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100)100회 특집 '배당잔치' 총수들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6.10 09: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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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회사' 등골 빼먹는 간큰 회장님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들의 '오너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는다. 정부의 으름장도 소용없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보란 듯이 배당까지 챙겨주는 실정. <일요시사>는 연속기획 100회를 맞아 그동안 지적에도 불구하고 내부거래로 오너일가의 금고를 채워준 '간큰'기업들을 솎아내봤다.

 

2011년 4월부터 매주 연재한 '기업 내부거래 실태' 연속기획이 100회를 맞았다. <일요시사>가 지난 99회를 통해 내부거래 실태를 지적한 기업은 모두 191곳. 이들 기업은 계열사에 빌어먹는 '절름발이'회사들이다. 지면에 오른 기업은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을 비롯해 코스닥 상장사와 중견·중소기업, 그리고 프랜차이즈업체도 예외가 아니었다.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아(내부거래율 50% 이상·내부거래 금액 100억원 이상) 유지되는 회사가 가장 많은 곳은 GS그룹으로 나타났다. 무려 13개사가 그룹 물량으로 운영되고 있다. GS그룹 계열사는 총 77개. 이중 20%에 이르는 자회사가 이른바 '좀비 회사'인 셈이다. 이어 ▲롯데그룹(9개) ▲하림그룹(6개) ▲태광그룹·BYC(5개) ▲코오롱그룹·영풍그룹·부영그룹·한미약품·보람상조(4개) 순이었다.

신도리코 246억
GS네오텍 120억

그동안 이들 기업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큰 변화가 없다. 변칙적인 '오너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칼을 빼 들었지만 소용없는 분위기다.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과세 등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일감을 몰아준 자회사를 다른 계열사에 합병시킨 꼼수는 그나마 낫다.


보란 듯이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회사에서 '배당 잔치'를 벌인 오너일가가 한둘이 아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00억원대에 이르는 거액을 챙겼다. 심지어 순이익보다 많거나 적자가 난 회사에서 보너스를 챙긴 '철면피'도 있다. 재벌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 <일요시사>가 지적한 191개 기업이 지난 3∼4월 공시한 사업·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총수 일가들이 43개(23%) 기업에서 거액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많은 금액을 배당한 곳은 신도리코(90회차)다. 신도리코는 주당 2500원씩 총 246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나눠줬다. 신도리코 지분 11.7%(117만9705주)를 보유한 우석형 회장은 29억원을 챙겼다. 그의 동생 우자형 부회장(6.33%·63만8104주)과 모친 최순영씨(0.32%·3만2699주), 부인 장순희씨(0.06%·5647주)와 장남 승협씨(0.18%·1만7650주), 장차녀 소현·지원씨(각각 0.13%·1만2707주) 등 친인척 13명도 각각 수천만원에서 십수억원을 가져갔다.

지난해 신도리코의 매출(7374억원) 대비 관계사 의존도는 19%로 다른 기업들의 내부거래율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거래 금액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도리코는 신도리코중앙판매(526억원), 신도리코DS판매(521억원), 신도에이스(213억원) 등 계열사들과 거래한 금액이 1387억원에 이른다.

GS그룹 계열사들의 일감이 몰리는 GS네오텍(32회차)은 120억원을 배당했다. 이 돈은 모두 지분 100%(400만주)를 소유한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이 챙겼다. 오너 개인회사인 GS네오텍은 지난해 매출 6047억원 가운데 3922억원(65%)을 GS건설(3145억원) 등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2011년 4월부터 연재…191개 기업 지적
GS·롯데그룹 '짬짜미' 가장 심각해
총수일가 43개 기업서 거액 배당금 챙겨

