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도 모르는’ 아이들 문해력 이대로 좋은가

양극화 심해지고 
비판력 사라지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사흘간 무운을 빌었는데 금일 또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 최근 불거진 문해력 논란을 관통하는 우스갯소리다. ‘사흘’을 넘어 ‘심심한 사과’로 이어지는 문해력 논란이 뜨겁다. 한국의 실질적 문맹률 논쟁부터 세대 간 갈등, 공교육의 실패와 양극화 등 불똥이 곳곳으로 튀고 있다. 단순히 혹자의 무지라며 비웃고 넘어갈 일은 아니라는 의미다.

발단은 지난달 20일, 서울의 한 카페가 SNS에 올린 공지글이다. 이 카페는 웹툰 작가 사인회 예약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 것을 두고 “예약 과정 중 불편을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고 적었다.

곳곳 불똥
일파만파

문제는 꽤 많은 SNS 이용자가 ‘심심한’의 뜻을 잘못 받아들이면서 발생했다. 본래 의도한 뜻인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 대신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로 이해한 것이다.

이에 일부 이용자는 해당 공지에 “심심한 사과라니 난 하나도 안 심심하다”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고 무슨 심심한 사과?” “앞으로 공지글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 올리는 게 어떨까” 등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반응이 화제로 떠오르면서 그동안 간간히 알려졌던 문해력 논란 사례가 함께 급부상했다. 예컨대 ‘금일’로 표기된 서류 마감일을 ‘금요일’로 잘못 알아 인사담당자와 갈등을 빚은 취업준비생의 일화, ‘고지식하다’를 ‘높은 지식(high+Knowledge)’으로 알았다는 등의 일화다.


지난해 대선 기간에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출마 선언을 한 안철수 대표를 향해 “무운(武運)을 빈다”고 한 발언을 “운이 없기(無運)를 빈다”고 잘못 해석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이외에도 사흘을 4일로 오인하는 일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지적된 사례다. 

일각에서는 예견된 비극이라는 평이 나온다. 몇 년간 국민의 평균적인 문해력이 떨어지는 추세가 꾸준히 보였다는 의미다.

지난달 23일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2017년 조사 결과, 전체 성인의 22%인 960만명이 일상생활에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실상 문맹인’이라고 보고했다. 실질 문맹이란 글을 읽고 쓸 줄은 알지만,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의미한다. 일명 문해력의 문제다.

최근 교육현장 일선에서도 비슷한 하소연이 전해진다. 학교와 학원 교사들은 학생들의 낮은 문해력에 덩달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테면 학생들이 교과서나 교재를 읽어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식이다. 

한 교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수업 내용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교과서에 적힌 단어를 설명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다. 학생마다 다르긴 하지만 수업 진행에 불편을 느낄 정도로 많은 학생의 어휘력‧문해력이 떨어져 있다”고 하소연했다.

성인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전반적인 읽기 소양 수준 역시 전반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말 펴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읽기 능력은 비교적 크게 하락했다.


한국 학생들은 읽기·수학·과학 등 세 가지 영역 평균 점수가 2009년에 비해 모두 하락했다. 이 중 읽기 영역의 성취 낙폭이 가장 컸다.

연구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문장이나 짧은 단락의 의미를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축자적 의미 표상’의 정답률이 두드러지게 낮았다. 이 때문에 기초적 읽기 능력과 관련된 분야에서 성취가 낮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심심한 사과’ 심심한 게 뭐냐? ‘발칵’
교과서·교재 내용 이해 못 하는 학생들

읽기 능력이 떨어진 원인으로는 단연 독서율 감소가 꼽힌다. 국내 독서율은 매년 내림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만 19세 이상 성인 6000명과 초등학생(4학년 이상) 및 중·고등학생 3320명을 상대로 시행한 ‘국민 독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47.5%, 연간 종합 독서량은 4.5권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 시행된 이전 조사에 비해 각각 8.2%포인트, 3권 줄어든 수치다. 초·중·고교 학생의 경우에는 연간 종합독서율은 91.4%, 연간 종합독서량은 34.4권이다. 이 역시 2019년과 비교하면 독서율은 0.7%포인트, 독서량은 6.6권 감소했다.

반면 우리나라 문해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거나 젊은 층의 문해력이 기성세대보다 낮은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근거가 되는 지표는 2013년 OECD가 실시한 국제 성인 역량조사(PIAAC)다.

