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낚은 이재현 CJ그룹 회장

막판 뒤집기 한판승…‘제2의 전성기’ 맞았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우여곡절 끝에 대한통운을 거머쥔 CJ그룹. 떡 돌리고 샴페인 터뜨리는 요란한 소리가 날만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다. 마냥 웃고 떠들 때가 아니란 분위기다. 이재현 회장의 속내는 복잡하다. 앞에 놓인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 탓이다. 어렵게 ‘대어’를 낚았지만 ‘어항’에 넣기까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이 회장이 풀어야 할 현안들을 짚어봤다.

포스코 제치고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
처음 뒤지다 2조 ‘통큰 베팅’으로 전세 역전

CJ그룹이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대한통운 주식매각 주체인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8일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 CJ제일제당-CJ GLS 컨소시엄의 본입찰제안서를 평가한 뒤 CJ 측의 손을 들어줬다. 공동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은 실사를 거쳐 이달 중 CJ그룹과 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인수전에서 CJ그룹은 포스코 측에 비해 자금력 면에서 절대적으로 열세였다. 처음엔 포스코 컨소시엄 쪽으로 기울다가 극적인 반전이 이뤄진 것이다. 이는 이재현 회장의 ‘통큰 베팅’결과였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에서 인수가격은 전체 배점의 7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 2조2000억원
예상가 6000억 상회

CJ그룹은 주당 20만원이 넘는 인수가격을 제시, 총 인수 제안 금액은 2조2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주당 18만원대 수준인 1조5000억∼1조6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물론 포스코 컨소시엄(주당 19만원씩 총 1조8000억원)보다 높은 가격이다.

전세를 역전시킨 CJ그룹의 베팅은 이 회장의 강력한 인수 의지에서 비롯됐다. 이 회장은 대한통운 인수를 그룹 시너지와 외형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보고 과감한 베팅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사업을 ▲식품서비스 ▲바이오·생명공학 ▲E&M(엔터테인먼트 미디어)과 함께 그룹 4대 핵심사업으로 삼은 이 회장은 대한통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해 인수전을 직접 지휘했다. 2013년 그룹 목표 매출인 38조원(지난해 매출 18조원) 달성을 위해서도 대한통운을 꼭 인수해야 했다. 이 회장은 인수합병(M&A) 실무를 맡은 그룹 지주회사인 CJ㈜ 기획팀으로부터 실시간 보고를 받으며 “대한통운을 인수해 아시아 대표 물류기업으로 키우자”고 독려해왔다.

CJ그룹은 “물류회사 CJ GLS, 해외로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CJ오쇼핑과의 시너지를 통해 대한통운을 그룹 내 주요 성장축으로 삼겠다”며 “202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DHL 등 세계적인 물류기업과 경쟁할 아시아 대표 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회장의 속내는 복잡하다. 앞에 놓인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 탓이다. 어렵게 ‘대어’를 낚았지만 ‘어항’에 넣기까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그룹 외형 키울 기회다!” 이 회장 M&A 직접 진두지휘

우선 시너지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다. 업계 일각에선 CJ그룹이 이미 물류 계열사인 CJ GLS를 보유하고 있어 중복되는 사업이 많아 대한통운과의 인수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CJ그룹은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회사 측은 “CJ는 지식형 물류회사로 보관 배송에 강점이 있는 반면 대한통운은 운송 항만 하역에 경쟁력이 있어 양사가 결합하면 물류 전 과정에서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CJ 고객군(소비재 전기 전자 자동차부품)과 대한통운 고객군(군수 사료 곡물 철강)이 겹치지 않는 것도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택배부문 중복에 대해선 “택배사업은 파이를 키워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택배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관건인데 대한통운을 인수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물류사업을 2020년까지 20조원 규모로 키워 글로벌 7대 전문 물류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대한통운 노조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앞서 포스코를 지지했던 노조는 CJ그룹 인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29일 성명을 내고 “CJ그룹이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실사저지, 파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CJ그룹의 인수를 막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노조는 “지난 80여년 동안 국내 물류의 대동맥을 책임져 온 국내 최대의 물류회사인 대한통운의 미래 비전은 무시하고 인수전이 기업 간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됐다”며 “CJ가 과도한 금액을 제시함으로써 그 부담이 고스란히 대한통운 전 종업원들에게 전가돼 결국 고용도 불안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CJ그룹은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노조의 반발을 충분히 예상했던 만큼 차분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관훈 CJ㈜ 대표는 “CJ그룹은 우수한 역량을 가진 대한통운 임직원의 안정적 고용을 보장하며, 절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며 “대한통운 노조와도 상생적인 발전관계를 구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CJ그룹은 창업이념이 인재제일”이라며 “그동안 국내외 다양한 업체들과의 M&A를 통해 성공적인 통합경험을 축적해 대한통운과도 유기적인 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대가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랬고, GS그룹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을 제치고 대우조선해양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한화그룹이 그랬다. 홈에버를 인수한 이랜드, 남광토건을 인수한 대한전선, 하이마트를 인수한 유진그룹 등도 모두 비슷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최근엔 현대그룹이 무리하게 현대건설을 삼켰다 도로 뱉기도 했다.

