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우리금융 민영화 판세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0.07 11: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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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걸었지만 완주는 '글쎄∼'

[일요시사=경제1팀]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에 시동을 걸었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이 예비입찰 흥행 성공했고 증권계열 예비입찰도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계열사 매각은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은행 매각이다. 노조의 강력 반발이 예상되고 인수에 따른 별다른 메리트도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선뜻 인수에 나서겠다는 기업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이 지방은행계열과 증권계열을 우선 매각하고 은행을 마지막에 매각하는 방향으로 윤곽이 잡힌 가운데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예비입찰이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달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예비입찰에 총 9곳이 참여했다.

경남은행 예비입찰에는 BS금융과 DGB금융, 기업은행,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 등 총 4곳이 참여했다. BS금융과 DGB금융은 광주은행에도 입찰 제안서를 넣었으며 이밖에 신한금융지주, JB금융, 광주·전남 상공인연합, 광주은행 우리사주조합, 지구촌영농조합 등 무려 7곳이 뛰어들었다.

예상 밖 흥행

당초 업계는 예비입찰 흥행이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인수후보들이 몰리면서 향후 최종입찰에서의 유효 경쟁 성립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유효 경쟁 성립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점을 감안하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예비입찰에 뛰어든 후보들은 저마다의 목표와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먼저 BS금융과 DGB금융은 경남은행 인수로 '지역 1위' 굳히기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상황에 따라 광주은행 인수로 선회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JB금융은 광주은행 인수로 서남권 영토 확장을 노리는 상황.

기업은행은 경남은행 인수를 통해 지방 중소기업 지원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광주은행 인수에 나선 신한금융은 호남지역 영업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광주·전남 상공인연합과 지구촌영농조합은 지역상공인단체로서 정치권과 연합해 외부세력 견제에 나서고 있다.

경남은행 인수전에서는 기존 BS금융과 DGB금융 간 양강 구도에 기업은행이 뛰어들면서 균열을 가하고 있다. BS금융의 자산은 46조원, DGB금융의 자산은 27조원 가량으로 223조원에 달하는 기업은행에 비하면 작은 규모다. 지역 상공인들이 주축이 된 인수추진위원회는 사모펀드와 손을 잡았으나 자금조달 부분이 베일에 가려진 상태여서 인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도로 국책은행'이 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쉽게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기업은행이 인수전에 나선 것은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정부는 기업은행의 지분 68.9%를 보유 중이다. 기업은행이 금융당국과 사전교감 없이 경남은행 인수전에 참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기업은행의 경남은행 인수를 놓고 지역에서는 벌써 날카로운 공방전이 시작됐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 9월23일 간부회의에서 "경남은행이 기업은행에 인수된다면 우리금융지주회사 자회사로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는 민영화라는 애초 취지에도 맞지 않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기조에도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경남·광주은행 예비입찰 흥행 성공
증권계열 대형 금융지주사 관심 집중
몸집 줄여도…우리은행 매각 안개 속


경남은행 노조도 성명을 내고 "정부 지분 68.9%의 기업은행이 경남은행의 민영화에 참여한다는 것은 경남은행을 국유화 시키기 위한 금융당국과 기업은행의 지역금융 말살정책의 음모로 규정한다"며 지역환원을 주장하고 있다.

광주은행의 경우에는 신한금융이 가장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신한금융은 호남에 영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실하고 광주은행의 내실이 탄탄하다는 점을 출사표로 내놓았다. 실제 신한은행의 호남점포는 26개로 경남(82개)의 절반도 안 된다. 특히 신한금융으로서는 광주은행을 인수하면 추후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리트를 가질 수 있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에 양다리 작전을 쓰고 잇는 BS금융과 DGB금융을 제외하면 후보는 후보들 중 자산규모가 가장 작은 KB금융과 상공인연합밖에 없다. 신한금융의 인수 의지만 확실하다면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광주은행 인수는 무난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방은행 매각은 앞으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구성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금유위원회 산하 공자위는 지난 9월7일을 기점으로 3기 위원들 활동이 끝난 상태. 9월9일 새 공자위가 출범해야 맞지만 국회파행으로 위원 선정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추후 여야 합의로 위원 선정이 완료되면 본입찰 적격자가 선정되고 이후 2달가량의 실사를 거쳐 12월에 본입찰이 시작된다. 올 연말이면 지방은행의 새 주인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두 번째 단계인 증권 계열은 오는 10월21일 예비입찰 서류 접수를 마감한다. 우리투자증권에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자산운용, 우리저축은행을 묶어 팔고, 우리 F&I와 우리파이낸셜을 각각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먼저 우투증권의 매각가는 약 1조5000억∼2조원으로 예상된다. 규모가 큰 만큼 KB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힌다. 여기에 대신증권과 파인스트리트도 참여 의사를 드러낸 상태다.

우리 F&I는 사모펀드(PEF) 나무코프를 중심으로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우리파이낸셜은 KT캐피탈과 메리츠금융지주 등이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우리금융을 은행, 증권, 지방은행계열의 3개 그룹으로 분할 매각하기로 한 것은 현재까지의 성적만 보면 일단은 성공적이다. 문제는 우리은행이다. 내년 상반기 매물로 나올 예정인데 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교보생명이 유일하다. 우리은행은 계열사를 때내고 껍데기만 남은 우리금융지주와 합병한 후 우리카드,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프라이빗에퀴티, 우리FIS등 기타 자회사와 함께 패키지로 매각된다.

우리은행의 총자산이 265조6144억원(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지주 자산의 90%에 달하는 만큼 일반 투자자가 인수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메리트 있나 없나

그렇다고 해서 유력한 주요 금융지주가 우리은행을 인수한다면 중복점포 및 인원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사모펀드 형태의 인수자의 경우 론스타로 고생을 한 금융당국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또한 묶어 팔 것으로 예상됐던 우리투자증권이 분할 매각 방침으로 빠진 상황에서 우리은행 인수에 따른 별다른 메리트도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지방은행 예비입찰에 인수 후보가 몰리고 증권 계열도 높은 관심을 받는 등 초반 흥행에 성공한 것은 맞지만 가장 중요한 우리은행 매각이 안개 속에 빠진 형국이다"며 "시동을 건 우리금융이 민영화라는 도착지에 다다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전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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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