해당 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16~64세)의 문해력은 중상위권이었다. 16~24세 청년층은 최상위권, 45∼54세는 하위권, 55∼65세는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실질문맹률 관련 지표 해석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지난달 3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실질문맹률을 지적하는 이들이 사용한 근거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실질문맹률 75%는)21년 전 조사를 이용한 침소봉대”라며 “지금은 실질문맹률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흔히 인용되는 ‘실질문맹률 75%’의 근거가 되는 자료는 2004년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표한 ‘교육인적자원지표’다. 이는 문해력 단계를 1~5단계로 나눠 1단계는 문해력에 취약한 수준, 2단계는 단순 작업에는 대응할 수 있지만 새로운 직업 등을 학습하는데 문해능력이 부족한 수준 등으로 분류했다. 

2001년 진행한 조사에서는 1단계가 38.0%, 2단계가 37.8%로 집계됐다. 이 둘을 합하면 약 75%가 된다.


올라갔나
떨어졌나

하지만 최근의 문해능력 조사에서는 수치상으로 큰 변화가 있다는 게 신 교수 설명이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발표한 ‘2020년 성인문해능력조사’를 살펴보면 1단계 비율은 4.5%, 2단계 비율은 4.2%로 집계됐다.

신 교수는 “1~2단계를 실질문맹률이란 기준으로 하더라도 2020년 조사에선 8.7%밖에 되지 않는 것”이라 설명했다.

상반된 주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세대 간 갈등도 확전 양상을 보인다. 한쪽에서는 유튜브 시대에 독서나 한자 교육 부족이 낳은 어휘력의 빈곤을 걱정하고, 다른 한쪽에선 반지성주의, 반엘리트주의적 흐름이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문해력 부족 자체뿐 아니라 이를 바로잡는 지적에 대해 ‘잘난체하는 꼰대’로 여기는 태도가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이들은 ‘일상 표현을 배제하고, 굳이 어려운 단어를 선택하는 행태가 문제’라는 주장을 편다. 상식-비상식의 대립이 세대 갈등으로 치환되는 흐름이다.

이와 관련해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성세대의 올바른 지적조차 꼰대 문화로 치부하며 ‘내가 주류다’라는 식으로 세몰이하는 네티즌이야말로 ‘젊은 꼰대’의 전형”이라고 일침을 던졌다.


이외에도 ‘본질적 문제는 종전의 문해력 정의에서 찾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 사회에선 기존의 활자 인식 능력을 넘어 온라인정보해석 능력이 요구된다. 일명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문해력)’다. 한국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낙제점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바꿔 말하면 디지털 기기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온라인정보를 바르게 해석하거나 취합한 정보를 활용해 더 생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외려 떨어진다는 뜻이다.

정작 문제
다른 곳에

한국 학생의 디지털 문해력은 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이다. 지난해 5월 OECD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 학생(만 15세)이 온라인에서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문제를 맞히는 ‘정답률’은 25.6%에 그쳤다. 미국 69.0%, OECD 평균 47.4%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득수준에 따라 디지털 문해력 격차가 벌어지고, 또 이로 인해 소득격차가 벌어지는 악순환이 전망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울 중고교생 1만3141명을 조사한 결과, 부모 경제력에 따라 디지털 문해력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는 지난달 28일 ‘Z세대 서울학생의 디지털 리터러시와 학교 환경의 관계’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정보 활용, 미디어 비판 등에 대한 개인 능력은 가정 경제 수준에 따라 최대 9.1%포인트까지 격차를 보였다.

이를테면 ‘인터넷정보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다’는 문항에 가정환경이 ‘상’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81.5%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중’ ‘하’라고 응답한 학생이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75.7%, 72.4%에 그쳤다. 

온라인플랫폼 및 자료학습 활용, 인터넷정보 사실 구분 여부 등 다른 문항에서도 경제 수준에 따라 3∼9%포인트씩 차이가 났다. 보고서는 “가정환경에 따른 디지털 문해력 격차가 유의미하게 나타났다”며 “취약계층 학생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 없는 게 무운?
잘못 해석 촌극도

디지털 문해력 격차가 학습 능력 격차와 성인이 된 후 소득격차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청소년 시기)디지털 활용 능력 차이가 향후 직업 선택의 폭까지 좌우할 수 있다”며 “디지털 교육 기반이 열악한 지역이나 취약계층을 위한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학생들의 디지털 문해력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대통령까지 관련 발언을 통해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인재 100만명 양성 방안’을 보고받고 “디지털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체계적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관련 부처인 교육부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2022 개정 교육 과정’ 시안에는 문해력 교육 보충안이 대거 포함됐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국어 수업시간이 지금보다 34시간 늘어날 예정이다. 고등학교에선 미디어 문해력을 높일 목적으로 ‘매체 의사소통’ 과목을 신설한다.

