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40)

억울한 누명 벗고 진실을 밝혀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망자에 책임 떠밀다니

“어디서 오셨어요?”
“저는 인천에서 종합기계기기업을 하는 배 사장이라는 분의 의뢰를 받고 온 신용정보사에 근무하는 임 이사입니다.”
미리 주머니에 넣어둔 명함을 꺼내어 창살사이로 들이밀어 넣어 주었다. 부인은 명함을 받고 나를 다시 한 번 훑어보며 반문했다.
“그런데요?”
그녀는 방범창살이 안전을 보장한다고 믿었는지 조금 전과 달리 비교적 경계심을 푸는 모습이었다. 나는 품속에 든 녹음기를 의식하고 되도록 빠른 속도로 질문을 했다.

경계심을 풀어라

“혹 종합기기회사의 배 사장님이라고 아십니까?”
“아니, 처음 듣는 이름인데요.”
“그럼, 사모님께서 돌아가신 유 사장님의 부인이신 남이슬 사모님이 맞으시죠?”
재차 확인차원에서 물었다.
“그런데요….”
“남편이신 유 사장님께선 교통사고를 당하시기 전까지 호산상사 대표 사장님으로 근무하신 적이 있으시죠?”
“그런데 왜 자꾸 물어만 보세요?”
그녀는 본론은 비치지 않고 마치 심문하듯 이것저것 캐묻는 내 말에 몹시 기분이 상한 듯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해야만 사모님께서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인지 여부를 알 수 있기에 여쭤 보는 겁니다. 불쾌하시더라도 몇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그녀는 기분이 영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증인의 증언을 녹음하기위해서는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어 반복하듯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사모님, 그리고 현재 호산상사 대표 천 사장님 역시 잘 알고 계시죠?”
“그 분은 내 남편 친구인데요. 왜? 무슨 문제가 있어요?”
“예, 그 사람이 문제입니다. 남편께서 호산상사 사장으로 근무하실 때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돌아가신 유 사장님께 책임을 덮어씌운다는 겁니다.”

나는 정공법으로 나가기로 생각하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아니, 그 사람이 왜 그러죠? 그때 돈 관계는 천 사장부인이 모두 관리했고, 그 양반이 들락거리면서 실제적인 영업과 자금결제를 다해놓고선.”
“그러게 말입니다. 남편 분께서 근무할 때 일어난 미수금과 세금관계 일체에 대해 천 사장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며 유 사장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떠넘기고 있는 겁니다.”
“그게 말이 되는 거예요? 우리남편은 이름만 사장이었지 아무런 권한도 없었는데.”

“저희도 알기로는 사모님 말씀대로 남편께선 명의만 빌려준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천 사장은 무관하다고 하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겁니다. 남편께서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운영한 호산상사와 현재 천 사장이 운영하고 있는 호산상사하고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합니다. 남편 되시는 유 사장님이 대표로 계시면서 운영하셨던 기간에는 호산상사 남편인 유 사장님 소유였다고 하면서, 유 사장님의 대표시절 일어난 모든 일들은 남편분께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겁니다.”
“아니? 그럴 수가…. 그 사람 내 그럴 줄 알았어요. 남편이 살아있을 때도 이것저것 트집만 잡고 흔들더니 정말 나쁜 사람이네. 하지만 남편은 이미 죽고 없는데 무슨 상관이에요?”

“아닙니다. 사모님께서 잘못 판단하고 계시는 겁니다. 남편께서 사모님에게 남긴 재산이 조금이라도 있지 않습니까? 가령 여기 있는 아파트도 그렇고.”
“무슨 소리에요? 이 아파트는 제 돈으로 산건데.”
“물론 그렇겠지요. 그러나 과거에 남편께서 가진 전세보증금이나 자동차나 은행 등에 예치되어있는 돈이든 간에 무엇이라도 상속 받은 것이 있지 않습니까? 상속받은 재산이 한 푼도 없다고 말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저는 지금 상속이고 뭐를 따져서 사모님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닙니다. 과거 남편분께서 호산상사에 근무하실 때 그 업체가 실제로 남편 소유 회사였는지 아니면, 현재 천사장의 소유회사인지만 확인해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두 번 다시 찾아뵙고 이러쿵저러쿵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배 사장님께서 남편이 계실 때 납품하고 받지 못한 미수금이 수천만원이나 되는데 천 사장은 오리발을 내밀며 책임을 회피하고 남편분께 떠넘기고 있으니 부득이 진실을 밝혀야 되지 않겠습니까? 사모님께서 진실을 밝혀주시지 않으면 배 사장으로선 어쩔 수 없이 남편분의 상속인인 사모님을 상대로 소송을 하여 미수금을 청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리를 취하다?

“제가 왜 그 돈을 물어내야 되죠? 그건 억울하죠. 그럼 저도 가만있지 않아요.”
그녀는 거금의 채무를 자신이 대신 책임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약간 흥분한 상태로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사모님께서 상환하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그 문제를 해결해드리고자 하는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편과 사모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배은망덕한 천 사장 때문에 모든 것을 뒤집어 쓸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왜 그런 사람을 위해 내가 책임을 져야 해요? 사실 우리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그 사람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봐요. 천 사장은 우리남편을 믿지 못하고 자기 부인을 경리로 앉혀놓고, 사사건건 간섭하고 감시하듯 했어요. 그러니 남편이 얼마나 기분이 나빴겠어요. 남편을 하도 갉아대니까 성질이 난 남편이 술을 마시고 취해 도로를 무단 횡단하다가 사고를 당한 거예요. 갈등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저희들은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했어요. 그 사람들은 남편이 죽고 나자 저한테 지금까지 전화 한번도 없어요. 저도 얼마나 서운한지….”
서운한 감정이 가슴속에 맺힌 듯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잠시 일어난 감정을 억누르고 다시 물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죠?”

“부인께서 모든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제가 가져온  확인서를 한번 읽어보시고 서명 날인해 주시는 게 바람직합니다.”
말을 끝내며 동시에 들고 온 서류봉투 속에서 확인서라고 굵직하게 제목을 붙인 서류를 꺼내어 창살 속으로 밀어 넣어주었다. 그녀는 그제야 내가 찾아온 용건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했는지, 아니면 확인서를 작성해주는 게 자신을 위해 실리를 취하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건네준 확인서를 훑어보고는 말없이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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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