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되는 특례보금자리론 막전막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1.09 16:16:45
  • 호수 14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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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팍팍해지는 내 집 마련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이 이달 말에 종료된다. 성공적인 대출이라는 평가부터 이렇게 사라지는 게 아쉽다는 의견도 많다. 모든 정책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벌써 주택매매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지난해 11월30일 기준 특례보금자리론 유효 신청 금액이 42조7000억원(약 17만8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자금 용도별로는 기존 대출 상환이 28.1%, 신규 주택 구입이 65.2%, 임차보증금 반환이 6.7% 비중을 각각 차지했다. 당초 공급 목표치였던 39조7000억원은 이미 넘어선 지 오래다. 

그렇게 
사라지다

당초 특례보금자리론의 존재감은 컸다. 2022년 안심전환대출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탄생하면서 출시 초반부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안심전환대출이 인기가 없었던 것은 까다로운 대출 조건으로 신청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심전환대출의 신청 금액은 총 9조4787억원으로, 이는 목표였던 25조원의 37.9%에 불과한 금액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지나치게 낮은 주택가격 기준 때문이다. 1단계 신청 대상은 주택가격 4억원에 소득은 7000만원 이하였고, 2단계의 경우 주택가격 6억원에 소득은 1억원 이하여야 했다.

6억원의 2단계도 4억원서 확대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10억원 선인 서울의 집값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이 때문에 출시된 게 바로 특례보금자리론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사다리 역할을 했고, 금융당국이 시도하고 있는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늘리는 데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9월부터 일반형(집값 6억원 초과 혹은 소득 1억원 초과) 판매를 중단했지만, 우대형을 이용하려는 금융 소비자는 꾸준히 문을 두드리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 보금자리론 가입 허들을 낮추고 혜택을 한층 강화한 상품으로 지난해 1월 출시됐다. 구체적으로 주택가격 요건을 6억원 이하서 9억원 이하(일반형)로, 대출한도를 3억6000만원 이하서 5억원 이하로 각각 조정하고, 소득 요건이나 보유 주택 수 제한도 일부 완화했다. 

이는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 위한 일종의 규제 완화로, 가계대출 폭증의 도화선을 제공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어쨌든 특례보금자리론은 성공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해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2022년에 결혼한 신혼부부 A씨는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이들은 당초 월세로 생활하다가 16평형 오피스텔 전세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이후 집주인이 집을 내놓은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팔렸고, 급하게 집을 이사해야 될 상황이었다. 이때가 지난해 10월이었다. 

목표 39조7000억원 신청은 42조원 이상
내 집 마련의 시작…“아쉽다” 의견 많아

집주인은 A씨 부부에게 11월까지 양해를 구하며 집을 비워줄 것을 부탁했다. 당장 전셋집을 찾다 보니 A씨 부부가 가진 돈으로는 다소 부족했다. 무엇보다도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계속 이사를 다녔기 때문에 이사 자체가 지긋지긋하기도 했고, 전세사기를 걱정하면서 집을 구하는 것 자체도 부담이었다.

그런 와중에 집 근처에 24평형 아파트가 매물을 발견했다. 해당 아파트는 전세와 매매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는데, 금액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다. A씨 부부는 아파트 매매를 결정하고 대출을 알아봤다.


당시 가능한 대출은 버팀목전세자금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이었는데,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은 나이 조건이 맞지 않았다. 바로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을 알아본 결과, 당시는 일반형이 중단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대형은 가능했다.

단, 현재 전세자금대출로 거주 중인 A씨 부부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실행되기 전 대출을 전부 상환해야 하는 문제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 알아보니 다행히 ‘당일 상환 조건이면 가능’이라는 답을 받았다. 또 전세대출 상환 시 잔금은 매도인 통장으로 바로 입금되고, 나머지 차액은 매수인 통장으로 입금되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렇게 A씨 부부는 본격적으로 아파트 매매를 시작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좋았던 것은 직거래 계약서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은 불가능했지만, 직거래로 계약하면서 부동산비도 아낄 수 있었다.

A씨는 퇴근 후 집주인을 만나서 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뒤 그날 저녁에 바로 대출을 신청했다. 신청은 스마트주택금융 어플리케이션으로 오후 9시까지 가능했으며 잔금일은 지난달 4일로 결정했다.

허들 낮추고
혜택들 강화

특례보금자리론은 잔금일 한 달 전에 통지해야 하며, 대출 목적, 대출인 소득과 부채를 입력해야 했다. 주택 구매가 생애 처음이라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의 80%까지 받을 수 있었다. 상환방식도 따로 설정할 수 있었는데, A씨 부부는 40년 원리금 체증식 상환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대출금액을 일정한 기간 동안에 나눠서 갚는 방식으로, 상환기간이 길어지면 월 상환액이 낮아지고 짧아지면 반대로 금액이 높아진다.

