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고장난 대한민국이 낳은 ‘신인류족’ 실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3.03 15: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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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쩌죠? 도와주세요! 엄마…”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그녀는 왜 혼자서 구두를 고르지 못할까? 최근 ‘마마보이’, ‘마마걸’ 현상이 중대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출생률 저하, 핵가족화 등으로 인해 가구당 자녀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내 자식에게 만큼은 최고로 입히고 먹이겠다’는 부모들이 늘어난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자식의 유치원 선택부터 대학진학까지, 아니 결혼해서 자립할 때까지 부모가 일일이 간섭하고 경쟁적으로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몸은 어른, 마음은 아이’인 이른바 ‘신인류족’이 등장하고 있다.

부모 돈으로 놀고 먹고 쓰는 청년 ‘니트족’
취업 후에도 부모에 의존하는 ‘찰러리족’

서울대 입구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양모(28.남)씨. 서울 사립대를 졸업한 그는 2년째 취업준비생으로 살고 있다. 그는 본격적으로 주식공부를 해서 주식투자자가 되는 게 꿈이다.

하지만 부모는 반대다. “엉뚱한 생각 하지 말고 취직 준비나 하라”고 꾸짖는다. 꼬박꼬박 월급을 주는 회사에 들어가 직장생활을 해야 된다고 성화다.

양씨는 “취업을 하려고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지고 실패가 반복되다 보니 자신감도 잃어가고 도전하고 싶지도 않다”며 “지금은 그냥 부모님이 주는 용돈을 받아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취업? 그까짓 거 대충

서울 소재 명문대를 졸업한 박모(27.여)씨. 벌써 3년째 취업준비생으로 살고 있지만 크게 걱정은 없다. 졸업 후 1년여 동안 해외여행을 하고 돌아온 그는 대기업 입사만을 고집하고 있다.


박씨는 “부모님이 중소기업에 들어가기는 원치 않는다. 그런 곳에 갈 바에는 좋은 사람 만나 시집이나 가든지 뒷바라지를 해줄 테니 공부를 더 해보란 식으로 나오신다”고 말했다.

박씨는 비교적 넉넉한 집안사정 덕분에 친구들을 만나 여가시간을 보내거나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처럼 하는 일 없이 빈둥대는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실업 상태이면서 교육이나 직업훈련은 물론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15~34세 ‘청년 니트(NEET)족’이 2003년 75만1000명에서 2010년 99만6000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 1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캥거루족’으로도 불리는 청년 니트족 중 34.9%는 ‘그냥 쉬었다’는 사람들이다. 학원 등에 다니지도 않으면서 취업준비(31.1%)나 진학준비(18.0%)를 하고 있다는 응답도 많았다.

학력별로는 고졸이 청년 니트족의 56%, 대졸 이상이 25.2%를 차지했다. 2003년에는 청년 니트족 중 고졸이 63.6%, 대졸 이상이 16.3%였다. 한 노동연구원은 “고학력 니트족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니트족과 함께 우리사회에 빠르게 양산되고 있는 것은 바로 ‘찰러리족’이다. 찰러리족은 취업 후에도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근로자지원센터에 따르면 직장 내 갈등 해결 능력이 부족해 일찌감치 부모에게 의존하려 드는 직장인이 증가하는 추세다. 높은 취업 문턱 때문에 ‘늦깎이’ 취업자가 늘면서 찰러리족 직장인 나이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근로자지원센터인 한국EAP협회 관계자는 “20대 후반은 물론이고 30대 초반 젊은 사원 중에서도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지원센터를)찾는 사원이 지난 5년간 20% 증가했다”며 “대개 직장생활과 학교생활을 구분하지 못하다 보니 혼란을 겪고 부모님과 함께 이곳을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런 신인류가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부모의 넘치는 자식사랑이 니트족, 찰러리족과 같은 ‘어른아이’ 증가에 큰 원인이 됐다고 지적한다.

한 심리학연구소 관계자는 “가족을 하나로 묶어 평가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집단주의적 전통에서 비롯된 사회현상”이라며 “부모의 자기과시의 일환으로 ‘양식된 자녀’는 성인이 돼서도 정서, 가치관, 행동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부모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 “경제적으로 안정된 부모일수록 자녀교육에 집착하는 경향이 많고 괜찮은 직장에 못 갈 바에는 차라리 쉬는 게 낫다며 실업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부모들은 자녀의 출세가 곧 가족 전체에 대한 사회적 평가로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에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왜 내 아들한테 그래!

자녀를 너무 사랑하다보니 품안에서 떠나보낼 수 없는 부모, 그리고 부모의 건강하지 못한 지나친 집착의 결과 성인이 돼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어른아이들. 아이를 손에서 놓지 못하면 아이도 불행해지고, 부모도 불행해진다.

