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가능한 휴게소 ①이천 덕평자연휴게소

휴게소? 테마파크!

▲ 덕평자연휴게소의 야경을 즐기려면 높이 35m 우주타워가 제격이다.

세상에 이런 고속도로 휴게소가 있을까? 벤치와 쓰레기통까지 작품이 되는 아름다운 정원에서 산책하고, 아이들과 우주타워에서 환상적인 야경을, 반려견은 전용 풀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곳. 인천 남동구와 강원도 강릉시를 잇는 영동고속도로에 자리 잡은 덕평자연휴게소에서 이 모든 일이 가능하다. 줄 서서 먹는 유명 음식점 수준의 푸드 코트와 전문 식당가, 다양한 브랜드가 모인 쇼핑몰은 기본으로 갖췄으니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중 압도적인 매출 1위를 달리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 덕평자연휴게소(강릉 방향) 건물 외관
▲ 바삭한 튀김옷 속 촉촉한 살코기가 웬만한 전문점 부럽지 않은 덕평왕돈가스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휴게소 표지판을 보고 우연히 들렀다면 특별한 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휴게소 건물과 간판 디자인이 깔끔하다는 정도?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널찍한 푸드 코트를 중심으로 디저트 카페와 편의점, 쇼핑몰 등이 골목골목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덕평소고기국밥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덕평소고기국밥은 2016년 한 해 동안 60만그릇 가까이 팔리면서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최근 리뉴얼한 메뉴인 덕평왕돈가스는 바삭한 튀김옷 속 촉촉한 살코기가 웬만한 전문점 부럽지 않다.
맛있고 든든한 식사를 마쳤으면 주차장 반대편으로 나가보자. 널찍한 공간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중앙정원은 이름처럼 덕평자연휴게소 강릉 방향과 인천 방향 가운데 자리 잡았다. 전국에 전망 좋은 고속도로 휴게소가 여럿 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을 갖춘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나무껍질이 새하얀 자작나무가 아담한 숲을 이룬 정원에는 연인들을 위한 각양각색 러브 벤치가 보인다.
 

▲ 홍익대학교와 협업해서 만든 아트 쓰레기통, ‘숲속의 부엉이’

홍익대학교와 협업해서 만든 아트 쓰레기통도 눈길을 끈다. ‘지구를 위한 주사기’ ‘숲속의 부엉이’ ‘환경의 자명종 시계’ 같은 이름을 단 쓰레기통이 조각 작품을 보는 듯하다. 예쁜 연못 주위에는 수변 데크까지 갖춰 걷는 재미를 더했다. 중앙정원 한 귀퉁이 빨간 공중전화 부스에는 수화기를 들면 추억의 노래를 들려주는 뮤직 박스가 있다.
 

▲ 강아지 파크 ‘달려라 코코’에서 9월까지 운영하는 소형견 물놀이장

반려동물과 함께라면 중앙정원 옆의 ‘달려라 코코(KoKo)’를 놓칠 수 없다. ‘세계 최고의 강아지 파크’를 지향하는 이곳은 자연 속에서 반려견과 함께 힐링하는 공간이다. 널찍한 애견 놀이터, 애견 카페(코코카페), 애견 위생실, 애견 호텔(코코하우스) 등을 갖췄다. 여름(6~9월)에는 반려견과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소형견 물놀이장(Pool time)을 운영한다. 컨테이너를 연결해 만든 건물도 예쁘다.
 

▲ ‘별빛정원 우주’에 있는 터널갤럭시101은 국내에서 가장 긴 101m 빛의 터널이다.

연인끼리 혹은 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해 질 무렵 덕평자연휴게소에 들르는 것이 좋다. 해가 지고 별이 하나둘 떠오르면 중앙정원과 인접한 ‘별빛정원 우주’에 각양각색 조명이 별처럼 빛나기 시작한다. 발길 닿는 곳마다 별빛이 반짝이는 우주놀이터는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간. 아름다운 음악과 화려한 불빛 쇼가 펼쳐지는 로맨틱가든에서는 사랑을 고백하기 좋다. 터널갤럭시101은 국내에서 가장 긴 101m 빛의 터널로, 은하수 속을 걷는 듯 환상적이다.
 