“실사저지, 파업”
노조 강하게 반발


시장에선 CJ그룹도 자칫 무리한 인수에 나섰다가 그룹 전체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던 지난달 28일 대한통운의 종가는 11만1000원. CJ그룹이 주당 20만원이 넘는 인수가격을 제시한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80%에 이르는 셈이다. 인수 경쟁이 과열되면서 인수가격이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으로, 결국 CJ그룹이 ‘통큰 베팅’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물음표다.

M&A시장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대형 인수전에 나섰다가 큰 코 다친 대기업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CJ그룹이 무리하게 판을 키우다 수렁에 빠진 기업들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CJ그룹은 ‘승자의 저주’는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인수 대금 조달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통운 인수 자금 2조2000억원은 50대50 투자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CJ제일제당과 CJ GLS가 절반씩 부담하게 된다.

CJ제일제당은 보유 현금(약 1000억∼2000억원)에 1조원대의 삼성생명 주식을 유동화할 계획이다. CJ GLS는 CJ㈜를 대상으로 한 5000억원 유상증자와 5000억원 상당의 외부 차입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CJ그룹은 “인수가격이 다소 올랐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범위다. 1조5000억원 상당의 추가 차입 여력이 충분하다”며 “그룹의 연간 잉여 현금 흐름이 4000억∼5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대한통운 인수로 인해 자금 운영 안정성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돈만 해결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이 회장으로선 삼성과의 갈등이 이번 인수전에서 불거진 가장 큰 골칫거리다. 하루빨리 관계 복원이 시급하다.

[남은 숙제들]
1.시너지 효과
2.노조의 반발
3.승자의 저주
4.삼성과 관계
5.법적 공방전

CJ그룹은 삼성그룹과 ‘사촌기업’이다. 이재현 회장과 이건희 회장은 삼촌 조카 사이다. 둘 사이에 균열이 감지된 것은 본입찰을 나흘 앞둔 지난달 23일 삼성SDS가 포스코 쪽에 붙으면서다. 동시에 CJ그룹의 자문을 맡았던 삼성증권이 계약을 철회하면서 갑자기 CJ그룹과 삼성그룹간 갈등으로 비화됐다.

업계에선 삼성이 CJ에 등을 돌린 이유가 두 집안 사이의 오랜 앙금 때문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 고 이병철 섬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씨(이재현 회장 부친)는 3남 이건희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기고 20년 넘게 야인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때부터 두 집안이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왔다.

1994년 CJ그룹이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될 때 서로 마찰을 빚은 게 단적인 예다. 당시 한남동 이건희 회장 집에서 바로 옆에 있는 이재현 회장 집 정문이 보이도록 CCTV를 설치해 출입자를 감시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나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었다.

삼성그룹 측은 “삼성SDS가 포스코 컨소시엄에 참여한 이유는 비즈니스적 판단이지 그룹 차원의 조직적 개입은 없었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CJ그룹 측은 삼성을 향해 대놓고 삿대질을 했다. CJ는 지난달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비도덕적인 삼성증권의 행태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이번 사태로 인한 유무형의 손실에 대해 명백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삼성SDS의 지분 투자가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없이 진행됐다고 믿을 수 없다”며 “삼성의 의도가 무엇인지 밝혀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통운 인수전이 삼성가 집안싸움으로 흘러가자 CJ그룹은 “입찰 과정에서 삼성그룹과의 갈등을 지나치게 부각했다”며 홍보실장을 전격 교체하는 것으로 서둘러 봉합하려 했지만, 삼성과의 불편한 관계는 물론 홍보실장 경질 배경을 두고도 이런저런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적 문제도 남아있다. CJ그룹은 삼성증권에 대해 강경 대응할 뜻을 밝힌 바 있다. CJ그룹은 “인수자문 계약을 철회한 삼성증권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며 “손해 내용으로는 삼성증권 측의 잘못으로 자문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된 점, CJ의 정보가 누출될 가능성, CJ가 인수 성공시 얻을 경제적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했었다.

반면 포스코는 CJ그룹 선정 과정에 의문점이 있다며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인수 주체가 CJ㈜로 알려졌는데 실제 본입찰에는 CJ제일제당과 CJ GLS가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입찰 주체가 바뀐 부분에 대해 법률적 문제가 없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CJ 측이 이사회 결의 내용을 공시한 적이 없으며 이사회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CJ그룹 측은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삼성가 갈등 비화
관계 복원 될까

우선협상대상자가 최종 승자는 아니다. M&A 전문가들은 “우선협상자로 CJ그룹이 선정됐지만 매각 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된 게 아닌 만큼 본계약까지 두고 봐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예비협상대상자인 포스코도 “아직 인수전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잘 아는 CJ그룹은 내부 단속에 들어갔다. 이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끝까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유지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이 험난한 여정을 잘 마치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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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