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용’ 안철수·나경원·유승민·이준석 끌어안기

멀어진 4인방 다시 모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공개적으로 또 전략적으로 필요한 대응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어쩐지 쉽지 않다. 이러다가 차기 총선서 정말 필패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국민의힘 내부서 감돈다. 최근 들어 내친 인물들이 다시금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도 내치기 전에는 이미지가 정말 괜찮았기 때문이다. 배신자, 총질러, 방해꾼에게 손을 다시 내밀게 될까?

22대 총선 디데이가 200일대까지 떨어지며 한층 더 바짝 다가왔다. 국민의힘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우려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온다. 돈봉투 사건 및 코인 거래 의혹 등 더불어민주당 내 악재가 연속적으로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당협위원장 공모에 수도권 신청이 저조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어쩐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급하다 급해
총선 빨간불

국민의힘은 최근 당협위원장 공모에 나서는 등 총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앞서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서울 9곳 ▲부산 1곳 ▲인천 3곳 ▲울산 1곳 ▲대전 2곳 ▲경기 14곳 등 총 36개 지역에 대한 공모를 진행했다. 조강특위는 사고당협 조직위원장 공모를 보고받은 뒤,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처럼 국민의힘에서는 경쟁력 있는 인물을 물색하고 있는 중이다. 청년에 초점을 맞춰 젊은 기업인 등 인재 영입에도 힘을 쏟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번 당협위원장 공모의 특징은 현역 의원 외에도 원외 인사들 다수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 중에는 대통령실 출신의 인물도 포함돼있는데 바로 이승환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대통령실 출신으로는 2번째다. 상황이 이쯤 되자 국민의힘에는 한층 더 불안함이 감돈다. 부산 물갈이설, 수도권 험지 출마론 등 여러 이야기가 나와서다. 


황보승희 의원 발 논란이 물갈이설의 시발점이다. 황보 의원의 지역구는 부산 중·영도인데 그에게 최근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사생활 논란이 일었다. 앞서 논란이 일자 그는 국민의힘 탈당 및 총선 불출마까지 선언했다. 이런 탓에 부산 일대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관건은 황보 의원의 지역구에 누가 ‘공천’을 받게 되느냐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다고 평가되는 검찰 출신 인사 가운데 부산 출신이 많다는 것도 물갈이설에 힘을 보탠다. 현재 부산 지역의 국민의힘 의원은 총 14명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중 일부 인사는 부산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 출마할 수 있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당이나 지역을 제대로 다져놓지 못했다고 평가받는 이들이 주로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 특성 탓에 부산 지역은 보수당 소속으로 출마하면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란 것도 특징이다. 수도권 험지 출마론도 현역 의원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는데, 영남권 소속 의원들을 대거 수도권에 출마시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안, 미리 민심 다져…비윤이나 필요
나, 보수 대표 여성 정치인급 인정

이미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소속으로 험지에 출마할 인물이 딱히 없다는 걱정이 나온다. 수도권에 인재가 고갈된 데다, 그나마 있던 인재들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다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일단 수도권은 확실히 문제로 거론되는데, 조강특위 공모 지역 36곳 중 무려 26곳(서울 14곳, 경기 3곳, 인천 3곳)이 수도권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수도권은 지역구 의석을 50% 가까이 차지할 만큼 수가 많다. 총선 때마다 중도 표심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지역이고 전체 총선의 향배를 가르기도 한다. 이번에 포함된 수도권 26개 지역은 국민의힘이 대부분 패배해온 지역이라 더욱 험지로 분류된다. 


특히 지난 20대 총선에선 단 한 지역도 가져오지 못했다. 신청만 하면 공천받을 확률이 높지만, 대부분 기피한다. 현역 의원이 없는 탓에 조직 관리가 힘들며 대표적인 ‘얼굴 없는’ 케이스로 불린다. 

