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나대던 A회장 잠수 왜?

  • 박민우 pmw@ilyosisa.co.kr
  • 등록 2012.01.27 1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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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사라진 회장님 바람났나?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왕성한 대외 활동을 했던 A회장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 사실상 칩거에 들어간 모양새. 지난 연말에 이어 연초에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그 이유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장님’은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그의 빈자리엔 갖가지 추측만 무성하다.

활발한 대외행보 중단…연말부터 돌연 ‘잠행모드’
“두문불출 왜?” 은둔 이유 두고 갖가지 추측 난무

그동안 활발한 대외 행보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A회장. ‘은둔’과 거리가 멀었던 그가 갑자기 ‘문고리’를 걸어 잠갔다. A회장은 기자간담회나 각종 언론의 인터뷰에도 자주 응해 소신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연말부터 바깥출입을 자제하더니 올해 들어 전혀 움직임이 없다.  공식석상 등 외부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사실상 칩거에 들어간 것이다. A회장이 돌연 ‘잠수’를 타자 은둔 배경 등을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를 정리하면 4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사정’ 분위기 감지?

우선 업무 집중이 두문불출 이유로 꼽힌다. 극심한 불황을 돌파하려는 의지로 외부 활동보다는 내부 경영에 전념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A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그룹은 지난해 수출부진, 유가인상, 환율하락 등으로 고전했다. 그저 한숨만 내쉬다 한해를 보냈다. 다행히 지금까지 선방해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언제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비해 서둘러 비상계획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분위기다.


해외발 악재 여파로 올해 경제 전망은 하나같이 어둡다. 이에 따라 재계 전체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총수들도 ‘암흑기’를 앞두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더구나 오는 4월과 12월 각각 총선과 대선이 겹쳤다. 양대선거에서 서민들의 표를 노린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가 거셀 게 뻔해 재계에 위기감이 가중되고 있다.

그룹 측도 A회장의 칩거에 대해 내실에 집중하고 있다는 이유를 댔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어려운 상황이 예상되면서 대외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매일 출근해 직접 현안을 챙기는 등 묵묵히 회사경영에 집중하고 있다”며 “해외 출장이나 전국의 사업장 등 현장을 점검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잠행의 또 다른 이유로 ‘대망신’도 거론된다. 호언장담했던 대형 프로젝트가 잇달아 무산되자 얼굴을 들 수 없어 외부에 발길을 끊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A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해외사업은 현지 당국의 비협조로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A회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 해외사업의 중요성과 자신감을 자주 피력했었다. 이와 함께 A회장이 공들인 분야는 M&A다. 모 업체 인수전에 뛰어들어 “기필코 가져오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뒤돌아서야 했다.

솔솔 부는 ‘검풍’도 A회장의 발목을 잡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A회장이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바짝 엎드려 있다는 해석이다.

오리온, 한화, 태광, C& 등 대기업들을 잇달아 손본 검찰은 현재 SK를 집중적으로 털고 있다. 검찰의 매서운 칼날은 재계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 정권 말기를 맞아 조만간 대대적인 ‘재계 군기잡기’에 나설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재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검찰발 ‘사정 폭풍’이 언제 어디로 휘몰아칠지 몰라서다. ‘다음 제물’로 유력한 대기업은 적게는 2∼3곳, 많게는 5∼6곳으로 압축된다. 이중 A회장의 그룹도 포함돼 있다.


검찰은 횡령, 비자금, 특혜, 로비 등 대기업들의 고질적인 비리 첩보를 입수해 비밀리에 내사를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무수한 기업들이 도마에 오르내렸다. 의문과 소문만 키운 채 구린내만 풍기다 수면 아래에서 잠자고 있는 대표적인 케이스가 A회장의 비자금 의혹이다.