내부거래가 많은 GS아이티엠과 옥산유통도 각각 20억원, 30억원을 배당했다. 배당금은 대부분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 윤홍씨,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 서홍씨,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 준홍씨,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세홍씨 등 GS일가 4세들 주머니로 들어갔다. GS아이티엠은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어려운 처지다. 지난해 매출 1823억원에서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1312억원(72%)에 달했다. 옥산유통은 GS25편의점과 GS슈퍼마켓에 담배를 공급해 155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LG그룹 방계회사인 범한판토스(28회차)도 100억원을 배당했다. 고 구자헌 창업주의 부인 조금숙씨(50.86%·101만7140주)와 아들 구본호씨(46.14%·92만2860주)가 몽땅 챙겼다. 지난해 1조3244억원의 매출을 올린 범한판토스는 LG그룹의 물류부문을 전담, 대부분의 매출이 LG그룹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모자는 LG그룹을 등에 업고 거둔 실적으로 '배당잔치'를 벌인 셈이다.


롯데그룹 '식구'들이 달라붙어 지원하고 있는 롯데정보통신(92회차)은 86억원을 배당했다. 이에 따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7.5%·6만4148주)은 6억원을,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4%·3만4148주)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3.5%·3만주)은 각각 3억원을 받았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매출 5124억원 중 4165억원(81%)을 계열사에서 채웠다.

이어 ▲레드캡투어(80회차) 46억원 ▲현대백화점그룹-현대그린푸드(29회차) 44억원 ▲미래에셋그룹-미래에셋캐피탈(78회차) 31억원 ▲현대산업개발-아이서비스(44회차) 28억원 ▲쿠쿠전자-엔탑(58회차) 25억원 ▲한국철강-대유코아(48회차) 25억원 ▲삼표그룹-삼표로지스틱스(60회차) 21억원 ▲동부그룹-동부씨엔아이(38회차) 17억원 ▲화승그룹-화승R&A(56회차) 15억원 ▲OCI그룹-이테크건설(18회차) 14억원 ▲하이트진로그룹-서영이앤티(40회차) 10억원 ▲동아원그룹-한국제분(88회차) 10억원 등의 순으로 배당금이 많았다.

동국제강-디케이유엔씨(6회차), 세아그룹-세아네트웍스(14회차), LS그룹-파운텍(17회차), 현대그룹-현대유엔아이(21회차), 대교그룹-타라티피에스(23회차), 보령그룹-㈜보령(57회차), 녹십자-녹십자엠에스(79회차) 등은 각각 3억∼7억원을 배당했다. 물론 내부거래 비중이 매출의 절반 이상에서 100%인 이들 기업에서 나온 배당금은 오너 또는 그 일가의 몫이었다. 이들 중엔 일부 미성년자도 끼어있어 일반인이 보기엔 씁쓸할 수밖에 없다.

요즘 한창 말 많고 탈 많은 남양유업(51회차)의 경우 <일요시사>가 최초로 내부거래 실태를 공개한 바 있다. 서울광고의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 이중 99%가 남양유업과의 거래로 발생한 것이다. 남양유업은 자사의 광고물 제작(58억원)과 광고대행(42억원)을 서울광고에 몰아줬다.

서울광고는 남양유업의 지원으로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금 13억원을 지급했다. 배당금은 서울광고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는 홍씨일가에게 모두 돌아갔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동생 홍우식 서울광고 사장은 89.9%(8만9900주)의 지분을 소유한 최대주주. 나머지 지분 10.1%(1만100주)도 홍 사장의 딸 서현씨 등 특수관계인들이 갖고 있다.

서울광고의 남양유업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03년까지만 해도 총매출 대비 거래율은 평균 50%대 수준에 머물다 오너일가의 지분 확대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서울광고는 당초 미국 투자기업인 더맥매너스그룹이 지분 40%를 소유하다 2003년 홍 사장 등 오너일가가 이 지분을 양수했다. 이후 남양유업 거래율은 ▲2004년 83%(92억원-76억원) ▲2005년 90%(88억원-79억원) ▲2006년 93%(86억원-80억원)로 오르더니 ▲2007년 98%(81억원-79억원) ▲2008년 97%(70억원-68억원) ▲2009년 99%(80억원-79억원) ▲2010년 99%(81억원-80억원) ▲2011년 99%(84억원-83억원)까지 치솟았다.