▲ 아트큐브의 오로라 조형물
▲ 별빛정원 우주 뒤쪽 야트막한 언덕에 소원을 들어주는 달토끼가 있다.

별빛정원 우주 곳곳에 자리 잡은 아트큐브는 아담한 육면체 건물 안에 빛을 이용한 미디어 아트 작품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파이프오르간을 닮은 조형물에 오로라처럼 황홀한 빛이 춤을 추고, 화려한 조명 아래 북 치는 모습이 천장 거울 속에서 작품이 된다. 나무를 휘감은 불빛이 반딧불이처럼 반짝이는 시크릿가든은 이름처럼 비밀스런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별빛정원 우주 뒤쪽 야트막한 언덕에는 예쁜 초승달과 소원을 들어주는 달토끼가 있다. 토끼를 향해 두 손 모아 소원을 빌고, 언덕 아래로 별처럼 반짝이는 야경을 즐겨보자. 작은 조명이 길을 안내하는 달빛산책로도 운치 있다.

정원·작품·강아지 파크 등 꾸며져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매출 1위

별빛정원 우주의 전망을 제대로 즐기려면 우주타워에 오르자. 자이로드롭을 닮은 의자는 지상 35m 높이까지 올라가면 하늘 카페로 변신한다. 천천히 회전하는 의자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발아래 빛나는 야경을 감상하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아래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높게 느껴져 아찔하지만, 일단 안전벨트를 매면 직원이 스위치를 개방할 때까지 실수로도 풀 수 없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앞 테이블에 휴대전화를 놓으면 같이 탄 직원이 기념 촬영을 해준다.
 

▲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예스파크의 공방들

덕평자연휴게소를 품은 이천은 도자기의 도시다. 해마다 봄이면 이천도자기축제가 열려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린다. 이천도자예술마을 예스파크(藝’s Park)는 도자기 장인들이 작품 활동을 하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문화 공간이다. 저마다 독특한 모양을 자랑하는 공방에서는 일상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주는 생활 도자기를 사거나, 다양한 도자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아트 스테이(예술 민박)를 운영하는 공방을 베이스캠프 삼아 이천 곳곳을 둘러봐도 좋다.
 

▲ 이천세라피아에서 세계 도자기의 최신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한자리에서 더 많고 다양한 도자기를 보고 싶다면 인근 이천세라피아로 자리를 옮기자. 세라피아는 도자기를 뜻하는 ‘세라믹’과 이상향을 뜻하는 ‘유토피아’를 합친 이름으로, 도자기의 모든 것을 보고 즐기고 체험하는 도자기 천국이다. 세계적인 현대 도자기 작품 1300여점을 소장한 이천세라피아에서 상설 전시, 다양한 기획 전시와 특별 전시가 열려 세계 도자기의 최신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 서희역사산책로, 역사관, 영상관, 전시관, 체험관, 추모관을 갖춘 서희테마파크

이천은 우리나라 역사에 길이 남은 외교관, 서희의 고향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 문을 연 서희테마파크는 서희의 외교적 업적을 다양한 방식으로 살펴보는 곳이다. 14만㎡가 넘는 부지 곳곳에 서희의 이야기를 형상화한 조각 작품 수십 점이 눈에 띈다. 서희역사산책로를 따라 쉬엄쉬엄 걸으며 서희의 일생과 우리 역사를 생생하게 둘러볼 수 있다. 역사관, 영상관, 전시관, 체험관, 추모관을 갖춰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체험 학습 공간으로 인기다.
 

▲ 국내 최초로 이천에 문을 연 한국동요박물관

서희테마파크

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자리한 한국동요박물관을 들러보자. 2014년 국내에서 처음 문을 연 동요 박물관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 동요 ‘밤배’의 탄생 과정을 알려주는 자료를 비롯해 우리나라 첫 음악 교과서, 옛날 동요집 등 한국 동요 100년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사계절동요체험실에서 ‘플롯 동요’ ‘율동 동요’ 등 다양한 동요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코스 예스파크→서희테마파크→덕평자연휴게소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예스파크→서희테마파크→덕평자연휴게소
둘째 날: 한국동요박물관→이천세라피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덕평자연휴게소 www.dpecoland.com
- 이천문화관광 https://tour.icheon.go.kr
- 이천세라피아 www.kocef.org/03art/07.asp
- 서희테마파크 www.seohee.or.kr
- 한국동요박물관(서희청소년문화센터) www.icyouth.kr:10473/index.php

