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용’ 안철수·나경원·유승민·이준석 끌어안기

멀어진 4인방 다시 모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공개적으로 또 전략적으로 필요한 대응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어쩐지 쉽지 않다. 이러다가 차기 총선서 정말 필패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국민의힘 내부서 감돈다. 최근 들어 내친 인물들이 다시금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도 내치기 전에는 이미지가 정말 괜찮았기 때문이다. 배신자, 총질러, 방해꾼에게 손을 다시 내밀게 될까?

22대 총선 디데이가 200일대까지 떨어지며 한층 더 바짝 다가왔다. 국민의힘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우려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온다. 돈봉투 사건 및 코인 거래 의혹 등 더불어민주당 내 악재가 연속적으로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당협위원장 공모에 수도권 신청이 저조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어쩐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급하다 급해
총선 빨간불

국민의힘은 최근 당협위원장 공모에 나서는 등 총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앞서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서울 9곳 ▲부산 1곳 ▲인천 3곳 ▲울산 1곳 ▲대전 2곳 ▲경기 14곳 등 총 36개 지역에 대한 공모를 진행했다. 조강특위는 사고당협 조직위원장 공모를 보고받은 뒤,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처럼 국민의힘에서는 경쟁력 있는 인물을 물색하고 있는 중이다. 청년에 초점을 맞춰 젊은 기업인 등 인재 영입에도 힘을 쏟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번 당협위원장 공모의 특징은 현역 의원 외에도 원외 인사들 다수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 중에는 대통령실 출신의 인물도 포함돼있는데 바로 이승환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대통령실 출신으로는 2번째다. 상황이 이쯤 되자 국민의힘에는 한층 더 불안함이 감돈다. 부산 물갈이설, 수도권 험지 출마론 등 여러 이야기가 나와서다. 


황보승희 의원 발 논란이 물갈이설의 시발점이다. 황보 의원의 지역구는 부산 중·영도인데 그에게 최근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사생활 논란이 일었다. 앞서 논란이 일자 그는 국민의힘 탈당 및 총선 불출마까지 선언했다. 이런 탓에 부산 일대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관건은 황보 의원의 지역구에 누가 ‘공천’을 받게 되느냐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다고 평가되는 검찰 출신 인사 가운데 부산 출신이 많다는 것도 물갈이설에 힘을 보탠다. 현재 부산 지역의 국민의힘 의원은 총 14명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중 일부 인사는 부산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 출마할 수 있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당이나 지역을 제대로 다져놓지 못했다고 평가받는 이들이 주로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 특성 탓에 부산 지역은 보수당 소속으로 출마하면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란 것도 특징이다. 수도권 험지 출마론도 현역 의원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는데, 영남권 소속 의원들을 대거 수도권에 출마시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안, 미리 민심 다져…비윤이나 필요
나, 보수 대표 여성 정치인급 인정

이미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소속으로 험지에 출마할 인물이 딱히 없다는 걱정이 나온다. 수도권에 인재가 고갈된 데다, 그나마 있던 인재들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다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일단 수도권은 확실히 문제로 거론되는데, 조강특위 공모 지역 36곳 중 무려 26곳(서울 14곳, 경기 3곳, 인천 3곳)이 수도권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수도권은 지역구 의석을 50% 가까이 차지할 만큼 수가 많다. 총선 때마다 중도 표심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지역이고 전체 총선의 향배를 가르기도 한다. 이번에 포함된 수도권 26개 지역은 국민의힘이 대부분 패배해온 지역이라 더욱 험지로 분류된다. 


특히 지난 20대 총선에선 단 한 지역도 가져오지 못했다. 신청만 하면 공천받을 확률이 높지만, 대부분 기피한다. 현역 의원이 없는 탓에 조직 관리가 힘들며 대표적인 ‘얼굴 없는’ 케이스로 불린다. 

