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TV> '고물가 시대' 속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에게 현주소를 묻다

[기사 전문]

저는 소비자시민모임의 사무총장으로 있는 윤명이라고 합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소비자 권익 향상을 위해서 활동하고 있는 소비자 단체이고요. 국제소비자기구와 연대해서 활동하고 있는 이사단체입니다.
 

- 최근 물가는 어떤지?
소비자 단체에서 하는 주요 활동 중의 하나가 '물가 감시활동'이에요.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하는 현장에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가 어느 정도로 올라가고 있는지, 아니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거기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개선할 있는 방안들을 재현하기도 하는 활동들을 하고 있는데요.

특히 식료품, 식품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직접적인 생활 체감물가이기 때문에 영향을 많이 받는 같습니다.

외식 물가도 너무 많이 올라서 "우리가 외식도 어렵다", 그리고 과거에는 배달도 많이 시켜서 먹었다고 하는데 "요즘 배달도 어렵다" 그리고 실제 시장에 가서 장을 보려고 해도 "가격들이 너무 많이 올라서 물건을 구매하기 어렵다"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요.


소비자들이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는 같습니다.

 

- 작년과 올해 추석 물가는 얼마나 다른지?
지금 추석 물가도 전반적으로 모든 물가가 오른 같은데요. 특히 올해는 추석이 일찍 들어서, 성수품에서 과일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의 가격들이 많이 오른 같아요.

해마다 (물가가)떨어져 적이 없던 같아요. 계속 오르고만 있었는데, 오르는 폭이 '그래도 소비자들이 감당할 있는 수준이었느냐, 그렇지 않느냐'라고 있는데 특히 월급도 같이 올랐으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월급 같은 오르지 않고 물가만 계속 오르다 보니까 "지출을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다"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고 있고, 저희도 그런 부분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 전반적으로 오른 물가, 주요 품목은?
소비자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것이, 에너지 가격들이 많이 오른 것 같아요.

특히 올해 정비료도 올랐고, 또 유류비라든지 이런 것들이 계속 고공으로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그런 부분들도 소비자들이 많이 체감하고 있는 것 같고요.

특히 식품과 관련된 가격들이 다 전반적으로 인상돼서 라면값도 올랐다고 그러고, 밀가루 가격도 오른다고 하고, 하다못해 뭐 김치, 배추, 무도 다 오른다고 그러니까 "안 오른 품목이 없는 것 같고, 과일 하나 사 먹기도 어렵다"라고 말씀들을 많이 하셔서 전반적인 모든 품목이 다 오른 만큼 우리가 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해서 잘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 유독 한국의 물가만 많이 오른 것인지?
저희가 국제 물가도 다른 나라하고 비교해서 발표하고 있는데, 아직 결과가 정리가 되지 않아서 직접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나라가 많은 인상 폭으로 인상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는데요.


그런데 이제 보면 우리나라는 수입해서 사용하는 품목들도 많거든요.

그런데 수입되는 품목들의 가격 변화가 과거보다는 조금 많이 오르고 있고 정부가 축산물 같은 경우에는 소고기나 돼지고기 가격들이 내수시장에 한정되어 있는 거잖아요.

내수 시장에서 축산물이라든지 이런 소비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인상되는 부분들이 있고, 그러다 보면 축산물들을 수입해서 물량을 채우기도 하는데정부가 "일정 부분 할당 관세를 적용해서 돼지고기나 소고기의 가격에 이제 관세 부분을 인하하고, 그걸 소비자가에 반영해서 소비자들이 (축산물을)조금 저렴하게 구입할 있도록 하겠다"라고 발표를 했는데 실제 소비자가에서는 그만큼 반영되지 않는다고 하면 소비자한테는 후생이 증가하지 않는 거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저희가 면밀하게 조사해서 이제 추이를 보고 있습니다.
 

- 수입 과일도 물가가 많이 오른 것 같다
2020년도 전에만 해도 수입 과일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비싸긴 했지만, 그 가격 폭이나 그런 수준들이 해외와 비교했을 때 그렇게 크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2020년도 지나면서 수입 과일의 가격들이 전반적으로 대폭 인상이 됐습니다.

해당 국가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해서 작황이 안 좋거나 또 기후변화의 영향이 2010년대 후반으로 오면서... 2020년도 되면서 되게 급격하게 나타났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수입되는 물량이 제대로 확보가 안 돼서 가격이 인상되는 부분들이 있었고요.

또 이제 코로나를 겪으면서 수입 물량을 운반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어서 작년, 재작년, 올해 이 수입 과일에 대한 부분들이 (문제가)많이 늘어났어요.

그런데 이제 이 가격 인상이 또 국내산 과일과도 연동이 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국내산 과일이 (가격이)비싸게 올라가면 수입 과일도 싸게 들어왔지만, 또 그 정도에 맞춰서 올라가고,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다 보니까, 지금으로서는 모든 농산물의 가격이 안정되지 않기 때문에 그것 또한 수입 과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물건을 구매할 때 주의해야할 점은?
'일단 좋아서 구매하고, 와서 보니까 국내산이 아니더라' 혹은 뭐 '표시했던 사항과 다르더라'라고 했을 때 우리가 반품이라는 제도가 있긴 하고 환불이라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농산물이나 수산물의 특성상 장기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더 신중하게 확인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또 온라인 구매의 경우에는 그러한 상품 정보들을 잘 보관하셔서 추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들을 근거로 사업자에게 불만이라든지 확인을 요청하시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금 시대가 어려운 시대라는 것은 모든 국민이 다 공감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우리 실생활에 미치는, 가계경제에 미치는 이 물가와 관련해서는 조금 더 안정적으로 갈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텐데,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대책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가 생활하는 데 있어서의 미시적인 관점에서도 소비자경제가 중요한 만큼 이 직접적인 물가를 어떻게 낮출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으면 좋겠고요.

물론 '원재료 가격이 상승해서 가격을 올려야 된다'는 것도 이해는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게 전반적인 가계경제에 미칠 영향을 조금 생각해서 그것들에 대한 부분이 적정했는지를 조금 잘 판단해야 할 것 같고요.

(원재료 가격이)올라갈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다는 것들을 감안해서 실제 국민들이 조금은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물가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임금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에 대해...
물론 임금 상승으로 인해서 물가가 상승하는 것도 타당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요.

임금이 상승했다고 해서 그럼 임금만큼 사업자가 고용하고 있냐고 하면, 그걸 대체하기 위해서 다른 수단들을 써서 하고 있는데무슨 원인만 있으면 그냥 가격 인상하겠다고 하는데지금 시기는 고통 분담을, 국민도 가져가고 있는 만큼 모두가 같이 고통 분담을 하고 있는 여건이니까.

지금의 물가를 기본으로 가져갈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조금은 대책들이 나와서 시기를 극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취재: 김민주
기획: 강운지
촬영&구성&편집: 배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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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