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 '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16)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상대방 현혹해 막대한 피해 입히는 일 종종 발생
사전에 상대방의 신용을 먼저 파악하는 게 현명

“그런데 정 이사님. 영업입장에선 이번 반품 건을 어떻게 매듭지으면 좋겠습니까?”
“저 역시 고민스럽습니다. 싣고 온 판매원의 사정이야 딱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회사 규정대로 해야겠지요.”

“그럼 제 판단대로 처리해도 영업 측에선 불만 없겠습니까?”
“이사님께서 회사 규정과 신의성실의 원칙 속에서 일 하신다는 건 전 직원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누가 이의를 달겠습니까?”
“제 생각엔 회사 이미지와 신뢰성을 감안하여 본인이 출고한 제품을 비롯해서 일부는 반품을 해 주었으면 합니다만.”

“그렇게 하시지요. 영업입장에선 이사님께서 반품을 승낙해주면 고맙게 생각 하지요.”
“그럼 그렇게 알고 제가 사장님께 최종 승인을 얻어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영업이사와 조율을 거친 후에 다시 노 차장을 불렀다.
“노 차장, 민원 일을 한다는 것이 마음 상할 때가 많지?”
“아, 아닙니다.”

중국에서 온 전화

“나 역시 그분들이 가져온 제품을 모두 반품해주고 싶다네. 그러나 사정이 딱하기도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 일 아닌가? 우리들이 회사의 공적인 업무를 보면서 너무 감정에 사로잡히다 보면 결코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걸 명심하게. 내 말뜻을 이해하겠는가?”
“네, 이사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사감을 버리고 공적으로 일을 처리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주차장 옆에 물건을 쌓아놓으면 서로 좋을 게 없으니까 노 차장이 팀장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직접 그 여성을 다시 한 번 설득해봐. 그분도 제품이 비에 젖어 손상되는 것을 원치 않을 테니까. 아마 지금쯤 동생이라는 기자양반만 믿고 물건을 가져왔다가 기자양반이 발을 빼자 진퇴양난에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걸세. 그러니 잘 설득하면 돌아갈 수 있을 거네.”


내 말에 노 차장이 여전히 설득에 자신이 없다는 표정으로 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아, 참. 중요한 것을 잊었네. 그 분도 돌아갈 명분을 줘야 돌아가지 않겠는가? 지금 돌아간다면 반품 요구금액 중에 본인이 출고한 제품을 포함하여 일부를 승낙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게. 오케이 하면 바로 연락 해주게. 그러면 내가 사장님께 보고를 드려 승낙을 얻도록 하겠네.”
그제야 노 차장이 설득할 명분을 얻은 양 표정이 밝아지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한번 잘 설득 해보겠습니다.”

그가 결연한 의지를 비치며 여성을 만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얼마 후 노 차장으로부터 사내전화로 연락이 왔다. 
“이사님! 저 노 차장입니다. 이사님 제안을 받아들여 제품을 도로 싣고 내려간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습니다.”
“무슨 문제?”
“아, 예. 지방까지 싣고 갈 차량이 없다는 겁니다. 자신이 싣고 온 봉고트럭은 물건을 내려놓고 돌아갔다고 하면서, 회사에서 봉고차량을 한대 불러주든지 아니면 회사차량으로 배송을 해달라고 사정을 합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나는 잠시 말을 끊고 생각하다가 지시했다.
“우리 공장에서 봉고차량을 한 대 수배 해봐요. 좀 더 큰 차량이라도 상관없고, 도저히 구할 수가 없으면 영업용을 불러서라도 실어서 보내요. 그리고 비가 오니까 비닐이나 다른 박스 같은  덮개로 씌워 제품이 손상되지 않도록 배려를 해주세요. 영업용 차량을 부를 경우에는 모든 정황을 감안하여 비용을 회사에서 부담 하도록 해주세요.”
결국 회사차량은 배송 일정이 잡혀 도저히 구할 수가 없어 영업용 차량을 불렀다.
문제의 차량이 떠나고 나자 조금씩 내리던 가을비가 한층 세차게 내리며 메마른 거리를 흠뻑 적시고 있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삶 자체가 비즈니스로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간에 비즈니스를 함에 있어서는 그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이 바로 신용이다. 가끔은 신용이 형편없는 자가 최고의 신용을 가진 자인 것처럼 행세하며 상대방을 현혹시켜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종종 있다. 

속담에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이는 사람의 마음속에 감춰진 진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겉모습만 보고 잘못 판단하다보면 낭패를 당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말과 같다.  
비록 많은 이익이 남는 비즈니스라고 하더라도 사전에 반드시 상대방의 신용을 파악한 후에 행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책이라고 본다.
오래전 어느 해 11월 초, 도심의 거리는 어김없이 찾아온 가을의 정취로 사람들 마음을 한결 정감 있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오후가 되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 창가로 가서 창을 열고 해질녘의 가을바람을 맞았다. 선선한 바람이 온몸을 어루만지듯 휘감는 느낌이었다. 빌딩 아래 길게 뻗은 도로변으로 노랗게 물들어가는 가로수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운치 있게 보였다.

신용조사업무 문제

바쁜 일정 때문에 미뤄두었던 여름휴가를 이번 가을에 아내와의 여행으로 대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으려는데 여직원이 내 집무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사님! 중국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디? 중국에서?”
“네.”
“중국이라면 누구지? 연결해줘요.”
선뜻 떠오르는 인물이 없었지만 일단 통화를 하고자 연결을 부탁했다.
“예, 임 이사입니다.”

“아, 임 이사님? 저 마 사장입니다.”
오래전 어느 세미나에서 지인의 소개로 알고 지내는 유통업을 하는 마현성 사장이었다.
“아, 마 사장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그간 별 일 없으셨죠?”
“예, 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이사님께서는 신용정보업을 계속하고 계시지요?”
“그럼요.”
“저는 지금 업무 차 중국에 와있는데 중요한 계약 건으로 확인할 게 좀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통화가 약간 길어질 것 같은데, 사정이 어떠신지?”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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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