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 단속'에 뿔난 흡연자들, 왜?

꽁초 찍는 카메라 “몰카도 범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서정 기자 = 서울시 담배꽁초 무단 투기 단속은 2007년 강남구에서 처음 시작돼 벌써 햇수로 벌써 15년째다. 이젠 서울 모든 지자체에서 담배꽁초 무단 투기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무단 투기 단속의 존재를 모르는 흡연자는 사실상 0에 수렴한다. 대부분의 흡연자들이 단속 자체에 큰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방’이 아닌 단순히 ‘징수를 위한 단속’이나 ‘함정 단속’처럼 투기 장면을 채증하기 위해 몰래 카메라를 들이대는 ‘몰카 채증’에 대한 불만은 점차 커져가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4시경 시청역 인근 골목. 담배꽁초가 잔뜩 버려진 구석에서 흡연을 하던 20대 A씨는 두 중년 여성이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의심스러운 느낌에 자리를 피하고자 서둘러 담배를 끄고 바닥에 버린 순간 뒤에서 한 중년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채증이 범법?

“담배 바닥에 버리신거 맞죠?”라며 의심스럽던 두 중년 여성을 가리켰다. 갑작스레 태도를 돌변한 여성이 “버리신 거 다 녹화됐습니다”며 A씨에 신분증을 요구했다. 

2013년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등 30여 명이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진주의료원 재개원 6대 과제 실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 모인 의료인들은 경찰 채증이 사실상 ‘몰카’ 수준이라며 불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면서 법규 정신을 가지라고 외쳤다. 이들은 “경찰의 채증 역시 심각한 상황으로 범죄에 대한 증거수집이 아니라 주민들에 대한 감시 사찰인 것으로 보인다”며 “‘몰카’ 수준의 장비를 이용해 경찰이 무분별한 채증을 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주민 이모씨도 “경찰이 반대 주민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있다. 공산주의가 강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시위를 펼친 반대대책위 대표 김준한 신부는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경찰에게 요구하는 것은 법을 지켜달라는 것 뿐”이라며 “경찰에게 이런 요구를 해야 하는 현실이 정말 참담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공권력을 가진 경찰조차 증거수집을 위해 몰카를 찍는 건 범법행위다. 이는 최근 여러 차례 ‘몰카 범죄’ 가 기승을 부리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촬영한 영상을 소지‧공유하는 문제의 심각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공영 화장실에서 “‘불법촬영은 엄연한 범죄입니다’”라는 문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곧 ‘몰카’ 행위는 증거를 수집할 때도 사용돼선 안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주먹구구식 운영방식이 관리 부실로 이어지며 무단투기 단속팀이 자행하는 ‘몰카’ 채증은 인지하기조차 쉽지 않다. ‘흡연자’ 낙인과 ‘담배 꽁초를 버린 무단 투기범’이란 주홍글씨를 그 즉시 달게 돼 마치 현행범처럼 여겨진다. 

단속반은 보통 3인1조로 움직인다. 이 중 1명이 무단투기 모습을 동영상으로 몰래 찍어 단속 증거를 확보한다. 증거가 확보되면 이들은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 “지켜봤다” “증거가 다 담겨있다”며 투기자가 버린 꽁초를 주워 제시하면서 과태료 처분을 내린다.

과태료를 부과받은 시민들은 주로 ‘함정 수사’와 ‘몰래 자신의 영상을 찍는 행위’ 등 법적으로 올바른지 묻는 동시에 ‘신분증 제시 요구’ ‘쓰레기통 설치 여부’ 등 예방 활동 미흡 등도 지적한다. 


무단투기 함정 단속 문제는 하루 이틀 된 이슈가 아니다. 단속이 시행된 첫해부터 많은 흡연자가 예방이 목적이 아니라 단속을 위한 단속인 것 같다며, 예방을 위한 계도가 아니라 흡연자를 몰래 지켜보며 꽁초를 버리기만을 기다린다고 불만을 토로해왔다.