게다가 제3지대들이 속속 출현하거나 출연을 예고하고 있어 국민의힘에 불편 요소로의 작용이 불가피하다. 이들은 무당층(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층)을 노리고 있으며, 무소속 양향자 의원의 경우 ‘청년층’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역시 조만간 창당을 선언할 예정이다.

이들 모두 ‘새 정치’를 내걸고 기존의 양당 정치세력을 타파하겠다는 게 주요 목표다. 현실적으로 제3지대의 성공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들이 노리는 지점은 기존 정당들의 빈틈이다. 국민의힘 역시 틈을 메우기 위해 방법을 고심 중이다.

그러나 결국 총선은 얼굴(인물)로 치러지는 경향이 강한데, 이런 점에서 국민의힘의 가장 큰 난관 중 하나가 바로 얼굴로 어느 인물을 세우느냐다. 막연하게 김기현 대표와 윤 대통령의 얼굴로만 총선에 돌입하기에는 다소 부담이 따르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에 뒤처져 있다. 국민의힘은 지지율 반등을 위해 키워드로 ‘방탄 국회’ ‘이재명’ ‘문재인정부’를 밀고 있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언제까지 남탓만 하겠냐며 비판 목소리도 들린다.

갈길이 막막
악재 투성이

민생에 방점을 찍고, 괜찮은 메시지를 내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김 대표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윤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국정운영 지지율이 30% 후반 대와 40% 초반대를 오가며 박스권에 갇혀 있다.

결국 자체적으로 ‘얼굴’을 고심할 수 밖에 없는 시기가 온 셈이다. 이 같은 인식은 이준석 전 대표의 지역구는 손을 대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은 당시에도 해당 지역을 손대지 않았으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는 국민의힘에서도 일정 부분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인지도를 인정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성비위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으며 대표직서 물러났다. 이후 이 전 대표는 원외서 세력을 꾸준하게 모아왔다. 그는 꾸준히 험지로 통하는 노원병에 출마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국민의힘 소속 출마는 불가하다. 그의 당원권 정지 시점은 내년 1월8일이다.

물리적으로 후보 등록 시기를 고려하면 사실상 신청 자체도 쉽지 않다. 다만 당 지도부의 의결이 이뤄진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이 전 대표가 나간 뒤, 국민의힘 청년층 지지세는 한동안 크게 휘청거렸다. 지금쯤 당 지도부에선 이 전 대표의 복귀 및 완전한 손절을 두고 청년세대의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서 계산기를 두드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청년의 중요성을 연일 체감하고 있으며 현재 청년층의 지지가 굳건하지 않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이런 탓에 연일 청년에 방점을 찍고, 예비군 학습권 보장 법제화, 452억원 규모 학자금 대출이자 면제, 1140억원 규모의 국가장학금 지원 확대 등을 정책으로 내걸고 있다.


이 같은 공약이 성공한다면 이 전 대표는 더 이상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청년층이 국민의힘에 손을 내밀지는 미지수다. 이 전 대표는 계속 민심 속으로 걸어 들어가며 보수 정치인에게 약한 부분을 공략해나가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놓고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에 반기를 드는 중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민주당으로 입당하라는 힐난까지 나온다. 그는 윤정부의 정책, 오염수 방류, 킬러 문항 삭제 등 매 사안이 발표될 때마다 어깃장을 놓고 있다.