검찰엔 ‘오너가 거액을 횡령했다’, ‘정치권에 비자금을 제공했다’, ‘수상한 돈이 해외로 흘러나갔다’등 비리 첩보와 제보가 수북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탈루로 마련한 자금을 차명으로 관리하고 있다’, ‘옛 임원이 창업한 하청업체와 수상한 거래를 하고 있다’등의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진 국세청과 공정위 등도 잔뜩 벼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최근 호사가들 사이에 돌고 있는 A회장의 불륜설이다. 이 소문과 칩거가 연관이 있는 것 같다는 조심스런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불륜설’과 맞물려

실제 증권가 등 재계에 A회장의 ‘낯 뜨거운’ 불륜설이 나돌아 진위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남몰래 내연녀와 진한 사랑을 나누고 있다는 소문. 당연히 A회장은 부인 등 엄연히 가정이 있는 몸이다.

물론 아직 확인이 되지 않은 소문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회장의 그룹 측은 노심초사다. 사실 여부를 떠나 불륜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자칫 오너와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일각에선 A회장의 건강이상설까지 부상하고 있다. 하도 조용히 지내자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에 그룹 관계자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일고의 대응할 가치도 없는, 한마디로 ‘뜬소문’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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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게이트’ 김건희·대기업<br> 연결고리 추적

