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만명 돈 맡긴 현대종합상조에 무슨 일이?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6.12 1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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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돈으로 키워 극비리 작업 중

[일요시사=경제1팀] 오너 비리로 홍역을 치른 현대종합상조 지배구조에 이상기류가 포착됐다. 최대주주가 바뀐 것. 기존 1·2대 주주였던 회장과 부회장이 지분을 넘긴 결과다. 지분 변동은 창립 이래 처음. 75만 고객이 돈을 맡긴 현대종합상조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국내 상조업계 1위인 현대종합상조의 최대주주가 바뀐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일요시사> 확인 결과 박헌준 현대종합상조 회장은 지분이 대폭 줄어든 반면 새롭게 주주명부에 등장한 특수관계인이 최대주주에 올랐다.

매각? 증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현대종합상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해 말 지분이 16%(8000주)로 감소했다. 박 회장은 2011년 말까지만 해도 지분이 71%(3만5500주)에 달하는 최대주주였다. 회사가 공시를 시작한 2007년부터 이 지분을 그대로 유지했었다. 박 회장 지분은 특수관계인에 넘어갔다. 이 특수관계인은 당초 지분이 전혀 없다가 박 회장 지분 55%(2만7500주)를 넘겨받아 단숨에 최대주주가 됐다.

2대 주주였던 고석봉 현대종합상조 부회장도 지분이 줄었다. 기존 29%(1만4500주)에서 15%(7500주)로 낮아졌다. 대신 고민정씨가 고 부회장의 지분 14%(7000주)를 넘겨받아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고씨는 고 부회장의 친인척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박 회장은 2002년 현대종합상조를 설립해 업계 1위로 키웠는데, 고 부회장은 회사 설립 당시 입사해 박 회장과 손발을 맞춘 일등공신이다.

의문은 현대종합상조가 최대주주로 등극한 특수관계인 신분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주명에 '기타특수관계인'이라고만 기재했을 뿐 박 회장과의 정확한 관계를 밝히지 않았다. 회사 최대주주를 정확하게 표기하지 않은 것은 다른 기업에선 보기 드문 공시다.

때문에 지분 변동 목적이 단순 매각인지, 승계용 증여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회사 측도 "모른다"고만 했다. 현대종합상조 관계자는 "주주들이 바뀐지 모르고 있다. 바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바뀐 것은 알고 있지만 누군지 정확한 신분은 모른다"고 말끝을 흐렸다.


관련법상 주주명부에 기재되는 특수관계인은 일반적으로 회사 오너(대주주)의 친인척을 말한다. 오너(또는 오너의 친인척)가 출자한 법인도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오너의 영향력하에 있는 사람과 법인이 모두 특수관계인 범위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현대종합상조 주주명부에 오른 특수관계인은 일단 박 회장의 가족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는 경영권 승계 문제와 맞물려 비상한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향후 대물림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사생활은 거의 알려진 바 없다. 그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직원들 사이에선 "회장님 가족이 누군지 며느리도 모른다"는 농담이 오갈 정도. 공식적으로 물어도 "회사 경영과 무관한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다만 박 회장의 자녀들은 알 수 있다.

박헌준 회장 지분 대량 특수관계인에 넘겨 
베일에 싸인 최대주주…가족? 컨트롤타워?

<일요시사> 확인 결과 박 회장은 슬하에 1남2녀(현배-은혜-은정)를 두고 있다. 올해 32세인 장녀 은혜씨는 2005년 11월부터 지금까지 현대종합상조 감사를 역임하고 있다. 그의 남편도 현대종합상조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혜씨는 현대종합상조 관계사인 에버엔프리드 감사도 겸임 중이다. 30세인 차녀 은정씨와 27세인 장남 현배씨는 각각 하이프리드 이사와 감사를 맡은 적이 있다.



박 회장 지분이 자녀 등 가족에 넘어갔다면 한 가지 궁금증이 더 생긴다. 어떤 방식이냐는 것이다. 현대종합상조의 지분 이동은 증여 또는 매매, 둘 중 하나로 보인다. 증여의 경우 1억원 이하 10%(누진공제 0원), 5억원 이하 20%(1000만원), 10억원 이하 30%(6000만원), 30억원 이하 40%(1억6000만원), 30억원 초과 금액에 대해선 50%(4억6000만원)를 납부해야 한다.

현대종합상조는 비상장이어서 주당 액면가(1만원)를 감안하면 박 회장이 넘긴 주식 거래금액은 2억7500만원이란 계산이다. 만약 박 회장 지분을 자녀들이 매입했다면 자금 출처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회사 측은 박 회장 자녀들의 감사·이사직 수행과 관련 자질 논란이 일자 "월급이 없는 무보수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수관계인이 관계사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박 회장이 지배구조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최근 한라상조 인수와 맞물려 더욱 그렇다.

현대종합상조는 에버엔프리드, 하이프리드 등의 관계사를 두고 있다. 2009년 8월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장의업체 에버엔프리드는 일본 업체와 합작법인으로, 박 회장과 일본인 이노우에미네히토씨가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현대종합상조가 5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에버엔프리드와 같은 사업목적으로 2006년 8월 설립된 하이프리드는 2009년 5월 법인이 해산됐다가 지난해 12월 회생했다. 검찰의 수사 당시 박 회장의 비자금 창구로 지목된 유령 자회사다.

출소 후 변동

현대종합상조의 지배구조 변화는 박 회장의 석방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시선을 모은다. 회삿돈 13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2010년 11월 구속된 박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어진 2심에선 일부 혐의가 무죄로 판결나 형량이 1년6월로 감형됐다.

박 회장은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은 다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6월 환송 전 판결과 같은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지난해 5월 출소한 박 회장은 고법 판결 직후 경영 일선에 복귀했고, 회사 지분구조가 바뀌었다. 그래서 박 회장이 뭔가 큰 결심을 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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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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