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73)

앞뒤 가리지 말고 본능적으로 행동하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채무자 측근 간 보이지 않는 밀약 오고가다
담판 짓지 못하면 두 번 다시 기회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억대의 부도를 내고 잠적한 채무자를 몇 달간 잠복 끝에 간신히 붙잡아놓고, 제대로 대화조차하지 못한 상태에서 도망가는 걸 두고 볼 수만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개의 보호본능과 같다고나 할까. 개와 마주칠 때는 가만히 있든지 아니면, 두려운 표시를 내지 말고 두 눈에 독기를 품은 채 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절대 시선을 개로부터 돌리지 말아야 한다. 자연스럽게 피하면 별탈이 없지만 두려움 속에서 고개를 돌리든가 도망을 가면 개가 물려고 달려드는 건 당연하다. 그런 것처럼 나 역시 채무자가 도망을 가자 이것저것 앞뒤 가리지 않고 오직 붙잡아야 한다는 본능적인 행동으로 따라가게 된 형국이었다.

적반하장 격

“자아, 이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우리 터놓고 얘기를 나눠봅시다.” 
나는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문제해결을 위해 논의 하자고 했다. 그러나 그때까지 묵묵히 앞만 바라보고 있던 나 사장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하는 생각뿐인지 긴장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입을 떼었다.
“오늘은 이야기하기가 힘드니 약속을 하여 다시 만나서 얘기 하면 안 될까요?”
“다시 약속한다고 만날 수 있겠어요? 내가 나 사장님을 만나기 위해 비를 맞고 무더위에 살을 태우며, 밤낮으로 고생고생하며 몇 달 만에 어떻게 만났는데, 이렇게 아무런 해결방안도 나누지 못한 채 그냥 헤어집니까? 그러지 말고 우리 회사 부도금액에 대해 해결 방안을 서로 연구해 봅시다.”

나는 옆에 앉은 부인과 그 언니를 번갈아 쳐다보며 단호한 의지로 말했다.
그러자 그의 부인이 끼어들어 가로막으며 아직 분이 덜 풀렸는지 앙칼지게 말했다.
“오죽했으면 도망을 다니겠어요? 돈이 있어야 줄 것이 아닙니까? 대책이 없는데 어떻게 하라는 말이에요?”
“사모님! 그렇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해결하셔야죠? 돈 2억5000만원이 애들 장난입니까? 회사는 땅 팔아서 장사하는 겁니까? 한번 생각해보세요. 사모님의 가족은 몇 분이신지? 우리 회사에 딸린 식구는 수천 명이나 됩니다. 모든 거래처에서 회삿돈을 떼먹고 도망간다면 회사식구 수천 명은 어떻게 살아가란 말입니까? 그러니 그런 말씀마시고 어떤 대책이라도 세워 주셔야죠!”


부인의 말을 받아 반박하듯 반론을 제기한 내 말에 부인은 할 말을 잊은 듯 더 이상 대꾸를 하지 않았다. 부인과 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채무자가 다시 나서며 말했다.
“현재로선 방법이 없는데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 열과 성의가 없는 거겠죠.”

나 사장과 부인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렇지 않습니까? 진정으로 피해자인 채권자 입장을 고려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여기 앞에 계시는 언니 분께 보증이라도 서 달라고 하면 될 것이 아닙니까?”
내 말에 나 사장의 처형은 ‘아차 괜히 따라왔다’ 싶었는지 얼굴이 상기되며 입장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 사장 부인도 뜻밖의 요구라고 생각했는지 말없이 서로 얼굴만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과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먼저 침묵을 깨며 말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사장님과 사모님의 입장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그러나 평생 동안 힘들게 모은 돈을 떼인 채권자들의 마음은 어떻겠어요? 돈을 떼인 채권자들의 입장을 생각해보세요. 그들의 생활이 원만하겠습니까? 채권자들의 채무독촉을 피해 고의적으로 재산을 은닉해두고 몰래 사용하는 채무자들도 있다는 사실도 아셔야 합니다.”
“저희는 재산을 감춰둔 것이 없습니다.”
채무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 물론 나 사장님이야 그런 악덕 채무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장님 역시 조금 전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 상환할 방법이 없다면 부동산 담보를 제공할 물건을 구하여 제공한다거나, 아니면 연대보증이라도 세워 채권자 처지를 살펴주어야 할 것이 아닙니까?”

나는 연대보증을 세워줄 것을 제안하며 채무자 나 사장의 처형이 보증인이 되어줄 것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나 사장의 동서인 문 사장이 대리점을 인수했다는 사실과 나 사장이 문 사장 집에서 숨어 지내고 있다는 점은 아무래도 나 사장과 문 사장 간에는 보이지 않는 어떠한 밀약이 분명 오가고 있다고 보여 졌기 때문이다. 그렇기도 하지만 당장에는 달리 채무자로부터 얻어낼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문 사장의 부인을 보증인으로 물고 늘어지는 것이었다. 세 사람은 그저 묵묵부답이었다. 오늘 여기서 담판을 짓지 못하면 두 번 다시 기회가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나는 더 이상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비상카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사장님! 저는 사장님께서 진정으로 회사 채무금에 대한 성의를 보이고, 보증인이라도 입보해주시길 요구한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으니 채권자인 회사 입장에서는 더 이상 지연할 수가 없어 부득이 112에 신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자 세 사람 표정이 달라졌다.
“아니 신고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부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항의하듯 말했다. 나는 부인의 반응을 내심 반가워했다. 히든카드를 사용하는데 무관심 무반응 한다면 히든카드는 별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그거야 서로 합의점을 찾자고 했을 때 얘기이고요. 사장님 측에서 전혀 응하지 않으니 도리가 없지 않습니까? 저로서도 달리 방법이 없잖아요.”
신고하겠다는 내 말에 채무자와 그의 부인은 좌불안석이었다. 부인은 옆에 앉아 대화를 지켜보고 있는 언니를 쳐다보며 구원을 청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언니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침묵을 깨고 말했다.
“보증을 서 주더라도 회사의 부도 금액 전부에 대해서는 보증을 서줄 수가 없습니다.”
나와 채무자를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는 재빨리 그 언니의 말에 맞장구를 치듯이 받았다.

안정을 찾다

“아니 저 역시 채무금 전부에 대해 보증을 서라는 것이 아닙니다. 2억원이나 넘는 금액을 어떻게 보증을 서겠습니까? 일단 일부금에 대해서 보증을 서주셔도 괜찮습니다.”
그 말을 받아 이번에는 채무자의 부인이 나서며 조금 전보다 마음이 편한 모습으로 말했다.
“아저씨, 언니가 보증을 선다면 얼마나 하면 되나요?”하고 자신의 언니에게 미안한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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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