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20)

“허를 찔러 제압하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얼마나 지혜롭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평가
돌발상황에 적극적 또는 소극적으로도 대처

“예. 마 사장님도 잘 아시겠지만 사람을 신용 평가할 때는 현실적으로 그 사람 직업의 종류를 비롯해 재능과 전문성, 인성과 사고력.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과 동산, 거래하고 있는 금융관련현황, 범죄, 소위 전과내역, 받을 채권과 미상환 채무내역, 사업체나 직업에 대한 안정성, 장래성, 직위, 소득, 가족현황, 인맥, 경력, 학력, 장래 부모로부터 상속받을 지분, 등을 면밀히 검토 파악한 것을 토대를 삼아 최종적으로 신용을 평가하게 됩니다. 그런데 의뢰하신 나상기 대표이사는 명함에 4개 법인을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는데, 이는 타인들에게 자신을 돋보이려고 하는 것으로써, 말하자면 자신이 무언가 부족함을 커버하기 위함이라고 판단됩니다. 또한 4개 법인 중에 2개는 이미 폐업하였거나 멸실된 법인이었고, 나머지 2개 법인 중 P유통은 얼마 전 타인에게 넘어간 상태이고요. 그나마 남은 법인 K경매컨설팅은 법인으로 존재는 하고 있으나 현재는 거래 실적이 전혀 없는 휴먼 상태입니다. 게다가 법인에 등재된 건물소재지는 다른 자가 들어와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서 사실상 없어진 지 이미 오래 입니다. 아마 이법인도 폐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 집니다.”

회사 앞에서 남성 분노

“역시 그렇습니까?”
마 사장은 통화를 하면서도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는 듯 재차 확인했다.
“그런데 이사님. 그 나상기 사장은 현재 어떤 상태입니까?”

“경매컨설팅을 운영한답시고 설치다가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부동산 사기사건에 연루되어 기소중지 된 자입니다. 현재 금융신용불량자로서 많은 채무로 인해 사실상 집도 절도 없는 사람입니다. 저희가 신용을 평가함에 가장 기초적으로 갖는 조사기준이 있지요. 거주이력이 잦은 사람이라면 대개 본인명의로 소유된 거주주택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이자의 거주이동을 살펴보면, 한 곳에서 3년 이상을 거주한 곳이 없네요. 거의 1년 혹은 2년마다 거주지를 변경한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재산이 별로 없는 자 같습니다. 직권말소 이력이나 거주 지역을 비롯해, 거주한 곳이 주택, 빌라, 아파트 등 유명브랜드냐 아니면, 비 메이커냐 에 따라 판단하게 됩니다. 또한 자신이 비록 부동산을 보유했더라도 경매를 당한 흔적이 있느냐? 가압류나 저당권이 얼마나 되느냐? 채권자가 사채업자냐? 제1, 제2, 금융기관이냐에 따라 판단하기도 합니다. 또 상대방이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등록원본을 발급받아 기종과 연식을 비롯해 압류여부 중 주차위반이나 속도위반, 교통법규위반으로 압류된 사실 등도 참조합니다. 무엇보다 자동차세금이나 각종 공과금미납으로 압류된 사실이 있다는 것도, 소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가 있지요. 물론 이러한 방법은 일차적으로 외형적인 면만 우선 평가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조금 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종합적인 평가방법을 동원하여 조사 판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 말씀을 이해하시겠습니까?”

마 사장은 조사기법에 대해 설명하는 내 말을 묵묵히 듣고 있다가 이해가 되었는지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예, 이사님 말씀은 잘 알았습니다. 사실 편파적이거나 주관적으로 신용평가를 하여 후일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는데. 이사님 설명을 듣고 보니 판단에 확신이 듭니다. 또한 이번기회에 많은 것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잠시 말을 끊고 뭔가 생각한 듯 마 사장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제가 여기 계시는 분에게 잘 말씀드려서 가급적 계약을 중단하도록 설득을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미 내용상으로 서로 많이 진척이 되어있어 계약 체결을 중단시킬 수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마 사장님? 설령 부득이 계약을 체결해야 할 입장이라면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는 병법이 있듯이 먼저 계약서내용을 꼼꼼히 잘 살펴보고, 계약내용대로 잘 이행은 되고 있는지, 이행 중간에 장난은 치고 있지 않은지  등을 우선적으로 철저히 살펴야 하고, 무엇보다 계약금을 지급할 때는 직접 당사자에게 지급하고, 중간에서 계약금을 가로챈다거나 어떠한 장난을 치지 못하게 안전장치를 해두는 것이 중요할 겁니다. 피해를 입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파악하고 확인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이사님의 염려하시는 부분을 여기 계신 분께 잘 전해드려 참고하도록 권하겠습니다. 그만하면 충분히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습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럼 제가 국내로 돌아가면 찾아뵙고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 사장님도 사업 잘하시고 필요하시면 언제라도 연락을 주십시오. 다음에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
마 사장과 전화 통화를 끝내고 나서 대기하고 있는 직원들을 사무실로 부르라고 여직원에게 지시했다. 그리곤 자리에 깊숙이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그래도 신용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인데…….’
제대로 된 법인 하나도 갖지 못한 신용불량자가 어떻게 중국 현지 경제인과 300억원 상당의 비즈니스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하는지, 아마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뭔가가 있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튼 비록 사기성이 농후한 사람들일지라도 대단한 재주를 가진 자들이라고 감동 아닌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사람은 누구나 한평생 살아가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예기치 못한 일 들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문제는 어떠한 돌발적인 일들이 일어났을 때, 긍정적·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가 있는 반면, 소극적·부정적으로 대처하는 자가 있다는 점이다.

한판 붙을 듯 ‘떵떵’

특히 직장에서 업무 중에 발생되는 일들에 대해 얼마나 순발력을 가지고, 지혜롭게 잘 대처하는 가에 따라서 능력을 평가 받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낮 12시, 평소보다 긴 임원회의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였다. 마침 점심 약속을 한 고교 선배가 회사로 찾아와 기다리고 있던 터라 서둘러 외출을 하려는데 문 밖에서 누군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직원들이 아니고 낯선 남자 목소리였다.
“야, 어디서 협박하고 지랄이야, 공갈은 왜 쳐! 시팔!”
건달들이나 쓰는 저급한 말이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왔다. 소리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여러 부서가 모여 있는 통합사무실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송무팀 문 과장 책상 앞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가 왔다 갔다 하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문 과장은 자리에 앉아서 소란을 피우고 있는 그 남자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고 그저 어이없이 쳐다보고만 있었고, 그 옆에는 담당부서 여직원이 자리에서 일어선 채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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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