‘독서와 작문’ ‘독서 토론과 글쓰기’도 선택과목으로 도입해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울 방침이다.
새 교육과정은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 2025년 중·고교 1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교육부가 즉각 행동에 나선 배경은 이미 문해력 저하 현상을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학력조사 결과를 통해 문해력 저하 현상을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는 것.

지난해 교육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고교 2학년의 국어과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64.3%에 그쳤다. 2019년 77.5%였던 게 2년 만에 13.2%포인트 하락했다. 중학교 3학년 역시 같은 기간 82.9%에서 74.4%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새 교육과정은 취학 초기부터 기초 문해력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교육부는 개정 국어과 교육 과정에서 “다양한 유형의 글, 작품, 복합 매체 자료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창의적으로 표현한다”고 명시했다.

가르치면
달라질까

일부에서는 언어 교체 속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한자어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천정환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한자에 대한 교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건 보수적인 접근”이라며 “이보다 어려운 한자어로 된 개념어 학습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관련 주장을 일축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해력 논란 타고…관련 도서 열풍

최근 불거진 ‘심심한 사과’ 논란에 서점가가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

어휘력·문해력 도서를 찾는 이가 부쩍 늘어나면서 해당 분야 출간‧판매가 활발하다.

지난 1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어휘력·문해력 관련 도서 출간이 최근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온라인 서점 예스24가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교재류를 제외한 어휘력·문해력·글쓰기·맞춤법 관련 인문서 출간 종수를 집계한 결과, 116종으로 확인됐다.

전년 동기 대비 43.21% 증가한 수치다.

일찍이 자녀의 기초 어휘력과 문해력을 길러 주려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코로나19 유행의 여파로 학습 격차가 벌어진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어린이 대상 관련 도서는 2020년 5종에서 지난해 33종으로 늘었으며 올해도 전년 동기 대비 276.34% 판매 성장률을 보인다.

다만 이 같은 독서 열풍이 세대 간극을 메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작 문해력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고 평가받는 Z세대의 참여가 비교적 저조한 탓이다. 

예스24 관계자에 따르면 관련 도서 구입 연령대는 40대(33.82%) 30대(25.98%) 50대(17.39%) 20대(16.34%) 순이다.