문의 전화
- 덕평자연휴게소 031)645-0001
- 이천시청 문화관광과 031)645-3082
- 예스파크 031)638-1994
- 이천세라피아 031)631-6501
- 서희테마파크 031)645-3657
- 한국동요박물관(서희청소년문화센터) 031)637-6591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수도권 전철 경강선 이천역에서 12-1번·12-3번 버스, 이천롯데프리미엄아울렛 정류장 하차, 도보 약 25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이천시교통안내 www.icheon.go.kr/site/ic/sub.do?key=1423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 호평 JC→덕평자연휴게소(인천 방향)

숙박 정보
- 이천세라믹랜드: 신둔면 도자예술로, 031)633-3294, www.2000ceramicland.com
- 지산포레스트리조트 메이플콘도: 마장면 지산로258번길, 031)638-5940, www.jisanresort.co.kr/condo/info01.asp
- 호텔더클래스: 이천시 중리천로, 031)637-3325

식당 정보 
- 덕평자연휴게소(덕평소고기국밥): 마장면 덕이로154번길, 031)645-0001
- 안옥화음식갤러리(한정식): 신둔면 석동로, 031)631-8375
- 엄지장수촌(닭백숙): 마장면 덕평로, 031)635-8895

주변 볼거리
설봉공원, 이천산수유마을, 이천 도립리 반룡송, 사기막골도예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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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날 이후…친·비명 갈등 시나리오