‘집사 게이트’ 김건희·대기업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검팀이 고삐를 당기기 시작한 수사는 ‘집사 게이트’다.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김예성씨가 연관된 부실기업에 다수의 대기업이 투자한 게 핵심이다. 일부 증권사는 기업가치까지 과대 해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은 해당 기업에 투자한 대기업 오너들을 전부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집사 게이트’ 의혹의 중심에 선 업체는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이하 IMS)다. 이 기업은 렌터카 업체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었다. 수백억원대 빚더미에 앉았지만 복수의 대기업으로부터 ‘수상한 투자’를 받았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IMS 설립에 관여한 김예성씨가 김건희씨의 최측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보고 있다. 투자 강행 로비용으로? 특검팀은 지금까지 신한은행과 경남스틸, JB우리캐피탈, 유니크, 중동파이낸스 등 투자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7일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과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조사했고, 21일에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불러 조사한 바 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만이 조사를 받지 않은 상태다. 오정희 특검보는 지난 22일 “조현상 부회장이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며 “신속히 귀국해 출석 일자를 밝히고 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번 2차 조사 기업은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을 보유한 IMS에 2023년 6월 무렵 5000만~10억원을 투자한 곳들이다. 1차 조사 대상이었던 한국증권금융, HS효성, 카카오모빌리티, 키움증권으로부터도 10억~50억원씩 총 184억원 투자가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이 투자는 사모펀드 운용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가 조성한 오아시스제3호제이디신기술투자(오아시스3호펀드)를 통해 투자됐다. 오아시스3호펀드는 선순위 130억원과 후순위 70억원 투자 구조로 결성됐다. 184억원 중 약 46억원은 기존 주식을 매입하는 ‘구주 매입’ 방식으로 집행됐다. 이 자금이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의 차명 재산으로 의심되는 이노베스트코리아로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베스트코리아의 유일한 이사는 김예성씨의 아내인 정모씨다. 누적적자가 수백억원대인 기업에 투자를 진행한 점과 김예성씨가 차명 회사를 통해 46억원 상당의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올리던 시기의 자금 흐름이 수상하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형사사건 및 오너 리스크 등이 존재했던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IMS모빌리티에 이해하기 어려운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배경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 기업들 배임 가능성 실제 IMS는 2023년 1월 기준 자산 556억원에 부채가 1414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런 기업에 ▲한국증권금융 50억원 ▲HS효성그룹 계열사 35억원 ▲카카오모빌리티 30억원 ▲신한은행 30억원 ▲키움증권 1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 중 한국증권금융의 투자가 의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증권금융은 금융위원회 관리 아래 증권시장 유동성 보강과 투자자 예탁금 보호 기능을 수행한다. 최대주주는 한국거래소로 우리은행, 하나은행, NH투자증권 등이 지분을 보유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때는 증권시장 안정화 기능을 담당했을 정도로 중요한 포지션을 맡고 있다. 역대 사장은 주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출신들이었고 윤 전 사장은 금융위 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역임했다. 현 김정각 사장도 FIU 원장 출신이다. 한국증권금융은 투자 당시 정상적인 내부 심사를 거쳤고,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투자 경위와 투자 근거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IMS, 자본잠식에 부채만 1000억대 한국증권·신한·효성 수 십억 투자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상 공기업에 해당하고 준정부기관이라고 봐도 무방한 게 한국증권금융이다. 공기업이 1000억원이 넘는 부채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HS효성의 투자 시기는 지난 2024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 제출로 최고 경영진이 경고 처분을 받기 직전이었다. 당시 공정위는 조 부회장의 16년간 차명 주식 보유기업 계열사 신고 누락을 지적했다. HS효성은 또 2024년 상반기 그룹 인적 분할을 앞두고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었다. 특검팀은 HS효성이 김건희씨에게 간접적으로 로비하기 위해 투자했다고 의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3년 3월 ‘택시콜 몰아주기’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257억원의 과징금을 잠정 부과받았다. 같은 해 하반기부터는 가맹사 이중계약을 통한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까지 받는 상황이었다. 키움증권은 2023년 5월 김 전 회장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직전에 지분을 대량 매도해 시세차익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시기다. IMS에 투자한 기업들은 대부분 손실 가능성을 검토했다. 특히 일부 기업은 펀드 손실 시 투자자의 투자원금 손실을 우선적으로 책임지겠다고 계약하기도 했다. ▲한국증권금융 ▲카카오모빌리티 ▲신한은행 ▲키움증권 ▲JB우리캐피탈 등은 선순위 유한책임조합원으로 참여했고, HS효성은 조영탁 IMS 대표, 유니크, 경남스틸 등과 함께 후순위 유한책임조합원이었다. HS효성은 4개 계열사(더클래스효성, 더프리미엄효성, 신성자동차, 효성도요타)를 통해 총 35억원을 투자했다. 통상 후순위 조합원은 조합이나 회사가 청산될 때 가장 마지막에 투자금을 돌려받는다. 먼저 투자한 기업이 투자금을 회수한 후 남은 금액이 있을 때만 돌려받을 수 있어 투자금 회수가 불발될 여지가 있어 리스크가 크다. 기업가치 과대 포장?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실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받은 투자 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 등은 최대 4년 이내에 IMS ONE의 IPO(기업공개) 혹은 M&A 실패 시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함께 검토했다. 투자 현황 보고서상 투자 원금 회수는 투자 구조와 투자 조건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투자 구조를 보면 오아시스3호펀드 투자 구조상 선순위 조합원에게는 후순위의 우선손실충당권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손실충당제도란 투자조합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후순위 조합원이 손실을 먼저 떠안는 것이다. HS효성이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했다는 의미다. 투자 구조 외에 신용보강 조건으로 한국증권금융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상환 청구권(풋옵션) ▲동반 매각권 등 3가지 권한을 확보해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보장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위험한 투자는 곧 투자업체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현행법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의 시선이다. 특검팀도 앞서 청구했던 압수수색영장에 이들 기업에 대한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해당 압수수색영장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는 IMS에 대해 수천 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IMS 기업가치를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PSR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출, IMS 시가총액을 2177억~2488억원으로 봤다. 하지만 IMS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액 472억원, 당기순손실 2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처리하지 못한 결손금만 1276억원에 달한다. 김예성씨는 정씨의 출국금지가 풀리면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특검에 전달했다. 정씨가 베트남으로 들어와 자녀 돌봄 문제를 해결하면 귀국해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특검팀은 정씨의 출국금지를 풀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김씨도 아직 구체적인 귀국 일정을 잡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전날 정씨를 상대로 김예성씨 부부가 제주도에 마련한 자택의 보증금 출처를 요구하는 등 김예성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의심되는 ‘46억원’의 행방과 용처를 확인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금융정보 제공 동의 등에 대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김예성씨 측은 거래 내역 등의 입증 자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흐름 수사 고삐 특검팀은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김예성씨가 특검 수사에 대비해 도피했다고 판단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여권 무효화 조처에 나섰다. 이에 압박을 느낀 김예성씨가 태국으로 다시 도주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김예성씨 측은 비자 문제로 잠시 태국을 방문했을 뿐 베트남 거주지를 옮긴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씨는 특검 조사에서 김예성씨 연락처를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