구입 연령대만 놓고 보면 문해력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중‧장년층의 도서 구매 비율이 청년세대 몫을 웃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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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에테르노 압구정 아파트 시행사 ‘넥스플랜’ 회장 차준영이 영화배우 김모씨와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 카지노 관계자는 지난해 7월경 ‘VVIP 고객인 차준영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 출입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업계 관계자와 나눴다. 문제는 5100억원에 달하는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차준영이 어떻게 워커힐 카지노 VVIP냐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카지노 출입설’이 단발성 풍문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PM 전문가로 알려진 차준영은 축구선수 손흥민, 연예인 황정음 등의 에테르노 분양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의 임대관리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인 차준영은 에테르노 청담, 압구정의 시행사 넥스플랜의 회장이다. 에테르노 간 큰 베팅 최근 차준영은 조카인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이 불륜 관계라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더팩트>에 제보하기도 했다. 이른바, ‘MC몽 불륜설’을 흘린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주식 21%에서 출자전환 후 2%를 소유했던 MC몽에게 ‘나누어 갖자’며 강요했던 사건에서 출발한다. 현재 차준영에게는 DL이앤씨 등과 소송 과정에서 발생한 수천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채무가 있다. MC몽이 스스로 불륜설이 조작이었음을 주장하자, 그의 해외 원정도박 등을 언론사에 제보한 것도 차준영이다. 압구정의 모 샤브샤브 전문점 사장에 따르면 “최근 연예인 해외원정 도박 기사를 쓴 종편 방송 기자들에게 차준영이 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미국 영주권자인 차준영은 국내 카지노를 활보하면서 한 연예인의 해외 도박을 제보한 셈이다.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26일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동종업계 종사자와 나눈 카카오 메시지에서 넥스플랜 차준영의 요청으로 가수 겸 배우 김씨와 지인 여성들이 함께 출입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씨는 내국인인데 워커힐 파라다이스 입장이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차준영 회장과 같은 VVIP 고객의 요청이기 때문에 김씨의 Visitor(방문객) 출입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에서 VIP란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 5일 이상 게임해야 하고, 한 게임당 평균 50만원 이상을 베팅해야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게임 실적을 분석한 두 달 동안 로스 금액(따거나 잃은 돈)이 1억원 이상 유지돼야 한다. 이보다 더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등급이 VVIP인데 보통 카지노에서 초청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카지노 업계에서 차준영은 “수백억원을 베팅하는 큰 손”이라고 표현했다. MC몽도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차준영은 나에게 10~20억원 정도는 배팅해야 된다며 도박을 권유했던 사람”이라며 “시행사 투자금 들고 카지노 쫓아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차명 통장으로 분양금 받아 차준영 회사로 황정음·손흥민 에테르노 분양 대금의 행방 다만 대한민국 카지노 출입 기준은 ‘VIP 여부’가 아니라 ‘국적’이다. 현행 관광진흥법상 내국인은 원칙적으로 카지노 출입이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는 외국 국적자에 한한다. 카지노 멤버십 등급, VIP·VVIP 여부, 이용 금액, 단골 여부 등은 출입 적법성 판단에 어떠한 법적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VVIP의 요청이라서 김씨의 출입을 허용했다”는 설명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면책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카지노 사업자가 출입자 신분 확인 의무를 완화하거나 소홀히 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에 가깝다. “VIP 요청이라 허용했다”는 표현은 김씨의 출입 허용 판단의 기준이 ‘법’이 아니라 고객의 경제적 가치였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차준영의 도박 자금의 출처도 궁금해진다. 차준영은 ‘에테르노 압구정’을 분양하는 과정에서 친형이자 피아크 그룹 차가원 회장 아버지인 차대영의 계좌로 분양계약금 등 수백억원을 받은 뒤, 자신의 회사인 넥스플랜 계좌로 25억원을 입금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통장 이체 내역을 살펴보면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에테르노 압구정 시행수탁자인 A 신탁에서 차대영의 통장으로 30억원이 이체됐다. 이어 3월24일 오전 10시43분 넥스플랜으로 5억원이 이체되는 방식으로 총 25억원이 넥스플랜으로 직접 흘러갔다. 앞서 차준영은 2024년 9월 DL이앤씨로부터 받은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 패소하면서 518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통장과 제반 금융에 압류가 설정되자, 차준영은 “가족에게 생활비를 송금한다”는 목적으로 차대영이 개설한 통장을 빌렸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대영은 2024년 10월경 “예금채권 압류로 정상적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졌다”는 사정을 호소한 동생에게 생활비 등 기본 거래용이라며 하나은행 저축예금 계좌 1개를 무상으로 빌려줬다. 그러나 2025년 7월경 거래내역을 확인하자 잔액이 0원이었고, 생활비 용도와 무관한 거액 거래가 다수 발견돼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통장을 재발급받은 뒤 2025년 7월25일 내용증명으로 사용허락 철회를 통지했다는 것이다. 꿀꺽한 ‘셀럽 마케팅’ ‘신탁형 PF’ 구조인 에테르노 압구정은 분양수입금이 신탁계약상 A 신탁사 명의 관리계좌로 수납돼야 하는데 ‘차준영→넥스플랜’으로 직접 받으면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납부효력이 문제될 수 있고(미납 취급 위험), 신탁사가 보호해줄 수 없는 영역이 생긴다”는 논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형사상 “업무상 횡령” 및 “자금세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에 차대영은 동생을 상대로 계약서 위조 및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차준영은 차대영의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계약을 지난 2024년 30억원에 체결하기도 했다. 