부모에게 종속된 아이는 부모의 지시만 따르게 되고, 나중에는 더욱 부모에게 의존하려고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아이가 10대를 거쳐 20대에 들어서도 부모와 자식 간의 의존관계가 여전히 지속된다.

설령 결혼을 해도 그 아이는 여전히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심지어 결혼까지 시켜주고 집을 사주고 그것도 모자라서 자식이 아이를 낳으면 손자까지 봐줘야한다.

아이는 어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완전한 성인이 되지 못하고, 부모는 결국 완전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늙어서도 항상 책임을 져야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자식 사랑으로 정작 자신의 삶을 챙기지 못하는 부모들에게 ‘완벽한 부모가 되려는 소망을 버릴 것’을 강력하게 권했다. 또 완벽은 환상이고 완벽을 추구하기로 결정한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을 선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자녀들에겐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는 연습’을 통해 부모들로부터 완벽한 독립을 해야 하고,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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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교체? 김문수<br> “법적·정치적 책임 묻겠다”

대선후보 교체? 김문수
“법적·정치적 책임 묻겠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선후보 교체를 강행한 데 대해 10일, 김문수 후보가 “불법적이고 부당한 후보 교체에 대한 법적·정치적 조치에 즉시 착수하겠다”며 강력히 대응을 예고했다. 김 후보는 이날 여의도 선거캠프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야밤에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 대한민국 헌정사는 물론이고 전 세계 역사에도 없는 반민주적 일이 벌어졌다”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 정당하게 선출된 저 김문수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불법적으로 박탈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헌에 의하면 대통령후보는 전당대회 또는 그 수임 기구인 전국위원회서 선출하게 돼있는데 전국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비상대책위원회는 후보 교체를 결정해 버렸다. 이는 명백한 당헌 위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는 제가 후보로 선출되기 전부터 줄곧 한덕수 예비후보를 정해 놓고 저를 압박했다”며 “어젯밤 우리당의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저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을 계속 할 것”이라며 “우리가 피와 땀으로 지켜 온 자유민주주의의를 반드시 지키겠다. 국민 여러분, 저 김문수와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김 전 후보 측은 이날 중으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대통령 후보자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후보가 시간 끌며 단일화를 무산시켰다”며 “당원들의 신의를 헌신짝같이 내팽개쳤다”고 주장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 독재를 저지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로 단일화해서 기호 2번 국민의힘 후보로 세워야 한다는 게 당원들의 명령이었다”며 “우리 당 지도부는 기호 2번 후보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께 단일화 약속을 지켜주실 것을 지속적으로 간곡히 요청드렸고 저를 밟고서라도 단일화를 이뤄주십사 부탁했다”는 권 비대위원장은 “하지만 결국 합의에 의한 단일화는 실패하고 말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단일화는 누구 한 사람, 특정 정파를 위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다. 누구를 위해 미리 정해져 있던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비대위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뼈아픈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비대위는 모아진 총의와 당헌·당규에 따라 김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새롭게 후보를 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당 지도부는 이날 새벽 비대위와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열고 한 예비후보를 대선후보로 재선출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이날 오후 9시까지 진행되는 당원 투표를 거쳐 오는 11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마치면 대선후보 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일각에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이뤄졌던 이번 국민의힘 지도부의 대선후보 교체를 두고 절차적 정당성 등의 다양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치열한 경선 과정을 통해 최종 후보로 선출돼있는 공당의 후보를 두고, 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무소속의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하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후보 접수도 이날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단 한 시간만 받았던 점, 한 후보가 32개에 달하는 서류를 꼭두새벽에 접수했다는 점 등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양수 선관위원장은 이날 당 홈페이지를 통해 “당헌 74조 2항 및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 제29조 등에 따라 한 후보가 당 대선후보로 등록했다”고 공고했다. 앞서 이 선관위원장은 김 후보의 선출을 취소한다는 공지와 후보자 등록 신청을 공고했다. 김 전 후보와 한 후보는 후보 단일화 문제로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지난 1차 회동에 이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모처서 가졌던 2차 긴급 회동서도 단일화 방식 등 룰에 대해 논의를 시도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끝내 결렬됐다. 그러자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단일화 없이 승리는 없다”며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권 원내대표는 “두 후보 간의 만남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며 “후보 등록이 11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오늘(7일)은 선거 과정서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불과 27일 남았다. 이제 남은 시간이 없다”며 “이재명 세력은 공직선거법상의 허위 사실 공표죄를 사실상 폐지하고 대법원장 탄핵까지 공언하면서 대한민국 헌정 질서의 마지막 숨통까지 끊어버리려고 한다. 반면 우리는 단일대오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