대출 신청이 완료되자, 주택금융공사에선 “아낌e-보금자리론 대출신청 완료. 대출 심사 건이 몰리고 있어 상담과 심사가 지연되니 양해부탁드린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큰 돈을 빌리는 것이지만 생각보다 간단하게 대출이 끝났다.

대출 신청 후 은행서 전화가 왔고 간단하게 내용을 확인한 후 전화를 끊었다. 이후 금융거래확인서를 제출하고 서류심사가 들어갔고, 지난해 11월5일에 완료됐다.

이들은 은행에 필요한 ▲매매계약서(구입자금인 경우) ▲주소 변경 이력이 포함된 주민등록등본 ▲물건지 전입세대 열람내역 1부 ▲인감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 관련 서류들을 준비했다.

A씨는 은행에 가서 대출 당일날 어떻게 잔금이 처리되는지 물었고 은행원으로부터 “매도인 통장으로 바로 입금되며, 국민은행 전세 대출은 전부 상환되고 나머지 차액은 매수인 통장으로 바로 입금된다. 추가로 대출 실행 전에 담당 법무사가 연락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일이 순조롭게 끝났다고 해서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부동산거래 신고나 각종 공과금 납부 등도 챙겨야 했다.


생각보다 
간단하게 

A씨가 특례보금자리론 대출 신청부터 허가까지 시간 순서로 살펴보면 ▲10월24일 매매계약서 작성, 주택금융공사 어플로 아낌e보금자리 신청 ▲10월25일 콜센터 상담 ▲10월27일 추가 서류 요청 ▲11월6일 아낌e보금자리 심사 완료 ▲11월7일 은행 서류 제출로 정리된다.

A씨는 “아파트를 매매하면서 정말 영끌이 뭔지 깨달았다. 무엇보다 이자금리가 제일 중요하니 금리가 낮은 곳이 중요했다. 우리도 여러 가지 고민하다가 결국 선택한 곳은 특례보금자리였다”며 “우리가 필요한 금액은 3억원 정도였는데, 사실 특례보금자리론도 엄청난 혜택은 아니다. 그래도 고정금리인 것, 중도상환수수료가 없고 체증식 원리금 상환으로 갚을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어서 대출 실행 후 금리가 더 낮아지면 다른 대출(대환대출)로 갈아탈 수 있어 부담이 없다. 또 원리금균등상환이 아니라 처음에는 돈을 적게 갚고, 이후에는 점점 더 돈을 많이 갚는 방식”이라며 “거의 10년간 대출한다고 생각하면 월 지출을 줄여 다른 대출로 건너뛸 수 있는 방식이라 좋다. 1월 말부터 특례보금자리론이 사라진다고 하니 아쉽다”고 설명했다.

특례보금자리론 덕분에 부담없이 집을 산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실제로 특례보금자리론이 생기고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이 늘었다. 최대 5억원 한도까지 대출이 가능한 만큼 매물 거래가 활발해졌던 것이다.

그러나 특례보금자리론이 1월 말에 종료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지난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택시장은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급매가 팔려나가며 시장이 잠시 회복하는 듯 보였으나 하반기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이 중단되면서 매도인은 많은데 매수인은 없는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섰다. 


부담 없이 집 산 사람 많았는데…
신생아특례대출 27조 지원되지만…

서울 도봉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특례보금자리론 같이 대출 가능한 금융상품이 종료를 앞두고 있어 집을 팔려는 사람만 많다. 매수자들이 줄어들면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얼어붙은 최근의 주택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최근 주택거래 부진은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8월 3899건으로 고점을 찍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전날 기준 11월 거래량이 1836건으로 줄었다.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거래가 사라진 것이다. 이는 거래량 저점을 찍었던 지난해 1월의 1413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살 사람이 없으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도 아파트 매물은 쌓이고 있다. 지난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3929건으로 이는 1년 전인 5만513건에 비해 26.3% 증가했다. 같은 날 기준 경기지역도 13만8184건으로 전년(10만4916건) 대비 31.7% 늘었다. 인천도 2만5116건서 3만2021건으로 27.4% 증가했다.

이 같은 매수자 급감 현상은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특히 특례보금자리론의 종료라는 게 업계 분위기다. 실제로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의 판매중단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반토막 난 가운데 특히 6억∼9억원 이하 거래는 급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이 중단됐던 지난해 9월27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약 3달간 신고된 거래량은 총 488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월부터 특례보금자리론 우대형 대출이 이어졌던 지난해 9월26일까지 거래량인 1만1139건보다 반토막 이상(56.1%) 감소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올해 신생아특례대출 27조원이 지원되면서 매수세가 생겨날 수 있지만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 44조원에 크게 미치지 못해 올해 주택 매수 세력은 지난해에 비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요 진작 
효과 있나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례보금자리론 대신 정부가 아이를 낳으면 집 살 때 혜택을 주겠다는 등 정책 금융을 새롭게 내놨는데 정책자금대출의 수혜 범위를 기존보다 좁혀서 집중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대책이)부동산가격을 떠받치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도 비교적 자유롭고 부동산 수요 진작 효과도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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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