차준영과 A 신탁사 직원이 공모해 계약명의자인 차대영의 동의 없이 분양계약서를 위조하고 거액을 이체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대영은 지난해 12월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차 회장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총 3명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시행사는 차준영의 회사인 넥스플랜, 신탁사는 A 신탁, 시공사는 장학건설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준영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3명은 2024년 10월25일께 차대영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한 채의 공급계약서를 위조했다. 위조계약서를 A 신탁, 장학건설 관계자에게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했다는 게 차대영 측 주장이다. 이어 2025년 3월12일께 같은 방법으로 차대영 명의의 공급계약 해제합의서를 다시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장 거래내역을 보면 2024년 10월25일 오후 2시39분 차대영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에서 A 신탁 계좌로 30억원이 ‘에테르노 압구정 102호 분양대금 일부’ 명목으로 이체됐다. 오후 2시44분 이 거래는 취소됐고 다시 오후 2시50분 같은 금액을 재이체했다. 이후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공급계약 해제에 따른 분양대금 반환’ 명목으로 30억원이 계좌로 반환됐다. 날아간 통일 동산 차대영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내 계좌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며 “나는 분양계약을 체결한 적도, 그에 대한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A 신탁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신탁사가 수십억원대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자 본인의 신분증 확인, 본인 서명 또는 날인, 본인 통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대리인이 계약하더라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필수다. 에테르노 압구정은 축구선수 손흥민, 황정음 등 연예인들이 2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아파트로 관심을 끌었다. 이와 반대로 분양대금은 차준영이 친형에게 빌린 통장으로 입금돼 관리되고 있던 것이다. 배우 출신 황정음의 에테르노 압구정의 수상한 계약도 눈길을 끈다. 2025년 3월20일 황정음은 압구정 모 부동산에서 총 분양금 230억원에 달하는 ‘에테르노 압구정 501호’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통상 총 분양금에 10%에 달하지만, 황정음의 계약금은 4억원이라는 점도 특혜성 계약이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황정음 측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계약금이 아니라 청약금인 줄 알았다”며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철회 의사를 밝혔으나 현재까지 4억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에테르노를 분양받은 손흥민 등 일부 유명인사들은 차준영을 직접 만나 거래하기도 했다. 차준영이 친형의 통장을 빌린 결정적인 이유는 파주 통일동산 개발사업의 실패다. 2024년 9월 DL이앤씨는 파주 통일동산 콘도 사업과 관련해 넥스플랜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5000억원대 지급 판결을 받아냈다. 판결 금액, 공사 중단 경위, 청구 내역(공사비·구상금·대여금 등)과 같은 구체 항목까지 드러났다. <비즈한국>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박준민)은 2024년 9월10일 DL이앤씨가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 시행사이자 차준영이 운영하던 ‘시티원’을 상대로 낸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시티원이 DL이앤씨에 518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분양가 230억인데···황정음 계약금 4억 어디로? 시티원에서 넥스플랜으로…법인 바꾸고 자금 회수 인용된 청구 채권은 하자보수금을 제외한 기성 공사비 611억원과 구상금 3524억원, 대여금 1000억원, 지연손해금(법정이자) 50억원 등이다. 앞서 DL이앤씨는 ​2020년 8월 공사비 등 이 사업에 투입한 비용 총 5781억원을 정산해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청구 채권 상당액을 인정한 일부 승소 판결이 나온 셈이다. 소송 당사자인 시티원과 DL이앤씨는 각각 이 사업 시행사와 시공사로, 2006년 12월 공사 기간을 28개월, 공사비를 4125억원, 지체상금을 1일당 공사비 0.1%(최대 5%)로 정하는 공사 도급계약을 맺었다. 공사대금은 분양대금 납입 일정에 맞춰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공정률 33%에서 18년째 멈춰 있다. 결국 DL이앤씨는 2020년 8월 사업비용을 정산해 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공사 중단까지 투입된 공사비 1207억원과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변제한 시티원 채무 3524억원, 시티원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 1000억원에서 상계 채권을 제외한 총 5781억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DL이앤씨는 이 사업 시공자로서 공사비를 직접 투입한 것은 물론 시티원 측에 사업비를 직접 대여하거나 연대보증인으로서 시티원이 갚지 못한 사업비 원리금 등을 대신 갚아왔다. 시티원은 오히려 DL이앤씨가 사업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 지체상금과 사업 손해를 물어내야 한다며 2022년 4월 반소를 제기했다. 양측이 맺은 도급 계약에 따라 DL이앤씨가 착공일로부터 28개월까지 공사를 마쳐야 하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는 것. 공사 현장은 20년 동안 방치돼 흉물이 됐다. 공사 재개에는 2691억원이 필요해 회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DL이앤씨가 현장을 철거하고,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187억원(공사비 5%)과 미래 분양 수익을 포함한 사업 손해 5140억원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차준영의 자금 운용 건전성에 적신호는 해소되지 못한 반면, 카지노에선 VVIP로 불렸다. 정작 부동산시장에서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불과 수개월전까지 워커힐 카지노를 출입한 셈이다. 차준영에게 제기된 문제는 초고가 주택 분양 계약의 공정성, 대형 개발사업의 책임 귀속, 그리고 국내외 카지노 출입 논란까지 확장되고 있다. 법인 바꿔 타짜 행세 쟁점 중 하나는 ‘에테르노 압구정 직접 계약’이다.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이 에테르노 압구정과 관련해 시행사 대표와 직접 계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분양 절차의 투명성과 이해상충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통상 초고가 주거상품의 분양은 다층적 심사·중개·검증 절차를 거치는데, 이 과정이 축약되거나 개인 간 직거래로 처리됐다면 ‘특혜’ 또는 ‘절차 생략’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