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낚은 이재현 CJ그룹 회장

막판 뒤집기 한판승…‘제2의 전성기’ 맞았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우여곡절 끝에 대한통운을 거머쥔 CJ그룹. 떡 돌리고 샴페인 터뜨리는 요란한 소리가 날만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다. 마냥 웃고 떠들 때가 아니란 분위기다. 이재현 회장의 속내는 복잡하다. 앞에 놓인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 탓이다. 어렵게 ‘대어’를 낚았지만 ‘어항’에 넣기까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이 회장이 풀어야 할 현안들을 짚어봤다.

포스코 제치고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
처음 뒤지다 2조 ‘통큰 베팅’으로 전세 역전

CJ그룹이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대한통운 주식매각 주체인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8일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 CJ제일제당-CJ GLS 컨소시엄의 본입찰제안서를 평가한 뒤 CJ 측의 손을 들어줬다. 공동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은 실사를 거쳐 이달 중 CJ그룹과 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인수전에서 CJ그룹은 포스코 측에 비해 자금력 면에서 절대적으로 열세였다. 처음엔 포스코 컨소시엄 쪽으로 기울다가 극적인 반전이 이뤄진 것이다. 이는 이재현 회장의 ‘통큰 베팅’결과였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에서 인수가격은 전체 배점의 7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 2조2000억원
예상가 6000억 상회

CJ그룹은 주당 20만원이 넘는 인수가격을 제시, 총 인수 제안 금액은 2조2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주당 18만원대 수준인 1조5000억∼1조6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물론 포스코 컨소시엄(주당 19만원씩 총 1조8000억원)보다 높은 가격이다.

전세를 역전시킨 CJ그룹의 베팅은 이 회장의 강력한 인수 의지에서 비롯됐다. 이 회장은 대한통운 인수를 그룹 시너지와 외형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보고 과감한 베팅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사업을 ▲식품서비스 ▲바이오·생명공학 ▲E&M(엔터테인먼트 미디어)과 함께 그룹 4대 핵심사업으로 삼은 이 회장은 대한통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해 인수전을 직접 지휘했다. 2013년 그룹 목표 매출인 38조원(지난해 매출 18조원) 달성을 위해서도 대한통운을 꼭 인수해야 했다. 이 회장은 인수합병(M&A) 실무를 맡은 그룹 지주회사인 CJ㈜ 기획팀으로부터 실시간 보고를 받으며 “대한통운을 인수해 아시아 대표 물류기업으로 키우자”고 독려해왔다.

CJ그룹은 “물류회사 CJ GLS, 해외로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CJ오쇼핑과의 시너지를 통해 대한통운을 그룹 내 주요 성장축으로 삼겠다”며 “202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DHL 등 세계적인 물류기업과 경쟁할 아시아 대표 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회장의 속내는 복잡하다. 앞에 놓인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 탓이다. 어렵게 ‘대어’를 낚았지만 ‘어항’에 넣기까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그룹 외형 키울 기회다!” 이 회장 M&A 직접 진두지휘

우선 시너지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다. 업계 일각에선 CJ그룹이 이미 물류 계열사인 CJ GLS를 보유하고 있어 중복되는 사업이 많아 대한통운과의 인수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CJ그룹은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회사 측은 “CJ는 지식형 물류회사로 보관 배송에 강점이 있는 반면 대한통운은 운송 항만 하역에 경쟁력이 있어 양사가 결합하면 물류 전 과정에서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CJ 고객군(소비재 전기 전자 자동차부품)과 대한통운 고객군(군수 사료 곡물 철강)이 겹치지 않는 것도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택배부문 중복에 대해선 “택배사업은 파이를 키워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택배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관건인데 대한통운을 인수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물류사업을 2020년까지 20조원 규모로 키워 글로벌 7대 전문 물류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대한통운 노조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앞서 포스코를 지지했던 노조는 CJ그룹 인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29일 성명을 내고 “CJ그룹이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실사저지, 파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CJ그룹의 인수를 막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노조는 “지난 80여년 동안 국내 물류의 대동맥을 책임져 온 국내 최대의 물류회사인 대한통운의 미래 비전은 무시하고 인수전이 기업 간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됐다”며 “CJ가 과도한 금액을 제시함으로써 그 부담이 고스란히 대한통운 전 종업원들에게 전가돼 결국 고용도 불안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CJ그룹은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노조의 반발을 충분히 예상했던 만큼 차분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관훈 CJ㈜ 대표는 “CJ그룹은 우수한 역량을 가진 대한통운 임직원의 안정적 고용을 보장하며, 절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며 “대한통운 노조와도 상생적인 발전관계를 구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CJ그룹은 창업이념이 인재제일”이라며 “그동안 국내외 다양한 업체들과의 M&A를 통해 성공적인 통합경험을 축적해 대한통운과도 유기적인 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대가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랬고, GS그룹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을 제치고 대우조선해양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한화그룹이 그랬다. 홈에버를 인수한 이랜드, 남광토건을 인수한 대한전선, 하이마트를 인수한 유진그룹 등도 모두 비슷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최근엔 현대그룹이 무리하게 현대건설을 삼켰다 도로 뱉기도 했다.

