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빚쟁이 총수들

‘빛 좋은 회장님’ 알고 보면 개털?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대기업 총수는 돈을 얼마나 갖고 있을까. 총수들은 회사 주식과 부동산 등을 보유해 거부 소리를 듣지만, 이들 자산이 경영권과 직결돼 있어 사실상 묶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에 쥔 현금은 일반인들의 상상만큼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갑자기 큰돈이 필요하면 자산을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는다.

은행 등 금융권서 돈 빌리고 주식 담보로 잡혀
경영 어려울수록 대출 많아…지분 100% 설정도

검찰의 SK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최태원 회장이 선물에 투자하기 위해 개인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돈을 대출받았다는 점이다. 일반인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재벌 총수가 뭐가 아쉬워 대출까지 받았냐는 의문에서다.

사실 최 회장처럼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총수들은 한둘이 아니다. 경영권과 직결돼 있는 주식과 부동산 등이 사실상 묶여 있다 보니 갑자기 큰돈이 필요하면 은행을 찾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뭐가 아쉬워서…

그렇다면 ‘회장님’들은 빚이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의 총수들은 공시를 통해 담보 주식만 공개하고 있다. 정확한 대출액수를 알 수 없는 것. 다만 주가 등을 통해 대출금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금융권에 주식을 가장 많이 맡겨놓은 오너로 꼽힌다. 김 회장은 동부화재, 동부제철, 동부건설 등 주요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잡혔다. 김 회장의 동부화재 주식은 556만8500주 중 556만7000주가 담보로 설정돼 있다. 99%가 금융권에 묶여 있는 셈이다.

동부제철 주식은 255만2071주 중 157만2891주(62%)가 대출 담보로 있다. 동부건설의 경우 238만9521주 몽땅 금융권에 차입 담보로 제공된 상태다. 김 회장이 손을 벌린 곳은 하나은행, 외환은행, IBK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은행·증권사를 비롯해 프라임상호저축은행, 솔로몬상호저축은행 등 저축은행도 포함돼 있다.

두산 오너일가도 적지 않은 주식이 담보로 잡혀 있다. 총 918만3174주 가운데 813만6026주(89%)가 그렇다. 박용만 두산 회장은 하나은행, 우리은행, 한국증권금융, 하나대투증권 등에 84만7478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이는 박 회장이 소유한 주식(85만9962주)의 99%에 해당한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주식 전량(61만5445주)을,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은 86만497주 중 30%인 26만497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금호 두 오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등 계열사 보유주식 135만6906주 가운데 99.2%인 134만6512주를 계열사 차입금 담보로 산업은행에 제공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197만375주 가운데 119만5033주(61%)를 맡기고 대출을 받았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도 농협과 수협 등으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현 회장이 이들 은행에 담보로 제공한 동양 주식은 790만602주 중 789만6205(99%)주다. 현 회장의 대출 금액은 약 18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도 보유주식 중 상당수를 금융사에 담보로 제공했다. 조석래 회장은 2001년 4월 우리은행에 효성 주식 302만주를 담보로 잡혔다. 이후 아직까지 해지가 안 된 상태다. 조 회장의 보유주식은 총 362만4478주로, 담보가 설정된 지분율은 83%에 해당한다.

현정은 회장은 현재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등 주식 278만3362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85%인 237만6823주를 대신증권, 외환은행 등에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렸다. 현대상선 담보대출 비율은 95%에 달한다.

강덕수 회장은 보유 중인 STX 주식 중 77%가 금융권 담보 등으로 묶여 있다. 700만주 중 360만주를 맡기고 자금을 빌린데 이어 금융권 대출을 위해 제3자 담보로 180만주를 글로벌오션인베스트에 제공했다.

최근 곤욕을 치르고 있는 최태원 회장의 경우 주식담보대출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9월 SK C&C 지분 401만696주를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총 보유주식의 약 18%다. 이를 계산하면 대출금액은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 등에 더 맡겨 주식담보 비율이 20%를 넘었다. 그러나 대출금을 일부 상환하고 담보로 잡혔던 주식 282만2015주를 돌려받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주식이 담보로 설정돼 있다. 3명의 총수는 각각 보유 주식의 35%, 30%, 26%를 금융권에 담보로 맡겼다. 다만 이들 주식에 묶여 있는 ‘족쇄’는 질권이다. 질권은 일종의 연대 보증 개념으로 채무 상환에 문제가 발생하면 채권단에 우선 처분 권리를 준다.

반면 삼성, LG, 롯데, 현대중공업, 신세계 등 총수들의 주식은 담보가 거의 없어나 담보로 잡힌 주식이 단 한 주도 없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은 주식담보 비율이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모른다” 쉬쉬

재계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 동양, 효성, 동부, STX 등 회사 경영이 어려운 회사일수록 총수들의 담보대출이 많다”며 “특히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 기업이라면 총수의 주식담보 비율이 더욱 높은데, 이는 채권단과 맺은 약속에 따라 주식담보 대출을 통한 사재출연 등 회사 구조조정에 총수들도 동참한 결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담보로 제공된 주식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의결권 제한을 받지 않아 당장 경영권에 큰 문제가 없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담보를 늘리면 경영권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그룹들은 하나같이 총수들의 주식담보를 ‘쉬쉬’하는 분위기다. 설사 안다고 해도 목적 등에 대해선 “오너 개인적 사안이라 밝힐 수 없다”는 게 그룹들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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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