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100)100회 특집 '배당잔치' 총수들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6.10 09: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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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회사' 등골 빼먹는 간큰 회장님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들의 '오너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는다. 정부의 으름장도 소용없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보란 듯이 배당까지 챙겨주는 실정. <일요시사>는 연속기획 100회를 맞아 그동안 지적에도 불구하고 내부거래로 오너일가의 금고를 채워준 '간큰'기업들을 솎아내봤다.

 

2011년 4월부터 매주 연재한 '기업 내부거래 실태' 연속기획이 100회를 맞았다. <일요시사>가 지난 99회를 통해 내부거래 실태를 지적한 기업은 모두 191곳. 이들 기업은 계열사에 빌어먹는 '절름발이'회사들이다. 지면에 오른 기업은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을 비롯해 코스닥 상장사와 중견·중소기업, 그리고 프랜차이즈업체도 예외가 아니었다.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아(내부거래율 50% 이상·내부거래 금액 100억원 이상) 유지되는 회사가 가장 많은 곳은 GS그룹으로 나타났다. 무려 13개사가 그룹 물량으로 운영되고 있다. GS그룹 계열사는 총 77개. 이중 20%에 이르는 자회사가 이른바 '좀비 회사'인 셈이다. 이어 ▲롯데그룹(9개) ▲하림그룹(6개) ▲태광그룹·BYC(5개) ▲코오롱그룹·영풍그룹·부영그룹·한미약품·보람상조(4개) 순이었다.

신도리코 246억
GS네오텍 120억

그동안 이들 기업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큰 변화가 없다. 변칙적인 '오너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칼을 빼 들었지만 소용없는 분위기다.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과세 등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일감을 몰아준 자회사를 다른 계열사에 합병시킨 꼼수는 그나마 낫다.


보란 듯이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회사에서 '배당 잔치'를 벌인 오너일가가 한둘이 아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00억원대에 이르는 거액을 챙겼다. 심지어 순이익보다 많거나 적자가 난 회사에서 보너스를 챙긴 '철면피'도 있다. 재벌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 <일요시사>가 지적한 191개 기업이 지난 3∼4월 공시한 사업·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총수 일가들이 43개(23%) 기업에서 거액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많은 금액을 배당한 곳은 신도리코(90회차)다. 신도리코는 주당 2500원씩 총 246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나눠줬다. 신도리코 지분 11.7%(117만9705주)를 보유한 우석형 회장은 29억원을 챙겼다. 그의 동생 우자형 부회장(6.33%·63만8104주)과 모친 최순영씨(0.32%·3만2699주), 부인 장순희씨(0.06%·5647주)와 장남 승협씨(0.18%·1만7650주), 장차녀 소현·지원씨(각각 0.13%·1만2707주) 등 친인척 13명도 각각 수천만원에서 십수억원을 가져갔다.

지난해 신도리코의 매출(7374억원) 대비 관계사 의존도는 19%로 다른 기업들의 내부거래율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거래 금액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도리코는 신도리코중앙판매(526억원), 신도리코DS판매(521억원), 신도에이스(213억원) 등 계열사들과 거래한 금액이 1387억원에 이른다.

GS그룹 계열사들의 일감이 몰리는 GS네오텍(32회차)은 120억원을 배당했다. 이 돈은 모두 지분 100%(400만주)를 소유한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이 챙겼다. 오너 개인회사인 GS네오텍은 지난해 매출 6047억원 가운데 3922억원(65%)을 GS건설(3145억원) 등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2011년 4월부터 연재…191개 기업 지적
GS·롯데그룹 '짬짜미' 가장 심각해
총수일가 43개 기업서 거액 배당금 챙겨