게다가 제3지대들이 속속 출현하거나 출연을 예고하고 있어 국민의힘에 불편 요소로의 작용이 불가피하다. 이들은 무당층(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층)을 노리고 있으며, 무소속 양향자 의원의 경우 ‘청년층’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역시 조만간 창당을 선언할 예정이다.

이들 모두 ‘새 정치’를 내걸고 기존의 양당 정치세력을 타파하겠다는 게 주요 목표다. 현실적으로 제3지대의 성공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들이 노리는 지점은 기존 정당들의 빈틈이다. 국민의힘 역시 틈을 메우기 위해 방법을 고심 중이다.

그러나 결국 총선은 얼굴(인물)로 치러지는 경향이 강한데, 이런 점에서 국민의힘의 가장 큰 난관 중 하나가 바로 얼굴로 어느 인물을 세우느냐다. 막연하게 김기현 대표와 윤 대통령의 얼굴로만 총선에 돌입하기에는 다소 부담이 따르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에 뒤처져 있다. 국민의힘은 지지율 반등을 위해 키워드로 ‘방탄 국회’ ‘이재명’ ‘문재인정부’를 밀고 있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언제까지 남탓만 하겠냐며 비판 목소리도 들린다.

갈길이 막막
악재 투성이

민생에 방점을 찍고, 괜찮은 메시지를 내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김 대표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윤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국정운영 지지율이 30% 후반 대와 40% 초반대를 오가며 박스권에 갇혀 있다.

결국 자체적으로 ‘얼굴’을 고심할 수 밖에 없는 시기가 온 셈이다. 이 같은 인식은 이준석 전 대표의 지역구는 손을 대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은 당시에도 해당 지역을 손대지 않았으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는 국민의힘에서도 일정 부분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인지도를 인정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성비위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으며 대표직서 물러났다. 이후 이 전 대표는 원외서 세력을 꾸준하게 모아왔다. 그는 꾸준히 험지로 통하는 노원병에 출마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국민의힘 소속 출마는 불가하다. 그의 당원권 정지 시점은 내년 1월8일이다.

물리적으로 후보 등록 시기를 고려하면 사실상 신청 자체도 쉽지 않다. 다만 당 지도부의 의결이 이뤄진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이 전 대표가 나간 뒤, 국민의힘 청년층 지지세는 한동안 크게 휘청거렸다. 지금쯤 당 지도부에선 이 전 대표의 복귀 및 완전한 손절을 두고 청년세대의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서 계산기를 두드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청년의 중요성을 연일 체감하고 있으며 현재 청년층의 지지가 굳건하지 않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이런 탓에 연일 청년에 방점을 찍고, 예비군 학습권 보장 법제화, 452억원 규모 학자금 대출이자 면제, 1140억원 규모의 국가장학금 지원 확대 등을 정책으로 내걸고 있다.


이 같은 공약이 성공한다면 이 전 대표는 더 이상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청년층이 국민의힘에 손을 내밀지는 미지수다. 이 전 대표는 계속 민심 속으로 걸어 들어가며 보수 정치인에게 약한 부분을 공략해나가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놓고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에 반기를 드는 중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민주당으로 입당하라는 힐난까지 나온다. 그는 윤정부의 정책, 오염수 방류, 킬러 문항 삭제 등 매 사안이 발표될 때마다 어깃장을 놓고 있다.

