '먹튀'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을 통해 약 4조6600억원의 차익을 챙겨 9년 만에 한국을 떠났다.

끝나지 않은
론스타 사태

'론스타 사태'는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IB업계에서는 한국은 투자하기에 적절치 못한 곳이라는 인식이 퍼졌고 해외 투기자본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론스타라는 실체는 한국 땅에서 사라졌지만 한국 사회에 남긴 여운은 아직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 사회가 론스타 사태로 몸살을 앓는 동안, 다른 사모펀드들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남겼다.

에어컨 생산 업체로 유명한 만도는 회사가 둘로 쪼개진 채 각각의 사모펀드에 인수되면서 만신창이가 됐다. 1998년 미국 사모펀드 로스차일드에 매각된 만도기계는 만도공조(위니아만도)와 ㈜만도로 분리돼 각각 UBS캐피탈 컨소시엄과 JP모건 자회사인 선세이지에 팔렸다.

선세이지는 회사에 대한 투자는 외면하고 2002년 유상감자를 통해 ㈜만도로부터 950억원을 회수했다.

UBS캐피털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위니아만도의 소유주가 된 유럽계 사모펀드 CVC캐피털은 페이퍼컴퍼니인 만도홀딩스를 만들어 인수·합병하면서 만도홀딩스 주식 절반을 유상 소각해 520억원이 넘는 자본금을 회수했다.


오리온전기 인수
반년 만에 청산

오리온전기는 사모펀드에 경영권이 넘어간 뒤 반년 만에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6개월간 매틀린패터슨의 행보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2005년 4월27일 오리온전기를 인수한 매틀린패터슨은 일주일 뒤인 5월2일 오리온전기의 주식 100%를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엘렉트라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에 넘겼다. 이틀 뒤 엘렉트라인베스트먼트는 OLED 사업부문을 분사해 오리온 OLED를 설립했다. 이후 5월13일 엘렉트라인베스트먼트는 오리온전기 주식을 50%씩 나눠 트랜스캐피털그룹과 파트너얼아이어드그룹에 넘겼다. 이 두 회사는 모두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홍콩에 본사를 둔 오션링크라는 회사가 100% 주주다. 결국 오리온전기 지분 모두가 오션링크에 넘어간 것. 그리고 10월31일 오션링크는 오리온 전기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유수의 재벌그룹들도 사모펀드의 힘을 피할 수 없었다. 2004년 SK는 미국계 사모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SK(주) 지분 8.6%를 확보하며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경영참여를 선언,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SK(주)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은 고작 0.72% 수준.

반면 소버린은 경영 참여 선언 1년 전부터 SK그룹이 SK글로벌 분식회계 등으로 흔들릴 때마다 값이 내려간 SK(주) 주식을 싸게 사들여왔다. 이후 소버린은 1768억원을 들여 SK(주) 지분의 14.99%를 추가로 확보하며 최 회장 사퇴를 공식적으로 요구했고 최 회장과 소버린은 치열한 지분경쟁에 돌입했다.

최 회장은 2005년까지 SK(주) 주식 25만3648주를 사들이면서 경영권 방어에 나섰고 2년여에 걸친 이들의 분쟁은 소버린이 공시를 통해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에서 '단순 투자'로 변경하면서 마무리됐다. 이후 소버린은 보유하고 있는 SK(주)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고 선언했다. 결국 1768억원을 투자해 SK(주) 지분을 사들인 소버린은 2년 뒤 8000여억원의 이익을 챙겨 떠난 셈이 됐다.

KT&G는 '기업사냥꾼' 칼아이칸에 호되게 당했다. 2006년 칼아이칸은 KT&G의 지분을 6.59% 확보하고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KT&G 측에 사외이사 1명 이상 선임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사실상 경영권을 압박한 것. 이후 칼아이칸은 KT&G의 주식 한주에 6만원으로 매수하겠다고 공개매수 의사를 나타내면서 집요하게 KT&G를 압박했고 당시 최대주주인 프랭클린뮤추얼이 칼아이칸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자 KT&G는 국민연금 등의 힘을 빌려 간신히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그러나 칼아이칸은 보유하고 있던 KT&G 주식 700만주를 팔아치워 1500억원이라는 시세차익을 남기고 떠났다.


장류 생산 전문업체 샘표와 자동차 와이퍼 생산업체인 캐프는 최근까지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사외 이사 정도로 경영권에 간접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버린·칼아이칸 공격에 SK·KT&G 흔들
샘표·캐프 적대적 M&A로 최근까지 골머리

그러나 지난해 12월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는 캐프 경영진에 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IMM은 같은 계열인 IMM인베스트먼트와 함께 2010년 5월 캐프에 600억원을 투자, 캐프 보통주 5만주(10.22%)와 우선주 28만8892를 보유한 주요주주다. IMM의 우선주는 보통주 10주 이상으로 전환하도록 돼 있다.

캐프의 경영진과 노조는 대자본의 '기업 강탈'이라고 비난하며 강력히 맞섰다. 고병헌 전 대표는 보통주 전환을 승인하지 않았고 결국 IMM은 지난 2월 법원에 주주지위확인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해 지난 5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IMM이 본격적으로 경영 참여를 시작하자 캐프 노조는 지난 7월 초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새로운 경영진인 IMM 측이 총 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회사의 자본을 확충하고 재무구조 안정에 나서면서 노조 측도 이를 경영정상화의 단계로 보고 보름 만에 조업을 완전 정상화했다.

샘표식품은 우리투자증권이 운영하는 사모펀드 마르스1호와 6년간의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마르스1호는 2006년 9월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의 이복동생인 박승재 전 사장이 넘긴 샘표식품 지분 24.1%를 매수한 이후 적대적 인수·합병을 선언하며 샘표식품 측과 대립각을 세웠다. 마르스1호는 2007년 3월 샘표식품 주식을 추가 매입, 지분율을 29.97%까지 끌어올렸고 샘표식품을 상대로 낸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면서 샘표식품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이후 2008년 4월 마르스1호는 샘표식품 주식에 대해 공개매수 계획을 전격 발표했으며 샘표식품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백기사로 풀무원과 전략적 파트너로 손을 잡으면서 맞섰다.

캐프 공장 중단
보름 만에 재개

마르스1호는 지난 6년간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및 감사선임을 놓고 표 대결을 벌였다. 지속적인 공개매수에도 불구 주총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표 대결에서 밀리며 주주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도 못하고 이 지분을 매각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지난해 2월 샘표식품이 자기주식 120만주를 공개매수를 통해 300억원에 취득한다고 밝히면서 6년간의 지지부진한 경영분쟁은 '마침표'를 찍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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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