심판의 날 이후…친·비명 갈등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와 이에 따른 조기 대선 여부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다. 생각보다 이르게 정권교체의 기회를 잡은 더불어민주당이지만 친명·비명 갈등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한 달간 통합 행보를 보이나 싶더니 또다시 서로를 향해 총구를 들이미는 형국이다.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최종 변론기일이 마무리된 후 모든 시선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쏠렸다. 통상적으로 2주 이내에 결과가 나오는 만큼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는 이번 주 내로 나올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선고기일 기간을 고려하면 오는 14일이 유력하다. 세 개의 변수 결론은 하나 현 상황서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 임명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새로운 재판관이 합류하면 탄핵 심판 심리 과정서 나온 증거 기록과 증언 등을 살피는 ‘변론 갱신’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작업에만 2주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다만 새 재판관이 임명돼도 진행 중인 윤 대통령 사건 선고에 참여시킬지 결정하는 것은 남은 재판관의 몫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마 후보자 임명은 논의할 필요도 없는 즉시 하면 되는 일”이라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임명을 촉구했다. 최 권한대행은 헌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덕수 총리의 탄핵 심판이 급물살을 타거나 헌법재판관 8명의 의견이 만장일치로 모이지 않을 경우에도 선고가 미뤄질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재판관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최종 결정문을 작성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야당은 헌재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재판관이 전원일치로 탄핵 인용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성준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12월3일 내란의 밤을 모든 사람이 봐왔고 탄핵 심판 과정서 윤 대통령의 거짓말을 다 확인한 사람들이 온 국민인데 어떻게 탄핵 심판서 헌법재판관들이 만장일치를 안 할 수가 있겠냐”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박은정 의원 역시 만장일치로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의원은 “기각 가능성은 없다”며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은 증인들이 넘치고, 헌재 탄핵 심판정에 나오지 않은 기록, 증거들은 더 많다. 수사 기록이 모두 확보돼 사실관계가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 입장서도 탄핵 인용을 예상했을 것”이라며 “조기 대선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져가기 위해 강성 지지층을 자극하고 선동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헌법재판에 임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오는 14일 윤 대통령이 파면된다고 가정했을 때 조기 대선은 60일 이내인 5월13일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 야권은 조기 대선과 내달 2일 예정된 상반기 재·보궐선거를 동시에 치르자고 주장하는 만큼 5월은 곳곳서 격돌이 예상되는 시기다. 운명 가를 일주일 이번 주 결정 유력 마은혁 임명 최대 관건…여야 촉각 오는 13일은 상반기 재보선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날이다. 따라서 헌재가 이보다 이른 시점에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다면 5월 조기 대선과 상반기 재보궐선거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공직선거법 제203조 5항에 따르면 ‘보궐선거 등의 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 전일까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의 실시 사유가 확정된 경우 그 보궐선거 등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의 선거일에 동시에 실시한다’고 명시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같이 밝히며 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질 경우 그에 따라 절감되는 세금만 367억원이라고도 강조했다. 조기 대선이 점차 가시권에 접어들자 민주당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굳히기에 나섰다. 각종 여론조에서도 이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 1순위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506명을 대상으로 ‘대선 양자 가상 대결’을 조사한 결과 이 대표가 50.0%,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31.6%를 기록했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결과 역시 이 대표가 46.3%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8.9%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6.9% ▲홍준표 대구시장이 6.8% ▲오세훈 서울시장 5.1%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2.1%로 집계됐다. 이어 ▲이낙연 전 국무총리 1.7% ▲김동연 전 국무총리 1.4% ▲김부겸 전 국무총리·김경수 경남지사가 1.3%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여론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6.0%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2.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지율이 안정권에 접어들자 이 대표는 민주당의 최대 숙원이었던 계파 갈등 봉합에 힘을 쏟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민주당 내에서 후보 경선을 해야 하는데, 이대로 이 대표의 독무대가 될 경우 1극 체제 비판은 불가피하다. 이런 프레임을 깨트리고 중도층을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통합 행보는 필수라는 해석이다. 스스로 당긴 갈등의 불씨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만난 데 이어 21일 박용진 전 의원과 만남을 가졌다. 이후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 28일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회동했다. 이들은 웃으면서 악수하고 “더 큰 민주당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연신 강조했다. 하지만 비명(비 이재명계)의 쓴소리와 친명(친 이재명)계의 이견이 부딪쳐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비명계가 주장하는 대통령 중임제 개헌에 이 대표가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실제 통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도 분석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서 계파 갈등이 몰고 온 후폭풍을 몸소 경험했다. 당시 대권주자였던 이낙연 전 총리와 이 대표 간의 공방 수위가 높아지면서 사사건건 시비가 붙었고 결국 사법 리스크를 건드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선 경선 당시 불거진 이른바 ‘무효표’ 처리를 놓고 이 전 총리 측이 크게 반발하면서 명-낙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대선서 패배한 이후 본격적으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계파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는 평이다. 