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장수프로그램들

‘허참’도 가고 ‘신구’도 가고~


봄 개편을 맞아 KBS는 26년 장수한 <가족오락관>과 10년 장수한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하 사랑과 전쟁)을 폐지하기로 했다. 또 14년간 장수하며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 아침드라마 <TV소설>과 <청춘예찬>도 막을 내리기로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지는 장수프로그램에는 수많은 해프닝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장수프로그램들의 아쉬움을 뒤로하며 그동안 일어났던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묶어 보았다.  


‘타이틀’만으로 시청자 시선을 잡아끄는 <가족오락관>은 지난 4월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치러진 마지막 녹화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1984년 4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26년 만에 1237회를 끝으로 마침표를 찍게 됐다.
1237이란 숫자가 말해주듯 <가족오락관>에는 다양한 진기록들이 즐비하다. 우선 ‘모범 MC’로 손꼽히는 허참은 방송에 딱 한 번 불참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교통사고. 직접 차를 몰고 <가족오락관> 녹화를 오던 도중 가로수를 받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코뼈가 주저앉는 부상을 입고 타고 있던 차량은 반파됐다.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고집을 피워 녹화장으로 갔다. 그러나 얼굴에 심하게 흉터를 입은 허참을 본 제작진은 그를 병원으로 보냈고 그의 빈자리는 당시 여자 MC 정소녀가 채웠다.
허참과 짝을 이룬 <가족오락관> 여자 MC는 21명이다. 여자 1대 MC는 오유경 아나운서였다. 이후 정소녀, 김혜영, 김자영, 김영미, 최영미, 이유리, 전혜진, 장서희, 오현정, 손미나, 변우영, 윤지영, 박주아, 박사임, 이정민, 김새롬 등이 바통을 이으며 <가족오락관> 안방 마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어 축구선수 김남일과의 결혼으로 MC자리를 물러난 김보민에 이어 이선영 아나운서가 21번째 여성 MC를 맡아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정리하게 됐다.
<가족오락관>에서 탄생한 코너의 개수는 무려 451개에 달한다. 유명 코너로는 ‘그림퀴즈’ ‘사구동성’ ‘폭탄퀴즈’‘고요속의 외침’ ‘볼과 볼 사이’ ‘방과 방 사이’ ‘따로 또 같이’ ‘스피드 게임’ 등이 있다. 이 중 ‘고요속의 외침’은 최근 제작진이 실시한 시청자 설문 조사 결과 ‘<가족오락관> 하면 떠오르는 것’ 1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가족오락관>에는 아직도 많은 이들이 회상할 만큼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다. 일명 ‘왕XX털’ 사건. 약 20년 전 <가족오락관>은 당대 최고의 인기 코너였던 ‘사구동성’을 진행했다. 전 출연자들이 큰 헤드폰을 끼고 앞사람과 뒷사람에게 4글자의 단어를 설명하는 게임이었다. 당시 여성팀은 ‘왁자지껄’이란 단어를 설명 중이었다.

출연자들은 헤드폰에서 들리는 큰 음악소리 때문에 단어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운 좋게 2번째와 3번째 출연자는 ‘자’와 ‘지’라고 답했다. 하지만 4번째 사람이 ‘껄’을 잘못 들어 ‘털’로 들은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번째 출연진이 ‘왕’이라고 답하면서 단어는 다소 민망(?)하게 조합됐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녹화장은 쑥대밭이 됐다. 당황한 출연진과 제작진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긴장감이 팽팽하게 조성된 순간, 한 방청객이 큰 웃음을 터뜨리자 스튜디오는 웃음바다로 변했다. 물론 그 웃음의 파도는 안방까지 전달돼 ‘왁자지껄’은 최고의 화제를 모았다.
<가족오락관>은 1만여 명에 이르는 연예인들이 출연해 프로그램을 빛냈으며 남진, 조용필, 유재석, 김혜수, 비 등 현재 스타가 된 연예인들도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갔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들 중 지난 26년간 가장 많이 출연한 게스트로는 비공식 집계로 100회 정도 출연한 가수 서수남. 그는 지난 2일 진행된 <가족오락관> 마지막 녹화에 참여해 프로그램의 피날레를 함께했다.
‘관객 참여형’ 예능 프로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가족오락관>은 매주 방송마다 주부 게스트를 초대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1237회 녹화 동안 섭외한 주부 게스트가 무려 11만여 명에 달한다. <가족오락관>이 허참만의 방송이 아닌 ‘국민 예능 프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까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린 장수 인기 프로그램 <사랑과 전쟁>은 신구의 ‘4주 후에 뵙겠습니다’란 유행어를 남기고 지난 17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됐다. 무려 9년6개월을 끌고 온 이 장수 드라마는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사랑과 전쟁>은 1999년 KBS <아침마당>에 출연하는 ‘문제부부’를 그려내기 위해 재연 코너를 만든 것이 시초다. 반응이 좋아 드라마 요소를 가미해 지금의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그동안 300여 개의 에피소드를 다뤄 불륜 드라마의 ‘아이디어 뱅크’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랑과 전쟁>에 방송, 화제가 됐던 에피소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26년 만에 1237회 끝으로 마침표… 여자 MC 21명·451개 코너 탄생
‘사구동성’ 코너에서 일어난 일명 ‘왕XX털’ 사건은 최고의 에피소드


