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행방불명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3.25 09:57:02
  • 호수 1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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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더니…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촛불집회 당시 계엄령 문건 작성의 지시자로 알려진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도피성 출국을 한 지 1년이 훨씬 넘었다. 미국 모처서 지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조 전 사령관의 행방에 대해선 아무도 모른다. 검찰이 인터폴에 신병확보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도대체 그는 어디에 있는 걸까. 

▲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박근혜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에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미국으로 출국한 뒤 지금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 측에 여러 번 귀국해 조사를 받으라고 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내란음모 혐의
시간만 질질∼

그러자 군검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 지난 1월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에 중범죄자에게 내려지는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합수단 측은 “인터폴에 수배 요청, 체류자격 취소 절차 진행 등 신변 확보를 위한 필요 조치와 함께 그의 가족과 지인들을 통해 자진 귀국을 설득해왔다”고 말했다.

인터폴 수장인 김종양 사무총장도 조 전 사령관의 송환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인터폴이 한국 검찰의 공조 수사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KBS에 따르면 조 전 사령관은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것이 ‘정치’ ‘군사’ ‘종교’ ‘인종적’ 성격의 사건을 취급 금지한 인터폴 헌장 3조에 위배된다는 것.

조 전 사령관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신고가 들어오지 않으면 미국 경찰이 나설 수 없다. 설사 체포되더라도 강제송환 불복 소송을 내면 시간이 한없이 길어질 수 있다. 사실상 조 전 사령관의 신병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핵심 피의자에 대한 조사 없이 검찰 수사가 끝날 수도 있다. 


합수단은 지난해부터 다각도로 조 전 사령관의 귀국을 압박했지만,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16일 외교부는 조 전 사령관의 여권을 무효화했다. 외교부는 수사 당국으로부터 조 전 사령관의 여권에 대한 무효화 신청을 받아 여권 반납 통지를 했으나, 조 전 사령관이 응하지 않자 그의 여권을 무효화했다.

국방부는 외국에 1년 이상 체류하는 예비역 군인이 연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매년 ‘신상신고서’를 제출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수사를 받지 않기 위해서 해외로 도피한 예비역에게는 연금을 절반만 지급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미국서 귀국하지 않는 조 전 사령관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의로 수사를 받지 않기 위해 해외로 도피한 예비역들이 연금을 도피 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미국교민사회에서는 조 전 사령관에 대한 현상금까지 내걸었으며 지난 1월엔 조 전 사령관을 찾는 현상금이 1만달러까지 올랐다.

북미민주포럼은 지난 1월17일(현지시각) “‘촛불시민들을 탱크로 뭉개겠다’는 기무사 계엄문건의 전모를 조현천 없이는 못 밝히게 된다”며 “북미민주포럼과 군인권센터는 미국 현지서 조현천의 거주지 파악을 위해 (제보) 현상금을 1만달러로 올린다”고 밝혔다. 

박정부 시절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
‘어딨나’ 도피성 출국 1년 감감무소식 

이어 조 전 사령관의 행방에 대해 알려주면 1만달러 상당의 현상금을 주겠다는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엔 조 전 사령관의 얼굴과 함께 ‘기무사 계엄 문건의 핵심으로 내란예비음모, 반란예비음모로 고발당한 상태’라는 글귀와 함께 ‘여권압수, 인터폴 적색심사 중에도 군인 연금을 받아가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북미민주포럼은 2018년 7월부터 조 전 기무사령관을 찾는 200달러 상당의 제보 현상금을 내걸고 그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7일 국군기무사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을 수사 중인 합수단은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오전 서울동부지검서 기자회견을 연 합수단은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함께 고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 등 8명에게는 참고인 중지 처분이 내려졌다. 

합수단은 계엄령 검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위장 TF 관련 공문을 기안한 기무사 장교 3명을 허위공문서작성죄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도 밝혔다. 기소중지는 검찰이 피의자나 참고인의 소재불명 등의 사유로 수사를 마무리하기 어려운 경우에 일시적으로 중지하는 처분이다. 다만 넓게는 불기소 처분이지만 수사 종결은 아니다. 
 

▲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조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떠난 뒤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합수단은 “조 전 사령관 수사 후 공모와 혐의 유무를 판단해야 하는 박 전 대통령과 황 전 대통령 권한대행, 김 전 실장 등에 대해 조 전 사령관 위치가 확인될 때까지 참고인 중지 처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조 전 사령관은 경북 예천군 지보면 출신으로 1959년 2월12일(음력 1월5일)생으로 월탄초등학교, 지보중학교, 대구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78년에 육군사관학교 38기로 입학한 조 전 사령관은 1982년 임관했다.

작년 11월 
기소중지    

대령 시절에 제8기계화보병사단 제16보병연대장, 국방부 인사기획관리과장을 지냈다. 준장으로 진급 이후에는 육군인사사령부 인사운영처장, 육군본부 인사기획처장을 거쳤다. 그는 소장 진급 후에 제8기계화보병사단장 ,육군학생군사학교 학교장, 국군사이버사령관에 올랐다. 

2014년 10월에는 장성 정기인사에서 선배인 37기 이재수 중장에 이어 기무사령관이 됐다. 청와대와 연결된 인맥이 없다고 알려져 대통령 독대에 좀 더 직언을 던질 수 있어서 뽑혔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전 커리어를 보면 기무사 경험이 없고 직무상으로는 인사통 출신이다. 그러나 알자회에 인맥이 있었다는 것이 후에 드러난다. 사조직 출신이 기무사령관에 오른 건 23년 만의 일이었다. 