내부거래가 많은 GS아이티엠과 옥산유통도 각각 20억원, 30억원을 배당했다. 배당금은 대부분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 윤홍씨,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 서홍씨,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 준홍씨,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세홍씨 등 GS일가 4세들 주머니로 들어갔다. GS아이티엠은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어려운 처지다. 지난해 매출 1823억원에서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1312억원(72%)에 달했다. 옥산유통은 GS25편의점과 GS슈퍼마켓에 담배를 공급해 155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LG그룹 방계회사인 범한판토스(28회차)도 100억원을 배당했다. 고 구자헌 창업주의 부인 조금숙씨(50.86%·101만7140주)와 아들 구본호씨(46.14%·92만2860주)가 몽땅 챙겼다. 지난해 1조3244억원의 매출을 올린 범한판토스는 LG그룹의 물류부문을 전담, 대부분의 매출이 LG그룹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모자는 LG그룹을 등에 업고 거둔 실적으로 '배당잔치'를 벌인 셈이다.


롯데그룹 '식구'들이 달라붙어 지원하고 있는 롯데정보통신(92회차)은 86억원을 배당했다. 이에 따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7.5%·6만4148주)은 6억원을,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4%·3만4148주)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3.5%·3만주)은 각각 3억원을 받았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매출 5124억원 중 4165억원(81%)을 계열사에서 채웠다.

이어 ▲레드캡투어(80회차) 46억원 ▲현대백화점그룹-현대그린푸드(29회차) 44억원 ▲미래에셋그룹-미래에셋캐피탈(78회차) 31억원 ▲현대산업개발-아이서비스(44회차) 28억원 ▲쿠쿠전자-엔탑(58회차) 25억원 ▲한국철강-대유코아(48회차) 25억원 ▲삼표그룹-삼표로지스틱스(60회차) 21억원 ▲동부그룹-동부씨엔아이(38회차) 17억원 ▲화승그룹-화승R&A(56회차) 15억원 ▲OCI그룹-이테크건설(18회차) 14억원 ▲하이트진로그룹-서영이앤티(40회차) 10억원 ▲동아원그룹-한국제분(88회차) 10억원 등의 순으로 배당금이 많았다.

동국제강-디케이유엔씨(6회차), 세아그룹-세아네트웍스(14회차), LS그룹-파운텍(17회차), 현대그룹-현대유엔아이(21회차), 대교그룹-타라티피에스(23회차), 보령그룹-㈜보령(57회차), 녹십자-녹십자엠에스(79회차) 등은 각각 3억∼7억원을 배당했다. 물론 내부거래 비중이 매출의 절반 이상에서 100%인 이들 기업에서 나온 배당금은 오너 또는 그 일가의 몫이었다. 이들 중엔 일부 미성년자도 끼어있어 일반인이 보기엔 씁쓸할 수밖에 없다.

요즘 한창 말 많고 탈 많은 남양유업(51회차)의 경우 <일요시사>가 최초로 내부거래 실태를 공개한 바 있다. 서울광고의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 이중 99%가 남양유업과의 거래로 발생한 것이다. 남양유업은 자사의 광고물 제작(58억원)과 광고대행(42억원)을 서울광고에 몰아줬다.

서울광고는 남양유업의 지원으로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금 13억원을 지급했다. 배당금은 서울광고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는 홍씨일가에게 모두 돌아갔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동생 홍우식 서울광고 사장은 89.9%(8만9900주)의 지분을 소유한 최대주주. 나머지 지분 10.1%(1만100주)도 홍 사장의 딸 서현씨 등 특수관계인들이 갖고 있다.

서울광고의 남양유업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03년까지만 해도 총매출 대비 거래율은 평균 50%대 수준에 머물다 오너일가의 지분 확대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서울광고는 당초 미국 투자기업인 더맥매너스그룹이 지분 40%를 소유하다 2003년 홍 사장 등 오너일가가 이 지분을 양수했다. 이후 남양유업 거래율은 ▲2004년 83%(92억원-76억원) ▲2005년 90%(88억원-79억원) ▲2006년 93%(86억원-80억원)로 오르더니 ▲2007년 98%(81억원-79억원) ▲2008년 97%(70억원-68억원) ▲2009년 99%(80억원-79억원) ▲2010년 99%(81억원-80억원) ▲2011년 99%(84억원-83억원)까지 치솟았다.

