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범죄 피해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 이윤호 교수
  • 등록 2023.10.06 10:13:24
  • 호수 14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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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형제가 감독한 2007년 미국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는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영화는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인 코맥 매카시가 2005년에 선보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제목서 언급된 노인이란 생물학적으로 늙은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니라, ‘지혜를 가진 현명한 생각의 소유자’라고 한다. 영화는 그래서 이런 현명한 노인의 경험과 지혜대로 예측이 가능하도록 흘러가는 사회가 아님을 보여준다.

또 영화와 원작에선 세상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많이 변하고 험악해져서 노인인 자신이 살아갈만한 나라가 아님을 드러낸다. 첨단기술이 편리함을 가져다줬지만, 이로 인해 세대 간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 즉 정보의 격차가 커지면서 첨단 과학기술에 익숙하지 못한 노인들에게는 더 불편하고 힘든 세상이 됐다는 것이다.

영화 속 ‘노인’과 현실의 ‘범죄 피해자’는 어쩌면 닮은 면이 많다. 아니나 다를까? 물론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범죄 피해자를 위한 나라는 없어 보인다.

극단적으로 보면 온통 ‘피의자를 위한 나라’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릴 적 교과서로 배웠던 ‘권리장전’, 영화 속 미국 경찰들이 외우다시피 읽어주는 ‘미란다 경고’, ‘위법으로 수집된 증거는 증거로서의 효력이 없다’는 것 등은 알고 보면 범죄 피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반면 자신과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달라고 국가에 최대한의 권한을 위임해주고도 자신의 아무런 잘못도 없이 단지, 범죄가 일어난 ‘그 시간과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 피해를 당한 무고한 사람들을 위한 권리는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피해자의 불운으로 돌려야만 하는 것일까? 범죄 피해자를 ‘불운한 일부(a few unlucky guy)’로 치부해야 할까?

옛날에는 범죄가 발생하면 당연히 피해자가 중심이 된 상태서 갈등과 분쟁이 해결됐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 또한 피해자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왕정 형성과 사회계약론이 힘을 얻으면서, 범죄는 국가·왕권에 대한 도전이나 ‘왕의 평화(King’s peace)‘에 대한 도전으로 치부됐다.

결과적으로 직접 피해자가 아니라 간접 피해자에 불과한 국가, 즉 검찰이 피해자를 대신하거나 대체하게 된 것이다. 재산이 절도를 당하고 신체가 손상을 당한 피해자는 검찰이나 변호인 측이나 법원서 부를 때 증인으로 참여할 뿐,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며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피해자는 그렇게 철저하게 ‘잊힌 존재(Forgotten Being)’가 된다.

최근 세간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스토킹(Stalking)’ 범죄만 해도 관련법이나 사법 절차는 피해자를 지향하기보다는, 아직도 가해자 지향적이다. 피해자 신변 보호 차원서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스마트 워치(Smart Watch)’만 해도 그렇다.

피해 여성을 진정으로 보호한다면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Stalker)에게 전자발찌나 스마트 워치가 채워져야 한다. 

그래야만 가해자가 피해자 근방으로 접근조차 할 수 없도록 막을 수 있다. 피해자에게 스마트 워치를 채우는 것은 피해자에게 범죄 피해자화(victimization), 즉 범죄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라는 주문밖에 안 된다. 

피해자의 나라는 영영 없는 것일까? 형사사법제도의 모든 단계의 의사결정에 피해자가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기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그런 나라는 요원한 꿈인가? 검찰 불기소 처분에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고, 양형서 피해자 진술을 할 수 있고 가석방 심사서도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사법제도의 나라, 피해자를 위한 나라를 꿈꿔 본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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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교체? 김문수<br> “법적·정치적 책임 묻겠다”

대선후보 교체? 김문수
“법적·정치적 책임 묻겠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선후보 교체를 강행한 데 대해 10일, 김문수 후보가 “불법적이고 부당한 후보 교체에 대한 법적·정치적 조치에 즉시 착수하겠다”며 강력히 대응을 예고했다. 김 후보는 이날 여의도 선거캠프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야밤에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 대한민국 헌정사는 물론이고 전 세계 역사에도 없는 반민주적 일이 벌어졌다”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 정당하게 선출된 저 김문수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불법적으로 박탈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헌에 의하면 대통령후보는 전당대회 또는 그 수임 기구인 전국위원회서 선출하게 돼있는데 전국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비상대책위원회는 후보 교체를 결정해 버렸다. 이는 명백한 당헌 위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는 제가 후보로 선출되기 전부터 줄곧 한덕수 예비후보를 정해 놓고 저를 압박했다”며 “어젯밤 우리당의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저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을 계속 할 것”이라며 “우리가 피와 땀으로 지켜 온 자유민주주의의를 반드시 지키겠다. 국민 여러분, 저 김문수와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김 전 후보 측은 이날 중으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대통령 후보자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후보가 시간 끌며 단일화를 무산시켰다”며 “당원들의 신의를 헌신짝같이 내팽개쳤다”고 주장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 독재를 저지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로 단일화해서 기호 2번 국민의힘 후보로 세워야 한다는 게 당원들의 명령이었다”며 “우리 당 지도부는 기호 2번 후보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께 단일화 약속을 지켜주실 것을 지속적으로 간곡히 요청드렸고 저를 밟고서라도 단일화를 이뤄주십사 부탁했다”는 권 비대위원장은 “하지만 결국 합의에 의한 단일화는 실패하고 말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단일화는 누구 한 사람, 특정 정파를 위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다. 누구를 위해 미리 정해져 있던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비대위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뼈아픈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비대위는 모아진 총의와 당헌·당규에 따라 김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새롭게 후보를 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당 지도부는 이날 새벽 비대위와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열고 한 예비후보를 대선후보로 재선출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이날 오후 9시까지 진행되는 당원 투표를 거쳐 오는 11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마치면 대선후보 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일각에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이뤄졌던 이번 국민의힘 지도부의 대선후보 교체를 두고 절차적 정당성 등의 다양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치열한 경선 과정을 통해 최종 후보로 선출돼있는 공당의 후보를 두고, 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무소속의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하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후보 접수도 이날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단 한 시간만 받았던 점, 한 후보가 32개에 달하는 서류를 꼭두새벽에 접수했다는 점 등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양수 선관위원장은 이날 당 홈페이지를 통해 “당헌 74조 2항 및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 제29조 등에 따라 한 후보가 당 대선후보로 등록했다”고 공고했다. 앞서 이 선관위원장은 김 후보의 선출을 취소한다는 공지와 후보자 등록 신청을 공고했다. 김 전 후보와 한 후보는 후보 단일화 문제로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지난 1차 회동에 이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모처서 가졌던 2차 긴급 회동서도 단일화 방식 등 룰에 대해 논의를 시도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끝내 결렬됐다. 그러자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단일화 없이 승리는 없다”며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권 원내대표는 “두 후보 간의 만남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며 “후보 등록이 11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오늘(7일)은 선거 과정서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불과 27일 남았다. 이제 남은 시간이 없다”며 “이재명 세력은 공직선거법상의 허위 사실 공표죄를 사실상 폐지하고 대법원장 탄핵까지 공언하면서 대한민국 헌정 질서의 마지막 숨통까지 끊어버리려고 한다. 반면 우리는 단일대오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