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그녀는 왜 혼자서 구두를 고르지 못할까? 최근 ‘마마보이’, ‘마마걸’ 현상이 중대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출생률 저하, 핵가족화 등으로 인해 가구당 자녀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내 자식에게 만큼은 최고로 입히고 먹이겠다’는 부모들이 늘어난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자식의 유치원 선택부터 대학진학까지, 아니 결혼해서 자립할 때까지 부모가 일일이 간섭하고 경쟁적으로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몸은 어른, 마음은 아이’인 이른바 ‘신인류족’이 등장하고 있다.

취업 후에도 부모에 의존하는 ‘찰러리족’
서울대 입구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양모(28.남)씨. 서울 사립대를 졸업한 그는 2년째 취업준비생으로 살고 있다. 그는 본격적으로 주식공부를 해서 주식투자자가 되는 게 꿈이다.
하지만 부모는 반대다. “엉뚱한 생각 하지 말고 취직 준비나 하라”고 꾸짖는다. 꼬박꼬박 월급을 주는 회사에 들어가 직장생활을 해야 된다고 성화다.
양씨는 “취업을 하려고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지고 실패가 반복되다 보니 자신감도 잃어가고 도전하고 싶지도 않다”며 “지금은 그냥 부모님이 주는 용돈을 받아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취업? 그까짓 거 대충
서울 소재 명문대를 졸업한 박모(27.여)씨. 벌써 3년째 취업준비생으로 살고 있지만 크게 걱정은 없다. 졸업 후 1년여 동안 해외여행을 하고 돌아온 그는 대기업 입사만을 고집하고 있다.
박씨는 “부모님이 중소기업에 들어가기는 원치 않는다. 그런 곳에 갈 바에는 좋은 사람 만나 시집이나 가든지 뒷바라지를 해줄 테니 공부를 더 해보란 식으로 나오신다”고 말했다.
박씨는 비교적 넉넉한 집안사정 덕분에 친구들을 만나 여가시간을 보내거나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처럼 하는 일 없이 빈둥대는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실업 상태이면서 교육이나 직업훈련은 물론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15~34세 ‘청년 니트(NEET)족’이 2003년 75만1000명에서 2010년 99만6000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 1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캥거루족’으로도 불리는 청년 니트족 중 34.9%는 ‘그냥 쉬었다’는 사람들이다. 학원 등에 다니지도 않으면서 취업준비(31.1%)나 진학준비(18.0%)를 하고 있다는 응답도 많았다.
학력별로는 고졸이 청년 니트족의 56%, 대졸 이상이 25.2%를 차지했다. 2003년에는 청년 니트족 중 고졸이 63.6%, 대졸 이상이 16.3%였다. 한 노동연구원은 “고학력 니트족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니트족과 함께 우리사회에 빠르게 양산되고 있는 것은 바로 ‘찰러리족’이다. 찰러리족은 취업 후에도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근로자지원센터에 따르면 직장 내 갈등 해결 능력이 부족해 일찌감치 부모에게 의존하려 드는 직장인이 증가하는 추세다. 높은 취업 문턱 때문에 ‘늦깎이’ 취업자가 늘면서 찰러리족 직장인 나이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근로자지원센터인 한국EAP협회 관계자는 “20대 후반은 물론이고 30대 초반 젊은 사원 중에서도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지원센터를)찾는 사원이 지난 5년간 20% 증가했다”며 “대개 직장생활과 학교생활을 구분하지 못하다 보니 혼란을 겪고 부모님과 함께 이곳을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런 신인류가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부모의 넘치는 자식사랑이 니트족, 찰러리족과 같은 ‘어른아이’ 증가에 큰 원인이 됐다고 지적한다.
한 심리학연구소 관계자는 “가족을 하나로 묶어 평가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집단주의적 전통에서 비롯된 사회현상”이라며 “부모의 자기과시의 일환으로 ‘양식된 자녀’는 성인이 돼서도 정서, 가치관, 행동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부모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 “경제적으로 안정된 부모일수록 자녀교육에 집착하는 경향이 많고 괜찮은 직장에 못 갈 바에는 차라리 쉬는 게 낫다며 실업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부모들은 자녀의 출세가 곧 가족 전체에 대한 사회적 평가로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에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왜 내 아들한테 그래!
자녀를 너무 사랑하다보니 품안에서 떠나보낼 수 없는 부모, 그리고 부모의 건강하지 못한 지나친 집착의 결과 성인이 돼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어른아이들. 아이를 손에서 놓지 못하면 아이도 불행해지고, 부모도 불행해진다.
부모에게 종속된 아이는 부모의 지시만 따르게 되고, 나중에는 더욱 부모에게 의존하려고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아이가 10대를 거쳐 20대에 들어서도 부모와 자식 간의 의존관계가 여전히 지속된다.
설령 결혼을 해도 그 아이는 여전히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심지어 결혼까지 시켜주고 집을 사주고 그것도 모자라서 자식이 아이를 낳으면 손자까지 봐줘야한다.
아이는 어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완전한 성인이 되지 못하고, 부모는 결국 완전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늙어서도 항상 책임을 져야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자식 사랑으로 정작 자신의 삶을 챙기지 못하는 부모들에게 ‘완벽한 부모가 되려는 소망을 버릴 것’을 강력하게 권했다. 또 완벽은 환상이고 완벽을 추구하기로 결정한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을 선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자녀들에겐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는 연습’을 통해 부모들로부터 완벽한 독립을 해야 하고,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