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9)

웃음으로 속내를 감추고 방심한 적을 공격하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법 조치 못하도록 미끼 던져주고 시효 넘기기
채권 소멸시효 이용해 보증 책임 면할 수도

그녀는 내가 이것저것 캐물어가자 뭔가 해결할 실마리라도 잡았다고 느꼈는지, 조금 전까지 수심에 찬 얼굴에 밝은 빛을 띠며 대답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어음지급 일자를 정확하게 알 수 있을까?”
“지급일자가 그렇게 중요해?”
“물론이지. 잘하면 보증 책임을 면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
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며 다급히 물었다.
“아니 그게 정말이야? 그런 방법이 있어?”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이고, 문제가 있으면 답이 있기 마련이야. 받을 채권역시 소멸시효가 있어요. 돈을 빌려준 일반 채권은 상환하기로 한 일자로부터 10년간 민사소송을 청구한다든지, 아니면 가압류 등과 같은 보전 조치를 해놓지 않으면, 시효에 걸려 돈을 받을 권리를 소멸 당하게 돼. 이번 같은 약속어음은 최종소지인이 발행자에게 청구할 기한은 3년이고 배서인에게는 1년, 또한 배서인이 어음금을 상환하고 자신보다 전배서인에게 청구할 기한은 6개월을 넘기지 말아야 해요. 만약 이 기한을 넘기게 되면 채권자에게 주어진 청구기한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서 약속어음상에 있는 모든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보아 청구권을 상실하게 되는 거야.”
내말을 귀담아 듣고 있던 그녀는 소지인이 발행인에 대한 청구권리 소멸시효가 3년이라는 말에 회심의 미소를 띠며 말했다.

얼굴에 밝은 빛

“내가 잘은 모르지만, 우리 이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알 것 같기도 해. 가만있자, 지금 수첩에 지급 일자를 적어놓은 것이 있을 거야.”
그러면서 자신이 들고 온 큼직한 가방 속을 뒤져 오래된 수첩을 끄집어냈다.
“어디보자.”
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수첩을 한 장씩 넘겨 찾기 시작했다.
“분명히 어딘가 적어놓은 것 같은데……. 아! 여기 있네.”
아이들이 잊어버렸던 장난감이라도 찾은 것처럼 좋아라하는 표정으로 펼친 수첩을 내게 보여주었다.
“어디 봅시다.”


나는 그녀가 건네준 수첩을 가까이 당겨 여러 가지 복잡하게 메모돼 있는 내용을 들여다보았다.
여러 메모 속에는 죽었다는 친구가 발행한 약속어음의 금액, 발행일자, 지급일자가 기록되어 있었고, 그 부분을 볼펜으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표시해 두고 있었다.
“해가 바뀔 때마다 수첩을 바꾸어 옮겨 적기가 귀찮아서 수년 전부터 지금까지 바꾸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 거야. 혼란스럽지?”
복잡한 메모에 대한 변명이라도 하듯 멋쩍은 웃음을 띠며 그녀가 말했다.
“뭐, 나도 그래요. 그래도 다행히 이렇게 기록해두었네. 잘 했어.”

“그 당시에는 기록하지 않았는데, 낯선 그 남자들이 전화 올 때부터 그 사람들에게 되물어서 기록해 둔거야.”
“잘했어요.”
나는 그녀가 기록해 둔 것을 보며 발행일자와 지급일자를 곰곰이 따져보며 소멸시효 일자를 계산해보았다. 따져보니 오늘로 계산한다고 해도 약1개월 정도가 남아 있었다. 정확히 약속어음이 소멸시효를 적용받기에는 34일이 부족했다.
그녀는 내가 뭔가 계산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궁금하듯 물었다.
“어때? 시효란 것이 종료되었어?”

“아니. 시효가 완성되려면 아직 34일이 남아있네.”
“아직 34일이나? 그럼, 어떡해? 그 사람들은 매일같이 전화를 걸어와 집에 찾아온다는 등, 남편을 만나겠다고 협박하고 하는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해결방법을 찾았다고 좋아하던 모습이 이내 사라지고, 다시 낙담하는 표정이 되어 나를 쳐다보았다.
“그 정도는 감수 해야죠. 그렇다고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 다만 상대방이 눈치를 채지 않는다면 말이야.”

희생 감수해야

그녀는 내말에 다시 희망의 빛을 띠며 다급히 물었다.
“아니 무슨 방법? 빨리 말해 봐요?”
“소멸시효가 3년인데 아직 34일이 남았으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34일 이상 동안 시간을 끌어야 한다는 거지.”
“어떻게?”
그녀가 조심스레 방안을 캐물었다.
“글쎄, 으음…….”
나는 해결점을 찾아내기 위해 잠시 고민을 했다. 그녀는 바짝 긴장된 얼굴로 내가 어떻게 말할지 기다리고 있었다.

“차 사장! 삼십육계 병법 중에 소리장도(笑裏藏刀)라는 계책이 있어요. 이 계책은 웃음으로 자신의 깊은 뜻을 감추고, 상대방이 믿고 의심치 않은 채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서 공격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다는 뜻이야.”
“아니 손자병법에 그런 것이 있어?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하겠어. 좀 쉽게 얘기 해주면 안 되나?”
“하긴 쉽게 이해 할 수 없겠지. 지금부터 내말을 잘 들어 봐요. 무슨 말이냐 하면, 그 남자들이 우리 차 여사님을 상대로 법 조치나 내용증명을 보내지 못하도록 그럴 듯하게 미끼를 던져주고 연막을 쳐 믿게 만들어 보자는 거야. 그렇게 해서 34일간의 기일을 벌어 약속어음 소멸시효를 넘기자는 거지.”
“아니 보통 사람들이 아닌, 그 남자들이 가만히 있겠어? 그리고 어떻게 34일을 넘길 수 있어?”
“그러니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지, 세상에 그저 공짜로 되는 것이 있겠어? 자신의 억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희생을 감수해야할 각오를 가져야 하지 않겠어?”
“하긴 그래. 요즘 정말 억울해 잠도 자지 못할 지경이야.”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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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