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49)

돈은 주인이 없다 가진 자가 주인이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부족한 잔 채우듯 상호 간 이해하며 배려해야
재물은 모으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

“잘하셨네요.” 
“그래 집사람이 동서부부가 재력이 있으면서 대출문제를 해결해주지 않고 있다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지요. 그때 장인께서 저희 부부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안쓰러웠는지 확인서에 서명날인을 해주신 겁니다. 그래서 그걸 받아가지고 곧바로 둘째 동서부부와 식사약속을 하고 식당에서 만났지요. 미리 준비해간 사실 확인서를 보이며 작성해달라고 하자 동서부부가 잠깐 망설이며 주저하더라고요. 그래서 장인어른께서 작성해준 확인서를 들이밀며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고, 거듭 확인서 작성을 요구하니 어쩌지 못하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그 즉시 법무사로 달려가 가처분 신청을 한 것입니다. 그 동안 큰동서에게 비밀로 해뒀는데 막상 큰동서 집으로 결정문이 송달되자, 처음엔 저희 집사람에게 전화해서 ‘이럴 수가 있느냐’는 둥 별의별 소리로 화를 냈지만 뭐 자신들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한동안 잠잠했습니다.”

두 번 실수는 없다

“그 사람들도 법률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아 도망갈 방법을 찾는 시간이 필요했겠지요.”
“저도 혹 재판까지 가는 게 아닌가 하고 한편으로 은근히 걱정도 했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빨리 연락이 온 겁니다. 그러니까 가처분신청을 하고 2개월쯤 지난, 일주일 전쯤에 만나자는 연락이 온 겁니다. 제가 만나지 못할 이유도 없고 해서 제 집사람과 같이 만났지요. 동서가 하는 말이 먼저 가처분을 풀어주면 금고에 가서 모든 것을 정리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거절했습니다. 먼저 금고 측에 해결하고 신용불량을 풀어주면 해제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저도 이제는 두 번 다시 당할 수 없지 않습니까? 이사님 말씀대로 냉정해야지요. 제가 거절하고 헤어지자 다음날 다시 연락이 옵디다. 인감도장하고 인감증명서를 발급해가지고 대출해준 신용금고에서 만나자는 겁니다. 그곳에 도착하니 동서는 신용금고 측과 이야기를 끝낸 뒤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사님께서 말씀해 주신대로 금고 측으로부터 모든 것을 해결했다는 채무종결확인서를 발급받았습니다.”
“그럼, 그 사람들은 금고 측과 어떻게 해결했답니까?”
“그날은 서로 긴장했는데, 다음 날 제 집사람이 아는 바로는 원금과 이자 일부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탕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시면 신용불량해제는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예, 그것은 해지해주겠다는 각서를 받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신용금고 측에서 은행연합회에 요청하면 일주일 정도 시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정말 잘 됐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아닙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사님께서 저희 부부에게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저는 그저 제가 알고 있는 노하우를 조금 나누어 드린 것뿐입니다. 앞으로는 보증이나 담보제공을 할 시에는 신경을 쓰셔야겠네요.”

“아이쿠, 말도 마십시오. 이제 보증이라고 하면 신물이 납니다. 제 생에 두 번 다시 보증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마 보증을 선다고 하면 제 집사람은 까무러치거나 이혼을 하자고 덤빌 겁니다.”
최 사장이 눈을 크게 뜨고 양손을 들어 마치 항복한다는 시늉을 보이며 기겁을 했다. 정색을 하는 그 모습을 보니 나라도 그랬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하루빨리 사모님 병세가 완쾌되시길 바랍니다.”
내 말에 그가 감사하다며 밝게 웃었다. 수년 묵은 체증이 뚫린 것처럼 그의 모습은 지난번과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세상 모든 고민을 혼자 짊어진 것처럼 일그러져 있던 암울한 모습이 사라지고, 평안과 감사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나 역시 어려운 일을 도와준 보람이 있어서 흐뭇했다. 세상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혼자 살 수가 없는가 보다. 그저 부족한 잔을 채우듯 서로 돕고 이해하며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새겨졌다.
“돈은 주인이 없다. 가진 자가 바로 주인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돈의 위력과 속박 속에서 삶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돈과 연관되지 않은 것들이 없을 정도다. 

돈 때문에 울고 웃다

그야말로 돈 때문에 웃고 우는 게 우리의 인생사다. 돈이 인간의 생사여탈권을 쥐락펴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생사에 없어서는 아니 될 돈을, 평생 동안 목숨 바쳐 벌어 모았다고 하더라도 ‘입성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말처럼 재물을 모으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욱 힘들 수도 있다. 돈을 소중히 여기고 잘 관리하지 않으면 일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것, 그것이 바로 재물이다.  늦여름 무더위도 추석이 지나자 한풀 꺾이고,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던 어느 날이었다. 은행에 지점장으로 근무하는 친구와 저녁식사 약속이 있어서 서울 시청 앞 P호텔로 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차를 나누며,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잠시 후 우리는 식사를 하러 가기 위해 막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휴대폰 벨이 울렸다. 낯선 번호가 잠시 전화를 받을까 말까 망설이게 했다. 요즘 워낙 홍보용 전화가 많아서 입력돼 있지 않은 전화는 잘 안 받는 편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전화를 받았다.

“네, 임 이사입니다.”
“임 이사, 나요!”
차분하고 맥이 빠진 목소리지만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음성이었다.
“아니, 오 선배님 아니세요?”
낯익은 목소리는 얼마 전 사업을 한다며 잘나가던 회사를 그만둔 같은 고향 2년 선배였다. 그는 나보다 두 살 위지만 성격이 활달하고 매사에 낙천적이어서 호형호제하며 가까이 지내는 사이였다.
“그래 잘 지내고 있지?”
“저야 늘 그렇죠. 선배님은 재미가 좋은가 봐요? 얼마나 재미가 좋아 전화 한번 줄 시간이 없었어요?”
선배와의 대화가 조금 길어질 것 같아서 다시 자리에 앉으며 통화를 계속했다. 친구 역시 일어서려다 말고 내 눈치를 보고는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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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