수천만∼100억대…일부 미성년자도 포함
순이익보다 많은 금액 챙긴 철면피도
'오너곳간'채워 결국 오너 주머니로

더 큰 문제는 서울광고가 오너일가에 배당한 13억원은 당기순이익(12억8600만원)보다 많다는 점이다. 배당성향(배당금액/당기순이익)이 101%나 되는 고배당이다. 서울광고는 2011년에도 17억원을 배당했는데, 이 역시 당기순이익(9억9400만원)의 거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당시 배당성향은 171%나 됐다.

남양유업에 기생하는 서울광고처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배당금 파티를 벌인 기업은 또 있다. 오리온그룹의 아이팩과 천재교육의 천재상사다.

'담철곤 꿀단지'로 알려진 아이팩(62회차)은 200억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이중 106억원을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53.33%·18만4000주)이 챙겼다. 순이익 9억원에 불과해 배당성향이 무려 2121%의 초고배당이었다. 담 회장이 다른 사람의 명의로 차명지분을 소유해온 사실이 드러났던 아이팩은 오리온에 과자 봉지와 박스 등을 납품하고 있다. 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은 70∼90%에 이른다.

업계에선 담 회장을 위한 배당이란 뒷말이 나왔다. 담 회장은 비자금 재판 과정에서 아이팩에서 횡령·배임한 160억원을 개인 재산으로 변제했다. 때문에 변제금을 배당금으로 되돌려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이팩은 2000∼2005년 매년 11억원씩 배당한데 이어 2006년과 2007년 각각 8억원, 3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천재교육의 일감으로 유지되는 천재상사(82회차)는 15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당기순이익은 13억9300만원이라 배당성향이 108%에 육박했다. 이 돈은 모두 오너일가 주머니로 들어갔다. 이는 천재상사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용준 천재교육 회장의 아들과 딸 정민·유정씨가 각각 60%(6000주), 40%(4000주)씩 지분을 갖고 있는 천재상사는 관계사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천재상사의 내부거래율은 ▲2010년 96%(637억원-609억원) ▲2011년 95%(657억원-623억원) ▲지난해 99%(677억원-669억원)였다.

회사 사정과 무관한 ‘딴주머니’를 찬 기업인도 있다. 팬택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거의 모든 실적이 '안방'에서 나오는 팬택씨앤아이(63회차)는 30억원을 배당했는데, 고스란히 박병엽 팬택 부회장(100%·500만주) 통장에 꽂혔다. 2011년 배당금 29억원도 마찬가지였다. 박 부회장은 2006년 워크아웃 당시 팬택씨앤아이 지분만 남기고 팬택 지분을 채권단에 넘겼다. 채권단의 신임으로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CEO)으로 팬택 경영을 맡은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에서 졸업했지만 뼈를 깎는 정상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배당성향 2121%도

박 부회장의 개인회사인 팬택씨앤아이는 지난해 매출 976억원 가운데 959억원(98%)을 관계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그전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팬택씨앤아이의 내부거래율은 ▲2005년 91%(1590억원-1445억원) ▲2006년 91%(1955억원-1774억원) ▲2007년 99%(1308억원-1306억원) ▲2008년 99%(1464억원-1451억원) ▲2009년 94%(1575억원-1474억원) ▲2010년 98%(1728억원-1688억원) ▲2011년 97%(2563억원-2478억원)로 드러났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내부거래로 돈방석 앉은 오너

3억 베팅…4년 만에 200억 '먹튀'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회사에서 '배당잔치'를 벌인 오너일가가 있는가 하면 보유했던 지분을 계열사에 팔아 한몫 단단히 챙긴 오너일가도 있다. 영풍그룹과 대명그룹이 대표적이다.