수천만∼100억대…일부 미성년자도 포함
순이익보다 많은 금액 챙긴 철면피도
'오너곳간'채워 결국 오너 주머니로

더 큰 문제는 서울광고가 오너일가에 배당한 13억원은 당기순이익(12억8600만원)보다 많다는 점이다. 배당성향(배당금액/당기순이익)이 101%나 되는 고배당이다. 서울광고는 2011년에도 17억원을 배당했는데, 이 역시 당기순이익(9억9400만원)의 거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당시 배당성향은 171%나 됐다.

남양유업에 기생하는 서울광고처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배당금 파티를 벌인 기업은 또 있다. 오리온그룹의 아이팩과 천재교육의 천재상사다.

'담철곤 꿀단지'로 알려진 아이팩(62회차)은 200억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이중 106억원을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53.33%·18만4000주)이 챙겼다. 순이익 9억원에 불과해 배당성향이 무려 2121%의 초고배당이었다. 담 회장이 다른 사람의 명의로 차명지분을 소유해온 사실이 드러났던 아이팩은 오리온에 과자 봉지와 박스 등을 납품하고 있다. 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은 70∼90%에 이른다.

업계에선 담 회장을 위한 배당이란 뒷말이 나왔다. 담 회장은 비자금 재판 과정에서 아이팩에서 횡령·배임한 160억원을 개인 재산으로 변제했다. 때문에 변제금을 배당금으로 되돌려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이팩은 2000∼2005년 매년 11억원씩 배당한데 이어 2006년과 2007년 각각 8억원, 3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천재교육의 일감으로 유지되는 천재상사(82회차)는 15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당기순이익은 13억9300만원이라 배당성향이 108%에 육박했다. 이 돈은 모두 오너일가 주머니로 들어갔다. 이는 천재상사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용준 천재교육 회장의 아들과 딸 정민·유정씨가 각각 60%(6000주), 40%(4000주)씩 지분을 갖고 있는 천재상사는 관계사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천재상사의 내부거래율은 ▲2010년 96%(637억원-609억원) ▲2011년 95%(657억원-623억원) ▲지난해 99%(677억원-669억원)였다.

회사 사정과 무관한 ‘딴주머니’를 찬 기업인도 있다. 팬택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거의 모든 실적이 '안방'에서 나오는 팬택씨앤아이(63회차)는 30억원을 배당했는데, 고스란히 박병엽 팬택 부회장(100%·500만주) 통장에 꽂혔다. 2011년 배당금 29억원도 마찬가지였다. 박 부회장은 2006년 워크아웃 당시 팬택씨앤아이 지분만 남기고 팬택 지분을 채권단에 넘겼다. 채권단의 신임으로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CEO)으로 팬택 경영을 맡은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에서 졸업했지만 뼈를 깎는 정상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배당성향 2121%도

박 부회장의 개인회사인 팬택씨앤아이는 지난해 매출 976억원 가운데 959억원(98%)을 관계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그전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팬택씨앤아이의 내부거래율은 ▲2005년 91%(1590억원-1445억원) ▲2006년 91%(1955억원-1774억원) ▲2007년 99%(1308억원-1306억원) ▲2008년 99%(1464억원-1451억원) ▲2009년 94%(1575억원-1474억원) ▲2010년 98%(1728억원-1688억원) ▲2011년 97%(2563억원-2478억원)로 드러났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내부거래로 돈방석 앉은 오너

3억 베팅…4년 만에 200억 '먹튀'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회사에서 '배당잔치'를 벌인 오너일가가 있는가 하면 보유했던 지분을 계열사에 팔아 한몫 단단히 챙긴 오너일가도 있다. 영풍그룹과 대명그룹이 대표적이다.