알자회는 옛 하나회와 함께 군내 불법 사조직으로 알려져 있으나, 하나회에 가려 그 존재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알자회는 하나회 숙청 작업 당시 적발돼 같이 청산됐는데 회원들은 불법 사조직에 가입한 대가로 진급서 불이익을 받아왔다. 

하나회가 10여년간 대한민국을 장악한 것과 달리 알자회는 34기(1978년 임관)부터 43기(1987년 임관)들로 구성돼 해체 당시 가장 상위 계급자가 중령 수준이었다. 회원들은 진급에 불이익을 받아 대령을 2차로, 중장을 3차로 진급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당시 군인사에서 최순실과 알자회가 조 전 사령관을 차기 육군참모총장으로 내정했다는 설이 폭로됐다. 현역 3군사령관 37기 엄기학(비알자회) 대장을 합참의장에 올려놓은 뒤, 기무사령관 38기 조현천(알자회) 중장을 참모총장에 취임시키고, 국방부 정책기획국장 41기 장경수 소장을 수방사령관에 취임시켜 특전사령관 41기 조종설 중장과 함께 핵심 보직들을 차지함으로써 알자회가 군을 장악하려 했다는 내용이었다.

잡을 수 있나
어떻게 잡나

폭로가 사실이라면 최순실과 알자회는 2017년 상반기 군인사를 통해 육군본부, 수도방위사령부, 특전사령부, 항공작전사령부를 모두 장악하려 한 것이다. 이는 과거 군사정권 시기 하나회가 지속적인 정권 유지를 위해 핵심 보직을 하나회끼리 차지하면서 군을 철저하게 장악한 방식과 유사하다. 정권 이임을 앞둔 정권 말기에 이러한 군인사를 감행하려 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쿠데타를 일으킬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폭로 문건서 조 전 사령관을 참모총장으로 내정했다는 것에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첫째 육군참모총장은 통상 대장으로 진급한 후 야전군사령관이나 연합사부사령관을 거친 뒤 보임되는 대장 2차 보직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군의 현대 구조가 정립된 이래 노재현, 이희성, 박흥렬, 임충빈, 한민구, 김용우 총 6명의 경우밖에 없는 흔치 않은 일이다. 

둘째 조 전 사령관은 인사 관련 보직만 맡아왔기 때문에 중장 계급서 군단장 보직을 거치지 않았다. 대장 진급을 위해서는 중장 시절 군단장급 지휘관 보직을 거치는 것은 필수며, 이를 거치지 않고 대장으로 진급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기무사령관의 대장 진급이 드문 데다가 대장 1차 보직도 거치지 않았고, 심지어 군단장도 거치지 않아 중장 계급서 전역해야 할 인사 특기자인 사조직 출신 인물을 참모총장에 올린다는 발상은 당연히 군내 외에 반발과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참모총장 내정설의 신빙성이 떨어진다. 계엄령을 전제한다면 이 발상이 정당화될 수도 있다.

인터폴 수배 거절…강제송환 난항
재미교포사회 포상금 1만불 상향

조 전 사령관은 중장 보직도 한 번밖에 수행하지 않았다. 보통 육군 대장으로 진급하기 위해서는 중장 시절에 군단장과 합참본부장 또는 육군참모차장을 거치는 게 보편적이다. 육군본부 소속 사령부 사령관(군수·교육·인사), 교육분야(육사교장·국방대 총장), 야전군 부사령관은 진급이 사실상 힘들고 거의 전역 대기역이다.

조 전 사령관은 중장 진급 후 기무사령관을 지냈을 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장 진급, 심지어 참모총장에 임명되면 군사정권 이후 가장 파격적인 인사가 될 것이었다. 중장 진급부터는 근속연수 수가 없지만 2개 보직 이상 지내야 보통 진급이 가능하다.
 


게다가 조 전 사령관 말고도 진급할 군인사는 많았다. 무엇보다도 정권이 바뀐 후 알자회 소속들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높았다. 동기인 김용현 합참작전본부장, 정연봉 육군참모차장, 최병로 육군사관학교장과 같은 이들은 조 전 사령관과 달리 야전 지휘관 출신들이다. 조 전 사령관의 동기이자 같은 알자회 출신인 임호영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이 대장으로 진급할 때 잡음이 없었던 건 그가 제6보병사단장, 제5군단장, 합참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한 정통 야전 지휘관 출신이기 때문이다.

촛불집회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각을 전제로 계엄령을 발동하려고 계획한 의혹도 있다. 군 병력을 투입해 시민들을 무력 진압하려는 계획을 구상한 기무사령부 문건이 공개됐다. 탄핵정국 당시 쿠데타를 막아야 할 기무사령관이 친위 쿠데타를 주도적으로 기획한 것으로 이는 내란모의다. 뿐만 아니라 애초 계엄령 및 위수령 권한은 합동참모본부에 있다.

군인권센터는 조 전 사령관을 비롯해 한민구·김관진 전 국방부장관 등을 내란음모, 군사반란예비음모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12월 미국으로 도피했다.

알자회 멤버
최순실 사람?

조 전 사령관의 자녀와 형제 10여명 중 대부분은 미국 시카고 등에서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친의 묘도 이장해 모두 미국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 전 사령관의 형은 미국 시카고한인서부교회의 목사며, 다른 형제들은 미국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 전 사령관은 합수단 수사가 진행되던 중 주변 지인에게 살아서는 한국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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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