반기 접고
원팀으로?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유 전 의원에게 분탕질만 한다며 노골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용 의원은 유 전 의원을 향해 “정치인 유승민은 사라졌고, 정치 협잡꾼 유승민만 남았다”며 날 선 비판을 했다. 유 전 의원이 자신의 몸값을 부풀리기 위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유 전 의원은 범보수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지속적으로 국민의힘과, 윤정부에 가한 공격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 전 의원이 노리는 지점도 결국 ‘민심’으로 오염수 방류는 국민의 상당수가 반대 중인 사안이다. 국민의힘이 상당히 고민되는 지점일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당내에서의 이미지는 좋지 않으나, 대외적으로 유 전 의원의 인지도는 전 국민적으로 어느 정치인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유 전 의원은 일찍부터 민주당과 국민의힘, 윤 대통령을 싸잡아 비판해왔다. 이른바 중도 무당층을 노리고 있는 셈이다. 결국 총선이나 다음 대선서 민심을 미리 다져놓기 위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유 전 의원의 내부 총질이 불편할 수밖에 없지만, 마땅히 대처할 방도가 없다. 여러 인사들이 유 전 의원에게 경고와 비판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징계 등의 조치는 따로 내려지지 않았다. 민심이 유 전 의원의 무기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당내 일각에선 총선 때 유 전 의원의 손을 잡아야 한다는 인식도 생겼다. 그러나 여권의 거부감이 워낙 큰 만큼 실제로 손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 전 의원이 말로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면, 행동으로 일찌감치 지역구 다지기에 돌입한 인물이 있다. 바로 안철수 의원이다. 

안 의원은 전당대회 당시 윤 대통령과 윤안 연대(윤석열-안철수 연대)를 외치고 나섰으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비판하고 나섰다가,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규정됐던 바 있다. 

유, 차기 대권주자 1위 무당층 포섭
이, 청년표 계산 뒤 손잡을 지 결정

앞서 안 의원은 재보궐선거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지역구에 입성했었다. 그러나 전대 이후 김 수석이 다시 안 의원 지역구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왔다. 안 의원은 지역구 변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입장서도 안 의원은 위협적인 존재다. 

정치권에선 안 의원의 지역구를 윤심 공천 가늠자 격으로 보고 있다. 친윤(친 윤석열)계서 비윤(비 윤석열)계로 낙인찍혀버린 안 의원에게 다른 지역구를 제안할 경우, 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안 의원 역시 유 전 의원이나 이 전 대표처럼 민심에선 여느 정치인 못지 않은 인물로 통한다. 안 의원이 열심히 지역구를 다지고 있는 것은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안 의원에게도 험지 출마론과 본래 지역구였던 노원병 출마설이 제기됐으나, 현 지역구인 성남분당갑을 무조건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조금씩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오고 있다. 

당내에서는 개인적 행보에 쏠려 있다는 비판이 가해지고 있지만, 안 의원은 스스로 미리 민심을 다져놓으면 당내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는 모양새다. 경기도당위원장 역시 다른 인물에게 양보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도 일부 안 의원에 대한 정치적 인지도 등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당내 주류 세력과 갈등을 겪었던 터라 그의 손을 쉽사리 잡지도, 뿌리치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안 의원, 유 전 의원과 반대로 잠행을 택한 인물도 있다. 바로 나경원 전 원내대표다. 나 전 대표는 대통령실의 압력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 자리서 물러났으며, 당 대표 출마도 포기했다. 

지난해 수해복구 현장부터 얼굴을 드러내며 지역구 관리에 힘써왔다. 하지만, 현재는 다양한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면서 공천 여부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정치권에서는 전투력이 강한 나 전 의원 역시 필요한 인물로 보고 있다. 본래 보수 세력에게 호감도가 높았던 인물인 데다 보수의 대표적 여성 정치인이다. 차기 총선서 국민의힘에게 필요한 얼굴 중 한 명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선 반드시 비윤·친윤 세력이 손을 잡아야 한다. 

단순히 당에 반기를 들었던 인물이라는 이유로 총선을 앞두고 내칠 경우, 보수당의 분열은 불보듯 뻔하다. 또 측근 공천, 낙하산 공천 등 공천 파동이 일어나게 된다면 차기 총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 앞서 국민의힘은 대선 과정서도 수많은 다툼과 화해가 반복돼왔다.

내부의 적
역풍 우려

당시처럼 억지로라도 손을 잡고, 총선 승리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대표 역시 이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는 없다. 전당대회는 결국 내부 조직 다지기에 그치지 않아 극단적인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총선은 민심과 얼굴로 치를 수밖에 없어 하루라도 빨리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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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