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12)

“연합군을 제압해 적을 다스린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남성 3명 대동, 6000만원어치 환불 요구
기선 제압을 위해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

“이제 그런 얘기 그만 합시다.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서면으로 작성해서 내용증명을 보내주세요. 그러면 담당자가 친절히 상담을 해줄 겁니다. 반품 가능한 제품이라면 당연히 해줘야죠.”
상대방 역시 자신의 권위가 먹혀들지 않고 도리어 잘못하면 역공격을 당하겠다고 느꼈는지 싸움보다는 화해를 원하는 어투였다.
“아아, 예, 이사님! 제가 누님에게 연락을 드리라고 하겠습니다. 연락하면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고는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날 이후 그 사내가 말한 누님이라는 사람은 도통 연락이 없었다.
‘그런데 혹시?’
그 당시 보도국장이라고 한 그의 누님이라는 분이 제품을 싣고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저런 추측을 하고 있는데 노 차장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노 차장 역시 방금 제품을 싣고 온 사실을 보고받고, 주차장으로 내려가 쌓아 둔 박스를 확인하고 올라오는 길이라고 했다. 나는 그에게 일단 필요한 지시부터 했다.
“노 차장, 직원들을 주차장으로 내려 보내서 어떤 경우라도 내 허락 없이 회사 내로 제품을 반입하지 못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지금 당장 비서실로 가서 반품을 하기 위해 사장님과 면담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이리로 데리고 와요.”

취조하듯 거만한 투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사님, 그들이 사장님을 만나겠다고 우기며 내려오려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그리고 제품을 회사 내로 끝내 반입하려고 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일단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직원들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반입을 막으세요. 그리고 내가 반품과 관련된 모든 업무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설득하고, 일단 나를 만난 후에 사장님을 만나 뵙도록 주선해 드리겠다고 설득하여 그분들을 모시고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지시를 받고 나간 노 차장이 잠시 후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 1명과 같은 나이대의 남자 셋을 데리고 내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본 관리부 직원들이 혹 있을지도 모를 돌발사고를 대비하기라도 하듯 뒤따라와서 그들을 지켜보고 서 있었다.
“어서 오세요.”
나는 그들을 향해 정중히 웃으며 인사를 했다.

“여기 책임자 되십니까?”
그들 중에 제일 키 큰 남자가 바인더노트를 든 채 무게를 잡고 폼 나게 들어오며, 마치 취조라도 하듯 거만한 말투로 물었다. 순간 말하고 있는 자는 일반인이 아니라는 예감이 들었다.
“예, 제가 책임 관리이사입니다.”
“아 그래요.”
남자는 내 대답이 끝나자마자 함께 온 여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은 광주에 사는 저의 누님인데 얼마 전까지 이 회사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다 그만두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일단 앉으시죠.”
나는 앉아서 차분히 얘기를 나눠보자는 듯이 테이블 의자에 앉기를 권했다. 그러자 예의 키 큰 남자는 서있는 여인을 향해 “앉읍시다”라고 권한 후 자신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서있는 다른 두 명의 남자 중 한 명에게 눈짓을 하며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성만 구면

“자네는 내려가 제품 있는 곳에서 기다려!”
명령하듯 말하는 그의 말에 남자 하나는 사전에 서로 계획이라도 한 듯 아무런 대꾸 없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 나는 긴장된 분위기를 대화 분위기로 전환하기 위해 차를 준비하라고 여직원에게 말했다.
“여기 지방에서 귀한 분들이 오셨으니 ‘정성과 사랑이 가득담긴 따뜻한 차’를 부탁해요.”
내가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키 큰 남자가 굳어있던 표정을 바꾸며 잠깐 미소를 지었다.
“이사님께선 아주 특이한 차를 주시는군요.”
“예, 제가 귀한 분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해둔 값진 차가 있어서요.”
나도 그렇게 말하며 태연히 웃음을 지어보였다. 우리는 서로 상대방을 파악하기 위한 수순과 기선 제압을 위해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를 하며 몇 차례 말을 주고받았다. 대화를 하면서도 나는 앞자리에 말없이 앉아 있는 굳은 표정의 여성을 관찰했다. 그리고는 가급적 상대방의 감정을 사지 않기 위해 부드러운 말투로 궁금한 것을 묻기 시작했다.

“혹시, 저를 알고 있습니까?”
“예, 가끔 사내방송에서 뵈었습니다.”
그녀는 나를 쳐다보며 또렷하게 말했다.
“그래요, 어디에서 활동을 했습니까?”
“광주에서요.”
“그런데 어떤 경위로 회사제품을 가지고 왔습니까?”
내가 묻는 사이 키 큰 남자가 답변을 대신하고 있었다.
“누님은 광주에서 영업을 하다가 피해를 입고, 보관하고 있던 제품을 반품하고자 싣고 온 것입니다.”
“아, 그래요.”
나는 그의 말을 일축하며 다시 물었다.
“차로 싣고 온 제품이 도합 얼마나 됩니까?”
“약 6000만원 상당 됩니다.”
이번에도 키 큰 남자가 끼어들며 말했다.
“제품 목록을 가져왔습니까?”

“어이, 그 서류 좀 보여주지.”
그가 옆에 앉아서 긴장된 모습으로 우리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는 다른 사내에게 서류를 건네주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사내가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내게 건네주었다. 나는 서류를 대충 눈으로 훑어보고는 노 차장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노 차장! 회사 규정대로 본인 출고 여부와 출고한 제품, 반품한 사실 여부 등을 파악하고 내역을 가져오게.”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