“실사저지, 파업”
노조 강하게 반발


시장에선 CJ그룹도 자칫 무리한 인수에 나섰다가 그룹 전체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던 지난달 28일 대한통운의 종가는 11만1000원. CJ그룹이 주당 20만원이 넘는 인수가격을 제시한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80%에 이르는 셈이다. 인수 경쟁이 과열되면서 인수가격이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으로, 결국 CJ그룹이 ‘통큰 베팅’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물음표다.

M&A시장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대형 인수전에 나섰다가 큰 코 다친 대기업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CJ그룹이 무리하게 판을 키우다 수렁에 빠진 기업들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CJ그룹은 ‘승자의 저주’는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인수 대금 조달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통운 인수 자금 2조2000억원은 50대50 투자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CJ제일제당과 CJ GLS가 절반씩 부담하게 된다.

CJ제일제당은 보유 현금(약 1000억∼2000억원)에 1조원대의 삼성생명 주식을 유동화할 계획이다. CJ GLS는 CJ㈜를 대상으로 한 5000억원 유상증자와 5000억원 상당의 외부 차입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CJ그룹은 “인수가격이 다소 올랐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범위다. 1조5000억원 상당의 추가 차입 여력이 충분하다”며 “그룹의 연간 잉여 현금 흐름이 4000억∼5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대한통운 인수로 인해 자금 운영 안정성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돈만 해결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이 회장으로선 삼성과의 갈등이 이번 인수전에서 불거진 가장 큰 골칫거리다. 하루빨리 관계 복원이 시급하다.

[남은 숙제들]
1.시너지 효과
2.노조의 반발
3.승자의 저주
4.삼성과 관계
5.법적 공방전

CJ그룹은 삼성그룹과 ‘사촌기업’이다. 이재현 회장과 이건희 회장은 삼촌 조카 사이다. 둘 사이에 균열이 감지된 것은 본입찰을 나흘 앞둔 지난달 23일 삼성SDS가 포스코 쪽에 붙으면서다. 동시에 CJ그룹의 자문을 맡았던 삼성증권이 계약을 철회하면서 갑자기 CJ그룹과 삼성그룹간 갈등으로 비화됐다.

업계에선 삼성이 CJ에 등을 돌린 이유가 두 집안 사이의 오랜 앙금 때문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 고 이병철 섬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씨(이재현 회장 부친)는 3남 이건희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기고 20년 넘게 야인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때부터 두 집안이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왔다.

1994년 CJ그룹이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될 때 서로 마찰을 빚은 게 단적인 예다. 당시 한남동 이건희 회장 집에서 바로 옆에 있는 이재현 회장 집 정문이 보이도록 CCTV를 설치해 출입자를 감시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나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었다.

삼성그룹 측은 “삼성SDS가 포스코 컨소시엄에 참여한 이유는 비즈니스적 판단이지 그룹 차원의 조직적 개입은 없었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CJ그룹 측은 삼성을 향해 대놓고 삿대질을 했다. CJ는 지난달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비도덕적인 삼성증권의 행태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이번 사태로 인한 유무형의 손실에 대해 명백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삼성SDS의 지분 투자가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없이 진행됐다고 믿을 수 없다”며 “삼성의 의도가 무엇인지 밝혀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통운 인수전이 삼성가 집안싸움으로 흘러가자 CJ그룹은 “입찰 과정에서 삼성그룹과의 갈등을 지나치게 부각했다”며 홍보실장을 전격 교체하는 것으로 서둘러 봉합하려 했지만, 삼성과의 불편한 관계는 물론 홍보실장 경질 배경을 두고도 이런저런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적 문제도 남아있다. CJ그룹은 삼성증권에 대해 강경 대응할 뜻을 밝힌 바 있다. CJ그룹은 “인수자문 계약을 철회한 삼성증권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며 “손해 내용으로는 삼성증권 측의 잘못으로 자문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된 점, CJ의 정보가 누출될 가능성, CJ가 인수 성공시 얻을 경제적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했었다.

반면 포스코는 CJ그룹 선정 과정에 의문점이 있다며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인수 주체가 CJ㈜로 알려졌는데 실제 본입찰에는 CJ제일제당과 CJ GLS가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입찰 주체가 바뀐 부분에 대해 법률적 문제가 없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CJ 측이 이사회 결의 내용을 공시한 적이 없으며 이사회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CJ그룹 측은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삼성가 갈등 비화
관계 복원 될까

우선협상대상자가 최종 승자는 아니다. M&A 전문가들은 “우선협상자로 CJ그룹이 선정됐지만 매각 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된 게 아닌 만큼 본계약까지 두고 봐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예비협상대상자인 포스코도 “아직 인수전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잘 아는 CJ그룹은 내부 단속에 들어갔다. 이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끝까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유지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이 험난한 여정을 잘 마치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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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