영풍그룹(93회차)은 내부거래로 먹고사는 계열사가 적지 않다. 무려 4개씩이나 된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으로 거론되자 이중 3개 계열사를 정리했다. 오너일가가 보유지분을 처분한 것. 문제는 '웃돈'을 얹어 팔았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변화를 보인 곳은 엑스메텍이다. 엑스메텍은 2011년 매출 335억원 가운데 94억원(28%)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그전엔 더 심했다. 영풍그룹 계열사들은 2010년 엑스메텍의 매출 81억원 중 49억원(60%)에 달하는 일감을 퍼줬다.

엑스메텍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장남 세준씨 12%(4만8000주), 차남 세환씨와 외동딸 혜선씨 각각 11%(4만4000주) 등 총 34%(13만6000주)를 오너일가가 보유하다 2011년 9월 지분 전량을 ㈜영풍에 매각했다. 매매가는 주당 1만9500원씩 총 26억5500만원이었다. ㈜영풍 측은 "외부 평가를 거친 적정한 가격"이라고 밝혔지만, 엑스메텍 설립 당시 주당 5000원씩 출자한 것을 감안하면 영풍 2세들은 불과 2년 만에 출자금의 4배에 달하는 약 20억원을 차익으로 남긴 셈이다.

케이지그린텍도 사정은 같다. 2011년 매출 27억원이 전부 고려아연에서 나왔다. 2010년엔 15억원이 그랬다. 케이지그린텍은 세환씨와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동생 최창규 고려아연 부회장이 각각 지분 10%(8000주)씩 소유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지분 전량을 고려아연에 팔았다. 매매가는 각각 주당 1만1000원으로 총 9070만원씩이다. 케이지그린텍 자본금이 4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세환씨와 최 부회장은 개인당 4000만원을 투자해 2배로 불린 셈이다.

정부 압박에 오너일가 지분 정리
제값 처분…웃돈 얹어 챙기기도

케이지인터내셔날도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2010년 매출 196억원에서 119억원(61%)을 계열사에서 채웠다. 이듬해의 경우 매출 229억원 중 121억원(53%)이 '집안'에서 나왔다. 케이지인터내셔날은 세준·세환 형제가 각각 16.67%(3만주)씩 총 33.34%(6만주)를 보유하다가 지난 1월 서린상사에 합병됐다. 합병비율(1:0.060260)에 따라 세준·세환씨는 각각 서린상사 지분 0.55%(1694주)를 갖게 됐다. 형제는 개인당 1억5000만원씩 케이지인터내셔날에 투자해 2년 만에 10억원이 넘는 가치의 지분을 쥐게 됐다.

대명그룹(83회차) 계열사들은 기안코퍼레이션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기안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매출 1468억원 가운데 1011억원(69%)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대명레저산업(631억원)과 대명건설(359억원), 디엠에스(12억원) 등이다. 그전에도 내부거래율은 2010년 63%(828억원-522억원), 2011년 62%(996억원-613억원)에 달했다. 2009년의 경우 311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모두 대명레저산업과 거래한 금액이다. 내부거래율이 100%인 셈이다.

이 회사는 오너일가가 100%(6만주) 소유한 사실상 개인회사였다. 고 서홍송 창업주의 외아들 서준혁 대표가 70%(4만2000주)를, 두 딸 경선·지영씨가 각각 15%(9000주)씩 보유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갑자기 지분을 매각한 것. 매수인은 다름 아닌 계열사다.

대명그룹 주력사인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11월 기안코퍼레이션 지분 100%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매매가는 198억원. 대명그룹 2세들은 '돈방석'에 앉았다. 4년 전 자본금 3억원을 출자한 회사를 통해 서 대표는 139억원, 경선·지영 자매는 각각 30억원을 챙겼다.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주당 5000원이었던 기안코퍼레이션의 주식가치를 66배나 많은 33만원으로 평가했다. 기안코퍼레이션 장부상 자산가치도 주당 15만원 선밖에 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과 대명 오너일가는 적은 돈으로 차린 회사를 계열사 물량으로 몸집을 키운 뒤 문제가 될 만하니까 배를 불리고 팔아치웠다"며 "기업의 내부거래가 왜 심각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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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