이미 물밑 작업에 들어간 조기 대선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 대표는 비명계와의 화합에 공을 들였지만 2년 묵은 앙금이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 듯하다. 비명계는 계속해서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 카드로 이 대표를 압박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직격한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김 전 총리는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서 열린 비명계 싱크탱크 일곱번째나라랩·사의재의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내란 종식은 대한민국의 틀이 어디서 새로 서서 어디서부터 출발할 것인가를 보여줘야 국민이 안심할 것”이라며 “그 첫걸음이 7공화국을 준비하는 개헌”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 고민 중인 걸로 알고 있다”며 “국민의 요구에 답할 때”라고 압박했다. 김 지사도 “탄핵과 정권교체만으로는 안 되고 국민의 삶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에 우리는 새로운 나라 제7공화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그러면서 “내전과 같은 극단적인 갈등을 치유하는 통합의 나라가 필요하다”며 ‘경제 대연정’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무너진 공든 탑 지난 전당대회서 이 대표의 대항마로 나섰던 김두관 전 의원도 같은 날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를 향해 “대통령 임기 2년 단축 개헌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경선 방식에 대해서도 “경선이 시작되면 이 대표의 시계만 돌아가고 나머지 후보는 비전 하나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곧바로 이 후보 추대 잔치 들러리를 서야 할 판”이라며 “어대명 경선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정치 원로를 비롯한 여당 대권주자 역시 저마다 개헌을 띄우고 있어 양옆으로 이 대표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들 중 일부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가장 날 선 목소리를 내는 김 전 의원은 “검찰은 항소심서 이재명 대표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로 또다시 실형 2년을 구형했다”며 “이 대표가 무죄가 나오길 바라지만 선고서 유죄가 나오면, 본선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명백히 현존하는 사법 리스크를 인정하고,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당원과 국민에게 사법 리스크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플랜B를 논의하는 것이 정상적인 민주주의 정당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께서 임기 2년을 단축하는 3년짜리 대통령은 정말 못하겠다면 사법 리스크를 다 털고 법원 재판 다 받고 개헌 이후 4년 중임제 대선에 출마하길 권한다”며 “그렇게 하면 대통령을 8년까지도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사방으로 포위망을 좁혀 오자 통합 행보를 보이던 이 대표가 불과 2주 만에 다시 각을 세웠다. 2023년 친·비명 갈등의 뇌관이었던 체포동의안 사태를 놓고 이 대표가 “당내 일부와 (검찰이)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한 게 화근이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을)예상했었다”며 “2023년 그때쯤 정부와 대통령, 여당 쪽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재명을 잡아 넣는다’라는 작전을 짰던 것이고, 어쨌든 대한민국 한 개 지방 검찰청 규모의 검사 인력을 투입해서 저를 전방위로 털었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9월22일 이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개표 결과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야권서만 최소 29명이 가결표를 던졌다는 추측이 나왔다. 당시 공개적으로 가결을 표명한 의원은 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 의원 등 다섯 명이었다. 이 “체포동의안 검-비명 짜고 쳤다” “지금까지 쇼였나” 통합 행보에 찬물 이 대표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체포동의안 2차)표결을 했는데 가결되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전에 들은 얘기가 있다”며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서 벌인 일이나 당에서 움직이면서 나한테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 등을 맞춰보니 당내 일부하고 이미 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짰다는 증거는 없고 추측”이라면서도 연관성과 타이밍을 예시로 들었다. 아울러 가결파 의원들을 겨냥한 듯 “그들을 구체적으로 제거하지 않았지만 책임을 물어야 민주적 정당”이라며 “민주당을 사적 도구로 쓰고 상대 정당, 폭력적 집단과 암거래하는 이 집단이 살아남으면 당이 뭐가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비명계는 저마다 입장문을 내고 즉각 반발했다.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는 “이 대표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동료 의원들이 검찰이나 국민의힘과 내통했다고 한 것은 동료에 대한 인격모독이고 심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이 대표가 당내 통합을 얘기하면서 분열주의적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을 꽂는 격이다. 통합 행보는 쇼였냐”며 “이 대표는 즉각 막말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의원은 “21대 민주당 국회의원 중 한 사람으로서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며 “국민통합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하고 국민 통합은커녕 당내 분열부터 조장하는 이 대표의 본 모습은 무엇인가. 발언을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 역시 SNS를 통해 “엊그제까지 통합 행보라고 요란을 떨며 비명계 인사들과 밥을 함께 먹었던 것 또한 결국 쇼에 불과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며 “검찰과 비명 의원들이 공모했을 가능성보다는 이재명 대표와 김동현 판사의 공모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인다. 검찰과 민주당 의원들이 짰다는 비현실적인 망상을 내뱉는 이 대표의 상식을 파괴하는 언행에 또 한 번 충격을 받는다”고 직격했다. 또다시 벌어진 간극에 한 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이 시점서 이 대표가 저런 발언을 한 이유는 대표 본인만 알 것”이라면서도 “거친 메시지를 쏟아내는 이들을 보면 제발이 저려서 발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기껏 쌓아둔 통합 행보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모양새다. 친·비명은 서로를 향해 다시 날을 세우며 경계 태세에 나섰다. 돌고 도는 계파 갈등 민주당 소식을 잘 아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쪽이 으르렁거려도 막상 조기 대선이 열리면 합심해 지지율을 견인하지 않겠냐”는 희망적인 의견을 밝혔다. 조기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이벤트를 앞두고 진영 논리에 갇히는 건 오히려 상대방을 도와주는 꼴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열리면 60일이란 시간 동안 민주당은 격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며 “갈등과 혐오로 얼룩졌던 지난 대선을 되풀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근소한 차이로 이긴다면 이것대로 또다시 갈등이 불거질 것 같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