반기 접고
원팀으로?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유 전 의원에게 분탕질만 한다며 노골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용 의원은 유 전 의원을 향해 “정치인 유승민은 사라졌고, 정치 협잡꾼 유승민만 남았다”며 날 선 비판을 했다. 유 전 의원이 자신의 몸값을 부풀리기 위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유 전 의원은 범보수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지속적으로 국민의힘과, 윤정부에 가한 공격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 전 의원이 노리는 지점도 결국 ‘민심’으로 오염수 방류는 국민의 상당수가 반대 중인 사안이다. 국민의힘이 상당히 고민되는 지점일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당내에서의 이미지는 좋지 않으나, 대외적으로 유 전 의원의 인지도는 전 국민적으로 어느 정치인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유 전 의원은 일찍부터 민주당과 국민의힘, 윤 대통령을 싸잡아 비판해왔다. 이른바 중도 무당층을 노리고 있는 셈이다. 결국 총선이나 다음 대선서 민심을 미리 다져놓기 위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유 전 의원의 내부 총질이 불편할 수밖에 없지만, 마땅히 대처할 방도가 없다. 여러 인사들이 유 전 의원에게 경고와 비판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징계 등의 조치는 따로 내려지지 않았다. 민심이 유 전 의원의 무기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당내 일각에선 총선 때 유 전 의원의 손을 잡아야 한다는 인식도 생겼다. 그러나 여권의 거부감이 워낙 큰 만큼 실제로 손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 전 의원이 말로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면, 행동으로 일찌감치 지역구 다지기에 돌입한 인물이 있다. 바로 안철수 의원이다. 

안 의원은 전당대회 당시 윤 대통령과 윤안 연대(윤석열-안철수 연대)를 외치고 나섰으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비판하고 나섰다가,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규정됐던 바 있다. 

유, 차기 대권주자 1위 무당층 포섭
이, 청년표 계산 뒤 손잡을 지 결정

앞서 안 의원은 재보궐선거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지역구에 입성했었다. 그러나 전대 이후 김 수석이 다시 안 의원 지역구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왔다. 안 의원은 지역구 변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입장서도 안 의원은 위협적인 존재다. 

정치권에선 안 의원의 지역구를 윤심 공천 가늠자 격으로 보고 있다. 친윤(친 윤석열)계서 비윤(비 윤석열)계로 낙인찍혀버린 안 의원에게 다른 지역구를 제안할 경우, 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안 의원 역시 유 전 의원이나 이 전 대표처럼 민심에선 여느 정치인 못지 않은 인물로 통한다. 안 의원이 열심히 지역구를 다지고 있는 것은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안 의원에게도 험지 출마론과 본래 지역구였던 노원병 출마설이 제기됐으나, 현 지역구인 성남분당갑을 무조건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조금씩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오고 있다. 

당내에서는 개인적 행보에 쏠려 있다는 비판이 가해지고 있지만, 안 의원은 스스로 미리 민심을 다져놓으면 당내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는 모양새다. 경기도당위원장 역시 다른 인물에게 양보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도 일부 안 의원에 대한 정치적 인지도 등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당내 주류 세력과 갈등을 겪었던 터라 그의 손을 쉽사리 잡지도, 뿌리치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안 의원, 유 전 의원과 반대로 잠행을 택한 인물도 있다. 바로 나경원 전 원내대표다. 나 전 대표는 대통령실의 압력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 자리서 물러났으며, 당 대표 출마도 포기했다. 

지난해 수해복구 현장부터 얼굴을 드러내며 지역구 관리에 힘써왔다. 하지만, 현재는 다양한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면서 공천 여부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정치권에서는 전투력이 강한 나 전 의원 역시 필요한 인물로 보고 있다. 본래 보수 세력에게 호감도가 높았던 인물인 데다 보수의 대표적 여성 정치인이다. 차기 총선서 국민의힘에게 필요한 얼굴 중 한 명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선 반드시 비윤·친윤 세력이 손을 잡아야 한다. 

단순히 당에 반기를 들었던 인물이라는 이유로 총선을 앞두고 내칠 경우, 보수당의 분열은 불보듯 뻔하다. 또 측근 공천, 낙하산 공천 등 공천 파동이 일어나게 된다면 차기 총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 앞서 국민의힘은 대선 과정서도 수많은 다툼과 화해가 반복돼왔다.

내부의 적
역풍 우려

당시처럼 억지로라도 손을 잡고, 총선 승리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대표 역시 이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는 없다. 전당대회는 결국 내부 조직 다지기에 그치지 않아 극단적인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총선은 민심과 얼굴로 치를 수밖에 없어 하루라도 빨리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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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