영풍그룹(93회차)은 내부거래로 먹고사는 계열사가 적지 않다. 무려 4개씩이나 된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으로 거론되자 이중 3개 계열사를 정리했다. 오너일가가 보유지분을 처분한 것. 문제는 '웃돈'을 얹어 팔았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변화를 보인 곳은 엑스메텍이다. 엑스메텍은 2011년 매출 335억원 가운데 94억원(28%)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그전엔 더 심했다. 영풍그룹 계열사들은 2010년 엑스메텍의 매출 81억원 중 49억원(60%)에 달하는 일감을 퍼줬다.

엑스메텍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장남 세준씨 12%(4만8000주), 차남 세환씨와 외동딸 혜선씨 각각 11%(4만4000주) 등 총 34%(13만6000주)를 오너일가가 보유하다 2011년 9월 지분 전량을 ㈜영풍에 매각했다. 매매가는 주당 1만9500원씩 총 26억5500만원이었다. ㈜영풍 측은 "외부 평가를 거친 적정한 가격"이라고 밝혔지만, 엑스메텍 설립 당시 주당 5000원씩 출자한 것을 감안하면 영풍 2세들은 불과 2년 만에 출자금의 4배에 달하는 약 20억원을 차익으로 남긴 셈이다.

케이지그린텍도 사정은 같다. 2011년 매출 27억원이 전부 고려아연에서 나왔다. 2010년엔 15억원이 그랬다. 케이지그린텍은 세환씨와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동생 최창규 고려아연 부회장이 각각 지분 10%(8000주)씩 소유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지분 전량을 고려아연에 팔았다. 매매가는 각각 주당 1만1000원으로 총 9070만원씩이다. 케이지그린텍 자본금이 4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세환씨와 최 부회장은 개인당 4000만원을 투자해 2배로 불린 셈이다.

정부 압박에 오너일가 지분 정리
제값 처분…웃돈 얹어 챙기기도

케이지인터내셔날도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2010년 매출 196억원에서 119억원(61%)을 계열사에서 채웠다. 이듬해의 경우 매출 229억원 중 121억원(53%)이 '집안'에서 나왔다. 케이지인터내셔날은 세준·세환 형제가 각각 16.67%(3만주)씩 총 33.34%(6만주)를 보유하다가 지난 1월 서린상사에 합병됐다. 합병비율(1:0.060260)에 따라 세준·세환씨는 각각 서린상사 지분 0.55%(1694주)를 갖게 됐다. 형제는 개인당 1억5000만원씩 케이지인터내셔날에 투자해 2년 만에 10억원이 넘는 가치의 지분을 쥐게 됐다.

대명그룹(83회차) 계열사들은 기안코퍼레이션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기안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매출 1468억원 가운데 1011억원(69%)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대명레저산업(631억원)과 대명건설(359억원), 디엠에스(12억원) 등이다. 그전에도 내부거래율은 2010년 63%(828억원-522억원), 2011년 62%(996억원-613억원)에 달했다. 2009년의 경우 311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모두 대명레저산업과 거래한 금액이다. 내부거래율이 100%인 셈이다.

이 회사는 오너일가가 100%(6만주) 소유한 사실상 개인회사였다. 고 서홍송 창업주의 외아들 서준혁 대표가 70%(4만2000주)를, 두 딸 경선·지영씨가 각각 15%(9000주)씩 보유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갑자기 지분을 매각한 것. 매수인은 다름 아닌 계열사다.

대명그룹 주력사인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11월 기안코퍼레이션 지분 100%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매매가는 198억원. 대명그룹 2세들은 '돈방석'에 앉았다. 4년 전 자본금 3억원을 출자한 회사를 통해 서 대표는 139억원, 경선·지영 자매는 각각 30억원을 챙겼다.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주당 5000원이었던 기안코퍼레이션의 주식가치를 66배나 많은 33만원으로 평가했다. 기안코퍼레이션 장부상 자산가치도 주당 15만원 선밖에 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과 대명 오너일가는 적은 돈으로 차린 회사를 계열사 물량으로 몸집을 키운 뒤 문제가 될 만하니까 배를 불리고 팔아치웠다"며 "기업의 내부거래가 왜 심각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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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