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서로 다른 사랑을 하는 세 사람의 아픈 사랑을 그린 정통 멜로 영화.
극중 주환(이범수)의 약혼녀 제나로 분한 정애연은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성격에 사랑은 그저 게임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믿는 얼음 같은 여자지만 사랑하는 여자 크림(이보영)을 위해 지고지순한 사랑을 펼치는 케이(권상우)를 만나며 마음이 동요된다. 그리고 그를 찍기로 결심한다.
“제나 개인의 삶에서 보면 악역이 될 수밖에 없는 아픔이 있어요. 8살 때 아빠가 자신의 앞에서 독극물을 먹고 죽는 모습을 본 후 마음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여자예요. 그래서 영화에서 보면 제나 작업공간에 있는 시계들은 모두 8시에 맞춰진 채 멈춰있어요. 8살 이후로 제나는 마음을 닫고 살아가는 거죠.”
시니컬한 사진작가 제나 역…‘개성 넘치는 캐릭터 만들어 냈다’ 주목
훤칠하고 날씬한 몸매 덕 화보 제의 봇물…“상업적인 면 많아 ‘NO’”
그동안 유독 도시적이거나 차가운 이미지의 역할을 많이 맡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것 같은 배우 정애연은 제나라는 역할을 통해 누구나 한번쯤 갈망하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새로운 삶을 연기하며 배우로, 여자로 다시 태어났다.
“제나는 멋진 여자 같아요. 제가 경험해보지 못하는 삶을 제나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살아볼 수 있어 좋았어요. 제나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표현해요. 자유분방하게 한번 살아보고 싶기도 해요.”
‘제나’ 연기하며 다시 태어난 느낌
대학교 1학년 때 길거리 캐스팅으로 2001년 잡지 모델로 데뷔한 정애연은 각종 CF를 통해 얼굴을 알리며 2004년 KBS 드라마시티 <결혼이야기>를 통해 연기 신고식을 치렀다.
2005년 차인표, 조재현, 송윤아 주연의 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차기작 <맨발의 청춘>이 조기 종영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연기력 논란’ 등 매서운 질타를 받았다.
“욕심을 부려 일일극 주연을 맡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던 것 같아요. 나에게 맞는 옷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부족했던 연기력도 한몫했고 그래서 더 내공을 쌓자고 생각했죠. 이번 영화 때도 연기를 그만두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힘든 순간이 있었지만 결국 뭔가를 얻어낸 느낌이에요.”
무용학도 출신으로 169cm 49kg의 훤칠하고 날씬한 몸매를 소유하고 있는 정애연은 보이시한 컬러의 섹시함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그에게 노출 연기나 화보 촬영 제안도 많았을 법하다.
“영화 속의 노출은 제가 잘 표현해낼 수 있을 때 하고 싶어요. 연예인 화보는 상업적인 면이 많아서 꺼려져요.”
정애연은 정신적으로 무료해지기 쉬운 공백기간 동안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자 지난해 9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조기종영 아픔은 좋은 기회
서강대학교 내에 ‘진앤하우스’라는 수제 햄버거 가게를 열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더 폭넓은 세계를 경험하는 것은 연기 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처럼 한층 더 성숙된 연기자로 거듭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며 영화와 드라마 밖의 세상으로 과감히 뛰어들었다.
“직접 메뉴도 개발하고 사업은 처음 도전하는 분야라 힘들었지만 그만큼 많이 배울 수 있는 과정이었어요. 물론 본업인 연기에 가장 충실하지만 공백 기간을 통해 또 다른 나를 찾고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됐죠. 사업을 시작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몰랐던 다른 세계의 모습들을 보면서 연기생활을 하며 필요한 캐릭터나 타인의 삶에 대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연구의 장소가 됐어요.”
정애연은 어떤 배우로 살길 원할까.
“연기를 할 때 만인이 나를 좋아해 주기를 바라기보다 한두 사람이라도 나를 정말 제대로 봐주고 인정해준다면 이미 그 사람은 어느 정도 성공한 배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좋은 역할을 찾고 노력하면서 그런 배우로 살고 싶어요.”
사진 송원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