부산 모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사건을 소재로 삼아 25.2%의 높은 시청률을 얻은 190화 ‘단체관광의 최후’는 <사랑과 전쟁> 애청자들이 아직도 잊지 못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로 꼽힌다.
부산의 아파트 단지 아줌마들이 일본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만난 한국의 남자들하고 단체로 놀아난 이야기다. 그 중 한 여자가 성병에 걸려 알려졌다는 소문이 있다.
398화 ‘시어머니는 남자’는 실제 있었던 사건이다. 트렌스젠더 시어머니가 등장해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한 며느리가 목욕도 같이 하고 침대에서 손 붙잡고 같이 잠을 잤던 ‘시어머니’가 사실은 시어머니가 아니라 성전환수술을 받은 시아버지였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362화 ‘가짜아내’는 사기 결혼의 진수를 보여준 작품이다. 한 여자가 동생의 주민등록증을 갖고 신분을 속인 채 한 남자와 결혼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여자는 이미 두 차례의 결혼을 통해 세 아이를 둔 데다 나이도 남편보다 아홉 살이나 많았다는 이야기다.

20화 ‘성 그리고 거짓말’은 처음으로 시청률 20%를 넘은 작품이다. 처음으로 남자의 자위장면을 묘사해서 충격을 주었다. 남편의 잠자리 요구가 부쩍 줄어들자 남편을 의심하는 중년 부인의 이야기다.
399화 ‘씨받이 신부’는 한국 시청자들을 무안하게 만든 드라마였다. 아들을 못 얻는 부부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순진한 처녀를 속여 대리모 삼는 이야기. 아이를 빼앗기 위해 알리바이를 꾸미고 우즈베스키스탄 여자를 감옥에 넣는 결말이 충격적이다. 국제결혼을 기존과 다르게 외국 신부의 입장에서 다뤄 화제가 됐다.
358화 ‘여왕벌의 외출’은 모 지방 대학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을 각색했다. 한 여자의 엽기 행각이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에 있는 미모의 유부녀가 일과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러 남자를 농락하다가 남편에게 발각돼 문어발식 행각이 들통나는 내용이다.
309화 ‘스폰서 카페’는 부유층 남성들이 스폰서 카페라는 장소를 통해 젊은 여성들과 사랑 없는 성관계를 맺고 젊은 여성들은 선물이나 경제적 도움을 얻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존재한다는 스폰서 카페를 소재로 해 젊은 여성들의 달라진 인생관을 보여줬던 작품이다.
이외에도 탈북 귀순자가 우리 사회에 고생하는 모습을 눈물겹게 그린 262화 ‘귀순스타 룡호씨’, 중년 부부가 재미 삼아 스와핑을 시도했다가 점점 깊은 늪으로 빠져드는 이야기로 25.2%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210화 ‘체인징 파트너’, 노인들의 사랑과 성 문제를 깊이 있게 다뤄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던 155화 ‘황혼의 아우성’ 등 <사랑과 전쟁>은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화제의 연속이었다.
한편 <사랑과 전쟁>은 그동안 수많은 인기스타들이 거쳐갔다. 탤런트 윤정희, 이필모, 김희정 등이 출연했었고, 가수 장윤정과 박현빈도 무명시절에 이 프로그램을 거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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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