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53)

기회가 많지 않다는 걸 염두 하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시세보단 투자가치 있는 쪽이 더 유리하다
잡다하게 시간 끌어봤자 얻을 것 하나 없다

“박 사장님 소유로 돼있긴 하지만 은행에 2억 정도 대출 받기 위해 담보로 잡혀, 최고 채권액이 1억5000만원 정도가 설정돼 있을 겁니다.”
“그래도 저당권 설정액이 그리 많지는 않네요?”
나는 그만하기가 다행이라 생각하고 추 사장에게 박 사장에 대한 정보와 빌라공사와 관련해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며 파악하고자 했다. 추 사장은 조금도 거부하거나 기분상한 표정을 짓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속내를 감춰라

나는 추 사장에게 박 사장과의 관계를 물어보았다.
“추 사장님은 박 사장과 언제부터 알고 지냈습니까?”
“아, 예. 이번 공사 건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저기 오 사장님도 이 공사 건으로 인해 알게 되었지요.”
그가 오 선배를 가리키며 그렇게 대답했다.
“제가 물어볼 처지는 아닙니다만, 박 사장님과 어떤 관계이신데 그분을 위해 보증을 선 것입니까?”
“이 공사를 맡기 위해 보증을 서게 된 것이지요. 하긴 따지고 보면 이 공사뿐만 아니라 이 공사를 끝내고 분양이 원활해지면 제2, 제3현장을 만들어 빌라 사업을 하기로 한 건데 이렇게 자금사정이 나빠지다보니…. 이것 하나도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중단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지요.”

“아, 그렇군요. 그 박 사장이란 분이 돈을 많이 벌었던가 보지요?”
“돈을 벌어놨으면 이 공사를 중단하겠습니까? 이사님께서도 보셨겠지만 자동차 공업사와 외제 수입차 딜러사업을 하면서, 돈을 빌려 건축 사업까지 해보려다가 막혀버린 겁니다.”
추 사장과 얘기를 나누는 사이 현장 구석구석을 둘러본 오 선배가 우리 쪽으로 오더니 추 사장에게 물었다.
“추 사장님, 지금 보니까 건물 골조는 다 되었고 남은 것은 실내인테리어하고 외부 벽만 남아있는 것 같네요. 이럴 경우 추가 공사비용은 얼마 정도 듭니까?”

“글쎄요? 적어도 2억5000만원이나 3억 정도면 마무리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오 선배는 자신이 박 사장으로부터 받을 돈 대신에 이 건물을 대물로 받기 원하는 듯했다. 그래서 혹시라도 그런 오 선배의 속내가 박 사장에게 사전 노출될 경우, 협상 시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더 이상의 의중을 밝히지 않는 게 좋으리라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추 사장에게 다음에 식사라도 한번 하자고 하고는 서둘러 그 현장을 떠났다.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현장 인근에 있는 부동산 중개소에 들러서 공사 중인 건물과 유사한 다가구주택의 시세를 알아보았다. 시세는 대략 10억에서 12억 정도라고 했다. 생각보다는 시세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곳이어서 투자 가치는 있는 셈이었다. 그러니 공사가 잘 마무리되면 모든 게 해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 선배 역시 그런 생각이었는지 내게 초조하게 물었다.
“임 이사, 어떤가? 저것이 물건이 될 것 같지 않은가? 내가 저기에 압류를 하면 안 될까?”
“선배님! 내 얘기를 잘 듣고 판단해 보세요. 기회는 많지 않다는 걸 먼저 염두에 두시고요. 지금 박 사장이나 건축업자인 추 사장 모두 저 현장에 목매고 있습니다. 그러니 쉽게 빼앗기지는 않을 겁니다. 선배님이 박 사장에게 빌려준 돈이 4억이고, 현재 토지에 설정돼 있는 대출금이 1억5000만원이라고 하니, 추가로 투입해야 할 공사대금 최고 3억원이라고 한다고 치면 도합 8억5000만원이 됩니다.”
“휴! 그렇지.”

“그러나 대출금 1억5000만원은 당장 상환하지 않아도 되고, 추가공사비 3억원 역시 공사업자와 잘 협의해서 공사가 완료된 후에 빌라 전부 임대를 놓아, 보증금을 받아서 지급하면 큰 부담은 안 될 것 같거든요.”
“그래, 맞아!”
오 선배가 묘안이라고 생각됐는지 반색을 하고 있었다.
“만일 선배님이 추사장과 잘 협의해서 공사비를 지원하여 공사를 원만히 마무리 한다면 시가 10억원 이상 되는 다가구주택을 선배님 것으로 만들 수 있겠지요. 그렇게 되면 빌려준 돈 4억원 회수는 물론 지금까지 밀린 2억원 상당의 이자까지 받아내게 된다는 계산이 되는 겁니다. 물론 앞으로 부동산 경기가 더욱 좋아져서 시세가 오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입니다. 선배님, 어때요?”
내 말에 귀가 솔깃해진 오 선배는 마치 벌써 주택을 양도받기라고 한 것처럼 들뜬 모습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이, 자네 말대로 그렇게만 된다면 오죽 좋겠는가?”
“그렇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응? 뭐가 또 있지?”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현재까지 밀린 공사대금은 어떻게 할 겁니까? 건축업자와 납품업체에 밀린 공사대금이 상당할 텐데요.”
내 말에 오 선배가 금세 얼굴색이 굳어지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내가 그 밀린 공사대금까지 갚아야 한단 말인가?”

시간 끌지 말라

“물론입니다. 박 사장과 공사업자인 추 사장은 하도급업체들에게 지급해야 할 대금을 미지급한 채 현장을 넘겨주겠습니까? 선배님이 설령 그냥 넘겨받았다고 해도 그 하도급업자들이 가만있겠어요?”
“그러면 어떻게 하지? 이대로 그냥 주저앉고 말아야 하나?”
“아니 꼭 그렇게 포기할 것만은 아닙니다. 지금으로선 이 공사 현장 외에는 그 어떤 것도 희망을 가질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러니 일단 이 현장을 양도받아 제대로 된 상품으로 만들어 가야만 합니다. 다른 문제는 다음 일입니다. 이런 저런 잡다한 문제를 가지고 시일을 끌다보면 아무것도 건질 것이 없고 모든 걸 잃을 수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현장을 양도받아 공사를 진행할 시에는 공사업자와 명확한 공사발주 계약 공증을 해서 기존의 공사대금과 추가로 발생되는 대금에 대하여 분명한 선을 긋고, 선배님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약정을 하면 큰 염려는 없어 보입니다. 아마 박 사장과 추 사장 간에도 시행자의 책임과 시공자의 책임한도를 분명히 약정해 놓았을 것입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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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