지자체는 과태료 부과가 투기 예방 효과가 뛰어나다고 주장한다. 서울 중구청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단속의 우선 목적은 예방이 맞다”며 “꽁초 투기를 하지 말라고 언급하는 것보다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무단투기 방지 효과가 더 높다”고 주장했다. 

현장 잠복해 동영상 녹화 후 투기 적발
도넘은 과잉 단속…단속반도 처벌 대상?

하지만 이 주장에 대해선 “딱히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계약직 공무원이 간단한 업무 교육만 받고 공권력을 행사하는 과태료 부과 업무에 투입되는 게 맞냐며 단속반의 자격 논란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이 같은 논란이 지속되자 서울 중구에서는 2015년부터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채용하기도 했다. 이들은 생활폐기물 무단투기 단속반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생활폐기물의 무단투기 단속의 운영 및 모든 권한은 각 구청이 가진다. 무단투기 단속반의 구성부터 운영, 단속팀의 홍보비 예산을 책정하는 등 모든 권한을 각 구청이 맡게 됨에 따라 각 구청마다 생활폐기물 무단투기 단속반을 채용하는 자격 요건 또한 상이하다. 

이에 일각에선 단속 수입 대비 단속 홍보비도 터무니없이 적어 ‘예방보다 과태료 부과를 위한 정책’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서울특별시 기후환경본부 생활환경과에 문의한 결과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서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5일 서울시 생활환경과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시청 업무는 3분기마다 담배꽁초 투기 단속 건수와 단속건의 징수액 등 통계지표 상의 처리업무만 할 뿐 현장에서의 단속 업무를 포함한 단속팀의 구성부터 모든 운영이 구청이 관리한다고 잘라 말했다. 

단속팀의 집행비와 예산 홍보비 등 관련 질의도 모든 운영비가 구청에서 관리된다고 답변했다. 또 단속 과정에서의 채증 관련 민원 건수를 묻자 이 또한 구청의 소관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단속 방법 매뉴얼과 관련 법규와 관련해 질의하자 “없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단속팀 관련 모든 권한이 구청에 있기에 잘은 모르겠으나, 현재 단속팀 채증 방식과 관련해 매뉴얼과 관련 법규는 마련돼있지 않다”면서 “구청마다 환경 미화원을 채용하거나 기동반 혹은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는 등 운영 방식부터가 달라 구체적인 매뉴얼을 구성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끊임없이 무단 투기 단속팀이 논란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4월 ‘2020년 지역사회 건강조사 주요 결과’를 통해 성인 흡연율이 지난해 19.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2019년 전국 255개 보건소에서 약 900명씩 만 19세 이상 성인을 표본으로 선정해 진행됐다.

이는 건강의 문제와 직결되나 사실상 성인 5명 중 1명 꼴로 몰카의 위험에도 노출된 것이다.

한편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 1항11호(쓰레기 등 무단투기)에 따르면 담배꽁초나 껌, 휴지, 쓰레기 등 그 밖의 더러운 물건이나 못쓰게 된 물건을 함부로 아무 곳에나 버리면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될 수 있다.

몰카 성범죄는 불법으로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 자체로도 처벌 대상이 되는 성범죄다. 정식 죄명은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이다. 영상물을 소지하거나 유포 시에는 더욱 큰 처벌을 받는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카메라나 그 밖의 유사한 기계 장치를 이용해 사람의 신체를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할 때 성립하는 것으로 수치심 혹은 여러 욕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겁게 다뤄진다.


이런 몰카 불법촬영을 하다가 적발되면 실형 선고 시 형법상 성폭력 처벌법 14조에 의거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매뉴얼 없어

몰카 범죄는 버스, 공공 화장실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에서 은밀하게 범행이 이뤄지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성적 목적으로 인해 다중이용시설 침입죄가 추가된다. 이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 다만 공무원의 경우 직무를 이행할 시 공무원법에 의거해 보호받는다. 따라서 공무원이 직무를 이행할 시에는 실형선고에선 배제될 수 있다.


<lyricki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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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